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피아노와 막걸리가 만났을 때

조회 수 1338 추천 수 0 2014.07.04 11:28:35
 
▲ 윤중호(56.섹소폰)씨와 박애란(52.피아노)내외가 운영하는 막걸리집 안에서 손님들에게 추억의 멜로디를 선사하고 있다. 김얼기자

장맛비가 주춤했던 3일 초저녁. 전주시 인후동 한 막걸리집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동네를 울리고 있었다. 보슬비 속에 마음을 흔들며 귀를 간지럽게 한 소리는 색소폰과 피아노의 합주 현장에서 나오고 있었다.

전주 막걸리와 색소폰·피아노가 만나 손님들에게 특별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는 곳은 덕진구 인후동 역전골목에 자리잡은 전통막걸리 집 싸리골 이벤트.  

이 곳에서 퍼져나오고 있는 선율은 인근 먹자골목 구석구석에 스며들면서 진화되고 있는 전주 막걸리의 색다른 정취를 보이고 있었다.

이곳은 단순하게 막걸리 집이라기 보다는 주인장인 윤중호(56·남)씨와 박애란(52·여)씨 부부가 정성을 기울여 마련한 시민참여 예술공간이기도 하다.

지난 10여년 동안 막걸리 명소, 전주를 지키고자 안간힘을 써왔던 이들 부부의 색다른 공간이 관광객들과 손님들의 발걸음을 잡아 끌면서 전주 막걸리 집의 화려한 부활을 가능케 했다. 

색소폰은 남편 윤씨의 몫, 학창시절 밴드부 활동을 한 남편 윤씨는 무대 생활을 하며 가다듬은 실력으로 무장한 채, 복고 교련복을 입고 현란한 손놀림을 보이고 있었다. 30여년 넘게 갈고 닦은 윤씨의 색소폰 실력에는 모두가 감탄을 터트리기 바쁘다.

피아노는 아내 윤씨의 몫, 그의 아내 박애란씨 역시 범상치 않은 피아노 실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피아노를 제 몸 다루듯 하는 박씨는 더욱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 한다. 박씨는 학창시절 고전무용을 전공해 유망주로 알려졌지만, 피아노에 빠져 중도포기했다. 피아노를 전혀 배운 적 없이 독학을 했다는 박씨는 들리는 음색을 그대로 편곡하는 능력까지 지니고 있었다.  

사실, 박씨는 예술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한다. 아버님은 이름을 떨친 화가 박형(72. 호 석 촌)씨로 김대중 정권 때 청와대에 놓인 병풍을 직접 그렸다고 한다.

이들 부부의 인연도 한 예술 공연장에서 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예술인으로 만나 지금은 전주 막걸리를 지키는 전주 막걸리 민간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부부의 노력으로 전주 막걸리 집인 싸리골 이벤트 역시 주변에 많이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 부부의 색소폰과 피아노 합주에 맞춰 손님들이 전주의 향기에 취하곤 한다.

이날 역시도 막걸리집을 가득 메운 손님들이 흥에 겨워 어깨춤을 추는 등 막걸리 한잔에 시름을 달래고 있었다. 한 나이 지긋한 손님은 과거의 향수를 회상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는 관광객 천수봉(32·남·서울시 거주)씨는 “몰리는 손님들을 따라 발을 무심코 들였다”며 “생각도 못한 감동 깊은 콘서트를 아내에게 구경시켜 주고 맛까지 일품인 막걸리를 경험하고 나니 전주를 또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전주 막걸리를 지켜내겠다고 하는 윤중호·박애란씨 부부의 소박한 꿈도 실현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전주를 막걸리 명소로 지키는 것이 우리들의 목적이다. 시민들을 비롯해 많은 관광객이 전주 막거리를을 꼭 기억하고 알아줬으면 좋겠다”다면서 감사의 웃음을 던지고 있었다.

  임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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