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대한금융신문 [응답하라,우리술69]좋은 술 찾아내는 소비자 안목이 우리술 살리는 길

조회 수 977 추천 수 0 2018.02.26 17:40:05


대한금융신문 [응답하라,우리술69]좋은 술 찾아내는 소비자 안목이 우리술 살리는 길
가양주로 빚는 전통 막걸리 원료는 ‘지역 쌀, 전통 누룩, 물’

대도시 공장 막걸리 원료는 ‘수입 쌀, 일본식 입국, 아스파탐’
    

71806_22235_383.jpg
▲ 지난해 한미정상회담 만찬주로 주목을 받았던 풍정사계의 향온곡. 보통의 누룩은 밀로 만들지만 풍정사계의 누룩은 녹두를 추가해 독특한 풍미를 이끌어낸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막걸러서 싱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해서 ‘막걸리’라고 불렸단다. 막소주마냥 거칠게 설렁설렁 걸렸다고 해서 ‘막’이라는 단어가 태생적으로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연이 어떻게 됐든 막걸리는 쌀농사를 주로 짓는 우리 민족 고유의 술이다. 동계올림픽이 평창에서 한창 진행 중인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서울에서 하계올림픽이 한창 진행될 즈음까지 가장 많이 팔려나간 술이기도 하다. 그 때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은 맥주가 됐지만, 막걸리를 민족 고유의 음료로 보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마시고 있는 막걸리를 우리 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렇게 당돌한 질문을 하는 까닭은 우리 술의 정체성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 지 자문하기 위해서다. 우선 4가지 문제제기를 통해 우리가 막걸리에 대해 얼마나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지 확인하고자 한다.

입국 대 누룩
우리 술을 만드는 발효제는 누룩이다. 포도로 빚는 와인은 포도 표면에 붙어 있는 천연 효모를 사용해서 술을 발효시키지만, 전분질로 구성된 곡물을 발효시키기 위해선 천연 효모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통밀을 잘게 부숴, 습도와 온도가 높은 6월 말 장마철 동안 한 해 동안 사용할 누룩을 빚어 연중 사용했던 것이다. 누룩에는 다채로운 술맛을 내는 다양한 효모와 효소가 들어 있다. 효소는 전분질을 당분으로 전환시키고 효모가 당분을 섭취한 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술을 만드는 원리다.

그런데 현재 시판되는 막걸리는 거의가 누룩이 아닌 입국(粒麴)을 사용하고 있다. 입국은 일제시대에 들어온 일본식 흩임 누룩을 말한다. 쌀에 특정 효모(백국, 황국 등)만을 입혀 짧은 기간 동안 만들어낸 발효제다. 따라서 발효제를 만드는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특정 효모만을 기능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맛의 균질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도 이런 특징들은 대량생산에도 도움을 줬다.

하지만 입국은 우리 술의 장점인 다채로운 향미를 주지 못한다. 집에서 빚어 소비했던 가양주 전통 아래선 다양한 술맛을 낼 수 있었지만, 입국을 사용하면서 전국의 술맛이 비슷해진 까닭이 여기에 있다.
 
     71806_22234_3751.jpg
▲ 시큼한 맛이 특징인 부산 금정산성막걸리의 누룩. 남쪽으로 갈수록 온도와 습도가 높아 누룩을 얇게 빚는 것이 보통의 누룩과 차이점이다.

아스파탐 문제
우리 술은 물과 쌀과 누룩으로만 빚는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고조리서에 등장하는 우리 술은 모두 이 재료들로 빚고 있다. 이 재료로 빚은 술이 익으면 대략 알코올 도수 15% 안팎의 술이 된다. 술을 빚어 맑은 부분은 청주로 내서 사용하고 뿌연 지게미 부분(섬유질)은 물로 희석시켜 막걸리로 음용했던 것이다. 물로 희석하면서 대략 8% 이하의 술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물로 희석해 알코올 도수를 낮추다보면 술에 담긴 곡물 자체의 단맛을 엷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일정한 단맛을 주기 위해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막걸리에는 하나같이 아스파탐 등의 인공감미료가 첨가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지점은 인공감미료의 유해성 여부가 아니다. 원래 우리 민족이 즐긴 막걸리에는 이러한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대량생산해야 하는 막걸리의 맛의 균질성과 당을 분해해 알코올을 생산하는 효모의 특징상 후발효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인공감미료를 넣는다는 업계의 고민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원료의 양을 늘려 곡물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유지시키면서 후발효를 막아내는 기술 개발을 뒤로 미룬 채 값싼 미봉책을 유지한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연간 5000억원 가량의 막걸리 시장, 그 중 90% 이상을 대도시 막걸리들이 차지하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국내산 쌀과 수입산 쌀
1992년 쌀이 남아돌게 되자 정부는 쌀을 이용한 막걸리 제조를 허용한다. 1966년 양곡관리법에 의거, 쌀을 이용한 막걸리 생산이 전면 중단돼 밀가루 막걸리만 마셔야 했던 애주가들에겐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천상병 시인의 시처럼 ‘천원의 행복’을 주던 막걸리는 1천원의 함정에 빠져 국내산 쌀을 외면하게 된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들은 모두 외국산 쌀로 빚은 막걸리들이다. 서울과 부산의 경우 국내산 쌀을 이용한 막걸리를 일부 생산하고 있는데, 수입산 쌀과 구분하기 위해 병의 뚜껑 색을 하얀색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수입산 쌀과 입국, 인공감미료로 만들어지는 막걸리들이 지천인 세상이 된 것이다.

프랑스의 포도주와 일본의 사케, 그리고 중국의 바이주(백주). 이 술은 각각 프랑스산 포도와 일본산 쌀, 그리고 중국산 수수로 만들어진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고유의 생산방법을 활용해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명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막걸리는 어떠한가. 우리 술의 정체성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술은 문화다. 막걸리는 이 땅에서 가장 오래도록 즐겨온 술이자, 음식문화의 한 축이다. 대도시 막걸리는 제품으로서의 술을 만들고 있고, 소비자들은 기계로 찍어내듯 생산하는 막걸리를 습관적으로 소비해왔다. 이젠 소비자가 우리 농산물과 전통의 제조방법으로 빚는 술을 찾아 문화를 복원해나가야 할 때가 된 듯하다.

<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원문보기: http://www.kbank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806
김승호 편집위원  |  skylink999@gmail.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living style 북촌방향>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쇼핑 공간 근대화상회 근대화상회는 물나무 사진관과 카페 다방을 계동의 상징으로 자리매김시킨 포토그래퍼 김현식, 이정민 실장이 2013년 8월에 오픈한 곳이다. 나성숙 옻칠 작가의 작업실이자 거주지였던 봉산재를 개조해 상회로 탈...

  • 누룩
  • 2014-04-09
  • 조회 수 2335

[독자투고]사케의 도전 적극 대응해야

--> --> 사케의 국내시장 진출이 심상치 않다. 관세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11월까지 수입된 사케는 총 400만 1000 리터로 전년대비 70.2%가 증가하였다. 사케 수입 업체만 50여 곳이 되고 수입되는 브랜드만도 1000여 개에 이른다. ...

  • 누룩
  • 2013-05-01
  • 조회 수 2304

[포커스] 두견주 문배주 교동법주… 전통주 부활하나

[포커스] 두견주 문배주 교동법주… 전통주 부활하나 고려의 개국공신 복지겸은 병이 들어 온갖 약을 썼지만 낫질 않았다. 그의 어린 딸은 아버지를 위해 아미산에 올라 밤낮으로 기도를 드렸다. 100일이 지나자 ...

  • 누룩
  • 2016-03-04
  • 조회 수 2297

[Food&Dining 3.0]먹고 바르고 닦고… 만능 재주꾼 식초

최근 조미료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식초가 소금을 제치고 판매량 2위(2013년 6월 롯데마트 매출 기준)에 올랐다는 소식이 나왔다. 나트륨 과다 섭취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소금 섭취가 준 반면, 여름철 입맛을 돋워 주는 식초는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 누룩
  • 2013-09-16
  • 조회 수 2295

부산에 셀프형 전통주점 등장!

전통주 전문기업인 국순당이 새로운 형태인 '셀프형 전통주 전문주점'를 부산에 처음으로 선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국순당은 최근 대규모 '백세주마을 남포점'을 셀프형 전문주점 형태로 개설, 운영에 들어갔다고 7일 밝혔다. 부산 남포동과 자갈치시장 입구 ...

  • 누룩
  • 2013-11-18
  • 조회 수 2293

사케열풍! 일본식 선술집 인기 폭발 [2]

일본의 대표적인 술을 말하는 '사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식 선술집호황이 이루어지고 있다. / 출처=타겟뷰 [스포츠서울닷컴 | 편집팀] 일본의 대표적인 술을 말하는 '사케'. 사케는 '니혼슈(日本酒)'라고도 하는데, 쌀로 빚은...

  • 누룩
  • 2013-03-06
  • 조회 수 2292

[온누리] 전북의 전통주 file

전북은 예로부터 무공해청정지역으로 쌀 등 천연 원료를 대량 생산할 수 있어 감칠맛 나는 전통주를 생산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전주 이강주와 이미주, 완주 송화백일주와 송곡오곡주, 과하주, 고창 복분자주와 선운사특주, 무주 머루주, 남원의 ...

  • 누룩
  • 2013-09-26
  • 조회 수 2273

맥주와 다이어트의 상관관계

[라이프팀] 여성들에게 있어 맥주는 ‘다이어트의 적’이라 불린다. 그렇다면 맥주는 정말 다이어트의 적인 것일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술을 구성하는 에틸알코올이라는 화학물질은 1g당 7kcal의 열량을 갖고 있지만 분자구조가 너무 작아 분해가 될 경우 에...

  • 누룩
  • 2014-11-05
  • 조회 수 2266

[조선비즈] 기업 [박순욱의 술기행] ⑤전국 최대 전통주점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 “전통술의 박물관 역할하고 싶어요"

국 최대 규모 300종 전통술 갖춘 점포 두곳 운영 ‘막걸리와 재즈의 만남’ 공연이벤트도 매월 열어 "하반기 도매유통사업 진출로 영세 양조장 판로 뚫는다" 정말 북극 백곰 같이 생겼다. 상의도 가급적 흰 옷만 입는다. 본인 스스로가 백곰이라는 별명을 즐기는...

  • 누룩
  • 2019-07-26
  • 조회 수 2264

[foodnews]농진청 기술이전 전통주 특별전 강남 전통주갤러리 19~24일 개최

▲ 농촌진흥청의 기술이전으로 산업화 한 전통주 12종에 대한 특별 전시회가 19일부터 24일까지 전통주 갤러리(서울 강남)에서 열린다.[식품저널] 농촌진흥청(청장 김경규)에서 개발한 기술로 상품화한 우리술이 19일부터 24일까지 전통주 갤러리(서울 강남구)...

  • 누룩
  • 2019-03-19
  • 조회 수 2252

'제 3기 찾아가는 양조장 SNS 기자단' 산사원에서 가양주 빚고, 추억도 빚고

'제 3기 찾아가는 양조장 SNS 기자단' 산사원에서 가양주 빚고, 추억도 빚고 트래블조선 장희주 기자 jhj@chosun.com 입력 : 2015.08.13 10:18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하는 '제 3기 찾아가는 양조장 SNS 기자단'이 지난 10일 포천 산사...

  • 누룩
  • 2015-08-14
  • 조회 수 2252

축구장에서 합격 통보.. 맥주회사 이색 면접 화제

한 맥주회사의 인턴 채용 과정을 담은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하이네켄은 지난 19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자사의 인턴 채용하는 과정을 실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하이네켄은 정형화된 질문, 준비된 답변으로는 행사 스폰서십 인턴 지원자 1734...

  • 누룩
  • 2013-02-25
  • 조회 수 2248

전통주 소비, 젊은 호기심과 만나다: 술담화 인터뷰 file

[이정윤의 미식탐구-3] 꽃, 화장품, 미술작품, 잡지, 전통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정기구독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5년간 온라인 커머스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인 분야가 바로 큐레이션 기반의 정기구독 서비스다. 소비자가...

  • 누룩
  • 2019-04-05
  • 조회 수 2234

맥주가 맛있는 집.. 이유가 있었네~~

No Stress Beer!! 관리 잘된 생맥주 인기 --> 본격적으로 생맥주 소비가 늘어나는 시즌이 돌아왔다. 수입맥주 소비량이 늘어나고 해외여행 등 다양한 맥주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맥주 맛이나 질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까다로워지고 ...

  • 누룩
  • 2013-06-11
  • 조회 수 2220

[향토 브랜드를 찾아서] 화성탁주 "술로 끝장보자"는 정신으로 전통주 명맥 유지

자전거에 막걸리를 싣고 납품하던 청년은 세월이 지나 100년 전통 양조장의 3대 대표가 됐다. 박장우(70) ‘화성탁주’ 대표는 20대 초반 주류도매업을 하면서 ‘술로 끝장을 보자’고 결심했다. 수십 년 뒤인 1990년 ‘남양탁주’를 인수, 본격적으로 양조업에 뛰어...

  • 누룩
  • 2019-02-19
  • 조회 수 221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