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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K술로 밀어준다지만 필요한 지원은…" 전통주 업계 깊어지는 고민

조회 수 971 추천 수 0 2023.04.21 14:31:07
입력2023-04-16 18:09:36 수정 2023.04.16 19:13:28 강동헌 기자

"표준화·대규모 설비 필요한데…투자 미비"

"'반짝'인기면 어쩌나" 수억 빚내기도 주저


“좋은 제조법을 찾아내 시험 삼아 술을 만들었어요. 반응이 좋았고, 주문이 폭발했죠. 그런데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하니까 금세 잊히더군요”

요즘 새로운 전통주 출시를 준비 중인 송충성 누룩연구가 겸 미음넷증류소 대표가 전통주 인기 현상을 보는 시선은 복잡했다.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건 고무적인 일이지만 생산자 입장에서 복잡한 문제가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

16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프리미엄 전통주 판매액은 2021년 기준 전년 대비 48.9% 늘었다. 지난해에는 65.4%, 올 들어서도 1분기에만 32.5%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1일 전통주 수출지원 민관협의회를 발족하는 등 전통주 육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전히 우려가 적지 않다. 맛과 품질이 제조 환경·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전통주의 맹점을 극복하고 표준화 된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계화된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지원은 미비하다는 것이다.



전통주 양조가들은 전통주를 가내 수공업으로 소량 생산하는 것과 상품화에 이르기까지는 큰 간극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주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데 그렇다고 선뜻 빚을 내 투자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쌀을 발효시킬 때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어떤 냉각 설비를 쓰냐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며 “발효 탱크도 용량에 따라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하는 탱크를 반짝 인기가 늘었다고 덥석 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발효 탱크만 필요한 게 아니다. 증류기, 병입 기계 등 여러가지 설비가 필요하다. 송 대표는 “이처럼 비싼 설비를 반짝 인기만 믿고 덥석 살 수 없는 게 영세한 전통주 업체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쌀을 사서 증류를 거쳐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최소 4~5개월이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자금 융통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그는 전했다. 최근 스테인리스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기계 설비 가격이 1.5~2배가량 오른 것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실제 ‘조선의 3대 명주’로 불리는 ‘감홍로’의 경우 판매량이 늘면서 증류소를 새로운 곳으로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환경과 설비가 달라지면 자칫 술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숙 감홍로 명인은 “술맛이 달라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양조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좋은 기계로 제조하면 리스크가 적었겠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설비를 하나씩 늘리다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3대 명주 ‘전주 이강주’의 이철수 사장도 “일찍이 좋은 레시피를 발굴했지만, 표준화 된 제품으로 내기까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유통 채널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인기 전통주를 지속해서 선보이고 싶어도 일부 품목은 물량이 부족해 한정판으로 출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만 3000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담화도 매달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춘 양조장을 찾아다니는 게 일이다. 술담화 관계자는 “1만 병 이상의 전통주를 한꺼번에 공급할 수 있는 양조장이 많지 않다”며 “증류주는 유통기한이 없지만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적절한 양조장을 찾기가 특히 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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