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주간동아]술 마셨는데 감기 예방? 온라인에서 날개 펴는 전통주

조회 수 1713 추천 수 0 2020.05.14 14:30:50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랜선 음악회, 랜선 버스킹, 랜선 파티 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고객이 직접 숍에 방문해 구매하기를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까지도 요즘 ‘랜선 쇼핑’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랜선 마케팅에서 주류업계는 불리한 처지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차선책으로 주류업계는 동네 소매점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로 멀리, 그리고 사람 많은 대형쇼핑몰에 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동네 편의점과 슈퍼마켓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한편 전통주업계는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일반 소주, 맥주와 달리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기에 이참에 권위와 격식으로부터 탈피, 다양한 주종을 선보이며 새로운 주류 트렌드를 선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몇몇 전통주를 소개한다.
◆ 꿀과 생강 첨가한 ‘감기 예방’ 소주 / 술샘 ‘비밀’
꿀과 생강을 넣은 술샘의 ‘비밀’. [술샘]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 새빨간 막걸리 ‘술 취한 원숭이’ 등 독특한 전통주를 출시해온 술샘이 또 한 번 흥미로운 술을 내놨다. 전통주 전문 유통업체 부국상사와 협업한 기획 제품으로, 소주에 경기 용인산 꿀과 생강 등을 녹여냈다. ‘감기 예방 소주’인 셈. 벌을 뜻하는 영어 ‘Bee’와 한자 ‘꿀 밀(蜜)’을 합성해 네이밍했다.

우리 조상들은 꿀과 생강을 술에 즐겨 첨가했다. 조선 3대 명주로 불리는 전주 ‘이강주’, 경기 파주 ‘감홍로’에도 꿀과 생각이 들어간다. 꿀은 거친 소주의 맛을 부드럽게 해준다. 생강은 진저에일 같은 시원함을 가져온다.

꿀로 만든 술은 꾸준히 출시돼왔다. 경기 양평 벌꿀로 만든 ‘허니와인’, 제주 벌꿀과 감귤 과즙을 넣은 ‘제주 허니와인’ 등등. 단맛이 강하다 보니 이들 술은 식전이나 식사 후 디저트 타임에 잘 어울렸다. 하지만 ‘비밀’은 단맛이 적어 식중주로도 적합하다.
◆ 맥주 같은 사과술 / 댄싱사이더 ‘더 그린치’
와인은 포도로 만든다. 사과로 만든 술은? 스페인에서는 ‘시드라(sidra)’, 프랑스에서는 ‘시드르(cidre)’, 영국에서는 ‘사이더(cider)’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사이다’가 사과술이 아닌 청량음료를 뜻하게 된 것은 일제 탓이다. 1853년 영국 해군을 통해 사이더를 전래 받은 일본이 복합 향료를 사용한 탄산음료 ‘사이다’를 개발했다.

이제는 제대로 된 국산 사이더를 마실 수 있게 됐다. 충주 사과로 만든 댄싱사이더의 ‘더 그린치’다. 닥터 수스의 동화책 속 주인공으로, 어린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훔쳐 가는 익살스러운 녹색 캐릭터 그린치(Grinch)에서 이름을 따왔다.

녹색의 아이콘 그린치에 맞게 이 술은 청사과로 만들어졌다. 고급 맥주 홉의 대명사로 통하는 체코 ‘사츠홉(Sazz Hop)’도 사용된다. 그래서 사과술이지만 맥주 같은 텍스처를 가졌다. 아래 가라앉은 내용물을 잘 섞으려면 살짝 흔들어야 한다. 하지만 탄산이 있는 만큼 바로 열면 안 된다. 제조사 댄싱사이더는 병을 흔들고 기다리는 10초간 춤을 추라고(?) 권한다.

‘더 그린치’는 설탕이나 인공착향료를 배제해 굉장히 드라이하고 신맛이 도드라진다. ‘사워 비어(Sour Beer)’ 같은 느낌이다. 이런 술을 처음 맛보는 사람은 쿰쿰한 맛이 느껴져 당황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을 위해 사과주스를 첨가한 ‘스윗마마’도 있다. 사과를 갓 따서 즐기는 듯한 식감을 가진 술이다. 드라이한 맛이 중간 수준인 ‘댄싱파파’도 출시돼 있다.

최근 국산 사과를 사용한 우리 술이 늘고 있는 추세다. 충남 예산의 ‘예산사과와인’, 경북 의성의 ‘애플와인’, 충북 충주의 ‘도미니크’, 소설가 신이현 씨 부부가 만드는 스파클링와인 ‘레돔’ 등이 전통주 애호가 사이에서 사랑받는 사과술이다. 어느덧 국산 사과술만으로도 비교 시음 이벤트를 할 수 있게 됐다.
◆ 여주산 고구마로 만든 소주 / 술아원 ‘필’
경기 여주 고구마를 원료로 사용한 고구마술 ‘필’. [술아원]
고구마는 최근 술 원료로 주목받는 농산물 중 하나다. 특히 경기도 내 고구마 생산량 1위 지역인 여주에서 고구마술이 활발하게 생산되고 있다. 2016년 국순당 여주명주가 출시한 고구마소주 ‘려’가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새로운 제품이 나왔다. 크래프트 전통주 제조사로 알려진 술아원이 여주산 고구마로 만든 ‘필’을 선보였다. 좋은 느낌(feel)과 좋은 술을 반드시(必) 만들어 낸다는 의지를 중의적으로 담은 이름이다.

국내에서 고구마술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800년 전후로 추정된다. 영조 39년(1763)부터 고구마 농사를 개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농업서적 ‘임원십육지’ 등에 따르면 고구마술은 ‘감저주(甘藷酒)’로 불렸다.

‘필’에는 여주산 황금 고구마와 밤고구마가 들어간다. 고구마를 쌀과 함께 버무려 발효시킨 뒤 지게미를 걸러 청주 형태로 만들고, ‘상압식’이라는 전통 증류 방식으로 내렸다. 구한말 문헌 ‘서현호감저소’에 나오는 고구마술 관련 언급에서 착안했다. 숙성 기간은 1년. 고구마 특유의 고소한 향과 쌀이 주는 부드러움을 동시에 가졌다. 고구마술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에게 적합하다.
◆ 새콤한 맛 뽐내는 오미자 와인 / 오미나라 ‘오미로제 연’
경북 문경 오미자로 만든 스파클링와인 ‘오미로제 연’. [오미나라]
한국 와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충북 영동의 ‘시나브로 와인’과 도란원의 ‘샤토미소’, 여포와인농장의 ‘여포의꿈’, 경기 안산 대부도의 ‘청수와인’이 대표 선수. 여기에 최근 경북 문경의 오미나라가 오미자 스파클링와 ‘오미로제 연’을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 제품(‘오미로제 결’)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을 확 낮춰 한국 와인 입문의 폭을 넓혔다.

발효·숙성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알코올 도수도 기존 제품의 12도보다 4도 낮췄다. 힘찬 자연탄산을 통해 올라오는 오미자 특유의 붉은색, 새콤한 맛과 향, 복잡한 과실향이 어우러져 독특하다. 무엇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오미자 와인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 제품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
봉준호 감독은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인용했다. 이것을 우리 술에 적용한다면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꿀, 생강, 사과, 고구마, 오미자 외에도 최근 감, 복숭아, 배 등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전통주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출과 모임이 어려운 요즘, 전통주 ‘랜선 쇼핑’으로 한층 새롭고 풍부해진 우리 술의 세계를 탐험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테다.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blog.naver.com/vegan_life

출 처 : https://29street.donga.com/article/all/67/20628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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