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살아나는 지방 소주…생산설비 늘리고 수도권 공략 시동

조회 수 5439 추천 수 0 2013.11.06 11:01:4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각종 지방 소주가 진열된 모습.

 

 

한때 ‘고사’ 위기에 빠졌던 지방 소주 업체들이 반격에 나섰다.

지금까지 지방 소주 업체들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 대기업 물량 공세에 밀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충북, 전북, 충남·대전 등 일부 지역은 제 앞마당도 지키지 못하고 대기업에 밀려 지역 1위 자리를 뺏겼다.

이에 지방에서 지위를 공고히 했던 일부 업체들은 전력을 가다듬고 수도권 공략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전국 소주 소비량의 40%를 책임지는 수도권 시장을 놓치면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들이 지방 공략을 강화해 더 이상 지방 시장만 유지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점도 지방 소주 업체들이 반격하기 시작한 원인 중 하나.

광주·전남 기반 보해양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살아남은 업체들은 탄탄한 지역 브랜드로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성장했다. 지방 소주 기업들의 수도권 공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형 유통 업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국 이마트에서 팔리는 지방 소주 판매량은 올해 들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만 해도 이마트 지방 소주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했지만, 3월부터 9월까지 매월 4~9%까지 판매량이 증가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1강 2중 2약 3최약 구도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공략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소주에 대한 인식 변화의 영향이 크다. 또, 영남과 호남권 인구가 수도권에 유입되는 것도 호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취하는 술’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좋은 술자리’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목넘김이 좋거나, 향이 좋은 소주, 도수 낮은 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이에 적극 대응했던 일부 지방 업체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경남에 기반을 둔 무학은 지방 소주 업체들 중 소위 가장 잘나가는 곳이다.

알코올 도수가 16.9도인 저도주 ‘좋은데이’를 2006년 출시한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전국 소주 시장에서 무학의 점유율은 7%에 불과했으나, 2010년 10%를 넘어선 뒤, 지난해 14.2%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2월엔 2위 롯데칠성마저 제치기도 했다.

무학 관계자는 “부산 70%, 경남·울산 90%, 전국 시장 15%대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실제 소비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 중심 판촉 활동을 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무학은 올해부터 수도권 공략을 시작해 생산설비 확충이 완료되는 2015년 본격적으로 수도권 공략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무학은 창원 2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11월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준공식 이후엔 창원 1공장 설비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이 공사도 완료되는 2015년이 되면 무학은 전국 소주 소비량의 30%를 감당할 수 있어 생산성 측면에서 수도권 공략이 가능해진다. 이에 맞춰 마케팅을 강화하고 유통망도 확충하고 있다.

‘보해’도 수도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보해는 2011년 목넘김이 좋은 단일주정소주(한 가지 곡물만 사용해 만든 주정) ‘월’을 선보였다. 특히 배우 한가인을 모델로 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광고를 제작해서 소비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월’은 전국 모든 이마트와 홈플러스, 뉴코아 킴스클럽 몇 개 지점과 수도권 내 농협 하나로마트 지점에 입점해 있다. 그뿐 아니라 보해는 소주 외에도 값싼 매실주 ‘매이(MAY)’를 통해 수도권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구·경북 기반 금복주, 대전·충남의 더맥키스컴퍼니(옛 선양) 등도 탄탄한 지역 유통망을 바탕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 중이다.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수도권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입장. 다만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대기업들이 강한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어 다소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일부 업체는 수도권 타진을 은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지금까지 소주 시장은 지역 색깔이 강했다. 지역별 할당제를 의미하는 ‘자도주’ 개념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자도주 구입제도’는 소주 시장 과다 경쟁과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1973년 정부에서 시행한 것으로 한 개 도에 하나의 소주 업체만 허용한 정책이다. 이 법은 1996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면서 전국 소주 시장은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서로의 지역을 공략하며, 먹고 먹히는 ‘치킨 게임’이 시작된 것.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하이트진로와 강원도를 기반으로 수도권까지 확장한 롯데칠성 등 대기업들은 점점 지방으로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북 기반 보배는 하이트진로, 충북 기반 충북소주는 롯데칠성에 인수됐다.

지역 패권자가 바뀐 곳도 있다. 대전·충남은 하이트진로가 지역 소주 업체를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무학은 오랜 기간 부산을 지배했던 C1 소주로 한때 부산 지역 점유율 98%를 차지했던 대선주조를 왕좌에서 끌어내렸다.

반면, 대구·경북, 광주·전남, 제주, 울산·경남 등에서는 자도주 업체들의 영향력이 여전하다. 한번 길들여진 입맛과 함께 지역 주민들의 애향심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구조 개편을 거치며 현재 국내 소주 시장은 ‘1강 2중 2약 3최약’이란 다소 복잡한 구도를 띠고 있다. 40%대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하이트진로가 1강이며, 15%대 점유율로 2위 싸움을 하고 있는 롯데칠성과 무학이 2중으로 분류된다. 5%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지방의 명맥을 지키고 있는 보해와 금복주는 2약을 형성하고 있으며, 1~3% 점유율 수준의 제주 한라산, 더맥키스컴퍼니, 대선주조는 최하위권이다.

김일규 대선주조 상무는 “지방 소주는 지역민의 애향심에 기대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소주 판매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으나 갈수록 그 의미가 줄고 있다. 소주 시장 주 고객인 젊은 층에게는 더 이상 애향심이 먹히지 않으면서 품질과 마케팅, 영업전략, 사회공헌 활동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주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일부 지방 소주 업체들 또한 반격의 채비를 마치면서 향후 시장 구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소주 시장은 지역 고유의 색깔이 점점 줄고 있다. 게다가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는 점점 늘어나면서 수도권은 앞으로 전국 소주 업체들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하면 ‘전국구’ 업체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어 향후 마케팅에도 유리하다.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안착에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기반이 되는 지역 시장을 안정적으로 지키면서 수도권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점유율 차이에 민감한 소주 업체 간 분위기로 인해 지역별 점유율은 물론 올해 3월부터는 전체 시장점유율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지방 소주 업체들이 대구·경북, 광주·전남에서는 7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부산은 95% 이상(무학+대선주조)을 지방 소주 업체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이 지방 시장으로 점점 손을 뻗치는 상황에서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공략만 신경 쓰다 보면 자칫 기반을 놓칠 수도 있다.

유통망 확보는 지방 소주 업체들의 수도권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국내 주류 산업 유통망은 도매상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영업망과 소매상을 상대로 하는 2차 영업망으로 구분된다. 각종 광고와 판촉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인다 해도 1차 영업망인 도매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매출 신장에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공략에 실패했던 것도 도매상들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무학처럼 일반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수도권 도매상들도 지방 소주 업체들에 관심 갖기 시작한 점은 긍정적이다.

서영화 LIG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을 공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력이다. 새로운 유통 경로 확보는 물론 마케팅과 판촉 활동을 위한 일정 자금 소요는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기존 수도권을 지배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의 19도짜리 소주와 어떤 차별화 포인트를 갖고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한국경제]'한라봉 전통주' 왜 서울에선 못 만드나 봤더니…황당 이유 file

입력2023.07.11. 오후 6:15 수정2023.07.12. 오전 1:02 최형창 기자산으로 가는 규제개혁 (3) 신제품 개발 막는 원료 규제 한라봉·귤피 전통주, 제주산만 인정 쓴맛 삼키는 타지역 양조장 전통주, 인근 농산물로만 빚으라니… 전통주산업법 등에 ...

  • 누룩
  • 2023-07-12
  • 조회 수 903

“전통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체계 마련 절실”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다만 전통주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체계가 아직 안 잡혀 있다는 점이 아쉽죠.” 전통주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사진) 소장...

  • 누룩
  • 2021-05-24
  • 조회 수 902

[세계일보] 새 문화로 탄생한 막걸리 양조장 추억[명욱의 술 인문학] file

입력 : 2023-02-25 19:00:00 수정 2023-02-24 18:44:13 30대 이상의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아마 막걸리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름에 바짝 구운 해물 파전과 즐기는 것부터 시작으로 더운 여름날에 시원하게 즐기는 막걸리에 대한 추...

  • 누룩
  • 2023-03-08
  • 조회 수 901

연합뉴스 "여성 20∼30대 전통주 구입 비중 남성보다 높아"

강남·홍대·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이 마신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전통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설 명절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소셜 웹 빅데이터와 온·오프라인 판매데이터를 통...

  • 누룩
  • 2018-02-06
  • 조회 수 901

아이뉴스24 경쟁 치열한 주류업계, 공격 행보 나선다

인기 제품 생산량 증가·신시장 개척 등으로 점유율 확대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오랜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소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던 주류 업계가 이제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전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각 ...

  • 누룩
  • 2018-06-25
  • 조회 수 901

헤드라인제주 위성곤 의원, 전통주 전문 지원기관 설립 국회 심포지엄 개최

▲ 위성곤 예비후보.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은 1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전통주 생산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통주 세계화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전통주 전문 지원기관 설립 ...

  • 누룩
  • 2018-05-01
  • 조회 수 899

'밀라노 엑스포' 5월 1일 개막…한국관 설치 '한식홍보'

엑스포 2000만 방문 예상…한국관, 200만 관람객 목표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5월부터 열리는 세계박람회 '2015 밀라노 엑스포'에 한국관을 설치해 전 세계 관람객들을 맞이한다고 29일 밝혔다. 개관식은 5월 1일 오후 4...

  • 누룩
  • 2015-04-29
  • 조회 수 896

취향을 드러내는 사회, 수제맥주가 유행하는 이유 file

취향을 드러내는 사회, 수제맥주가 유행하는 이유 디지털 뉴스부 | nwtnews@nwtnews.co.kr 승인 2016.12.06 14:32:21 ▲ SNS상에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일반화되면서,수제맥주가 일종의 문화적 키워드가 되고 있다. (내외통신=디지털뉴스부)기존에 ...

  • 누룩
  • 2016-12-23
  • 조회 수 894

경향신문 [오래전 ‘이날’]11월9일 ‘쌀막걸리’를 허하라

[오래전 ‘이날’]11월9일 ‘쌀막걸리’를 허하라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수정2017-11-09 14:04:48입력시간 보기 입력2017-11-09 00:04:00 [오래전‘이날’]은 1957년부터 2007년까지 매 10년마다의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

  • 누룩
  • 2017-11-13
  • 조회 수 894

경남농업기술원 '고로쇠 수액 이용 전통주 제조방법 특허'

기사내용 요약 고로쇠 수액 활용 전통주 고급화, 차별화로 새로운 소비시장 확대 [진주=뉴시스] 고로쇠 수액을 이용한 청주. *재판매 및 DB 금지 [진주=뉴시스] 정경규 기자 = 경남도농업기술원은 ‘고로쇠 수액을 이용한 전통주 제조방법’ 을 특...

  • 누룩
  • 2021-08-27
  • 조회 수 893

2014 대전 국제 푸드&와인 페스티벌, 2일 팡파르

2일~5일 4일간, 대전무역전시관 및 대전컨벤션센터 일원에서 열려 ▲ 2013 다리위의 향연 자료사진 공식행사, 전시‧체험, 공연‧예술, 경기‧학술, 특별행사 등 테마로 20개 프로그램 구성 전 세계 19개국 1만여종의 유명 와인은 물론 전통주와 음식을 공연과 ...

  • 누룩
  • 2014-10-02
  • 조회 수 892

[조선일보] 맥주·막걸리 값 오른다... 세금 역대 최대폭 인상

맥주 L당 30.5원, 탁주는 1.5원 인상 정석우 기자 황지윤 기자 입력 2023.01.18 16:24 작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주류를 진열하고 있다. /뉴시스 맥주에 붙는 주세(酒稅)가 L당 855.2원에서 올해 4월부터 L당 885.7원으로 30...

  • 누룩
  • 2023-01-20
  • 조회 수 889

‘대한발효·식문화포럼’ 가동…김치·전통주·젓갈·장류 등 총망라

발효식품 관련 세미나 강화 심포지엄 등 개최 산업 발전 가능성 모색 우리 발효식품의 산업화와 교육 등을 통해 식품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출범한 ‘대한발효·식문화포럼’(회장 정명채)이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사단법인 설립...

  • 누룩
  • 2015-03-18
  • 조회 수 887

전통주 갤러리 6월 테마주는 '2015년 우리 술 품평회 수상작'

전통주 갤러리 6월 테마주는 '2015년 우리 술 품평회 수상작'조선닷컴 장희주 기자 입력 : 2016.06.07 18:25 인사동에 위치한 '전통주 갤러리(관장 이현주)'가 6월 말까지 '2015년 우리 술 품평회 수상작'을 주제로 시음 및 전시 행사를 진행한다. '우리 ...

  • 누룩
  • 2016-06-13
  • 조회 수 886

[파주시대] 농업회사법인(주) 도반주조 방정빈 대표 file

3rd 써드 막걸리 ... 막걸리의 고급화 선언 입력 : 2023-02-22 20:31:18 수정 : 2023-02-22 22:43:19 도반주조 방정빈 대표 3rd 써드 막걸리···이양주로 제조, 풍미가 좋고 밀도가 높은 것과 탄산이 없는 것이 특징 산미나 당도가 과...

  • 누룩
  • 2023-02-23
  • 조회 수 88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