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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의 한식탐험] 전통 막걸리를 만나다

조회 수 1239 추천 수 0 2018.01.03 14:17:59

필자가 처음 마신 막걸리는 일명 막사, 사이다와 혼합한 막걸리였다. 대학 입학 직후 술맛을 느낄 새도 없이 주는 대로 마시던 시절, 하루는 선배들이 오늘은 새로운 술이라며 막사라는 것을 내밀었다. 우리 또래도 막걸리를 마시는구나 약간은 의아해하며 한 모금 마신 막사는 시원하고 달콤했다. 내친김에 막걸리만도 마셔봤지만 달달한 막사를 마신 직후 마신 막걸리는 별다른 맛이 안 느껴졌다. 이후 한동안 내게 막걸리란 섞어 마시는 술이었다. 이후 막걸리에 과일 시럽을 섞은 과일 막걸리가 유행해 (돈이 있으면) 과일 막걸리를 마시긴 했지만, 막걸리를 막걸리 맛으로 먹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변화가 있었던 건 2010년경 막걸리가 유행하면서부터였다. 시중에 다양한 막걸리가 유통되기 시작했고 막걸리 맛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여러 가지를 마시면서 입맛에 맞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제서야 막걸리 본연의 맛을 즐기게 되었다. 그때 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술 중 하나가 금정산성 막걸리이다. 전통 방식 그대로 빚는 막걸리이자, 우리나라 유일한 막걸리부문 식품명인 유청길 명인이 만든 술이다. 이번 칼럼에선 막걸리에 대해 알아보고 명인에게 직접 배운 전통 막걸리 제조법을 소개한다. 


▲ 금정산성 막걸리


막걸리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전통주다. 위에서 언급한 유행들을 제외하더라도 막걸리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녹아있다. 젊은 사람들도 비 올 때나 등산 갔다 왔을 때 자연스레 막걸리를 떠올리고, 마트에서도 다양한 종류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전통주 중 막걸리가 가장 대중적인 술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막걸리는 일반 서민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담가 마시는 술이었다. 막걸리는 다른 전통주에 비해 재료가 간단하고 시간이 적게 걸린다. 주요 재료인 물, 누룩, 쌀이 준비되면 일주일 이내로 담글 수 있어 대부분의 가정에서 담가왔다. 하지만 이러한 막걸리도 다사다난했던 한국 근현대사에 따라 많이 침체되어 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주세 수입을 늘리기 위해 면허가 있는 사람만 술을 빚도록 했고, 1960~80년대에는 쌀 공급 안정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있었다. 집에서 술을 빚던 전통이 끊어졌고, 양조장 마저 많이 사라졌다. 주재료였던 쌀을 더 이상 쓰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밀막걸리를 팔기 시작했고, 맛 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하면서 심지어 공업 물질을 막걸리에 사용하기도 했다. 막걸리를 마시면 두통이 일어난다는 인식이 퍼져나간 것도 이때부터다. 절대 소비량이 많아 다른 전통주들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소비되긴 했지만 막걸리의 전통은 많이 훼손되었다. 명인이 만들고 있는 금정산성 막걸리는 이 과정에서 전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막걸리 중 하나다. 누룩과 막걸리가 주요 생계수단이었던 금정산성마을에서는 각종 규제에도 힘을 합쳐 버틸 수밖에 없었다. 동네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며 누룩 숨긴 곳을 묻는 단속원들에 대항해 마을 사람들은 돌아가며 보초를 서고 종을 설치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마음에 들었고, 1980년 민속주 1호로 지정되어 다른 전통주들보다 한발 앞서 규제에서 한결 자유로워졌다. 이후 마을 사람들이 공동 출자해 유한 회사를 세웠고 대표인 유청길 명인은 14대째 같은 곳에서 같은 방법으로 이 술을 빚고 있다. 금정산성 막걸리를 통해 전통 막걸리 만드는 법을 배워보았다. 명인의 강의는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의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되었다.

▲ 금정산성 누룩. 하얗고 노랗고 어두운 부분이 곰팡이가 핀 부분이다.

막걸리 만들기는 누룩 빚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전통 누룩은 거칠게 빻은 통밀가루를 반죽해 만든다. 근기가 나도록 치댄 후 동그랗게 빚어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키면 서로 다른 맛을 내는 3가지 곰팡이 균이 자란다. 이것이 알코올을 만드는 발효제 역할을 한다. 현재 대부분의 막걸리 업체들은 일본식 누룩(입국)을 사서 막걸리를 빚는다. 입국은 한가지 곰팡이균만 배양한 것으로 세 가지 곰팡이균이 있는 전통 누룩에 비해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정산성 막걸리는 여전히 전통 누룩을 직접 빚어 사용하고 있다. 일반 누룩은 일정한 높이의 원형으로 빚는데 비해 금정산성 고유의 모양인 30cm 지름의 가운데는 얇고 가장자리는 두꺼운 피자 모양으로 발로 밟아 빚는다. 이렇게 빚으면 두꺼운 가장자리에 수분이 오래 유지되어 먼저 마른 가운데 부분의 곰팡이 번식이 잘 된다고 한다. 완성한 반죽은 뜨거운 황토방에서 2주 정도 발효를 거쳐 완성된다. 누룩이 완성되면 조각내서 고슬고슬하게 찐 고두밥에 섞는다. 이때 비율은 누룩 850g에 고두밥 4kg 정도의 비율이 적당하다. 용기에 손을 넣어 손등 위 1cm까지 물을 채운다. 온도를 27도 정도로 유지해 겨울에는 일주일, 여름에는 4~5일 두고 중간중간 섞어주면 막걸리가 완성된다. 마지막에 막걸리를 거르는 과정에서 단맛을 추가하고 물을 섞어 알코올 도수를 약 14도에서 8도까지 낮춘다. 

▲ 금정산성 누룩은 직접 발로 밟아 모양을 낸다. (체험 중 장면)

전통적인 방법으로 완성한 금정산성 막걸리는 여전히 묵직한 식감에 향이 깊었다. 물을 섞어도 이 정도 식감과 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항상 신기하다. 가끔은 미묘하게 달라지는 맛을 느끼는 것도 재미다. 와인의 풍부한 향과, 매해 달라지는 오묘함, 이야기를 즐긴다면 우리 전통 막걸리도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요즘엔 전통주를 다루는 주점들이 늘고,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주문할 수 있다. 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 한 번쯤 색다른 술을 한번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솜대리는?] 먹기 위해 사는 30대 직장인이다. 틈만 나면 먹고 요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음식에 대해 좀 더 파고들어 보기로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식, 그중에서도 전통식품에 대해 체험하고 공부해볼 예정이다. 이 칼럼은 익숙하고도 낯선 한국 전통식품에 대한 일반인 저자의 탐험기이다.

※ 명인 식품을 소개한 솜대리의 한식탐험 시즌 1은 이번 편을 마지막으로 지난 일 년간의 연재를 마칩니다. 내년 1월부터는 새로운 모습의 시즌 2로 찾아뵙겠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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