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주진흥위원회 발족 모임에서 과하주 전문 양조장인 술아원의 강진희 대표가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박순욱 기자

과하주진흥위원회 발족 모임에서 과하주 전문 양조장인 술아원의 강진희 대표가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박순욱 기자


이날 참석자들은 600년이 넘은 과하주의 역사성과 관련, 비슷한 술인 포트와인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세종사이버대학 명욱 교수는 “와인에다 브랜디를 첨가한 주정강화와인인 포트와인이 등장한 것은 백년전쟁 후로서, 포르투갈에서 영국으로 와인을 수송하면서, 술이 상하지 않도록 독주인 브랜디를 일부 넣은 것이 포트와인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최정욱의 와인연구소 최정욱 소장은 “과하주가 정확하게 언제부터 빚어지기 시작한 것인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처럼, 포트와인 레시피가 언제부터 등장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다만, 과하주라는 명칭이 140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백년전쟁(1337~1453년) 직후에 포트와인이 나온 것으로 보아, 과하주가 포트와인보다는 훨씬 앞서 등장했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도 “발효주와 증류주를 혼합한 술 중에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술이 우리 조상들이 만든 과하주”라고 말했다.

과하주는 약주 발효 도중에 알코올 도수 높은 소주를 넣어 발효를 중단시킨 술인 만큼, 알코올로 바뀌지 않은 당분이 많아, 일반 약주보다는 단맛이 강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알코올 도수도 약주(알코올 도수 14도 안팎)보다 높다(과하주의 평균 알코올 도수는 18도). 고문헌 음식디미방에서도 과하주를 ‘달고 매운 술’로 소개하고 있다. 디히방 신재은 대표는 “달고 매운 과하주는 그래서 닭발, 제육볶음 같은 자극적인 맛이 강한 우리 음식과도 대부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15일 한국과하주진흥위원회 모임을 주선한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사진 가운데)이 모임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농촌진흥청 강희윤 박사, 류 소장 오른쪽은 세종사이버대학 명욱 교수. /술아원 제공

15일 한국과하주진흥위원회 모임을 주선한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사진 가운데)이 모임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농촌진흥청 강희윤 박사, 류 소장 오른쪽은 세종사이버대학 명욱 교수. /술아원 제공


이날 참석자들은 과하주가 우리 선조들의 지혜(여름에 술이 상하지 않도록 약주에 소주를 탄 것)가 돋보이는 술임에도 불구하고, 과하주가 지금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한목소리로 표시했다. 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은 “일제 치하에서 단행된 주세령에도 건재했던 과하주는 현재 주세법이 정한 주종 분류에서 아예 제외됐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과하주를 다시 주세법이 인정하는 주종으로 복권시키는 게 옳다”고 말했다. 현재 과하주는 술아원의 경성과하주, 화양의 풍정사계 하, 지시울양조장의 화전일취 백화 18, 김천과하주 등이 시중에 나와 있으나, 약주, 증류식소주에 비해 종류가 많지 않다.

과하주 가격이 3만원대 이상으로 높고, 단맛이 강한 술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개선할 여지가 작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통주 플랫폼 업체인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는 “쌀로 만든 약주에 고급 증류식 소주를 일부 넣기 때문에 과하주는 가격이 비싼 편인데,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저항도 꽤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단맛을 줄인 드라이한 과하주도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강희윤 박사는 “과하주는 요즘 대세인 하이볼로도 만들 수 있고, 비슷한 성격의 술인 포트와인보다는 훨씬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말했다.


과하주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술아원 강진희 대표가 만든 과하주들. 왼쪽 4번째 경성과하주가 육당 최남선이 조선의 명주로 칭한 고급 과하주다. /술아원 제공

과하주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술아원 강진희 대표가 만든 과하주들. 왼쪽 4번째 경성과하주가 육당 최남선이 조선의 명주로 칭한 고급 과하주다. /술아원 제공

이날 열린 한국과하주진흥위원회에서는 과하주 전문 양조장인 술아원의 강진희 대표가 위원장으로 추대됐다. 강진희 대표는 “현재 10여종의 과하주를 출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과하주를 더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다”며 “과하주 시음회를 비롯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세미나 등을 적극적으로 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