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빚기 질문과 답변

<b>넌 왜 범벅으로 술을 빚냐~?!</b>

조회 수 4490 추천 수 54 2006.07.04 06:06:45

범벅으로 밑술을 잡는 이유

몇 몇 분들께서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주로 범벅으로 술을 빚으시네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범벅으로 밑술을 하면 간단하고 술이 잘 되거든요.”

거의 여기서 끝을 냅니다. 더 깊숙이 이야기 해봐야 서로 머리만 아프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그 깊숙이를 이야기 하려 합니다.

[ 조선 초기 술의 주도권이 사찰에서 가정으로 넘어오면서 대량으로 빚는 제조법이 그대로 일반 가정으로 전수됩니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술은 필요가 없었죠.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술 빚는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조선 초기에 한 가지 술을 빚기 위해 사용된 쌀의 양이 8말 정도, 조선 중기로 가면 6말 정도로 줄어들며 후기에 가면 3말로 급격히 줄어들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밑술을 빚는 방법도 점차 달라지는데요. 조선 초기에는 밑술을 주로 “죽”으로 빚었습니다. 그런 것이 조선 중기를 거치면서 “죽”보다는 “범벅”의 비율이 많아지게 되고 조선 후기로 가면 대부분이 “범벅”으로 밑술을 빚고 있습니다.

이것은 밑술을 제조하는데 있어 “죽” 보다는 “범벅”으로 빚는 술이 잘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제가 “범벅”으로 빚는 밑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범벅으로 가고 있었고, 저 또한 여러 술을 빚다 보니 “죽” 보다는 “범벅”이 술이 잘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물론 “죽”으로 빚는 밑술과 “범벅”으로 빚는 밑술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이 차이를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죽”으로 빚는 술이 “범벅”으로 빚은 술 보다 맛과 향이 탁월하고 술이 잘 되었으면 시대가 지나도 “죽”으로 빚는 술은 점점 발전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대는 분명 조선 초기 “죽”에서 조선 중기, 후기에 들어와서는 “범벅”으로 가고 있는 것을 많은 문헌을 보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즉, “범벅”은 시대의 흐름이었던 것입니다. ]


대강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죽으로 빚는 술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옛부터 죽으로 빚어왔던 술들은 계속해서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 보다는 점점 범벅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을 참고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술을 처음 빚는 사람들을 위해 <초일주> 방문을 올려 놓았는데요. <초일주> 또한 밑술을 범벅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초일주> 제조법을 그냥 덩그러니 올려 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가능한 실패를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제조법이니 술을 처음 빚고자 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옛날 사람들도 저와 같이 죽으로 밑술을 했을 때, 죽이 타는 문제, 산패의 문제 등을 고민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민과 고민이 점점 수정 보완 되면서 그 결과물로 “범벅”쪽으로 제조법이 발전하게 된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통주의 자존심 "술독" www.suldoc.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601 진상주를보면서......... [2] 배병임 2006-09-27 3695
600 물의 양이 궁금합니다.. [1] 아침이슬 2007-02-21 3695
599 술 다 익은 정도 확인 방법 [1] 난소녀다 2023-02-14 3700
598 질문을 자주해서 죄송 [3] 우리술이좋아 2009-11-10 3712
597 이런 경우도 가능할까요? [1] 둘레길 2013-07-19 3716
596 실패한것 같습니다. 오야봉 2009-03-14 3717
595 막걸리의 냄새가 이상해요 찐찐 2018-12-09 3718
594 막 초보입니다. 덧술이후 술 거를 시기에 대하여 문의합니다. file [2] 막걸남 2010-09-19 3720
593 밑술 문의 드립니다? [2] 대암 2007-02-04 3723
592 <b>진상주(進上酒)에 대하여(수정)</b> 酒人 2006-08-21 3725
591 감향주3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주인님의 시간좀 뺏을게요.. [3] 바보 2013-02-02 3730
590 석탄주 밀봉 방법에 대해 (에어락) 질문입니다 ㅜ [1] 호박654 2020-04-16 3736
589 <b>만화 - 삼순이 소주에 빠지다. </b> [2] 酒人 2007-03-17 3738
588 [re] 술이 약간 매운듯 한데....중화시킬 방법이 없을지... [3] 윤승구 2006-07-15 3740
587 밑술,덧술 둘다 찹쌀써도 되나요?? [2] 찰리와막걸리공장 2018-10-04 3747
586 전통주 기초강의 1. 술이란 酒人 2006-03-17 3749
585 누룩 속에 알코올이 있나요?? 酒人 2006-07-13 3750
584 식초와 막걸리 걸음후 관리에 대해서 문의좀 드립니다. [1] 푸른별 2014-04-15 3752
583 <b>호산춘 2차 덧술, 이렇게 돼야 합니다.</b> file 酒人 2007-01-31 3766
582 "銀杏酒" 에 대하여 궁금증을 풀어 주세요 surisan420 2010-10-28 3766
581 밤막걸리 제조 레시피 [1] 마라탕 2020-11-23 3768
580 막거리 레시피 한번 봐주세요 [1] 오렌지컴 2014-10-02 3769
579 솔잎으로 누룩을 만들어도 되나요? [1] 새로미 2010-03-01 3770
578 정신없이 글을 쓰다보니... [2] 酒人 2006-03-03 3778
577 정말 이해 안가는 내용. 2 [2] [1] 민속주 2012-06-24 3782
576 증류에 관해 질문요 [1] [1] 바커스 2012-05-12 3783
575 씨앗술로 이양주~ [1] 산에살다 2015-05-23 3785
574 재료의 양에 따라 발효기간이 차이가 있는지요? [5] 보리콩 2010-06-13 3789
573 덧술후에 술이 괴어넘치는 현상 [1] 회곡양조 2013-09-08 3805
572 삼양주 범벅 질문입니다 file [1] 레오몬 2020-02-13 3805
571 덧술할 고두밥에 물을 섞을때와 그냥 넣을때의 차이점.. [2] 나이스박 2014-03-22 3806
570 [re] 답변입니다. [5] 酒人 2006-08-02 3811
569 초록색 곰팡이 같은게 좀 보입니다. file [1] 김세용 2022-12-23 3811
568 현미 쌀 타피오카 절감 등의 전분가 file 酒人 2006-04-27 3812
567 누룩투입시기 질문이요 [1] 반애주가 2013-03-08 3819
566 오늘 진달래술(두견주)과 쑥술(애주) 밑술을 빚습니다. file 酒人 2006-04-12 3821
565 전통주 중급강의 1. 효모의 증식과 발효. 酒人 2006-05-04 3822
564 술독 입구 봉하는거요,, [2] 산우 2007-04-27 3823
563 초보 질문입니다. [1] 김경희 2007-01-15 3826
562 덧술 후 과정... [1] 케팔로스 2018-10-22 38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