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삼해소주 생산은 앞으로도 문제없습니다”

조회 수 28 추천 수 0 2021.10.05 14:55:18
박순욱의 술기행│제조 명인(故 김택상) 잃은 삼해소주 김현종 대표 인터뷰
414호 2021년 10월 04일


김현종 삼해소주 대표 2017년 삼해소주 법인 설립 / 김현종 삼해소주 대표는 2016년 삼해소주 아카데미 회원으로 술 빚기를 배우다가 2017년 김택상 명인과 함께 삼해소주 법인을 설립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김현종 삼해소주 대표
2017년 삼해소주 법인 설립 / 김현종 삼해소주 대표는 2016년 삼해소주 아카데미 회원으로 술 빚기를 배우다가 2017년 김택상 명인과 함께 삼해소주 법인을 설립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삼해소주를 계속 만들 수 있느냐.”


“삼해소주를 빚던 명인이 돌아가셨으니, 삼해소주가 시장에서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니냐.”


김현종 삼해소주 대표가 최근 자주 듣는 문의 내용이다. ‘전통주 소믈리에’이기도 한 방송인 정준하씨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라고 소개한 서울 전통주 ‘삼해소주’의 앞날을 걱정하는 전통주 애주가가 많다. 대를 이어 삼해소주를 만들어온 김택상(69세) 명인이 올해 8월 지병으로 작고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삼해소주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삼해소주 제조)인 김택상 명인이 만든 ‘민속주’였다. 그러나 명인이 작고했기 때문에 더는 주세법상 민속주인 삼해소주는 만들 수 없다. 유예기간 6개월 동안에만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삼해소주의 명맥은 이제 끊어지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삼해소주는 시장에서 앞으로도 존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누구든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아 ‘서울 지역특산주’ 삼해소주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삼해소주 대표를 맡아온 김현종 대표는 최근 기자를 만나 “지역특산주 면허를 취득하는 절차를 밟아 삼해소주를 계속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해주는 서울이 원산지다. 한양의 이름난 문인들이 사랑했던 술이다. 고려 시대 이규보의 글에도 나오고, ̒조선왕조실록̓에도 삼해주 이야기가 언급될 정도로 역사가 오랜 술이다. 정월 첫 돼지일(해일) 해시에 밑술을 빚기 시작해 다음 해일마다 두 번 더 덧술을 해 빚는다고 해서 삼해주라는 이름을 얻었다. 발효에만 거의 108일이 걸리며, 술(탁주 형태) 위에 뜨는 약주만 떠서 증류를 거쳐 삼해소주가 완성된다.


9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술이지만, 삼해소주를 복원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고인이 된 김택상 명인의 어머니 이동복 여사가 1993년 삼해소주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데 이어 김택상 명인도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전통식품명인, 2018년에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각각 지정됐다. 고인은 서울 삼청동에서 삼해소주 공방을 운영하며, 삼해소주를 빚는 틈틈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술 빚기 아카데미를 운영해왔다. 삼해소주 공방은 한국 술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도 즐겨 찾는 삼청동 명소로 잘 알려져 왔다.


삼해소주는 삼해소주 아카데미 회원이었던 김현종 대표가 합류하면서 2017년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외부에는 고인과 김현종 대표가 공동대표인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실제 서류상 대표는 고 김택상 명인 혼자였다. 주세법상 민속주인 삼해소주를 만들 수 있는 이가 명인 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김택상 명인 작고 이후 삼청동 삼해소주 공방을 혼자 지키고 있는 김현종 대표를 인터뷰했다. 김 대표는 중국에서 무역업을 하다가 삼해소주 맛에 반해 아카데미에서 술 빚기를 배웠고, 2017년 명인과 함께 삼해소주 법인을 설립했다. 김 명인은 술 제조에 주력했고, 판매를 비롯한 회사 운영은 김 대표가 맡아왔다.


삼해소주 제품들. 맨 오른쪽의 삼해귀주는 알코올 도수가 72.1도다. 사진 삼해소주
삼해소주 제품들. 맨 오른쪽의 삼해귀주는 알코올 도수가 72.1도다. 사진 삼해소주


삼해소주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
“삼해소주를 유일하게 빚을 수 있는 명인이 돌아가셔서 더는 민속주 삼해소주는 만들 수 없게 됐다. 다만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그동안 밑술을 해놓은 술이라든지 생산 도중에 있는 술은 마무리할 수 있다. 일부에서 사재기하지 않는다면 내년 초까지는 종전대로 도매상이나 전통주점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다음부턴 삼해소주를 만들 수 없지 않나.
“그렇지는 않다. ‘민속주 삼해소주’는 당분간 만들 수 없게 되지만, 누구든 지역특산주 면허 취득 절차를 밟아 ‘지역특산주 삼해소주’는 만들 수 있다.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는데 짧으면 4개월, 길면 6개월 정도 걸리는데 민속주 삼해소주가 거의 동이 나는 시점에는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곧 면허 취득 절차를 밟을 작정이다.”


삼해소주라는 이름은 계속 쓸 수 있는지.
“안동에 ‘안동소주’란 이름의 술을 빚는 양조장이 여럿이듯, 삼해소주도 누구나 그 이름을 쓸 수 있다. 특정인이 독점할 수는 없다. 상표등록을 할 수가 없으니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역특산주 면허로 새로 만든 술도 삼해소주란 이름을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삼해소주를 사랑하는 소비자에게는 ‘삼해소주는 계속 만들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명인이 만든 삼해소주 맛을 낼 수 있겠나.
“그 부분은 100% 장담할 수 없다. 다만 5년여 동안 명인 밑에서 술 빚는 것을 배워왔고, 또 실제로 같이 술을 빚어왔기 때문에 맛을 재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앞으로 민속주 삼해소주는 영영 없어지는 건지.
“그렇지 않다.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지정 권한이 있는 서울시가 위원회를 구성해 조만간 삼해소주 기능보유자를 선발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는 명인의 유가족을 비롯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나도 응모할 생각이다. 실제 시연 등의 절차를 거쳐 기능보유자가 선정될 것이다. 선정된 사람은 ‘민속주 삼해소주’를 만들 수 있다. 내가 최종 선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역특산주 삼해소주’는 내가 계속 만들 생각이다.”


새로 양조장을 만드나.
“그동안 파주·안양 등으로 옮겨가면서 양조장을 운영해왔다. 공방이 있는 삼청동은 제조 허가가 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으려면 당연히 서울 안에 양조장을 지어야 한다. 서울 마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인근 고양시에서 생산한 쌀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포로 정한 이유는.
“삼해주가 대량으로 생산된 것은 고려를 거쳐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였다. 지금의 서울 대흥동 일대는 옹기막들이 몰려 있어서 독막골이란 옛 지명을 갖고 있다. 마포나루를 거쳐 거래되는 새우젓을 담아 유통하거나 옹기 자체를 전국에 파는 옹기장이들의 마을이라 옹기 굽는 가마 규모가 거대했다고 한다. 겨울이면 그 가마를 쓸 일이 없어 가마 속에 독을 쌓아 넣고 술을 빚어 익히는 대규모 양조장들이 들어섰다. 삼해소주 전성시대가 마포에서 시작된 역사가 있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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