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프레시안] “전통누룩을 살려야 전통주가 살아난다”

조회 수 1553 추천 수 0 2019.06.24 13:03:57

▲전통주 풍정사계를 빚는 이한상 농업법인 화양 대표.ⓒ프레시안(김종혁)
 

“전통주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통누룩 제조법을 연구하는 누룩연구소 설립이 꼭 필요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시 한미정상회담 국빈 만찬주로 화제가 된 전통주 ‘풍정사계 춘’을 빚은 농업법인 화양의 이한상 대표의 첫마디에는 전통누룩 계승에 대한 의지가 가득했다.

소비자에게 다소 낯선 감이 있는 듯 하지만 이 대표가 빚는 ‘풍정사계’는 한미정상회담 만찬주로 선택된 이후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렸고 무엇보다 전통누룩에 의한 전통주의 가치를 드높였다는 평이다. 

풍정사계는 이 대표의 고향인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의 단풍나무 우물(싣우물)이란 뜻의 풍정이라는 마을이름에 4가지 전통주를 춘·하·추·동으로 분류한 것이다. 

누구나 전통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맥이 살아 숨 쉬는 전통을 이어 받고 보존하며 다시 이어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전통누룩을 직접 만들어 ‘풍정사계 춘·하·추·동’을 빚는 이 대표를 만나 술 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레시안 : 트럼프 대통령 만찬주로 알려지면서 많은 조명을 받게 됐는데 소감은?

이한상 : 술을 빚은 지 불과 3년 만에 국빈만찬주에 오른 것이 영광이자 설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갔을 때 1명에 180만 원하는 술이 만찬주로 올랐다는데 풍정사계 ‘춘’이 우리나라 술을 대표해서 그 자리에 올랐다는 것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

다만 더 좋은, 더 완전한 술을 내 놓고 싶은 아쉬움이 설움으로 남았다.

이 대표는 아쉬움을 넘어 설움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는 전통주에 그의 깊은 자존심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말이다. 항아리 속에서 술이 익듯이 풍정사계의 맛과 품격은 계속 익어가는 중이다. 

프레시안 : 풍정사계의 탄생 과정은? 

이한상 : 2015년 1월 풍정사계 ‘춘’이 최초로 출시됐다. 이어 2016년 우리술품평회 증류식소주 부문에서 풍정사계 ‘동’이 최우수상을 받으며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7년 우리술품평회 약주·청주 부문 대상에 이어 그해 한미 정상회담 만찬주로 선택됐다.

제품을 출시한지 불과 3년 만에 전통주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프레시안 : 풍정사계가 전통주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

이한상 : 한마디로 전통누룩이다. 전통주는 쌀과 물, 그리고 누룩으로 만들어지는데 좋은 쌀과 좋은 물은 구하는 것이지만 좋은 누룩은 어떻게 제조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제 강점기 들어온 일본식 누룩인 ‘입국’을 사용한다. 일본식 누룩은 고두밥이라고 하는 찐쌀에 종균을 입히는 방식이고 전통누룩은 생밀을 빻아서 틀에 넣고 디딘 후(밟은 후) 걸어놓으면 자연 발효되는 차이점이 있다.

우리의 전통누룩은 예전에 할머니가 빚던 술의 맛, 향, 빛깔이 살아있다.

프레시안 : 전통누룩은 어디서 전수 받았나? 

이한상 : 전에 사진관을 할 당시 경주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교동 법주’를 맛을 봤는데 이전에는 맛보지 못한 느낌이었으며 지금도 첫 맛이 기억이 날 정도로 강렬했다.

경주 최부자집의 술인 ‘교동법주’는 당시 가문의 한 사람이 궁궐의 수라간에서 술 만드는 법을 배워 경주지역에서 빚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그러다가 전통주와 전통누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2006년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우리 술과 누룩 만드는 법을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시작하게 됐다.

프레시안 : 결국 전통누룩으로 전통주를 빚어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은 어떠한가?

이한상 : 현재 아쉬운 점은 전통누룩 제조법이 계량화, 과학화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초기에 전통누룩을 배우고 싶어 기관과 학교, 연구소 등을 찾아 다녔지만 대부분 일본식 누룩인 ‘입국’만 가르치더라. 

그러나 ‘입국’으로 만든 술은 맛이 다르다. 교동법주를 마신 첫잔의 감흥이 없다. 그래서      전통누룩 제조하는 방법이 많이 알려져야 제대로 된 전통주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통누룩으로 빚은 세계적인 술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술은 한식의 꽃이다. 한식이 세계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전통 누룩으로 빚은 술이 한식 상차림의 화룡정점이 됐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전통누룩 만드는 법을 알리고 보존하는 방법은?

이한상 : 술은 누룩 노름이다. 술의 맛과 빛깔, 도수 등을 모두 누룩이 결정한다. 전통주를 세계화하려면 전통누룩 만드는 법을 체계화 시켜야 하는데 이는 개인적인 전수 등의 노력으로는 부족하고 ‘전통누룩연구소’를 설립해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교육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동군의 경우 와인연구소를 중심으로 수많은 와인생산자들이 고품질 와인을 만들고 있다. 맹동의 수박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어느 한 지역에 누룩연구소를 설립하고 전통 누룩 제조법을 교육시킨 후 개인이나 작은 회사들이 양조장을 설립해 전통주를 만들어 낸다면 지역특화 상품으로 최적이다. 충남 서천의 한산면에서는 지역특산품인 소곡주를 가가호호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예로부터 남부지방은 안동소주, 이강주, 홍주 등 소주를 많이 만들었고 충청권 등 중부지방에서는 소곡주, 백일주, 두견주, 청명주 등 약주를 많이 만들었다. 청주의 신선주도 훌륭한 약주다. 

그래서 국토의 중심부인 충청권의 한 자치단체가 누룩연구소를 설립하고 많은 지역민들이 전통주 제조법을 배워 술을 빚는다면 이는 또 하나의 새로운 지역특산품을 만드는 것이고 소득도 뒤 따를 것으로 본다. 자치단체 등 기관의 폭 넓은 지원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풍정사계 자랑보다는 전통누룩의 가치에 대해 더 많이 강조했다. 아울러 누룩연구소가 세워져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전통주를 만들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커 보인다 
 
▲전통주 풍정사계 춘·하·추·동.ⓒ프레시안(김종혁)
 


프레시안 : 전국적으로 호평 받고 있는 풍정사계를 소개해 달라?

이한상 : 풍정사계 ‘춘’은 찹쌀과 전통누룩인 향온곡으로 빚은 15도짜리 약주다. 약 100일간 숙성했으며 전통누룩의 향과 배꽃, 메밀꽃, 어린 사과향이 난다.

‘하’는 법주 발효중 증류주를 첨가해 저온 숙성한 18도의 과하주다. 이어 ‘추’는 설기로 밑술한 탁주로 발효후 저온 숙성해 12도의 맛을 낸다.  

‘동’은 설기로 밑술한 법주를 증류후 1년 이상 장기 숙성한 중류식소주로 25도와 42도 두 가지가 생산된다. 춘·하·추가 약 2개월의 유통기한인 반면 동은 오래 묵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프레시안 : 현재 주문량을 다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 확장 계획은?

이한상 : 제조 과정이 100일 숙성에서 나타나듯 현재 시설에서 1주일에 생산할 수 있는 량이 300병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때로 주문량이 밀리곤 해서 대량생산 하라는 얘기도 많은데 아직까지는 전통누룩을 고집하며 품질을 지키고 싶다. 

그래서 ‘춘’은 더욱 깊은 맛을 내는 전통주로 생산하고 유효기간이 길고 익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동’의 생산을 늘려 외국의 술처럼 오래 묵은 술이 더욱 가치를 발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동’은 수출 등 세계화를 염두에 두고 본격적으로 생산해볼 계획이다.

한미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 만찬주로 선택 받을 만큼 품질 인증을 받았지만 이 대표는 아직도 판매보다는 품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통을 지킨다는 고집이 어쩌면 풍정사계의 그윽한 술맛이 아닐까 싶다. 

마침 다음 달 즈음이면 이 대표가 정성스럽게 빚는 때다. 그는 1년 치 풍정사계를 빚을 량만큼의 전통누룩을 매년 7월 즈음에 손수 빚는다. 그 옛날 할머니 냄새 같고 배꽃, 메밀꽃, 어린 사과향이 나는 누룩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news043@naver.com

출처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45036&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09T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기다림으로 만들어지는 발효 미학 자연식초

우리나라의 전통식초는 유럽의 발사믹식초나 일본의 흑초에 버금가는 다양한 유기산과 영양소를 품고 있는 식품이다. 발효에서 숙성까지 잊힌 전통식초 제조법을 바탕으로 식초를 만들고 있는 ‘초산정’ 한상준 대표가 처음 식초를 만난 때는 12년 전이다. ...

  • 누룩
  • 2014-01-22
  • 조회 수 4311

[조선비즈] [박순욱의 술기행](73) “좋은 누룩이 좋은 술 만든다.” 입증한 한영석 청명주 file

입력2022.04.27. 오전 11:21 수정2022.04.27. 오후 12:47 전북 정읍,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한영석 대표, 신제품 청명주 출시 60일 자연발효 누룩에 60일 저온발효, 30일 술 숙성한 덕분에 ‘맑은 산미’가 일품 가벼운 단맛, 푹 익은 사과즙 마시는 느낌…쌀 침...

  • 누룩
  • 2022-04-29
  • 조회 수 4287

캬아~ 막걸리 감칠맛 비결은 ‘유기산-글루탐산 황금비율’ file

하루 종일 지루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 생각나는 것은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 긴 장마가 끝나고 작열하는 태양 밑에서 종일 땀을 흘리고 나면 적당한 거품이 올라와 잔 밖으로 넘치는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렇듯 막걸리와 맥주는 그야말로 ‘...

  • 누룩
  • 2013-08-14
  • 조회 수 4221

[세계일보] 주류전문가 명욱이 내다본 2021 술 트렌드…“홈술 강세에 전통주 날아오를 듯” file

입력 : 2021-01-01 03:00:00 수정 : 2020-12-31 12:48:42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는 2021년에도 이어지고, 더 성장할 거 같습니다. 단순히 많이 마신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술을 마시는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류 문화 칼럼...

  • 누룩
  • 2021-01-04
  • 조회 수 4109

맥주가 없었으면 피라미드도 없었다? [1]

많은 이들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우리는 맥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프레시안>은 맥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맥주에 대해 몰랐던 사실, 한국 맥주 산업의 현주소, 맥주가 갖는 다양한 의미들을 짚는 기획이다. 시쳇말로...

  • 누룩
  • 2013-04-24
  • 조회 수 4103

서울 4대 명주 - 삼해약주·향온주·송절주·삼해소주

서울 4대 명주를 만드는 명인들이 술과 어울리는 안주를 함께 냈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사람들에게 '서울의 술이 있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을 못합니다. 하지만 서울에는 훌륭한 술이 네 가지나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가회동 북촌민예...

  • 누룩
  • 2013-12-26
  • 조회 수 4085

(위기의 막걸리산업①)올해 수출 8천만달러?..10년來 최저치 전망

일본 의존도 지나치게 높아..정부, 수출다변화 대책 사실상 '전무' 입력 : 2012-09-11 오후 4:51:00 [뉴스토마토 오세호기자] 정부가 올해 막걸리 수출액 8000만달러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막걸리 수출은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

  • 누룩
  • 2012-09-12
  • 조회 수 4023

한국에서 수제 맥주 만들고 있는 미국인 삼총사

/*기사 본문 유형별 포토 팝업 탭 div*/ a.pop_btn_mov { width:90px; height:90px; display:block; position:absolute; top:50%; left:50%; margin-top:-45px; margin-left:-45px; background: url(http://image.chosun.com/cs/article/2012/type_mov_onoff...

  • 누룩
  • 2013-05-28
  • 조회 수 3987

경고 받은 브라질 맥주맛 아이스크림 광고 [2]

브라질 맥주맛 아이스크림 광고가 경고 조치를 받았다고 27일 호주 매체 뉴스닷컴 등 외신들이 전했다. 브라질 광고 감독 기관이 양조사의 맥주맛 아이스크림 광고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했다. 비정부 기관인 브라...

  • 누룩
  • 2013-03-27
  • 조회 수 3970

[4월29일] 막걸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찾아

대한민국 막걸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막걸리수을길 이번에는 우리술의 대표코드인 막걸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해 보는 수을길로 과거 막걸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했던 포천 일동, 이동 막걸리를 찾아 양조장...

왕의 술, 아황주의 맥을 잇는 최행숙전통주가 file

왕의 술, 아황주의 맥을 잇는 최행숙전통주가 '최행숙전통주가' 최행숙 대표 막걸리를 중심으로 우리 전통주의 매력에 빠지는 세계인들이 늘고 있다. 이에 공장에서 대량 생산도 진행되고 있지만 전통주조방식을 고집하는 전통주가들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 약손
  • 2012-09-27
  • 조회 수 3925

[설 선물 / 주류] 전통주, 차례용·선물용으로 ‘딱’

71년 전통 차례주 - 백화수복 저온발효 수제 청주 - 설화 차례음식과 찰떡궁합 - 예담 국순당 ‘예담’(왼쪽), 롯데주류 ‘백화수복’ 설 같은 명절에는 차례상에 오르는 전통주가 선물세트용으로 가장 각광 받는다. 전통주는 차례 후 음복(...

  • 누룩
  • 2015-02-05
  • 조회 수 3845

대한민국 최대 전통주 품평회 '2012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대한민국 주류 품평회 중, 최고의 권위와 규모를 자랑하는 품평회가 있다. 바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최하고, ‘한국전통주진흥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가 그것이다. 2007년부터 이름을 달리하여 시작한 이 품평회는 2010년 ‘우리술 품평회’...

  • 누룩
  • 2012-10-16
  • 조회 수 3840

국세청...주류 통신판매자, 주류 통신판매 수단, 주류 통신판매자 준수사항 등 발표

국세청...주류 통신판매자, 주류 통신판매 수단, 주류 통신판매자 준수사항 등 발표국세청,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최경민 기자l -->승인2016.07.30 12:59:42 트위터 페이스북 --> ...

  • 누룩
  • 2016-08-04
  • 조회 수 3829

<사람들> 1세대 전통주 소믈리에 전진아씨

1세대 전통주 소믈리에 전진아씨 (수원=연합뉴스) 농촌진흥청 소속 연구원 전진아(27·여)씨는 지난 2011년 제2회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에 출전, 국가대표부문 금상을 받고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씨는 지난 2년간 대학 특강 등 활...

  • 누룩
  • 2013-02-21
  • 조회 수 376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