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빚기 질문과 답변

<b>넌 왜 범벅으로 술을 빚냐~?!</b>

조회 수 4634 추천 수 54 2006.07.04 06:06:45

범벅으로 밑술을 잡는 이유

몇 몇 분들께서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주로 범벅으로 술을 빚으시네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범벅으로 밑술을 하면 간단하고 술이 잘 되거든요.”

거의 여기서 끝을 냅니다. 더 깊숙이 이야기 해봐야 서로 머리만 아프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그 깊숙이를 이야기 하려 합니다.

[ 조선 초기 술의 주도권이 사찰에서 가정으로 넘어오면서 대량으로 빚는 제조법이 그대로 일반 가정으로 전수됩니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술은 필요가 없었죠.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술 빚는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조선 초기에 한 가지 술을 빚기 위해 사용된 쌀의 양이 8말 정도, 조선 중기로 가면 6말 정도로 줄어들며 후기에 가면 3말로 급격히 줄어들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밑술을 빚는 방법도 점차 달라지는데요. 조선 초기에는 밑술을 주로 “죽”으로 빚었습니다. 그런 것이 조선 중기를 거치면서 “죽”보다는 “범벅”의 비율이 많아지게 되고 조선 후기로 가면 대부분이 “범벅”으로 밑술을 빚고 있습니다.

이것은 밑술을 제조하는데 있어 “죽” 보다는 “범벅”으로 빚는 술이 잘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제가 “범벅”으로 빚는 밑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범벅으로 가고 있었고, 저 또한 여러 술을 빚다 보니 “죽” 보다는 “범벅”이 술이 잘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물론 “죽”으로 빚는 밑술과 “범벅”으로 빚는 밑술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이 차이를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죽”으로 빚는 술이 “범벅”으로 빚은 술 보다 맛과 향이 탁월하고 술이 잘 되었으면 시대가 지나도 “죽”으로 빚는 술은 점점 발전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대는 분명 조선 초기 “죽”에서 조선 중기, 후기에 들어와서는 “범벅”으로 가고 있는 것을 많은 문헌을 보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즉, “범벅”은 시대의 흐름이었던 것입니다. ]


대강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죽으로 빚는 술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옛부터 죽으로 빚어왔던 술들은 계속해서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 보다는 점점 범벅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을 참고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술을 처음 빚는 사람들을 위해 <초일주> 방문을 올려 놓았는데요. <초일주> 또한 밑술을 범벅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초일주> 제조법을 그냥 덩그러니 올려 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가능한 실패를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제조법이니 술을 처음 빚고자 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옛날 사람들도 저와 같이 죽으로 밑술을 했을 때, 죽이 타는 문제, 산패의 문제 등을 고민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민과 고민이 점점 수정 보완 되면서 그 결과물로 “범벅”쪽으로 제조법이 발전하게 된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통주의 자존심 "술독" www.suldoc.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81 연습용으로 밑술 제작중인데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file [2] 한소리 2011-08-01 6846
80 [re] 고구마술 [4] 酒人 2009-01-16 6891
79 막걸리 제조중 밥알이 안 가라앉을 때 file [2] 2P 2012-04-18 6902
78 단양주 빚어보는데 [1] 김해삼 2013-06-13 6940
77 술을 제조할 때 쓰는 국(효모)의 차이에 대해서 질문드립니다! [2] 술빚는요리사 2021-01-24 6963
76 감주빗기 [2] 우리술이좋아 2011-11-28 6965
75 쌀과 물량 봐주세요.... [1] 성학맘 2011-08-09 6986
74 증류주를내리고싶은데어떻게해야하는지... [2] 지허 2011-07-03 6992
73 흑미주 빚는법... [1] 0심이 2011-04-14 7021
72 청주만들기 [2] 우리술이좋아 2010-01-21 7034
71 전통주 기초강의 9. 단양주와 이양주 [1] 酒人 2006-03-30 7043
70 막걸리 빚을때 이스트의 양은 어떻게되나요?? [1] 찰리와막걸리공장 2019-12-20 7046
69 <b>누룩만들기 제 2장 &#8211; 반죽하기</b> [4] 酒人 2007-10-22 7075
68 애주-물과쌀비율이.... [1] 선주도가 2011-05-04 7088
67 신맛의 삼양주를 살리려면 [4] 푸른땡땡이 2021-04-24 7097
66 효소의 온도 의문점 [3] [1] 민속주 2012-07-08 7098
65 밑술 주변에 곰팡이가 피었는데 실패인가요? [1] 청송옹기 2021-03-07 7134
64 삼양주 만들기 도전...덧술2. [5] 창힐 2012-06-25 7164
63 막걸리에 탄산이 없어요 [2] 오씨 2018-10-14 7197
62 전통주 기초강의 4. 쌀을 불리는 이유 酒人 2006-04-18 7225
61 옥수수술 담그기 도전 ( 배울수가없어서) [2] 창힐 2013-07-20 7239
60 삼양주빗기-층분리가 잘 안되고 청주가 잘 안만들어지네요. file 할배 2022-01-05 7275
59 누룩 추천 부탁드립니다! [2] mekookbrewer 2021-04-09 7294
58 밑술시 물과 쌀 비율 질문입니다 ^^ [5] 적초 2009-06-17 7316
57 단양주는 거르고 나서 냉장보관하면 셔지나요? [1] 쩡이님 2021-05-06 7322
56 이양주 술 거름시기 판단 [2] Emiju 2021-01-05 7323
55 한국 전통주 교과서 내용 질문입니다. [2] 신바람 2021-09-28 7336
54 [re]화주(火酒)에 대하여... 酒人 2008-07-28 7371
53 당화인가 발효인가?? [2] 酒人 2006-02-20 7447
52 보리누룩은 발효가 더딘가요? [7] 신의 2008-08-18 7463
51 주정분표 (알코올 도수환산표) 파일 [1] AppleTree 2013-04-06 7484
50 삼양주를 빚는다면 밑술, 1차덧술, 2차덧술로 나누어서 쌀과 물의 비율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나요? [2] 민속주 2012-06-23 7541
49 이화주를 빚어 보고 싶습니다. [2] 누룩마죽 2011-10-19 7554
48 술의 숙성에 대하여 [1] 우리술이좋아 2011-05-24 7664
47 소주 주정 만들기 [1] 포수 2013-06-11 7756
46 이양주 빚는 중에 거르는 시기 질문입니다, file [2] anakii 2013-11-14 7769
45 <b>누룩만들기 제 5장 &#8211; ‘누룩 집’ 만들기</b> [5] 酒人 2007-11-05 7821
44 삼양주 채주 시기 [3] 키키요 2021-04-02 7830
43 호박막걸리-호박잼 만들기 酒人 2008-09-18 7976
42 밑술의양은얼마나 [2] 지허 2011-07-12 809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