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술의 마을, 전북 정읍으로 떠나는 막걸리 여행

조회 수 3169 추천 수 0 2013.04.22 09:21:07

무형문화재 및 전통식품 명인인 죽력고의 송명섭 명인을 찾아서

서울 양재나들목에서 천안 논산 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까지 약 240km를 달리다 보면 전라북도 남서부에 있는 역사 깊은 도시를 만난다. 동쪽은 임실군, 완주군과 접하고 있으며, 서쪽은 부안과 고창, 남쪽은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과 전남 장성군과 접하는 곳. 동남쪽의 노령산맥 줄기인 아름다운 단풍이 가득한 내장산으로 연결되는 바로 정읍시이다.

정읍시 태인면에 있는 피향정. 최치원이 만들었고 연꽃으로 뒤덮인 연못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출처 문화재청
정읍이 역사 깊은 도시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통일 신라시대의 최고의 문장가 최치원이 이곳의 현감으로 부임한 것부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구한말 동학농민운동의 발생지로 지도자인 녹두장군 전봉준의 생가부터 동학운동의 계기가 된 탐관 조병갑이 주민으로부터 금품 천냥을 강제 징수하여 만든 자신의 아버지 비석, 그리고 세종 때 지어진 조선 시대의 건축물 ‘태인향교’ 및 현의 청사로 사용되었던 ‘태인동헌’ 외에도 최치원이 만든 것이 누각 ‘피향정’ 등 태인면 반경 1km 안에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다.

우물정(정)의 형상을 하고 있는 피향정 천장. 출처 문화재청
술의 마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정읍
이러한 역시 깊은 정읍에 뜬금없이 정읍을 술의 마을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정읍이 가진 그 이름에 있다. 바로 정읍이란 이름이 우물 정(井)에 고을 읍(邑), 즉 우물의 마을이란 뜻이다. 물이 좋아 우물이 많았고, 그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된다. 또한 일본이나 한국에서 빚어지는 곡주는 물이 술의 80%를 결정한다고 말을 할 만큼 중요한 요소인데, 특히 물이 포함하고 있는 미네랄 중 하나인 칼륨, 린산, 마그네슘이 풍부하면 술이 잘 빚어지고, 동시에 찌게, 국, 찜, 등 물을 이용한 요리도 그 맛을 더하게 된다. 물이 좋다는 것은 바로 요리와 술이 잘 만들어지는 뜻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정읍의 정해 마을 우물 행사 출처 정읍시 문화관광
육당 최남선이 조선 3대 명주로 언급한 죽력고,
그 이전에 이름을 알린 것은 녹두장군 전봉준
이러한 정읍, 그리고 동학운동 발생지인 태인면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죽력고(竹瀝膏)’이다. 죽력이란 대나무 줄기를 불에 구우면 나오는 대나무 액기스를 뜻하는데, 실질적으로도 열을 내리고 담을 활하게 하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구멍을 통하게 하는 약재라고 알려졌다.
이러한 죽력고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된 계기는 동학농민운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도자인 녹두장군 전봉준이 혹독한 고문 뒤에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그 만신창이가 된 몸을 죽력고를 마심으로 원기를 회복하여, 서울로 압송되는 동안에도 꼿꼿하게 앉아 있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어 전국에 그 명성을 퍼트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 이후에 육당 최남선이 조선상식문답에서 조선 3대 명주로 언급하여 그 명성은 더해져 갔다.

주민으로 금품천냥을 강제 징수하여 빚은 탐관 조병갑 아버지의 비석(왼쪽). 피향정 내 있다
지금의 죽력고가 빚어지는 곳, 무형문화재이며 전통식품 명인의 송명섭 선생의 태인 양조장
이렇게 죽력고가 역사적으로 정읍 태인면과 관련이 깊다 보니, 현재 빚어지는 곳도 바로 이 태인면이다. 바로 태인면 중심가에서 도보로도 갈 수 있는 이곳은 무형문화재이자 전통식품 명인인 송명섭 선생이 운영하는 ‘태인 양조장’. 직접 죽력고의 주재료인 죽력을 얻기 위해 직접 푸른 대나무를 쪼개 항아리에 놓고 열을 가해 죽력을 만든다. 가장 힘든 것이 불을 조절하는 것인데, 날씨에 의해 불이 꺼지거나 강풍으로 불길이 커지면 죽력을 망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든 죽력에 생강, 꿀을 넣어 증류하여 태어나는 것이 죽력고이다. 이 모든 과정을 모두 송명섭 선생이 직접 진행하다 보니 관련자들 사이에 더욱 유명해 진 것이 사실이다.

송명섭 명인이 죽력을 만드는 모습. 대나무를 짤라 항아리 안에 넣고 흙으로 덮은 뒤 불로 지피는 것이 특징. 출처 정읍시
전통주 전문가가 몰려드는 양조장
이렇게 하나씩 손으로 제작하는 죽력고가 알려지니 방송이며, 전통주 전문가며 태인 양조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명인의 손에 하나씩 만들어 가는 명주이기에, 한 사람 한 사람 방문자에 대응하기가 어려워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최근에 미리 단체로 예약하고 가면 송명섭 명인이 직접 진행하는 전통주 관련 교육도 진행하고 있으니, 이곳을 여행하는 시에는 미리 연락하고 꼭 한번 들러 볼만한 장소다.

하얀술 대표 이정희씨 주최로 모인 전통주 전문가들. 가운데 개량한복이 송명섭 명인. 출처 이승훈
죽력고를 마실 수 있는 곳, 서울의 유명 전통주 전문점
죽력고의 경우 그 향과 맛이 상당히 알려져 있어, 유명한 전통주 전문점에는 대부분 입점이 되어 있다. 홍대 및 이태원의 월향, 합정동의 세발자전거, 서래마을과 동부이촌동의 수불, 이수역의 막걸리 학교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대한민국 전통주와 막걸리를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는 트랜드와 전통이 접목된 독특한 곳이다.

다양한 전통주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죽력고. 출처 월향 이태원 유이진 매니저
알고 보면 풍부한 우리의 전통주 이야기
와인의 샤토, 사케의 도정율 등, 외국주류에 대하여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외로 우리 전통주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많은 것을 국민들 대부분은 잘 모르고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우리술에 대한 멋진 스토리가 없을 수가 없다. 누구보다도 술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집집이 정성스럽게 빚어 조상에게 제사를 올릴 때 사용해왔으며 귀중한 것이라는 의미로 약(藥)이라는 단어를 붙어 약주(藥酒)라고도 표현했다. 이러한 역사가 5000년을 지속해 온 것이 우리의 전통주이니 당연히 우리술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다만 알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전하고 발굴해야 하는 일이 중요하다. 국내로 오는 외국인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우리 역시 계속해서 해외로 진출을 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술을 잘 몰라서 외국의 주류로 그들과 만났다면 역사와 전통이 있는 우리술로 5,000년이 넘는 우리 문화를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

글,사진 제공 /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mw@jurojuro.com>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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