술빚기 질문과 답변

<b>술빚기 응용능력 키우기 1. 쌀 불리기</b>

조회 수 4585 추천 수 52 2006.11.07 01:32:30
술빚기 응용능력 시리즈는 여러분에게 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닌 고기 잡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우리술은 어떤 한 가지 제조법으로 모든 술을 빚을 수 없으며 빚는 사람에 따라, 원하는 색과 맛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빚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 문헌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술빚기 사례를 예로 들면서 각각의 술이 지닌 특징들을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술빚기 응용능력 키우기 1 – 쌀 불리기

<수운잡방 1500년에 초>에는 “세신주”라는 술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멥쌀 10말을 여러 번 씻어서 아침 저녁으로 물을 갈아가며 3일간 미리 물에 담가 두었다가 찐다.” 같은 문헌 속 황금주에는 “여러 번 씻어서 하룻밤 물에 담가 두었다가..” 라는 기록이, 어떤 술은 단지 “깨끗이 씻어 가루를 내고” 라고 되어 있어 쌀을 물에 담가 놓는 시간이 정확히 나와있지 않은 술도 있습니다.

이러한 제조법은 <수운잡방> 만이 아닌 거의 모든 문헌 속 술빚기에 사용되고 있으며 제조법에 따라 쌀을 물에 담가 두는 시간을 달리하여 빚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세신주와 같이 물에 담가 두는 것으로 부족하여 하루에 두번씩 담가 놓은 물을 갈아 주면서 3일간 물에 담가 놓는 술이 있는 반면에, 황금주와 같은 수 많은 술은 “하룻밤” 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또한 <증보산림경제>의 작주부본법(주모만드는법)에는 <쌀 1말을 깨끗이 씻고 물에 담가 겨울에는 열흘, 봄 가을에는 닷새, 여름에는 사흘 동안 불린다. 쌀 속까지 물기가 배면..>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것은 위에 언급한 술들과는 달리 계절마다 쌀을 물에 담가 놓는 시간이 달라졌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일전에 언급한 <2006 가양주법>에는 쌀을 물에 담가 두는 시간을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전체 전통주에 응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3시간이란, 쌀이 물을 흡수할 수 있는 25-28% 정도의 흡수율(실제 1시간도 안걸림)이 되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처음 술을 빚는 사람들을 위해 일정한 시간을 정한것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또한, 빚는 술 대부분을 “하룻밤” 정도 물에 담갔다가 술을 빚는 것 또한 정해진 것이 아닌 일반적인 술 제조법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수 많은 문헌에 등장하는 술들을 보면 위에 언급한 것처럼 쌀을 불리는 시간도 계절에 맞게 또는 술 빚는 환경에 맞게 달리 해야 하며, 묵은 쌀인지, 햇쌀인지, 사용하는 물의 종류에 따라서, 같은 술을 빚어도 쌀을 불리는 시간을 달리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쌀을 물에 담가 놓는 시간을 달리 하는 것 만으로도 맛과 향이 다른 술을 만들 수 있으며 자신이 술을 빚는 환경에 맞게 응용하여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쌀을 얼마의 시간 동안 담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답은 1시간이 될 수도 있고, 3시간, 하룻밤, 3일, 심지어는 <1450년 산가요록>에 기록된 여가주와 같이 “찹쌀 1말을… 끓인 물 1동이에 넣어 온돌에 놓고 저고리로 싸둔다,. 3일 후에 꺼내면 그 맛은 썩는 맛이 나고 그 물맛은 시큼하다. 체로 쌀 물을 받쳐내어 데운다.”는 기록에 나와있는 것처럼 아주 독특한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술의 특징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다양성을 단점으로 받아 들이고, 어떤 사람들은 다양성을 장점으로 받아 들이고 잘 응용하여 술을 빚기도 합니다. 전통주를 규격화 시키지 못하는 것을 단점으로 보는 것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보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

전통주는 ‘가양주’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흔히 가양주를 전통주라고 하기도 합니다. 가양주란 말 그대로 ‘집에서 빚는 술’입니다.

‘집’

여러분의 집집마다, 그리고 남의 집,  모두 생활 환경이 다르고 여러분의 손과  저의 손 크기도 다릅니다. 똑 같이 술을 빚어도 차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 가양주문화가 발전했던 이유는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 가정마다, 술을 빚는 사람마다 술을 빚을 때 가장 맛 좋은 술을 빚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입니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양, 정해진 온도, 정해진 환경에서 나오는 균일한 맛을 가진 술을 빚으시려면 집 안에 최신식 양조장을 차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술사랑 "술독" www.suldoc.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642 삼양주 물의 양에 대한 질문입니다 [2] [7] 요롱이엄마 2012-11-16 4610
641 이양주빚을때... [2] 강하주 2014-03-17 4607
640 쌀에 호박을 넣어 막걸리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3] 농월 2012-03-22 4606
639 현미죽으로 만든 밑술, 천막(^^)이 생겼어요.. file [2] anakii 2013-11-25 4605
638 용수박을 시기 문의 file [3] 투덜이 2012-05-30 4598
637 술 담그는 방법에 관한 문의.. 코헨 2008-10-27 4598
636 온도가 높아도 막걸리가 빚어지나요? [1] 랜스 2013-05-03 4594
635 술의신맛잡기 [1] 우리술이좋아 2010-10-18 4589
634 탁도가 아주 맑은 전통주를 얻으려면 뿌기뿌기 2021-12-21 4588
» <b>술빚기 응용능력 키우기 1. 쌀 불리기</b> 酒人 2006-11-07 4585
632 더운 날씨 술빗기 [2] sul4u 2013-07-26 4582
631 덧술을 하면서 물추가... [2] 애주가 2008-08-08 4582
630 발효통 뚜껑은 밀폐하나요? [1] 구름에달가듯이 2021-10-06 4580
629 단양주와 이양주 보관에 대하여.... (병과 플라스틱통) [2] 서련 2018-09-29 4579
628 <b>도정(搗精) 정도의 차이</b> 酒人 2006-10-15 4562
627 밑술과 덧술의 비율 [1] 좋은막걸리 2016-08-03 4560
626 밑술 끓은지 12시간만에 덧술도 가능한가요 file [1] 瑞香 2017-03-19 4556
625 증류주 보관법... [1] 도리버섯 2016-03-24 4556
624 고구마술 맛있게 빚고 싶어요 복드림 2009-01-15 4555
623 덧술을 해야하나 아니면 버려야 하나 [4] 아침에술한잔 2009-03-28 4554
622 <b>범벅이 물처럼 되는 이유는..</b> [2] 酒人 2007-03-14 4553
621 전통주, 기능주 영업을하고 싶습니다. [3] 酒人 2006-02-17 4546
620 더블엑스님 보세요. ^^ [1] 酒人 2008-04-15 4542
619 <b>쌀술과 포도주의 차이(상식갖추기)</b> 酒人 2006-11-29 4537
618 바보 또 질문 하다~ [2] 두메 2009-02-03 4536
617 단양주 신맛 [1] 시골술쟁이 2018-09-15 4533
616 자주하는질문<<<>>> 미생물 굶겨 술빚기.... [1] 창힐 2013-05-24 4521
615 불패주 거르는 시기 file 느루 2012-12-29 4513
614 오양주 효모 [4] mekookbrewer 2020-12-22 4511
613 한국에도 화주(火酒)가 있나요? 박보경 2008-07-28 4510
612 모주 만들기를 희망하며.. [1] honeyglaze 2013-07-10 4509
611 이양주를 제조중입니다3 file [3] aladinn 2015-03-06 4506
610 쌀 누룩(이화곡)으로 삼양주를 빚어보려 합니다. [2] 민속주 2012-06-23 4499
609 하얗게 피어난 것이 무엇인지 궁금 합니다. [2] 하늘지기 2012-02-09 4493
608 이 더위에도 맛있는술이 담궈 질런지요 [3] 애주가 2008-06-30 4493
607 단맛과 도수가 높은 술 [1] 케팔로스 2018-09-18 4492
606 잘못 빚은 술 복구방법은요? [2] 쿡쿡 2013-04-30 4492
605 발효후 온도? [1] mssports 2014-12-19 4481
604 청주 보관에 대한 문의 [1] 해난 2010-05-25 4477
603 싸레기 쌀 문의 [1] 대암 2007-01-30 447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