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빚기 질문과 답변

<b>넌 왜 범벅으로 술을 빚냐~?!</b>

조회 수 4462 추천 수 54 2006.07.04 06:06:45

범벅으로 밑술을 잡는 이유

몇 몇 분들께서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주로 범벅으로 술을 빚으시네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범벅으로 밑술을 하면 간단하고 술이 잘 되거든요.”

거의 여기서 끝을 냅니다. 더 깊숙이 이야기 해봐야 서로 머리만 아프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그 깊숙이를 이야기 하려 합니다.

[ 조선 초기 술의 주도권이 사찰에서 가정으로 넘어오면서 대량으로 빚는 제조법이 그대로 일반 가정으로 전수됩니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술은 필요가 없었죠.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술 빚는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조선 초기에 한 가지 술을 빚기 위해 사용된 쌀의 양이 8말 정도, 조선 중기로 가면 6말 정도로 줄어들며 후기에 가면 3말로 급격히 줄어들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밑술을 빚는 방법도 점차 달라지는데요. 조선 초기에는 밑술을 주로 “죽”으로 빚었습니다. 그런 것이 조선 중기를 거치면서 “죽”보다는 “범벅”의 비율이 많아지게 되고 조선 후기로 가면 대부분이 “범벅”으로 밑술을 빚고 있습니다.

이것은 밑술을 제조하는데 있어 “죽” 보다는 “범벅”으로 빚는 술이 잘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제가 “범벅”으로 빚는 밑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범벅으로 가고 있었고, 저 또한 여러 술을 빚다 보니 “죽” 보다는 “범벅”이 술이 잘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물론 “죽”으로 빚는 밑술과 “범벅”으로 빚는 밑술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이 차이를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죽”으로 빚는 술이 “범벅”으로 빚은 술 보다 맛과 향이 탁월하고 술이 잘 되었으면 시대가 지나도 “죽”으로 빚는 술은 점점 발전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대는 분명 조선 초기 “죽”에서 조선 중기, 후기에 들어와서는 “범벅”으로 가고 있는 것을 많은 문헌을 보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즉, “범벅”은 시대의 흐름이었던 것입니다. ]


대강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죽으로 빚는 술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옛부터 죽으로 빚어왔던 술들은 계속해서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 보다는 점점 범벅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을 참고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술을 처음 빚는 사람들을 위해 <초일주> 방문을 올려 놓았는데요. <초일주> 또한 밑술을 범벅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초일주> 제조법을 그냥 덩그러니 올려 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가능한 실패를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제조법이니 술을 처음 빚고자 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옛날 사람들도 저와 같이 죽으로 밑술을 했을 때, 죽이 타는 문제, 산패의 문제 등을 고민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민과 고민이 점점 수정 보완 되면서 그 결과물로 “범벅”쪽으로 제조법이 발전하게 된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통주의 자존심 "술독" www.suldoc.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602 걸려 내는 시기 이미 걸러낸 술 단맛 탄산 첨가 방법 file [1] 오오오오오오어오 2022-01-23 4473
601 술 걸르다보면 걸죽한 요구르트같은것일때,쉰맛,쌀맛에 대해서 [1] 창힐 2013-09-09 4472
600 신맛나는 술 [2] 이선화 2006-08-10 4471
599 저온 발효 질문 [1] 오렌지컴 2014-12-07 4469
598 &lt;포도막걸리&gt; 채주해도 될까요 file 빵순이 2010-11-22 4466
597 인사동 축제에 사용할 유리병 file [5] 酒人 2006-04-29 4466
596 고두밥과 섞기전에 누룩을 뜨거운 물에 담궜는데 괜찮을까요? [1] 김수한무 2013-07-24 4463
595 전통주에 있는 효소와 효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1] 민속주 2013-04-11 4463
» <b>넌 왜 범벅으로 술을 빚냐~?!</b> 酒人 2006-07-04 4462
593 삼양주 만들기 도전....1차덧술 준비... 창힐 2012-06-24 4458
592 약주라는 명칭의 유래 酒人 2005-09-06 4447
591 <b>누룩과 배양효소, 효모??</b> 酒人 2006-11-20 4439
590 전내기와 술지게미를 이용해서 한 번 더 술을 [3] 술빚는요리사 2020-07-07 4436
589 덧술을 준비하면서 ?? [1] 꽁꽁이 2008-03-03 4430
588 밥통으로 고두밥을 지을수 있을까요? mekookbrewer 2021-11-18 4425
587 [re] 석탄주에 대한 답변입니다. [1] 酒人 2006-11-21 4425
586 멥쌀주 담그는 법 [1] 행유 2010-08-18 4424
585 향온주 좀더 두어야 할까요? [2] 보리콩 2011-02-07 4422
584 <b>내가 빚은 술,, 몇 리터나 얻을 수 있나?</b> [2] 酒人 2006-06-04 4421
583 복분자주 숙성 정원은재 2007-07-04 4419
582 술빚기 기초강의 1. 술의 선택 酒人 2006-04-04 4419
581 막걸리 제조장 환경은 어떻게 해야될까요? 에옹데옹 2021-06-11 4417
580 초일주를 설명대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1] heeyoung 2007-11-30 4416
579 용수박는 시기 질문드립니다~ file [2] synop 2015-05-17 4412
578 용수 박았습니다 file [1] 대암 2007-02-13 4397
577 밑술이 발효가 안되고 물이 안생김 [1] 감금중 2020-11-26 4393
576 끓어 넘치기 일보직전... file [3] 보리콩 2011-01-06 4393
575 발효시킬떄 뚜껑 [2] mekookbrewer 2020-12-02 4391
574 청주 제조원가 계산서... 고래 2013-06-27 4385
573 이양주 덧술 문의드립니다 [1] 막이 2021-08-26 4382
572 밑술온도에 대해여... [3] 섬누룩 2009-11-27 4378
571 석임의 활용에 대하여.. [1] 백수환동 2013-06-01 4377
570 숙성시기 [3] [1] 하제 2013-02-12 4376
569 호산춘 표면의 노란 부유물 질문입니다. file charlie 2022-01-14 4372
568 소주내리기 [1] 상갑 2008-12-10 4372
567 두가지 질문 입니다. [1] 이선화 2006-08-03 4367
566 물의 양에 관한 질문 [1] 북성 2014-01-24 4362
565 누룩에도 알코올이 있나요? 빨간콩 2021-06-18 4357
564 술거르는 시기 [1] 우리술이좋아 2010-12-10 4354
563 누룩틀 [1] 우리술이좋아 2010-02-10 435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