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빚기 질문과 답변

<b>넌 왜 범벅으로 술을 빚냐~?!</b>

조회 수 4678 추천 수 54 2006.07.04 06:06:45

범벅으로 밑술을 잡는 이유

몇 몇 분들께서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주로 범벅으로 술을 빚으시네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범벅으로 밑술을 하면 간단하고 술이 잘 되거든요.”

거의 여기서 끝을 냅니다. 더 깊숙이 이야기 해봐야 서로 머리만 아프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그 깊숙이를 이야기 하려 합니다.

[ 조선 초기 술의 주도권이 사찰에서 가정으로 넘어오면서 대량으로 빚는 제조법이 그대로 일반 가정으로 전수됩니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술은 필요가 없었죠.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술 빚는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조선 초기에 한 가지 술을 빚기 위해 사용된 쌀의 양이 8말 정도, 조선 중기로 가면 6말 정도로 줄어들며 후기에 가면 3말로 급격히 줄어들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밑술을 빚는 방법도 점차 달라지는데요. 조선 초기에는 밑술을 주로 “죽”으로 빚었습니다. 그런 것이 조선 중기를 거치면서 “죽”보다는 “범벅”의 비율이 많아지게 되고 조선 후기로 가면 대부분이 “범벅”으로 밑술을 빚고 있습니다.

이것은 밑술을 제조하는데 있어 “죽” 보다는 “범벅”으로 빚는 술이 잘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제가 “범벅”으로 빚는 밑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범벅으로 가고 있었고, 저 또한 여러 술을 빚다 보니 “죽” 보다는 “범벅”이 술이 잘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물론 “죽”으로 빚는 밑술과 “범벅”으로 빚는 밑술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이 차이를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죽”으로 빚는 술이 “범벅”으로 빚은 술 보다 맛과 향이 탁월하고 술이 잘 되었으면 시대가 지나도 “죽”으로 빚는 술은 점점 발전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대는 분명 조선 초기 “죽”에서 조선 중기, 후기에 들어와서는 “범벅”으로 가고 있는 것을 많은 문헌을 보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즉, “범벅”은 시대의 흐름이었던 것입니다. ]


대강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죽으로 빚는 술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옛부터 죽으로 빚어왔던 술들은 계속해서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 보다는 점점 범벅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을 참고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술을 처음 빚는 사람들을 위해 <초일주> 방문을 올려 놓았는데요. <초일주> 또한 밑술을 범벅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초일주> 제조법을 그냥 덩그러니 올려 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가능한 실패를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제조법이니 술을 처음 빚고자 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옛날 사람들도 저와 같이 죽으로 밑술을 했을 때, 죽이 타는 문제, 산패의 문제 등을 고민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민과 고민이 점점 수정 보완 되면서 그 결과물로 “범벅”쪽으로 제조법이 발전하게 된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통주의 자존심 "술독" www.suldoc.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241 향기와 맛은 따로 국밥인가요? [1] 보리콩 2010-09-15 3623
240 주인님이 가르쳐준 방법 중 의문사항 질의 ㅎㅎ~ [4] 두메 2007-02-23 3611
239 초일주 문의 [1] 대암 2007-02-01 3601
238 용수 사용법 [2] 장돌뱅이 2019-10-31 3596
237 바닥 찌꺼기를 [1] 박창수 2007-01-16 3594
236 누룩양좀 봐주세요 [1] 쵸이 2019-02-11 3592
235 <b>여름에는 술을 어떻게 빚나요.??</b> 酒人 2006-07-10 3584
234 맑은술 [1] 이반 2018-12-24 3580
233 술의 유지 방법. [2] 눈사람 2010-03-22 3573
232 주인님, 아래 제 글 "청주 보관에 대한 문의" 에 대한 답변 좀... 해난 2010-06-08 3572
231 쌀과 누룩 질문 [1] 식초나라 2013-03-06 3564
230 씨앗술이 왜?? file [2] 제천인어공주 2012-10-09 3564
229 1. 2차 덧술할때 누룩과 항아리 [1] 두영 2010-05-14 3562
228 막걸리 공장에서 술재조 공정 궁금 [2] 오렌지컴 2014-06-14 3561
227 삼양주 만들어보기 루시 2020-07-01 3554
226 [re] <b>가향하는 방법에 대하여...,</b> 酒人 2006-12-15 3550
225 <b>증류주 만들때 꼭 알아야 할 것</b> 酒人 2006-06-08 3550
224 백국 관련해서 여쭤봅니다. [1] cheeze 2023-10-27 3547
223 청주만들기2 [2] 우리술이좋아 2010-01-22 3546
222 탁주 만드는데 궁굼한게있어요. [1] 보해미안 2009-11-06 3541
221 [re] 답변입니다. [1] 酒人 2010-10-17 3537
220 이상한 맛과 향의 고구마 막걸리 질문입니다. 곡차 2022-10-02 3530
219 긴급 질문입니다. [3] 보리콩 2010-09-04 3529
218 고맙습니다 [1] yk 2013-12-03 3528
217 달콤한 술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1] 酒人 2006-06-01 3528
216 여러가지 의문 점 [2] 민속주 2012-10-31 3525
215 아랫 술... file [1] 고망고망 2009-09-02 3521
214 이양주 질문이요 [1] 반애주가 2012-10-29 3518
213 술에 넣을 물로... [2] 아침이슬 2007-02-20 3512
212 전통주에 쓰이는 재료비율에 대해서 질문좀요 [2] 바나나우유 2010-08-10 3511
211 <b>술을 언제 걸러야 하나요.? </b> 酒人 2006-12-12 3511
210 단호박술 거르는 시기 궁금합니닷. file [2] 바다뜰 2019-11-11 3510
209 석탄주에대한질문입니다 [1] 0심이 2010-09-30 3509
208 오랜만에 복분자 주를 만들려고 하는데 비율을 잘 모르겠습니다 ㅎ [2] 술도하가 2012-09-13 3506
207 술이 너무 빨리 끓은것 같습니다 [1] 문석호 2010-03-25 3502
206 초일주에 대해 질문있습니다. [3] synop 2015-05-07 3501
205 빚은 삼양주를 먹으면 두통이 생기는데 ㅜㅡ [2] jiyoon88 2020-05-24 3500
204 문의드립니다 file [2] 瑞香 2016-02-13 3489
203 술빚기 Q&A 20페이지. 120번 빚은 청주에서 탄산가스가 생기면? 의문점 [2] 민속주 2012-10-22 3489
202 급합니다. 우리아이좀 살려주세요. file [1] 치어스 2018-04-30 348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