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술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가 된다, 전북 완주에 있는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

조회 수 1582 추천 수 0 2016.08.11 13:50:55

술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가 된다,  전북 완주에 있는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

  •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 입력 : 2016.08.11 08:00   

전주를 품은 완주이야기

서울에서 경부, 논산 천안, 그리고 호남고속도로로 달리기를 약 2시간 30분, 충남 논산을 지나면 전북의 초입인 완주와 전주를 만나게 된다. 완주와 전주를 하나로 설명한 이유는 두 지역의 문화적, 지리적 교집합이 특별하기 때문인데, 마치 경기도가 서울을 감싸고 있듯, 완주 역시 전주를 동서남북으로 감싸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완주는 전주를 지키는 역할을 했다. 전주는 후백제 견훤의 도읍지였으며, 태조 이성계의 시조를 배출한 걸출한 지역이다. 실례로 조선 태종 7년에 세워진 완주의 위봉산성은 이성계의 어진을 봉안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동학농민혁명 때 전주성이 점령되자 영정과 위패는 산성 안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러한 깊은 역사를 가졌기 때문일까, 전주와 완주는 한국을 대표할 정도의 유명 음식과 지역 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술은 조선 3대 명주라 불리는 전주 이강주, 대한민국 유일 승려가 빚는 송화백일주 그리고 한국의 대표 해장술, 콩나물국밥과 같이 마시는 전주 모주 등은 전통주 마니아가 아니라도 잘 알려진 지역 문화이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지역이니, 당연히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을 터. 오늘은 5만점의 술 유물이 모여있는 곳, 전주를 품은 완주의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이하 술 테마박물관)’을 소개해 본다.

완주군 도립공원 모악산의 전경. 정상에서는 멀리 김제평야와 전주, 완주 시내까지 볼 수 있다. 출처 완주군청
전주를 지나 완주 끝자락에 있는 고즈넉한 시골 풍경 속 대한민국 술 테마 박물관
‘술 테마 박물관’이 위치한 곳은 완주군 구이면. 완주의 가장 남쪽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으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며, 치즈로 유명한 임실군과는 30분 거리에 있다. 유명한 것은 정상에서 전주 시내와 김제평야가 다 보이는 모악산(795m),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나온 물이 모이는 ‘구이 저수지’가 ‘술 테마 박물관’에 가까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 접해있다 보니, 가는 길은 산과 논, 그리고 그것을 품은 자연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IC로 빠져 나와 있는 흔한 도심의 길이 아니다. 오히려 완주의 고즈넉한 시골풍경이 솔솔 들어오는 길에 있다. 술 빚는 곳만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술 박물관조차도 자연 속에 있는 것이다.

완주 술 테마박물관의 전경. 하늘에서 보면 물 방울이 퍼지는 모습으로 건축되었다
물 방울 같은 모양의 건축 디자인, 널리 퍼지는 모습은 술 방울
‘술 테마박물관’의 모습은 물이 떨어져 확산되는 모습. 마니아들이 보기에는 술이 떨어지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입구를 향해 걸어가면 고즈넉한 항아리와 잔디를 지나 큰 계단을 만나게 된다. 5만 점의 술 유물이 있는 만큼 여기도 저기도 술 빚는 도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통해 3층의 수장형 유물 전시관에는 술 빚는 모습과 더불어 1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술병과 라벨 디자인, 관련 고서적, 그리고 다양한 유물을 만날 수 있다.

해방 전후의 소주 레이블. 안동소주의 레이블도 보인다/일제 강점기 및 해방전후기 시절의 청주 레이블. 모두 일본 사케의 디자인을 답습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청주 레이블을 통한 슬픈 역사의 모습
이곳에서 볼 수 있었던 특별한 콘텐츠는 1930년대 전 후반의 청주 레이블. 언뜻 보면 모두 일본의 사케 레이블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한글이 살짝 보이거나, 또는 지역 명이 한국이다. 한국에서도 청주라는 단어를 썼지만, 실질적으로 일제 강점기 시절을 거친 청주의 모습은 사케를 답습하기만 했다. 그 자본 역시 일본에서 들어오다 보니 디자인은 일본의 사케와 다를 바 없었다. 이렇다 보니 지금도 전통의 밀 누룩 방식으로 청주를 만들면 청주란 이름을 쓰지 못한다. 청주는 누룩조차도 쌀이 중심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의 청주에 대한 주세법과도 유사하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문화와 제약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것이다.

1980년대의 막걸리 포스터. 모델들의 패션을 통해서도 당시의 시대상을 볼 수 있다/막걸리의 도수제한에 대한 포스터. 이때는 알코올 함유량 8%로 다시 변경되었다는 내용. 지금은 최소 알코올 함유량 1.5%에서 최대 19%까지 출시되고 있다
애잔한 시절의 막걸리 포스터, 당시 시대상 그대로 보여줘
시대가 바뀌어가며 뭐든지 혁신을 통한 대변혁을 추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만들어온 문화를 뒤돌아보는 시대로 바꿔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전시작품을 통해 애잔한 우리 근대 역사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전시물도 많다. 전주에 있던 옛 양조장 모습의 재현이라든지, 대폿집, 한약방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1980년대의 막걸리 포스터는 당시의 세련된 남성의 패션과 한복을 입은 여성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진다. 또 다른 막걸리 포스터는 막걸리의 도수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려준다. 지금은 쌀로 막걸리를 빚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시만 해도 쌀로 막걸리를 빚으면 불법이었다. 그래서 막걸리는 순곡이라 표현하면서 괄호에 밀가루란 것을 꼭 강조한다. 지금이야 쌀이 많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쌀로 자급자족을 못 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려주고 있다. 막걸리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로 연결되는 것이다.

8월의 시음주인 면천두견주, 경주교동법주, 문배술. 술 테마박물관 시음장에서 촬영. 모두 고가의전통주이다. 출처 완주군청
매달 바뀌는 고급 전통주의 시음행사, 매달 찾아가는 매력 있어
일반적으로 박물관은 한번 방문하면, 한참 후에나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곳은 매월 한번은 방문할만한 가치가 있다. 이유는 매달 시음주가 달라지기 때문. 특히 8월에는 중요무형문화재 경주 최씨 가문 전통주인 경주교동법주, 진달래 빛이 그대로 살아있는 면천두견주 그리고 남성미 넘치는 드라이한 맛을 뽐내는 문배주 등을 시음할 수 있다. 모두 직접 구매해서 마셔보려면 가볍게 10만 원 가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단돈 2,000원이면 입장까지 무료로 시음이 진행된다. 게다가 9월 말까지는 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면 이것 조차도 무료가 된다.

전주 시내에 있던 용진 주조장의 재현모습. 자전거로 막걸리를 배달하는 모습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술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
술은 한편으로는 역사의 뒤편에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의 큰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윗세대에 어떻게 전달이 되었고, 그를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꿨는지, 술 역사를 통해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 쌀의 자급자족을 못 해서 수입밀가루로밖에 못 만들던 힘들었던 아버지 시대, 청주 역시 우리 전통주라 부르지 못하는 시절,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지 못하는 이 아픈 현실을 보면, 결코 술의 역사가 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우리의 삶, 나아가서는 우리의 정체성과도 연결이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전주를 품고 있는 완주 ‘술 테마박물관’을 방문해보면 어떨까?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처럼 너무 화려하지도, 엄청나지도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의 삶을 이뤄왔던 구석구석의 요소는 발견할 수 있다. 소박한 삶 속에서 맛있는 막걸리를 발견한 것처럼.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경남 산청군 '규제개혁 제안 공모제' 가시적인 성과

경남 산청군 '규제개혁 제안 공모제' 가시적인 성과 ·기사등록 일시 [2016-09-05 11:25:53] ·산청-뉴시스 정경규 기자 郡, 식약처 건의…관련법 개정 예정 경남 산청군이 지난 2월부터 추진한 ‘규제개혁 제안 공모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전망이다. 지역 중소...

  • 누룩
  • 2016-09-06
  • 조회 수 723

전통주 산업 속에 녹아 있는 일본식 양조용어들

전통주 산업 속에 녹아 있는 일본식 양조용어들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입력 : 2016.08.25 10:42 최근에 어느 한 유명 연예인이 일본 제국주의를 상장하는 깃발 모양이 들어간 사진을 자신이 SNS에 올렸다가 상당히 문제가...

  • 누룩
  • 2016-08-31
  • 조회 수 1739

백화점 '김영란 세트'는…차·전통주·육포

백화점 '김영란 세트'는…차·전통주·육포 심우섭 기자 심우섭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입력 : 2016.08.18 10:42 ...

  • 누룩
  • 2016-08-24
  • 조회 수 1134

아재 술 '막걸리', 젊은 변화로 여성 입맛까지 사로잡아

아재 술 '막걸리', 젊은 변화로 여성 입맛까지 사로잡아 홍광표 기자 (adhkp@ajunews.com) | 등록 : 2016-08-17 08:46 | 수정 : 2016-08-17 08:46 아주경제 홍광표 기자 = 최근 대중문화 속 유행 키워드는 젊은 감각과 ...

  • 누룩
  • 2016-08-17
  • 조회 수 1034

술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가 된다, 전북 완주에 있는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

술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가 된다, 전북 완주에 있는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입력 : 2016.08.11 08:00 전주를 품은 완주이야기 서울에서 경부, 논산 천안, 그리고 호남고속도로로 달리기를 약 2시간...

  • 누룩
  • 2016-08-11
  • 조회 수 1582

[경제] 집에서 가볍게 한잔… 가정용 주류가 뜬다 file

[경제] 집에서 가볍게 한잔… 가정용 주류가 뜬다 게재 일자 : 2016년 08월 04일(木) 김영란법까지… 유흥시장 위축 과일 맥주·탄산주 등 쏟아져 오는 9월 말로 예정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김영란 법) 시행으로 주류 시장이 요동칠...

  • 누룩
  • 2016-08-08
  • 조회 수 1128

소규모주류제조면허가 맥주에 이어 탁주, 약주, 청주로 확대...위생.안전 관리소홀 우려

소규모주류제조면허가 맥주에 이어 탁주, 약주, 청주로 확대...위생.안전 관리소홀 우려소규모주류 제조자 대상 '안전한 주류 제조를 위한 위생관리 기준' 책자 발간최경민 기자l -->승인2016.07.29 14:59:21 트위터 페이...

  • 누룩
  • 2016-08-04
  • 조회 수 1532

국세청...주류 통신판매자, 주류 통신판매 수단, 주류 통신판매자 준수사항 등 발표

국세청...주류 통신판매자, 주류 통신판매 수단, 주류 통신판매자 준수사항 등 발표국세청,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최경민 기자l -->승인2016.07.30 12:59:42 트위터 페이스북 --> ...

  • 누룩
  • 2016-08-04
  • 조회 수 3813

우리 술 '막걸리' 글로벌 기준 만든다

우리 술 '막걸리' 글로벌 기준 만든다농식품부, 오는 9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아시아지역조정委 '막걸리 신규 규격' 제안키로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입력 : 2016.07.27 14:54 닫기 ...

  • 누룩
  • 2016-07-28
  • 조회 수 1727

2016 전통주 시장 현황과 전망을 보다. file

우리나라 주류시장은 매출액 기준 2010년 8조원을 넘어 2014년 9조원을 돌파했다. 2010년대비 13.7% 정도 상승했고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9조원의 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0.5%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도 넘지 않는다. ...

  • 누룩
  • 2016-07-26
  • 조회 수 7753

[화제의 인물]막걸리에 취한 한의사, 안병수 '산수' 대표

[화제의 인물]막걸리에 취한 한의사, 안병수 '산수' 대표 입력시간 | 2016.07.19 14:22 | 박경훈 기자 view@ 한의사 겸 전통주 제조 회사 대표 안병수 ‘발효 한약’ 연구하다 누룩·전통주 공부에 빠져 주말 주택 찾아 나선 홍천 땅에 반해 양조장 차려 프리미엄...

  • 누룩
  • 2016-07-20
  • 조회 수 2502

국세청, 전통주 활성화 ‘통신판매 확대·판매량 제한 폐지’

국세청, 전통주 활성화 ‘통신판매 확대·판매량 제한 폐지’무자료거래, 불법 리베이트 수수, 가짜양주 유통 등 문란행위 단속 강화 전통주 통신판매 수단 확대, 판매수량 제한 폐지 등 전통주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이 마련됐다. 국세청...

  • 누룩
  • 2016-07-19
  • 조회 수 1611

라벨을 보면 막걸리가 보인다! 문화적 가치를 담은 막걸리 라벨 3선

라벨을 보면 막걸리가 보인다! 문화적 가치를 담은 막걸리 라벨 3선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입력 : 2016.07.14 08:00 식음료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며 종이컵으로 자판기 커피를 마시던 시대에서 ...

  • 누룩
  • 2016-07-14
  • 조회 수 1754

우리 술과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 ‘16년‘찾아가는 양조장’6개소 신규 선정

우리 술과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 ‘16년‘찾아가는 양조장’6개소 신규 선정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양조장을 체험 관광과 연계한 지역 명소로 육성, 6차산업화 견인최경민 기자l -->승인2016.07.06 09:27:28 트위터 페이스북...

  • 누룩
  • 2016-07-12
  • 조회 수 934

이런 자리에 생맥주, 내달부터 됩니다

이런 자리에 생맥주, 내달부터 됩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6.07.08 00:01 수정 2016.07.08 10:23 | 경제 1면 지면보기 기자 하남현 기자 ‘애주가’ 김진환(37)씨는 치킨집이나 중국음식점에 배달을 시킬 때마다 맥주·고량주를 같이 주문한다. 김씨는 이런 행위...

  • 누룩
  • 2016-07-08
  • 조회 수 109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