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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곡차 문화를 이어오다, 완주 수왕사의 송화백일주

조회 수 1619 추천 수 0 2016.05.12 17:28:06

사찰의 곡차 문화를 이어오다, 완주 수왕사의 송화백일주

  •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mw0422@chosun.com                  


입력 : 2016.05.12 09:00


인류의 역사 속에서 종교적인 색채가 가장 강했던 음료가 하나 있다. 중세 이후 유럽의 수도원에서 미사용으로 빚어졌으며, 일본 신사에서는 제사 및 봉납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사찰에서 곡차문화로 이어져 온 음료, 바로 술이다. 특히 프랑스 샹파뉴 지역을 원조로 하는 샴페인, 그 중에서도 1668년 피에르 페리뇽(Pirre Perignon)이라는 수도사의 이름을 딴 돔 페리뇽(Dom Pérignon)은 고급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종교기관이라는 의미에서 프랑스의 수도원과 같았던 한국의 사찰에서는 어떤 술을 빚었을까? 오늘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승려가 빚는 술, 물이 풍부하고 좋다는 전북 완주 모악산(母岳山 793m) 자락의 수왕사(水王寺)에서 시작한 송화백일주(松花百日酒)를 직접 방문하였다.

모악산 자락에서 솔잎을 따고 참선 중인 조영귀 명인
수도원에서는 미사용으로, 사찰에서는 무슨 이유로?
유럽의 수도원에서 본격적으로 와인을 만든 것은 로마가 붕괴하면서라고 전해진다. 광활한 포도밭을 수도원이 관리하게 되고, 미사에 쓰일 와인도 자연스럽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 보니 수도원의 수도승은 당시 최고의 와인 기술자가 되기도 한다. 한국의 사찰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그 중 하나가 고산지대에 지어진 사찰의 경우 승려들의 건강문제였다. 바로 기압차이에 의한 고산병이 발병했기 때문인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소나무 꽃을 이용하여 곡차(穀茶)를 빚어 마셨다는 기록이 송화백일주가 전해지는 ‘수왕사 사지’에 기록되어 있다.

곡차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조선 중기의 유명 승려인 진묵대사(震默大師)의 기록이다. 호탕한 성격으로도 잘 알려진 진묵대사가 수왕사에 머물면서 곡차라 하면 마시고, 술이라 하면 마시지 않는다고 수왕사 사지에 기록되어 있는 것. 이 뜻은 술을 차와 같이 음미하며 천천히 마신다면 차가 될 것이나, 취하기 위해 마시기만 한다면 그것은 술이 된다 라고 풀이된다. 절에서는 술이 금기였지만, 닫힌 기를 돌리는 약이었던 동시에 차와 같은 역할도 한 것이다.

솔잎을 따기 위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 농약을 쓰지 않은 특별한 소나무 솔잎으로만 채취해야 한다
현존하는 유일한 승려의 술 송화 백일주. 농식품부 식품명인 제1호
현재 송화백일주를 만드는 사람은 농식품부 식품명인 조영귀 씨. 벽암 스님으로도 불리는 그는 불교에 귀의한 종교인으로 현재 수왕사의 주지스님이다. 12살에 출가하여 17살에 수왕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 수왕사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송화백일주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진문대사의 열반 기일제에 송화백일주가 쓰이게 된다. 이러한 문화적인 것을 인정받아 1994년도에는 식품명인 1호로 지정, 2013년도에는 전북 무형문화재로 6-4호로 지정이 된다.

송홧가루, 솔잎, 오미자, 산수유, 누룩, 찹쌀, 멥쌀 등 사찰의 곡차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늦봄에 채취하는 송화, 늦가을에 채취하는 솔잎. 증류 후 1년에서 3년 숙성

송화백일주는 이름 그대로 송화를 넣은 술에 100일 이상을 숙성하는 술이다. 송화는 늦봄에 채취하며, 솔잎은 수분이 빠진 가을에 채취한다. 이 송화를 채취하기 위해 송화백일주 벽암스님과 전수자인 조의주 씨, 그리고 전수 보조인 조민수 씨까지 모두 동원된다. 특히 송화는 포대로 10자루정도의 솔잎과 송절을 채취해야 겨우 한 봉지 정도의 송화만 나오기 때문이다. 일부러 외부 인력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농약을 쓰지 않은 좋은 소나무를 찾아야 하며, 그리고 그것을 아는 사람은 빚는 이 자신과 전수자 조의주 씨 정도라고 말한다. 이렇게 힘들게 채취한 솔잎과 송절을 물에 풀면 송홧가루가 뜨게 되고, 그것을 채취하여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송화와 솔잎, 산수유, 오미자를 넣어 송화죽을 끓여 1차 발효를 하고, 이후 찹쌀과 멥쌀넣어주며 최종 4번의 발효를 통해 청주가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청주를 증류한 후에 다시 한 번 송화, 솔잎, 산수유, 오미자를 넣고 1년에서 3년 숙성을 시키면 송화백일주라는 술이 완성된다. 색은 송홧가루가 주는 황금색, 향은 솔잎이 주는 청아함, 목 넘김은 알코올 도수 38도라는 묵직함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솔잎에서 채취한 송홧가루. 이렇게 천에 걸린 후 말린다. 10포대의 솔잎에서 약 200,300g의 송화밖에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 약재와 쌀가루, 누룩을 넣고 송죽을 만들어 초기 발효단계로 들어간다/송화백일주의 색. 송화와 오미자, 산수유의 색을 잘 담았다/송화백일주. 출처 인사동 전통주 갤러리
한 모금의 힘은 한잔의 정신이고 문화
송화백일주의 전수사인 조의주 씨는 송화백일주는 많이 마시는 술이 아니라 전한다. 단순히 도수가 높고 낮음을 떠나, 한 모금 속에 수왕사가 가진 정신과 문화, 그리고 지역의 역사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한 모금, 한 잔만으로 곡차의 소임을 다 할 수 있다고 말을 한다. 어쩌면 곡차의 의미를 설명한 진묵대사가 원하는 곡차의 문화, 그대로를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돔 페리뇽을 안다면, 완주 송화백일주도 알아야

사찰에서 빚어지는 송화백일주를 소개하기에 앞서 프랑스의 수도원에서 유래가 되었다는 돔 페리뇽에 대한 언급을 간단히 했다. 이는 프랑스뿐만이 아닌 인류의 역사 속에서 종교기관이 어떻게 술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며, 한편으로는 역사를 가진 민족과 국가가, 인류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생활이 서양화되면서 정작 우리 것은 잊고 여전히 외국의 것만 답습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서양의 수도원에서 시작한 와인은 알면서 우리의 사찰에서 유래한 전통주는 모른다면, 정작 내 모습은 보지 못하고 남의 모습만 보는 것이 된다. 돔 페리뇽을 모를 수도 있고, 송화백일주도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서양의 수도원에서 유래한 와인을 안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는 문화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계절을 가려가며, 직접 솔잎을 채취, 송화를 얻어내 송화죽을 만들고, 몇 번이고 발효시켜 청주와 증류주를 거쳐 만들어 지는 송화백일주. 한 모금과 한잔으로 곡차의 소임을 다한다는 사찰의 문화. 이런 것을 통해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문화의 깊이, 그리고 다양성을 느끼게 해 주는 매력 있는 전통주, 본질을 찾아가는 지금의 문화 시장 속에서 더욱 알려져야 할 우리의 술이 전통주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 멋진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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