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전통누룩을 살려야 전통주가 살아난다”

조회 수 195 추천 수 0 2019.06.24 13:03:57

▲전통주 풍정사계를 빚는 이한상 농업법인 화양 대표.ⓒ프레시안(김종혁)
 

“전통주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통누룩 제조법을 연구하는 누룩연구소 설립이 꼭 필요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시 한미정상회담 국빈 만찬주로 화제가 된 전통주 ‘풍정사계 춘’을 빚은 농업법인 화양의 이한상 대표의 첫마디에는 전통누룩 계승에 대한 의지가 가득했다.

소비자에게 다소 낯선 감이 있는 듯 하지만 이 대표가 빚는 ‘풍정사계’는 한미정상회담 만찬주로 선택된 이후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렸고 무엇보다 전통누룩에 의한 전통주의 가치를 드높였다는 평이다. 

풍정사계는 이 대표의 고향인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의 단풍나무 우물(싣우물)이란 뜻의 풍정이라는 마을이름에 4가지 전통주를 춘·하·추·동으로 분류한 것이다. 

누구나 전통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맥이 살아 숨 쉬는 전통을 이어 받고 보존하며 다시 이어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전통누룩을 직접 만들어 ‘풍정사계 춘·하·추·동’을 빚는 이 대표를 만나 술 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레시안 : 트럼프 대통령 만찬주로 알려지면서 많은 조명을 받게 됐는데 소감은?

이한상 : 술을 빚은 지 불과 3년 만에 국빈만찬주에 오른 것이 영광이자 설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갔을 때 1명에 180만 원하는 술이 만찬주로 올랐다는데 풍정사계 ‘춘’이 우리나라 술을 대표해서 그 자리에 올랐다는 것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

다만 더 좋은, 더 완전한 술을 내 놓고 싶은 아쉬움이 설움으로 남았다.

이 대표는 아쉬움을 넘어 설움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는 전통주에 그의 깊은 자존심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말이다. 항아리 속에서 술이 익듯이 풍정사계의 맛과 품격은 계속 익어가는 중이다. 

프레시안 : 풍정사계의 탄생 과정은? 

이한상 : 2015년 1월 풍정사계 ‘춘’이 최초로 출시됐다. 이어 2016년 우리술품평회 증류식소주 부문에서 풍정사계 ‘동’이 최우수상을 받으며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7년 우리술품평회 약주·청주 부문 대상에 이어 그해 한미 정상회담 만찬주로 선택됐다.

제품을 출시한지 불과 3년 만에 전통주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프레시안 : 풍정사계가 전통주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

이한상 : 한마디로 전통누룩이다. 전통주는 쌀과 물, 그리고 누룩으로 만들어지는데 좋은 쌀과 좋은 물은 구하는 것이지만 좋은 누룩은 어떻게 제조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제 강점기 들어온 일본식 누룩인 ‘입국’을 사용한다. 일본식 누룩은 고두밥이라고 하는 찐쌀에 종균을 입히는 방식이고 전통누룩은 생밀을 빻아서 틀에 넣고 디딘 후(밟은 후) 걸어놓으면 자연 발효되는 차이점이 있다.

우리의 전통누룩은 예전에 할머니가 빚던 술의 맛, 향, 빛깔이 살아있다.

프레시안 : 전통누룩은 어디서 전수 받았나? 

이한상 : 전에 사진관을 할 당시 경주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교동 법주’를 맛을 봤는데 이전에는 맛보지 못한 느낌이었으며 지금도 첫 맛이 기억이 날 정도로 강렬했다.

경주 최부자집의 술인 ‘교동법주’는 당시 가문의 한 사람이 궁궐의 수라간에서 술 만드는 법을 배워 경주지역에서 빚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그러다가 전통주와 전통누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2006년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우리 술과 누룩 만드는 법을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시작하게 됐다.

프레시안 : 결국 전통누룩으로 전통주를 빚어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은 어떠한가?

이한상 : 현재 아쉬운 점은 전통누룩 제조법이 계량화, 과학화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초기에 전통누룩을 배우고 싶어 기관과 학교, 연구소 등을 찾아 다녔지만 대부분 일본식 누룩인 ‘입국’만 가르치더라. 

그러나 ‘입국’으로 만든 술은 맛이 다르다. 교동법주를 마신 첫잔의 감흥이 없다. 그래서      전통누룩 제조하는 방법이 많이 알려져야 제대로 된 전통주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통누룩으로 빚은 세계적인 술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술은 한식의 꽃이다. 한식이 세계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전통 누룩으로 빚은 술이 한식 상차림의 화룡정점이 됐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전통누룩 만드는 법을 알리고 보존하는 방법은?

이한상 : 술은 누룩 노름이다. 술의 맛과 빛깔, 도수 등을 모두 누룩이 결정한다. 전통주를 세계화하려면 전통누룩 만드는 법을 체계화 시켜야 하는데 이는 개인적인 전수 등의 노력으로는 부족하고 ‘전통누룩연구소’를 설립해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교육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동군의 경우 와인연구소를 중심으로 수많은 와인생산자들이 고품질 와인을 만들고 있다. 맹동의 수박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어느 한 지역에 누룩연구소를 설립하고 전통 누룩 제조법을 교육시킨 후 개인이나 작은 회사들이 양조장을 설립해 전통주를 만들어 낸다면 지역특화 상품으로 최적이다. 충남 서천의 한산면에서는 지역특산품인 소곡주를 가가호호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예로부터 남부지방은 안동소주, 이강주, 홍주 등 소주를 많이 만들었고 충청권 등 중부지방에서는 소곡주, 백일주, 두견주, 청명주 등 약주를 많이 만들었다. 청주의 신선주도 훌륭한 약주다. 

그래서 국토의 중심부인 충청권의 한 자치단체가 누룩연구소를 설립하고 많은 지역민들이 전통주 제조법을 배워 술을 빚는다면 이는 또 하나의 새로운 지역특산품을 만드는 것이고 소득도 뒤 따를 것으로 본다. 자치단체 등 기관의 폭 넓은 지원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풍정사계 자랑보다는 전통누룩의 가치에 대해 더 많이 강조했다. 아울러 누룩연구소가 세워져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전통주를 만들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커 보인다 
 
▲전통주 풍정사계 춘·하·추·동.ⓒ프레시안(김종혁)
 


프레시안 : 전국적으로 호평 받고 있는 풍정사계를 소개해 달라?

이한상 : 풍정사계 ‘춘’은 찹쌀과 전통누룩인 향온곡으로 빚은 15도짜리 약주다. 약 100일간 숙성했으며 전통누룩의 향과 배꽃, 메밀꽃, 어린 사과향이 난다.

‘하’는 법주 발효중 증류주를 첨가해 저온 숙성한 18도의 과하주다. 이어 ‘추’는 설기로 밑술한 탁주로 발효후 저온 숙성해 12도의 맛을 낸다.  

‘동’은 설기로 밑술한 법주를 증류후 1년 이상 장기 숙성한 중류식소주로 25도와 42도 두 가지가 생산된다. 춘·하·추가 약 2개월의 유통기한인 반면 동은 오래 묵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프레시안 : 현재 주문량을 다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 확장 계획은?

이한상 : 제조 과정이 100일 숙성에서 나타나듯 현재 시설에서 1주일에 생산할 수 있는 량이 300병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때로 주문량이 밀리곤 해서 대량생산 하라는 얘기도 많은데 아직까지는 전통누룩을 고집하며 품질을 지키고 싶다. 

그래서 ‘춘’은 더욱 깊은 맛을 내는 전통주로 생산하고 유효기간이 길고 익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동’의 생산을 늘려 외국의 술처럼 오래 묵은 술이 더욱 가치를 발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동’은 수출 등 세계화를 염두에 두고 본격적으로 생산해볼 계획이다.

한미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 만찬주로 선택 받을 만큼 품질 인증을 받았지만 이 대표는 아직도 판매보다는 품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통을 지킨다는 고집이 어쩌면 풍정사계의 그윽한 술맛이 아닐까 싶다. 

마침 다음 달 즈음이면 이 대표가 정성스럽게 빚는 때다. 그는 1년 치 풍정사계를 빚을 량만큼의 전통누룩을 매년 7월 즈음에 손수 빚는다. 그 옛날 할머니 냄새 같고 배꽃, 메밀꽃, 어린 사과향이 나는 누룩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news043@naver.com

출처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45036&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09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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