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빚기 질문과 답변

<b>넌 왜 범벅으로 술을 빚냐~?!</b>

조회 수 4698 추천 수 54 2006.07.04 06:06:45

범벅으로 밑술을 잡는 이유

몇 몇 분들께서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주로 범벅으로 술을 빚으시네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범벅으로 밑술을 하면 간단하고 술이 잘 되거든요.”

거의 여기서 끝을 냅니다. 더 깊숙이 이야기 해봐야 서로 머리만 아프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그 깊숙이를 이야기 하려 합니다.

[ 조선 초기 술의 주도권이 사찰에서 가정으로 넘어오면서 대량으로 빚는 제조법이 그대로 일반 가정으로 전수됩니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술은 필요가 없었죠.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술 빚는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조선 초기에 한 가지 술을 빚기 위해 사용된 쌀의 양이 8말 정도, 조선 중기로 가면 6말 정도로 줄어들며 후기에 가면 3말로 급격히 줄어들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밑술을 빚는 방법도 점차 달라지는데요. 조선 초기에는 밑술을 주로 “죽”으로 빚었습니다. 그런 것이 조선 중기를 거치면서 “죽”보다는 “범벅”의 비율이 많아지게 되고 조선 후기로 가면 대부분이 “범벅”으로 밑술을 빚고 있습니다.

이것은 밑술을 제조하는데 있어 “죽” 보다는 “범벅”으로 빚는 술이 잘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제가 “범벅”으로 빚는 밑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범벅으로 가고 있었고, 저 또한 여러 술을 빚다 보니 “죽” 보다는 “범벅”이 술이 잘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물론 “죽”으로 빚는 밑술과 “범벅”으로 빚는 밑술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이 차이를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죽”으로 빚는 술이 “범벅”으로 빚은 술 보다 맛과 향이 탁월하고 술이 잘 되었으면 시대가 지나도 “죽”으로 빚는 술은 점점 발전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대는 분명 조선 초기 “죽”에서 조선 중기, 후기에 들어와서는 “범벅”으로 가고 있는 것을 많은 문헌을 보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즉, “범벅”은 시대의 흐름이었던 것입니다. ]


대강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죽으로 빚는 술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옛부터 죽으로 빚어왔던 술들은 계속해서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 보다는 점점 범벅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을 참고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술을 처음 빚는 사람들을 위해 <초일주> 방문을 올려 놓았는데요. <초일주> 또한 밑술을 범벅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초일주> 제조법을 그냥 덩그러니 올려 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가능한 실패를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제조법이니 술을 처음 빚고자 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옛날 사람들도 저와 같이 죽으로 밑술을 했을 때, 죽이 타는 문제, 산패의 문제 등을 고민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민과 고민이 점점 수정 보완 되면서 그 결과물로 “범벅”쪽으로 제조법이 발전하게 된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통주의 자존심 "술독" www.suldoc.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601 전통주 중급강의 1. 효모의 증식과 발효. 酒人 2006-05-04 4016
600 술이 약간 매운듯 한데....중화시킬 방법이 없을지... [2] 박상진 2006-06-12 4019
599 너무 길어요 [1] mumu 2013-05-03 4019
598 <b>술독 바닥에 앙금이 많이 생기는 현상</b> 酒人 2007-04-23 4028
597 <b>전통주 상급강의 2. 알코올의 끓는 점의 변화</b> [1] 酒人 2006-08-02 4030
596 누룩 만드는데.... [1] 까마귀날개 2009-04-13 4041
595 밑술에 거품이 많이 올라 와 있네요. 망한건가요? ㅠㅠ [2] 할렘 2020-06-04 4041
594 김병덕님 보세요. 쌀 5되로 술빚기입니다. 酒人 2006-04-07 4042
593 오양주를 빚고있는데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 [2] 술빚는요리사 2020-06-09 4042
592 발효 온도 [1] 상자 2018-11-18 4052
591 [re] 답변입니다. ~^^ 酒人 2008-10-15 4057
590 오늘 진달래술(두견주)과 쑥술(애주) 밑술을 빚습니다. file 酒人 2006-04-12 4059
589 내부비전국에 대해서.... [3] 음식디미방 2007-05-09 4060
588 똑똑 똑 [2] mumu 2013-04-26 4064
587 술에 단맛을 더하는 방법좀 알려 주세요~ [2] 두메 2010-12-13 4068
586 <b>"지황주" 네 가지 제조법</b> [2] 酒人 2008-07-27 4069
585 전통주중에 누룩을 끓여서 담그는 종류는 없을까요? [5] 섬소년 2009-06-11 4071
584 술빗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독대 2013-05-07 4071
583 질문이요~~ [2] 2008-12-24 4072
582 삼백주에 대하여... 酒人 2006-10-12 4076
581 우왕좌왕 합니다,,, 막걸리와파전 2009-02-07 4082
580 술이 걸쭉하게 된거같아요... [1] 공대생 2014-10-15 4082
579 전통주 중급강의 3. 봄철 밑술과 보쌈 [2] 酒人 2006-05-23 4084
578 부탁드립니다. [1] 반애주가 2013-08-26 4085
577 흑미 육양주 발효 질문있습니다. file [4] 술빚는요리사 2020-05-26 4094
576 애주 [1] 이선화 2006-08-04 4099
575 호박막걸리 질문입니다.~~ [3] 오야봉 2009-07-07 4099
574 첫번째시도--덧술을 확인하였는데요... [7] 고망고망 2009-08-09 4100
573 호산춘 덧술시기 [1] 예그린 2013-10-01 4103
572 거른술을 항아리에 보관할때 [2] 보리콩 2014-02-07 4113
571 단양주 질문있습니다. [1] hctor 2023-10-11 4120
570 막걸리 병입후에 4-5일후에 생기는 현상 궁금합니다. file [1] 아이다호 2017-04-23 4127
569 이런 노란게 생겼는데 곰팡이 일까요? file [1] 끼옹이 2023-02-01 4133
568 식초와 막걸리 걸음후 관리에 대해서 문의좀 드립니다. [1] 푸른별 2014-04-15 4136
567 전통주 만들기에서.. 2008-08-16 4139
566 궁금해서 여쭙니다. [3] 오야봉 2009-03-13 4143
565 빚은 청주에서 탄산가스가 생기면? [1] 원삼규 2007-01-12 4145
564 씨앗술로 이양주~ [1] 산에살다 2015-05-23 4145
563 저온 발효에관하여 여쭤 봅니다. 오작교 2022-10-29 4146
562 덧술할 고두밥에 물을 섞을때와 그냥 넣을때의 차이점.. [2] 나이스박 2014-03-22 41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