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탐라의 푸른 앞바다를 닮은 명주(名酒), ‘고소리술’

조회 수 1829 추천 수 0 2014.10.13 15:00:44

소주, 서민의 애환을 대변하는 국민주다. 하지만 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60년대 중반 쌀이 부족한 탓에 순곡주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막걸리가 아닌 희석식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고구마나 사탕수수 같은 원료로 당밀을 만들어 희석해 먹는 지금의 소주는 그렇게 서민의 곁을 지키게 됐다.

삶의 질을 중요하게 따지는 요즘은 많이 마시고 빨리 취하는 것보다 좋은 술을 적게 마시는 트렌드가 일면서 희석식이 아닌 증류식 소주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증류식 소주라고 하면 안동소주, 개성소주 그리고 고소리술이 유명하다. 증류식 소주는 원재료의 선별에서부터 맑게 술을 걸러내기까지의 노고가 만만치 않다. 서양의 브랜디, 위스키, 진, 보드카 등 어느 증류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니 그보다 더 우수한 것이 우리네 증류식 소주다.


	제주샘주(酒)의 ‘고소리술’
제주샘주(酒)의 ‘고소리술’

3대 소주, 제주 ‘고소리술’
고소리술은 소주를 내리는 도구를 ‘소줏고리’라 하는데 제주도에서 이를 ‘고소리’라 부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특이한 점은 흔히 쓰는 쌀이 아닌 차조와 보리를 사용해 소주를 빚는다는 것이다. 그 옛날 지리적 특성상 논농사가 녹록지 않았던 제주도에서 비교적 흔한 차조를 활용해 술을 빚던 것이 전통이 됐다.

고소리술을 만드는 대표적인 양조장이 제주 애월읍 애원로 238번지에 있는 ‘제주샘주(酒)’다. 대산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양조장으로 농림부가 ‘2014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했다. 요즘은 제주 역시 예전과 달리 차조보다 쌀이 더 흔하지만 제주샘주는 전통을 지키며 차조로 고소리술을 빚는다.

고소리술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제주에서는 차좁쌀로 만든 떡을 ‘오메기떡’이라고 부른다. 이 오메기떡을 마치 도넛처럼 가운데가 뚫린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어 끓는 물에 삶아 건져낸 뒤 이를 잘 으깨서 누룩가루와 제주 청정수를 섞어 항아리에 넣고 발효시킨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항아리 상층부에 맑은 청주가 생기는데, 이것이 고소리술과 함께 제주 무형 문화재로 지정된 ‘오메기술’이다. 이 오메기술을 소줏고리로 증류하면 고소리술이 탄생한다.

오메기와 고소리
고소리술은 그 도수가 40도에 이른다. 놀랄만한 도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소리술은 여느 독주와는 다르다. 도수가 높은 대부분의 독주들은 마심과 동시에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느낌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매우 고통스럽다. 고소리술은 입 속을 정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술이다. 마시는 순간 차가운 빙수가 입에서 순식간에 녹듯 달콤한 향이 시원하고 부드럽게 퍼지다가 목에 도달하기 전에 사라진다. ‘소주의 뒷맛은 쓰다’는 고정관념을 사정없이 깨뜨린다. 최근에는 다양한 이들의 취향을 고려해 ‘29도 고소리술’이 만들어져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40도짜리 고소리술에 비해 입 속에서 시원하게 퍼지는 청량감은 덜하지만 달콤하고 부드러운 고유의 감칠맛은 동일하다.


	제주샘주(酒)의 오메기술
제주샘주(酒)의 오메기술

고소리술의 전 단계인 오메기술도 매력적이다. 청주의 일종인 오메기술은 고소리술보다 향이 더욱 진하고 15도 정도로 도수가 낮다. 마신 후에도 입 속에 잔향이 길게 남고 술 자체의 바디감은 가벼운 편으로 진득하다기보다는 산뜻한 느낌이 든다. 고소리술이 남성 취향이라면 오메기술은 여성 취향에 가깝다. 올해 제주샘주가 새롭게 만든 오메기술은 한라산 청정자연에서 자란 조릿대(1m 안팎으로 자라는 대나무의 일종)를 첨가해 더욱 복합적인 맛과 향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향긋한 포도향을 지닌 서양의 화이트와인과 약재향이 매력적인 전통주 백세주의 장점을 절묘하게 조합한 듯한 느낌이다. (고소리술과 오메기술에 대한 맛 표현은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식품과 전진아 연구원이 제작한 ‘전통주 아로마휠’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고소리술과 음식
고소리술은 매우 독특한 술이다. 술을 먹고 그 후에 안주를 먹는 선주후식(先酒後食)이 일반적이라면, 고소리술의 경우에는 그 반대인 선식후주(先食後酒)가 더 어울린다. 뒷맛이 쓰지 않고 깔끔해 안주를 먹고 난 뒤 입 속의 잔여감을 고소리 술로 말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제법 도수가 높은 술이기 때문에 음식으로 먼저 속을 보호한다는 의미도 있다.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제주도의 토속음식인 갈칫국이다. 제주 앞바다에서 잡은 갈치를 각종 채소와 함께 말갛게 끓인 갈칫국은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음식이지만 고소리술과 함께 먹었을 때 특유의 비릿한 향이 잡혀 더욱 맛이 좋다.


	수불의 ‘갈칫국’
수불의 ‘갈칫국’

전통주와 한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전통주점 ‘수불’에서는 고소리술과 함께 갈칫국을 맛볼 수 있다. ‘2014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된 전통주와 해당 지역의 식재료를 가지고 기간 한정으로 특별한 메뉴를 선보이는 이번 프로모션은 10월 13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진행된다. 프로모션 기간 중에는 새로 오픈한 ‘수불’ 삼성 파르나스점에서 세트와 단품으로 한정판매되며, 종료 후에는 광화문점, 서래마을본점 등 모든 점포로 확대해 판매할 예정이다.

갈칫국 만들기

재료
갈치 반마리, 단호박(또는 늙은 호박) 100g, 알배추 3장, 다시멸치 5g, 청경채 10g, 마늘 약간, 천일염 약간, 간장 약간, 청양고추 약간

조리방법
1 물 3컵에 분량의 다시멸치를 넣고 우려낸다.
2 갈치는 먹기 좋게 3~4cm정도로 토막을 낸다.
3 우려낸 육수에 갈치, 단호박, 알배추, 청경채, 마늘을 넣고 끓인다.
4 국이 끓기 시작하면 천일염과 간장으로 간을 한 뒤 한소끔 더 끓여 그릇에 담아낸다.

TIP 1 더 맑은 국물을 원하면 간장 대신 소금으로만 간을 한다.
TIP 2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를 더한다.


음식 메뉴 개발 및 레시피 제공: 한식전문점 ‘수불’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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