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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새 문화로 탄생한 막걸리 양조장 추억[명욱의 술 인문학]

조회 수 961 추천 수 0 2023.03.08 17:31:26

입력 : 2023-02-25 19:00:00 수정 2023-02-24 18:44:13


30대 이상의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아마 막걸리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름에 바짝 구운 해물 파전과 즐기는 것부터 시작으로 더운 여름날에 시원하게 즐기는 막걸리에 대한 추억까지 아마 각양각색일 것이다.


알고 보면 막걸리는 '국민의 술' 이라고 불릴 만큼 어마어마하게 팔렸다. 1974년 막걸리 판매수량은 최정점을 찍는데, 이때 막걸리는 국내 주류 출고량의 74.2%를 점유했다. 국민 모두가 막걸리를 즐기고 있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때 사람들은 막걸리를 지금의 대폿집이나 주점에서 마시기도 했지만, 양조장에서 직접 사기도 했다. 주전자를 가지고 가면 그곳에 막걸리를 듬뿍 넣어 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말통'이라 불리는 20ℓ 플라스틱 사각통에 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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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대문구의 유일한 양조장인 '장안양조장'은 세련된 공간에서 시음까지 가능한 막걸리 양조장으로, 이러한 양조장 문화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를 알려준다. 사진은 왼쪽부터 장안양조장의 손병기 이사, 정인희 대표, 이광서 이사. 장안양조장 제공


더불어 막걸리 심부름을 하게 되면 달달한 막걸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주전자에 입을 대고 마시기도 했다. 그러다가 막걸리 양이 줄게 되면 이내 물을 타서 메꿨던 것이 당시의 추억. 양조장 사장은 이렇게 막걸리가 도중에 사라질 것을 알고 있었는지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짜고 남은 술지게미를 같이 줬다. 물을 넣어 맛이 희석된 주전자 속 막걸리에 술지게미를 넣고 한 번 더 짜서 몰래 마신 티를 내지 말라는 의미였다.


이러한 양조장이 최근 들어와서 더욱 성장ㆍ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막걸리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제품 각각의 맛을 설명해주고, 시음까지 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장소 또한 단순히 예전의 낡고 깨끗하지 못한 허름한 스타일이 아닌 세련되고 멋진 바(Bar)나 레스토랑 등 시음 공간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다.


서울 동대문구의 유일한 양조장인 '장안양조장'은 이러한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불과 15평(49.6㎡) 남짓의 작은 공간이지만, 맛과 멋으로 가득하다. 더욱이 장안양조장에서 빚은 막걸리를 맛볼 수 있는 시음 행사와 막걸리를 사기 위한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찾아오는 고객들이 대부분 MZ세대(1980~2000년생)들이라는 것. '막걸리'라고 하면 '5060세대'가 주요 소비처일 듯하지만, 지금은 다른 상황이 되었다. 좋은 쌀과 오랜 숙성, 그리고 무감미료 등을 통해 프리이엄화(고급화)가 된 막걸리는 어느덧 MZ세대가 추구하는 '개성 있는 술'로 변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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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현재 장안양조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총 3명. 어반업사이클링(도시재상) 협동조합이사장 정인희 대표를 필두로 아이부키 주식회사 대표인 이광서 이사, 그리고 술을 직접 빚는 역할을 담당하는 손병기 이사다. 장안양조장의 독특한 막걸리처럼 이들의 경력도 특별하다. 정인희 대표는 디자인 박사과정까지 수료했으며, 이광서 이사는 서울대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손병기 이사는 대기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다. 각각 다른 영역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만나 새로운 막걸리 문화를 만들고 있다. 


단순히 우리 것(막걸리)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장안양조장이 위치한 '동대문구'라는 지역적 가치, 그리고 발효라는 자연의 가치, 숙성을 통한 세월의 가치, 그리고 다양한 맛을 가진 막걸리와 멋진 공간이라는 양조장의 가치 등. 결국 우리 막걸리가 가진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주는 곳, '양조장'이란 문화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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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새 문화로 탄생한 막걸리 양조장 추억 [명욱의 술 인문학] | 세계일보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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