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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 [응답하라,우리술69]좋은 술 찾아내는 소비자 안목이 우리술 살리는 길

조회 수 960 추천 수 0 2018.02.26 17:40:05


대한금융신문 [응답하라,우리술69]좋은 술 찾아내는 소비자 안목이 우리술 살리는 길
가양주로 빚는 전통 막걸리 원료는 ‘지역 쌀, 전통 누룩, 물’

대도시 공장 막걸리 원료는 ‘수입 쌀, 일본식 입국, 아스파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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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한미정상회담 만찬주로 주목을 받았던 풍정사계의 향온곡. 보통의 누룩은 밀로 만들지만 풍정사계의 누룩은 녹두를 추가해 독특한 풍미를 이끌어낸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막걸러서 싱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해서 ‘막걸리’라고 불렸단다. 막소주마냥 거칠게 설렁설렁 걸렸다고 해서 ‘막’이라는 단어가 태생적으로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연이 어떻게 됐든 막걸리는 쌀농사를 주로 짓는 우리 민족 고유의 술이다. 동계올림픽이 평창에서 한창 진행 중인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서울에서 하계올림픽이 한창 진행될 즈음까지 가장 많이 팔려나간 술이기도 하다. 그 때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은 맥주가 됐지만, 막걸리를 민족 고유의 음료로 보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마시고 있는 막걸리를 우리 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렇게 당돌한 질문을 하는 까닭은 우리 술의 정체성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 지 자문하기 위해서다. 우선 4가지 문제제기를 통해 우리가 막걸리에 대해 얼마나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지 확인하고자 한다.

입국 대 누룩
우리 술을 만드는 발효제는 누룩이다. 포도로 빚는 와인은 포도 표면에 붙어 있는 천연 효모를 사용해서 술을 발효시키지만, 전분질로 구성된 곡물을 발효시키기 위해선 천연 효모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통밀을 잘게 부숴, 습도와 온도가 높은 6월 말 장마철 동안 한 해 동안 사용할 누룩을 빚어 연중 사용했던 것이다. 누룩에는 다채로운 술맛을 내는 다양한 효모와 효소가 들어 있다. 효소는 전분질을 당분으로 전환시키고 효모가 당분을 섭취한 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술을 만드는 원리다.

그런데 현재 시판되는 막걸리는 거의가 누룩이 아닌 입국(粒麴)을 사용하고 있다. 입국은 일제시대에 들어온 일본식 흩임 누룩을 말한다. 쌀에 특정 효모(백국, 황국 등)만을 입혀 짧은 기간 동안 만들어낸 발효제다. 따라서 발효제를 만드는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특정 효모만을 기능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맛의 균질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도 이런 특징들은 대량생산에도 도움을 줬다.

하지만 입국은 우리 술의 장점인 다채로운 향미를 주지 못한다. 집에서 빚어 소비했던 가양주 전통 아래선 다양한 술맛을 낼 수 있었지만, 입국을 사용하면서 전국의 술맛이 비슷해진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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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큼한 맛이 특징인 부산 금정산성막걸리의 누룩. 남쪽으로 갈수록 온도와 습도가 높아 누룩을 얇게 빚는 것이 보통의 누룩과 차이점이다.

아스파탐 문제
우리 술은 물과 쌀과 누룩으로만 빚는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고조리서에 등장하는 우리 술은 모두 이 재료들로 빚고 있다. 이 재료로 빚은 술이 익으면 대략 알코올 도수 15% 안팎의 술이 된다. 술을 빚어 맑은 부분은 청주로 내서 사용하고 뿌연 지게미 부분(섬유질)은 물로 희석시켜 막걸리로 음용했던 것이다. 물로 희석하면서 대략 8% 이하의 술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물로 희석해 알코올 도수를 낮추다보면 술에 담긴 곡물 자체의 단맛을 엷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일정한 단맛을 주기 위해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막걸리에는 하나같이 아스파탐 등의 인공감미료가 첨가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지점은 인공감미료의 유해성 여부가 아니다. 원래 우리 민족이 즐긴 막걸리에는 이러한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대량생산해야 하는 막걸리의 맛의 균질성과 당을 분해해 알코올을 생산하는 효모의 특징상 후발효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인공감미료를 넣는다는 업계의 고민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원료의 양을 늘려 곡물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유지시키면서 후발효를 막아내는 기술 개발을 뒤로 미룬 채 값싼 미봉책을 유지한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연간 5000억원 가량의 막걸리 시장, 그 중 90% 이상을 대도시 막걸리들이 차지하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국내산 쌀과 수입산 쌀
1992년 쌀이 남아돌게 되자 정부는 쌀을 이용한 막걸리 제조를 허용한다. 1966년 양곡관리법에 의거, 쌀을 이용한 막걸리 생산이 전면 중단돼 밀가루 막걸리만 마셔야 했던 애주가들에겐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천상병 시인의 시처럼 ‘천원의 행복’을 주던 막걸리는 1천원의 함정에 빠져 국내산 쌀을 외면하게 된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들은 모두 외국산 쌀로 빚은 막걸리들이다. 서울과 부산의 경우 국내산 쌀을 이용한 막걸리를 일부 생산하고 있는데, 수입산 쌀과 구분하기 위해 병의 뚜껑 색을 하얀색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수입산 쌀과 입국, 인공감미료로 만들어지는 막걸리들이 지천인 세상이 된 것이다.

프랑스의 포도주와 일본의 사케, 그리고 중국의 바이주(백주). 이 술은 각각 프랑스산 포도와 일본산 쌀, 그리고 중국산 수수로 만들어진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고유의 생산방법을 활용해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명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막걸리는 어떠한가. 우리 술의 정체성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술은 문화다. 막걸리는 이 땅에서 가장 오래도록 즐겨온 술이자, 음식문화의 한 축이다. 대도시 막걸리는 제품으로서의 술을 만들고 있고, 소비자들은 기계로 찍어내듯 생산하는 막걸리를 습관적으로 소비해왔다. 이젠 소비자가 우리 농산물과 전통의 제조방법으로 빚는 술을 찾아 문화를 복원해나가야 할 때가 된 듯하다.

<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원문보기: http://www.kbank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806
김승호 편집위원  |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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