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빚기 질문과 답변

<b>넌 왜 범벅으로 술을 빚냐~?!</b>

조회 수 4595 추천 수 54 2006.07.04 06:06:45

범벅으로 밑술을 잡는 이유

몇 몇 분들께서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주로 범벅으로 술을 빚으시네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범벅으로 밑술을 하면 간단하고 술이 잘 되거든요.”

거의 여기서 끝을 냅니다. 더 깊숙이 이야기 해봐야 서로 머리만 아프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그 깊숙이를 이야기 하려 합니다.

[ 조선 초기 술의 주도권이 사찰에서 가정으로 넘어오면서 대량으로 빚는 제조법이 그대로 일반 가정으로 전수됩니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술은 필요가 없었죠.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술 빚는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조선 초기에 한 가지 술을 빚기 위해 사용된 쌀의 양이 8말 정도, 조선 중기로 가면 6말 정도로 줄어들며 후기에 가면 3말로 급격히 줄어들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밑술을 빚는 방법도 점차 달라지는데요. 조선 초기에는 밑술을 주로 “죽”으로 빚었습니다. 그런 것이 조선 중기를 거치면서 “죽”보다는 “범벅”의 비율이 많아지게 되고 조선 후기로 가면 대부분이 “범벅”으로 밑술을 빚고 있습니다.

이것은 밑술을 제조하는데 있어 “죽” 보다는 “범벅”으로 빚는 술이 잘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제가 “범벅”으로 빚는 밑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범벅으로 가고 있었고, 저 또한 여러 술을 빚다 보니 “죽” 보다는 “범벅”이 술이 잘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물론 “죽”으로 빚는 밑술과 “범벅”으로 빚는 밑술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이 차이를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죽”으로 빚는 술이 “범벅”으로 빚은 술 보다 맛과 향이 탁월하고 술이 잘 되었으면 시대가 지나도 “죽”으로 빚는 술은 점점 발전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대는 분명 조선 초기 “죽”에서 조선 중기, 후기에 들어와서는 “범벅”으로 가고 있는 것을 많은 문헌을 보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즉, “범벅”은 시대의 흐름이었던 것입니다. ]


대강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죽으로 빚는 술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옛부터 죽으로 빚어왔던 술들은 계속해서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 보다는 점점 범벅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을 참고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술을 처음 빚는 사람들을 위해 <초일주> 방문을 올려 놓았는데요. <초일주> 또한 밑술을 범벅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초일주> 제조법을 그냥 덩그러니 올려 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가능한 실패를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제조법이니 술을 처음 빚고자 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옛날 사람들도 저와 같이 죽으로 밑술을 했을 때, 죽이 타는 문제, 산패의 문제 등을 고민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민과 고민이 점점 수정 보완 되면서 그 결과물로 “범벅”쪽으로 제조법이 발전하게 된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통주의 자존심 "술독" www.suldoc.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601 전통주 기초강의 1. 술이란 酒人 2006-03-17 3845
600 "銀杏酒" 에 대하여 궁금증을 풀어 주세요 surisan420 2010-10-28 3852
599 정신없이 글을 쓰다보니... [2] 酒人 2006-03-03 3867
598 증류에 관해 질문요 [1] [1] 바커스 2012-05-12 3868
597 흑미 육양주 발효 질문있습니다. file [4] 술빚는요리사 2020-05-26 3876
596 이런 노란게 생겼는데 곰팡이 일까요? file [1] 끼옹이 2023-02-01 3877
595 재료의 양에 따라 발효기간이 차이가 있는지요? [5] 보리콩 2010-06-13 3882
594 막걸리 병입후에 4-5일후에 생기는 현상 궁금합니다. file [1] 아이다호 2017-04-23 3885
593 초보 질문입니다. [1] 김경희 2007-01-15 3894
592 술독 입구 봉하는거요,, [2] 산우 2007-04-27 3894
591 청주가 생기지 않습니다. [2] 걷는바람 2013-11-06 3896
590 정말 이해 안가는 내용. 2 [2] [1] 민속주 2012-06-24 3907
589 현미 쌀 타피오카 절감 등의 전분가 file 酒人 2006-04-27 3909
588 누룩투입시기 질문이요 [1] 반애주가 2013-03-08 3909
587 [re] 답변입니다. [5] 酒人 2006-08-02 3910
586 <b>술의 양 크게 늘리는 방법</b> 酒人 2006-12-12 3917
585 술빚기 관련 질문은 아닌데 꼭좀 읽어주세요 [1] 곰술 2014-01-18 3918
584 이런 경우도 가능할까요? [1] 둘레길 2013-07-19 3921
583 단맛이 많이 납니다. [2] 섬누룩 2010-01-18 3922
582 식초와 막걸리 걸음후 관리에 대해서 문의좀 드립니다. [1] 푸른별 2014-04-15 3922
581 누룩을 띄우는데 수분이 부족하다면... [2] 보리콩 2010-08-02 3924
580 저온 발효에관하여 여쭤 봅니다. 오작교 2022-10-29 3928
579 <b>호산춘 드디어 술이 고이다. </b> file [3] 酒人 2007-02-15 3932
578 막걸리의 냄새가 이상해요 찐찐 2018-12-09 3936
577 씨앗술로 이양주~ [1] 산에살다 2015-05-23 3939
576 전통주 중급강의 1. 효모의 증식과 발효. 酒人 2006-05-04 3951
575 덧술할 고두밥에 물을 섞을때와 그냥 넣을때의 차이점.. [2] 나이스박 2014-03-22 3951
574 너무 길어요 [1] mumu 2013-05-03 3952
573 술이 약간 매운듯 한데....중화시킬 방법이 없을지... [2] 박상진 2006-06-12 3954
572 술빚기 기초강의 2. 도구의 선택 酒人 2006-04-04 3955
571 석탄주 밀봉 방법에 대해 (에어락) 질문입니다 ㅜ [1] 호박654 2020-04-16 3955
570 막거리 레시피 한번 봐주세요 [1] 오렌지컴 2014-10-02 3960
569 오늘 진달래술(두견주)과 쑥술(애주) 밑술을 빚습니다. file 酒人 2006-04-12 3962
568 <b>전통주 상급강의 2. 알코올의 끓는 점의 변화</b> [1] 酒人 2006-08-02 3969
567 술에 단맛을 더하는 방법좀 알려 주세요~ [2] 두메 2010-12-13 3978
566 누룩 만드는데.... [1] 까마귀날개 2009-04-13 3983
565 김병덕님 보세요. 쌀 5되로 술빚기입니다. 酒人 2006-04-07 3985
564 밑술,덧술 둘다 찹쌀써도 되나요?? [2] 찰리와막걸리공장 2018-10-04 3985
563 <b>술독 바닥에 앙금이 많이 생기는 현상</b> 酒人 2007-04-23 3987
562 똑똑 똑 [2] mumu 2013-04-26 399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