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쿠키뉴스]“이젠 효모가 자식 같아요”…전통주 외길 19년 박선영 국순당 본부장

조회 수 1456 추천 수 0 2021.03.04 20:32:35

신민경 / 기사승인 : 2021-02-25 06:00:18

[명장을 찾아서] 국순당 횡성 양조장 박선영 생산본부 본부장

사진=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 본부장이 자사 제품 ‘백세주’와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어린 아이들, 늙은 아이들, 건강한 아이들, 아픈 아이들. 다 제 자식 같아 때로는 슬프기도 해요.”

22일 강원도 국순당 횡성 양조장에서 만난 박선영 생산본부 본부장은 ‘아이들’ 걱정에 여념이 없었다. 지금도 열심히 움직이면서 막걸리를 빚고 있을 거라고 박 본부장은 아이들을 소개했다. 아이들은 다름 아닌 막걸리 속 ‘미생물’이었다. 19년째 국순당에서 효모와 유산균 등을 연구하는 전통주 장인 박 본부장의 미생물 짝사랑은 절절하게까지 느껴졌다.

박 본부장은 지난 2002년 국순당 입사 후 효모와 유산균 등을 연구하고 있다. 국순당 대표 주류 ‘백세주’에 다양한 효모를 접목하는 연구를 시작으로 지금은 막걸리 등 다양한 주종 연구를 진행하면서 생산 관련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이같은 연구 활동으로 여러 전통주 복원에 성공한 박 본부장은 국순당 우리 술 복원 사업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전통주 사랑 만큼이나 박 본부장의 경력도 화려했다. 국순당 특허기술인 ‘발효제어 기술’이 대표적이다. 발효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뿜는 특성상 막걸리는 수출을 꿈꿀 수 없는 주종이었다. 그러나 박 본부장이 생 막걸리 내 살아있는 효모의 활성을 조절하고 외부 공기의 유입을 차단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막걸리도 수출 반열에 오르게 됐다. 유산균의 발효를 제어해 유통기한을 획기적으로 늘렸으며, 완전 밀폐캡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막걸리 수출 1위 ‘국순당 생 막걸리’와 ‘1000억 유산균 막걸리’ 등이 탄생할 수 있게 됐다.

박 본부장이 국순당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대학생 시절 우연히 본 한 TV프로그램 장면 때문이었다. 평소 주량이 약한 그는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한다. 평소에도 술을 가까이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대학생 시절 회고였다.

EBS TV프로그램에서 본 한 장면이 그의 마음에 경종을 울렸다. 정성스레 빚은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키는 장인의 모습이었다. 박 본부장은 “학부 시절 미생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발효 과정을 거치는 술 산업에 전공을 살리면서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국순당에 지원해 지금까지 술을 연구하면서 다니고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박 본부장은 “회사에 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EBS 프로그램에서 장인은 배상면 국순당 창업주셨다고…”라면서 국순당과의 첫 인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전통주 장인인 박 본부장에게도 연이은 막걸리 제조 실패에 신음을 앓던 시절이 있었다. ‘신입사원 손탄다’라는 징크스는 박 본부장도 비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술맛이 달라진다는 국순당 내 징크스가 있다”며 “저 역시도 신입사원 당시 망가트리는 술맛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발효하면서 도수가 올라야 하는데 매번 일정 도수까지 올라오지 않아 실패했다. 잡균이 발효를 방해한다는 생각에 도수를 올리는 효모만 남기고 모든 균을 죽이니 알코올 맛만 남은 술이 됐다”며 “당시 선배들에게 혼도 많이 났는데, 이때 술맛을 내는 데에는 여러 유산균이 중요하다는 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다 싶다”고 고백했다.
사진=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이 횡성양조장 생산라인에서 제품 생산현황을 점검하고 있다./국순당 제공

십수년 전통주를 손에 쥐어봤지만 그에게 전통주는 아직도 낯설다. 최근 박 본부장은 자취를 감춘 우리술을 문헌 기록에서 찾아 복원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양주(집에서 빚은 술) 형태로 종류가 600여가지에 이르렀던 우리술은 일제강점기 ‘양조면허제도’ 시행으로 억압된 탓에 맥이 끊겼다.“보름달이 뜬 날 냇물을 두 번 휘휘 저어 뜬 물을 술을 빚는 데에 사용한다.” 박 본부장이 일례로 소개한 우리술 빚는 방법에 대한 문헌 기록이다. 박 본부장은 “경험적인 기록을 해석하는 일이 전통주 복원 과정에서 가장 어렵다”면서 “풀어보면 맑은 물을 쓰라는 말이다. 이런 경험적인 기록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주 사랑은 자택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박 본부장은 국순당 연구소에서 함께 전통주를 연구하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그는 “예전에는 함께 연구소에서 근무했지만 지금은 연구소 직원, 생산본부 직원으로서 전통 품질 개선에 도움이 될만한 역할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의 목표는 전통주의 정평이다. 와인, 사케, 맥주 못지않게 뛰어난 맛을 자랑하지만 일제강점기 이후 계승이 어려워지면서 저평가돼 있는 전통주를 박 본부장은 안타까워했다.

“맛과 취향에 따라 술을 찾는 게 요즘 트렌드에요. 맛을 보면서 술을 즐기는 거죠. 와인, 맥주 못지않게 좋은 맛을 자랑하는 우리 술이 참 많습니다. 해외 주류처럼 전통주가 널리 알려지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숙원입니다. 아직 갈 길은 많이 남았죠. 열심히 우리 술을 복원할 수 있도록 연구를 늦추지 않을 겁니다.”

사진=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이 발효탱크에서 발효상태를 점검하고 있다./국순당 제공


“뽀글뽀글” 최상의 우리술 맛을 위해 박 본부장은 오늘도 미생물을 듣고, 보고, 맛을 본다.

smk5031@kukinews.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전통주 육성 위해 지역-자격 문턱 낮출 것”

[창조한국 프로젝트] [창조경제, 장관에게 길을 묻다]<1>이동필 농식품부 장관 전통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일반 주류회사가 제조한 술도 전통주로 인정하는 등 문호를 대폭 넓히는 방안이 추진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

  • 누룩
  • 2014-03-17
  • 조회 수 1143

우리 술 막걸리 신韓流 이끈다.

강릉 제조·체험장 ‘방풍도가’ / 외국인 관광객 1100명 방문 ▲ 영농조합법인 자연과사람들이 운영하는 전통주 제조장인 ‘방풍도가’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체험 코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방풍도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막걸리 체험...

  • 누룩
  • 2014-03-19
  • 조회 수 1276

[전주 막걸리 여행, 맛과 정으로 차린 한 상]

전주 삼천동 막걸리 골목(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전주 막걸리 골목은 한옥마을, 비빔밥, 콩나물국밥과 함께 전주를 대표한다. kjhpress@yna.co.kr (전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아줌마, 여기 주전자 하나 추가요!” 한쪽이 찌그러진 주전자에 막걸리...

  • 누룩
  • 2014-03-21
  • 조회 수 2899

전북 전통주 15개 건배주 사용돼

농식품부 선정 전국 129개 중 전북 전통주 15개 건배주 사용돼... 농림축산식품부가 ‘대한민국 전통주 건배주’ 안내서를 발간한 가운데 129개 건배주(酒) 중 도내 술은 15개가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이 안내서는 전통주를 국내·외 정부행사 등...

  • 누룩
  • 2014-03-24
  • 조회 수 1299

술 빚는 사람들… 조선 최고 '과하주' 복원 <경기>

술 빚는 사람들… 조선 최고 '과하주' 복원 <경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22&aid=0000054813 [지방시대] [앵커] 술을 마시는 것뿐 아니라 술에 대해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20대부터 6...

  • 누룩
  • 2014-03-25
  • 조회 수 1572

서경덕 교수, 송일국과 막걸리 홍보.."전통주 살릴것"

서경덕(왼)과 송일국 / 사진제공= 서경덕 --> 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배우 송일국과 막걸리 홍보에 나선다. 서 교수는 28일 "'막걸리 유랑단'을 조직해 오는 4월 초부터 전국 유명 전통시장을 방문하고 각계 유명인사들을 초청해 토크쇼를 ...

  • 누룩
  • 2014-03-28
  • 조회 수 1217

4월부터 전통주제조자·소규모 맥주제조자 세부담↓

법제처, ‘조세특례제한법’, ‘주세법’ 등 4월 중 59개 법령 새로 시행 오는 4월부터 전통주 제조자와 하우스 맥주 제조자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또 외국인관광객은 1년 동안 호텔 숙박료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법제처는 28일 ‘조세특...

  • 누룩
  • 2014-03-31
  • 조회 수 1163

예천 두레원, 사과 100%로 만든 '사과식초' 국내 첫 개발

시행착오 거쳐 식초발효균주 이용 생산 국내 첫 사과식초를 개발한 예천군 지보면 지보리의 예천 두레원의 정동욱 대표가 사과식초를 선보이고 있다. 식초는 자연이 준 기적의 물이라고 한다. 최근 식초가 건강 밥상과 각종 성인병, 피부미용에 좋은 것으로...

  • 누룩
  • 2014-04-02
  • 조회 수 2751

명사와 함께하는 ‘막걸리 유랑단’…오는 10일 광장시장

‘막걸리 유랑단’…오는 10일 광장시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10일 서울 종로 광장시장에서 ‘막걸리 유랑단’ 행사를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광장시장을 시작으로 앞으로 총 5회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막걸리 유랑단’은 전통시장, 대학 등에서 ...

  • 누룩
  • 2014-04-07
  • 조회 수 1173

<living style 북촌방향>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쇼핑 공간 근대화상회 근대화상회는 물나무 사진관과 카페 다방을 계동의 상징으로 자리매김시킨 포토그래퍼 김현식, 이정민 실장이 2013년 8월에 오픈한 곳이다. 나성숙 옻칠 작가의 작업실이자 거주지였던 봉산재를 개조해 상회로 탈...

  • 누룩
  • 2014-04-09
  • 조회 수 2426

[SPECIAL REPORT] ‘폭탄주’ 가고 ‘칵테일’ 문화 퍼진다.

국내 주류 시장 휩쓴 수입 술로 취향 다변화 ‘소주에 삼겹살’, ‘맥주와 치킨’, ‘막걸리에 파전’, ‘위스키 폭탄주와 과일’ 등은 가장 대중적인 한국의 음주 문화다. 하지만 즐기는 주종이 외국에 비해 다양하지 못하고 술의 맛과 향을 음미하기보다 단지 취...

  • 누룩
  • 2014-04-11
  • 조회 수 3486

[몰라도 되는 식품이야기] 진짜 발효식초가 더 건강하다.

식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피로해소, 노폐물 배출 등 건강에 이로운 식초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조미식초’부터 물에 희석해서 먹는 ‘마시는 식초’까지 종류 또한 다양하다. 식초는 그 용도와 제조법에 따라 효능이 다르기 때문에 알...

  • 누룩
  • 2014-04-14
  • 조회 수 1392

“한국 시장을 사로잡자!”

전 세계 와인·맥주·사케 서울에 몰려 포도주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나라의 주한 외교사절들과 행사관계자들이 국제와인&주류박람회 개막식에서 테이프 커팅에 앞서 축배를 들고 있다. “이래서 한잔, 저래서 한잔~”. ‘술 좋아하는 나라, 술 잘 마시는 나...

  • 누룩
  • 2014-04-18
  • 조회 수 1352

독일 바이에른 맥주기행, 400년전 왕실 양조장…독일 그대로를 마신다.

옥토버페스트 뮌헨 300개 맥줏집 진풍경 훈제酒 탄생 밤베르크 맛있는 소시지 쿨름바흐 중세 역사 곁들인 쾰른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뮌헨 독일이 ‘맥주의 나라’라면 뮌헨은 ‘맥주의 도시’다. 바이에른 주의 주요 도시이자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 누룩
  • 2014-04-21
  • 조회 수 2538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살아 있는 전통주… 내 손으로 빚어볼까?

한국 전통주 교과서|류인수 지음|교문사|356쪽|2만원 술(酒)은 매일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야 얻어지는 '발효의 산물'이다. 오늘 만들어 내일 마시는 술이 있지만 몇 년이 지나야 한 잔 맛볼 수 있는 ...

  • 누룩
  • 2014-04-23
  • 조회 수 101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