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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술 대탐험] 조선 3대명주 ‘감홍로’ 이기숙 명인 “‘선친의 유산’ 대 이어 물려줄 것”

조회 수 2115 추천 수 0 2015.08.03 13:36:09

[아시아 술 대탐험] 조선 3대명주 ‘감홍로’ 이기숙 명인 “‘선친의 유산’ 대 이어 물려줄 것”


作者: 최정아 on August 3, 2015.
类别: 1. 한반도, 4. 문화, ALL



무더운 여름, 갈증을 해소시키는데 한 잔의 술보다 더 좋은 벗이 있을까? 소주, 맥주, 위스키, 보드카 등등…. 수많은 술들이 우릴 반긴다. 우리는 과연 ‘아시아의 술’에 대해 얼만큼 알고 있을까?

<아시아엔>은 아시아 각 권역을 대표하는 명주, 한 길만을 고집해온 한국전통주 장인의 사연, 외국기자의 시각에서 본 한국전통주, 그리고 술이 터부시 되는 중동에서의 ‘술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파헤친다.

아시아의 술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아시아엔>과 만나는 아시아의 다양한 술들을 기억해 뒀다 당신의 애주 리스트에 추가하시라!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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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인터뷰 최정아 기자, 사진 김길수 IVC 실장] ‘1980년 아버지의 마지막 감홍로….’

이기숙 감홍로(甘紅露) 명인의 SNS 프로필 사진엔 ‘아버지의 유산’이 담겨있다. 바로 그녀의 아버지가 생전 마지막으로 빚은 ‘감홍로’다. 죽력고, 이강주와 함께 ‘조선 3대 명주’로 꼽히는 ‘감홍로’는 이기숙 명인의 아버지 고 이경찬 선생(문배주 중요무형문화재)이 막내딸 이기숙 명인에게 물려준 유산이다. 기자가 찾아간 파주 감홍로 제조장에는 이기숙 명인의 술항아리들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날에도 술항아리가 보관돼 있는 감홍로 제조장만은 서늘했다. 그녀는 밤잠을 설치며 술항아리를 돌보던 아버지의 마음을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있다고 한다. “먼저 감홍로 술맛 한번 보실래요?” 이기숙 명인은 기자에게 웃으며 술잔을 건넨다.

“이곳 공기가 바깥과 달리 서늘해요. 최근 제조장 수리를 마쳐서 예전보다 일이 수월해졌어요. 감홍로를 만들 때 이쪽 파주 지하수 물을 써요. 술 빚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물’이거든요. 매년 있는 수질검사 때 ‘수질이 별로다’라고 하면, 그 해는 술을 빚지 않아요. 올해는 물이 너무 좋아서 술을 빚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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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별주부전’ 등 고전문헌 단골손님
감홍로. 달 감(甘)자에 붉을 홍(紅), 이슬 로(露)자를 썼다. 달고 붉은 술이 항아리 속에서 이슬처럼 맺힌다는 뜻이다. 감홍로에 대해 1946년 최남선 선생은 <조선상식문답>을 통해 “조선 3대 명주 중 으뜸으로 꼽히는 명주(名酒)다”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 명성답게 감홍로는 <춘향전> <별주부전> <장길산> 등 고전문학부터 <조선고유색사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동국세시기> 등 다양한 고전문헌에 등장한다.

“감홍로는 증류주에요. 고려시대 몽골족이 고려땅을 침략하면서 처음으로 증류주가 들어왔어요. 몽골족이 주둔했던 평양, 개성, 안동 등에서 각 지역특색에 맞는 증류주가 등장했죠. 감홍로는 평양 전통주지만 전북 남원이 배경인 <춘향전>에도 등장해요. 이도령이 한양을 올라갈 때 춘향이가 향단이에게 ‘감홍로를 가져와라’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어요. 또 <별주부전>에선 별주부가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며 토끼를 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해요. 그밖에 다양한 고전문헌들에서 감홍로가 등장합니다. 감홍로가 조선시대 기생들을 중심으로 조선 팔도에서 유명세를 탔던 것은 분명해요.”

맷돌을 이용해 감흥로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갈고 있는 이기숙 명인

맷돌을 이용해 감흥로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갈고 있는 이기숙 명인

‘감홍로’는 예부터 ‘약용주’로도 쓰였다. 혈액순환이 약하거나 위장이 찬 사람들이 자주 감홍로를 찾았다. 다른 증류주와 달리, 다양한 한약재가 들어가 몸속에 열을 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감홍로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논문도 발표됐다. 2010년 5월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는 ‘감홍로주 재료 첨출액의 항산화 효과’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고, 실제로 ‘항산화 효과’는 암을 예방하고 항암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1526년 집필된 고전의학서적 <식물본초>에서도 ‘감홍로에 살충작용이 있다’는 구절이 있어요. 쌀이 귀했던 조선시대 고관대작의 집에선 약을 대신해 마셨다고 하죠. 돌림병 창궐기 등 유사시엔 약으로 쓰이기도 하고요. 감홍로를 한잔 마시면 가슴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듯해요. 그러다 조금 지나면 배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감홍로만의 특색이더라고요. 그만큼 혈액순환이 잘된다는 뜻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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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기숙 명인은 대한민국 전통식품부분 ‘명인’으로 정식 등록됐다. 2000년 감홍주 명인이었던 둘째 오빠(이기찬 선생)가 세상을 떠난 지 12년만에 이뤄낸 결실이었다. 오랜 적자로 회사 빚이 늘어나자 ‘요즘 유행하는 막걸리로 전업하는 게 좋겠다’는 주변지인들의 조언도 적잖게 있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유산’을 지켜야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할아버지께서 아버지의 술을 가장 좋아하셨어요. 아버지는 오직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술을 빚었다고 말씀하셨죠.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자랐어요. 이것이 아버지가 제게 남긴 유산이죠. 아버지의 유산이 ‘씨앗’이라면 저는 ‘줄기’가 돼서 아이들 꽃을 피울 수 있게 도와줘야한다고 생각해요. 할아버지 한 사람을 위해 밤을 새며 술을 빚으신 아버지의 마음을 제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감홍로 술병은 조금 특이하다. 술병에 ‘감홍로’라는 이름 석자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흰 도자기에 새겨진 문양이 있다.

술병에 ‘감홍로’ 석자가 없는 이유
“우리 술병과 술잔엔 감홍로란 이름이 없어요. 보통 술을 다 마시면 술병은 쓰레기통으로 가잖아요. 그런데 술병에 감홍로라는 글자가 없으면 혹여 마른 꽃이라도 꽂아둘 수 있잖아요. 그럼 이 술병은 더 의미 있는 일을 한 거예요. 사실 술을 제조하는 입장에서 보면 손해죠. 병에 새겨진 이름보다 술맛으로 기억해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걸로 족해요. 우리 술병엔 감홍로란 이름 대신 집과 날개 문양이 있어요. 집은 ‘가정의 소중함과 따뜻함’, 날개는 ‘나비의 창조’를 뜻해요. 즉, ‘따뜻한 가정에서 창조해 꽃을 피운다’는 의미에요. 아버지가 저에게 물려주신 유산, 앞으로도 제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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