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뉴스1 코리아] 정준하도 푹 빠진 국내 양조장 투어…한 잔 더?

조회 수 1279 추천 수 0 2019.07.15 17:15:26
제 빛을 내며 익어가는 청수 포도© 뉴스1 윤슬빈 기자

경기도 평택과 대부도로 양조장 나들이에 나섰다. 

두 곳의 술 주재료들은 잘 익어가고 있었다. 평택엔 봄에 심은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대부도는 청포도가 선명하게 제 빛깔을 내고 있었다. 

싱싱한 재료로 만든 술맛은 보나 마나 뻔하게 맛있지 않을까.
 
이번 양조장 투어엔 국가대표급 미식가이자 대식가이며 애주가인 방송인 정준하 씨가 함께했다. 

그는 자타공인 '우리 술' 전도사다. 본인의 요식업장은 물론, 주변 연예인에게 전국 곳곳의 전통주를 적극 추천해 왔다. 

그 덕에 국내 내로라하는 한류 아이돌 멤버는 해외투어 때마다 그가 추천한 전통주를 챙겨간다.
   
최근엔 그 어렵다던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땄고, 농림식품부가 진행하는 사업인 '찾아가는 양조장'의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이예령 좋은술 양조장 대표가 직접 만든 누룩을 보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예쁜 사람이 예쁜 술을 만든다

"술 맛이 어쩜 이렇게 예뻐요?" 

초록 평야가 끝 없이 펼쳐진 평택으로 가면 '좋은술' 양조장이 있다. 이곳의 전통주를 시음하던 정준하 씨는 연신 감탄해댔다. 

'좋은술'은 조금 특별한 양조장이다. 국내 전통주 양조장의 대표는 대부분 남성이지만, 이곳은 여성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운영한다. 

이예령 대표는 8년 전까지 평범한 주부였다. 그는 반주를 즐겨하는 시아버지와 남편을 보며 '직접 빚은 좋은 술을 맛 보게 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예쁜 마음에서 시작해 술 배우기에 나섰다.
   
이 대표의 20년 가까이 된 살림살이 실력은 흠 잡을 데 없이 청결히 관리된 양조장에서 가늠할 수 있다.  
 
좋은술에서 나온 술들© 뉴스1

무엇보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든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오양주'와 '삼양주' 방식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전통주는 쌀가루 혼합부터 누룩 배합, 덧술 빚기 등의 과정을 거친다. 막걸리의 경우 이 과정을 한 번(단양주)하고, 고급 전통주라고 하면 두 번(이양주) 혹은 세 번(삼양주)한다. 

근데 이곳에선 무려 다섯 번(오양주)을 반복해 낸다. 오직 평택쌀과 직접 빚은 누룩, 물로만으로 만든 이곳의 탁주와 약주가 깊은 풍미를 내는 것도 지극한 정성이 들어가서다.
    
대표술은 천비향(탁주, 약주)과 술예쁘다(탁주)다. 오양주인 천비향은 애주가 사이에선 이미 명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되고, 지난해엔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그 술이다.

술예쁘다는 삼양주 방식으로 만들어진 '생탁주'다. 이 대표의 딸들이 이 술맛을 보곤 '예쁘다'한 것에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 이름처럼 국내산 누룩과 1등급 평택 슈퍼오닝쌀만으로만 낸 단맛이 일품이다. 

정준하 씨는 땀 흘려가며  직접 만든 단양주를 들고 흡족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좋은술에선 지속적으로 새로운 술 만들기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무궁화'주도 개발했다. 곧 이름을 붙여 시중에 나올 예정이다. 평소 맡아보지 못한 무궁화 향이 입안에서 감도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선 전통주 빚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갓 지은 고두밥에 누룩, 물을 넣어 쉬지 않고 30~40분 정도 손으로 섞으면 나만의 '단양주'가 탄생한다. 

쉬운 작업은 아니다. '거구'로 불리는 정준하도 땀을 뻘뻘 흘릴 정도다. 비법이나 요령도 없다. 그저 정성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다고 생각만으로 만들면 된다.
  
김지원 그랑꼬또 대표와 청수 농장을 둘러보는 정준하 씨© 뉴스1

◇청포도 와인 없어서 못 팔아요  


다음 목적지는 서해안의 큰 섬 대부도에 있는 와이너리다. 

'그랑꼬또'에선 직접 재배한 캠벨, 청수 등으로 다양한 와인을 만든다. 포도 본연의 향과 맛을 최대한 증폭시켜 신선한 맛을 내는 것이 이곳 와인의 모토다.
 
"전 세계 유명 와인 생산지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모두 강이나 바다를 끼고 있죠. 그 덕분에 토양은 미네랄이 풍부해요. 대부도도 그래요. 같은 품종을 심어도 맛이 달라요."

김지원 그랑꼬또 대표의 '한국적인 와인 만들기'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1999년 안산시가 특산물인 포도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그린영농조합'을 설립했고, 조합은 김지원 대표를 주축으로 와인 생산 사업체인 '그랑꼬또'를 만든다. 

국내서 와인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도전이 아니다. 김 대표가 2001년 직접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말 그대로 참담했다. 포도와 알코올, 설탕만 있으면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무지'가 빚어낸 결과였다.

그러나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20여 년간 와인 공부에 나섰고, 그 과정이 영글고 숙성되어 우리나라 대표 와인을 만들어 냈다.

한 해 4000여 병만 생산되는 청수© 뉴스1
와인 족욕 체험© 뉴스1

그랑꼬또의 대표술은 화이트 와인 '청수'와 로제 와인 '그랑꼬또 M5610'이다. 두 와인은 아시아 최대 와인 품평회인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2015년부터 3년 연속 금상과 은상을 수상했다.

그중 청수는 정말 없어서 못 파는 와인이다. 한 해 생산량은 약 4000병 정도로 1인당 2병 한정 판매하고 있다.

1993년 농촌진흥청은 식용 포도로 백포도 '청수'를 만들었는 데, 익으면 잘 무르고 떨어진다는 특성에 시중에서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청수는 김지원 대표 손으로 양조용으로 재탄생한다. 대부도에서 생산하는 포도 종 중 청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도 채 안 된다.

"너무 반했어요. 이런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준하 씨가 끊임없이 김 대표에게 감사말을 전했을 정도로 청수는 귀한 만큼 맛도 좋다. 은은한 황금빛이 도는 청수는 새콤한 청포도 향에 청량함과 적절한 산미가 있어, 특히 담백한 한식과 잘 어우러진다. 
 
그랑꼬또 M5610는 장미빛의 단맛이 감도는 로제 와인으로 꽃향기와 산딸기, 체리 등의 과일향이 풍부하다. 특히 고기류와 잘 맞는다. 

양조장의 백미는 '체험'이다. 그랑꼬또에서도 빠질 수 없다. 

와이너리 견학과 와인 시음, 와인병 공예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이색적인 것은 와인 족욕이다. 라벨이 잘못 붙여진 와인 한 병을 족욕탕에 쏟아 붓는다. 호화스러운 체험이다. 여기에 아로마 오일에 어깨 찜질까지 이뤄진다.  

그랑꼬또에서 개발 중인 청귤 와인© 뉴스1

△우리술 양조장 얼마나 있나 - 평택 좋은술과 대부도 그랑꼬또는 모두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꼽힌 곳이다. 찾아가는 양조장 프로그램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전통주 지원 사업으로 매년 지역의 우수 양조장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까지 전국 38개소가 선정됐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http://news1.kr/articles/?366982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기다림으로 만들어지는 발효 미학 자연식초

우리나라의 전통식초는 유럽의 발사믹식초나 일본의 흑초에 버금가는 다양한 유기산과 영양소를 품고 있는 식품이다. 발효에서 숙성까지 잊힌 전통식초 제조법을 바탕으로 식초를 만들고 있는 ‘초산정’ 한상준 대표가 처음 식초를 만난 때는 12년 전이다. ...

  • 누룩
  • 2014-01-22
  • 조회 수 4258

[조선비즈] [박순욱의 술기행](73) “좋은 누룩이 좋은 술 만든다.” 입증한 한영석 청명주 file

입력2022.04.27. 오전 11:21 수정2022.04.27. 오후 12:47 전북 정읍,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한영석 대표, 신제품 청명주 출시 60일 자연발효 누룩에 60일 저온발효, 30일 술 숙성한 덕분에 ‘맑은 산미’가 일품 가벼운 단맛, 푹 익은 사과즙 마시는 느낌…쌀 침...

  • 누룩
  • 2022-04-29
  • 조회 수 4157

캬아~ 막걸리 감칠맛 비결은 ‘유기산-글루탐산 황금비율’ file

하루 종일 지루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 생각나는 것은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 긴 장마가 끝나고 작열하는 태양 밑에서 종일 땀을 흘리고 나면 적당한 거품이 올라와 잔 밖으로 넘치는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렇듯 막걸리와 맥주는 그야말로 ‘...

  • 누룩
  • 2013-08-14
  • 조회 수 4141

맥주가 없었으면 피라미드도 없었다? [1]

많은 이들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우리는 맥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프레시안>은 맥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맥주에 대해 몰랐던 사실, 한국 맥주 산업의 현주소, 맥주가 갖는 다양한 의미들을 짚는 기획이다. 시쳇말로...

  • 누룩
  • 2013-04-24
  • 조회 수 4006

[세계일보] 주류전문가 명욱이 내다본 2021 술 트렌드…“홈술 강세에 전통주 날아오를 듯” file

입력 : 2021-01-01 03:00:00 수정 : 2020-12-31 12:48:42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는 2021년에도 이어지고, 더 성장할 거 같습니다. 단순히 많이 마신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술을 마시는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류 문화 칼럼...

  • 누룩
  • 2021-01-04
  • 조회 수 4000

서울 4대 명주 - 삼해약주·향온주·송절주·삼해소주

서울 4대 명주를 만드는 명인들이 술과 어울리는 안주를 함께 냈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사람들에게 '서울의 술이 있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을 못합니다. 하지만 서울에는 훌륭한 술이 네 가지나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가회동 북촌민예...

  • 누룩
  • 2013-12-26
  • 조회 수 3999

한국에서 수제 맥주 만들고 있는 미국인 삼총사

/*기사 본문 유형별 포토 팝업 탭 div*/ a.pop_btn_mov { width:90px; height:90px; display:block; position:absolute; top:50%; left:50%; margin-top:-45px; margin-left:-45px; background: url(http://image.chosun.com/cs/article/2012/type_mov_onoff...

  • 누룩
  • 2013-05-28
  • 조회 수 3930

(위기의 막걸리산업①)올해 수출 8천만달러?..10년來 최저치 전망

일본 의존도 지나치게 높아..정부, 수출다변화 대책 사실상 '전무' 입력 : 2012-09-11 오후 4:51:00 [뉴스토마토 오세호기자] 정부가 올해 막걸리 수출액 8000만달러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막걸리 수출은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

  • 누룩
  • 2012-09-12
  • 조회 수 3926

경고 받은 브라질 맥주맛 아이스크림 광고 [2]

브라질 맥주맛 아이스크림 광고가 경고 조치를 받았다고 27일 호주 매체 뉴스닷컴 등 외신들이 전했다. 브라질 광고 감독 기관이 양조사의 맥주맛 아이스크림 광고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했다. 비정부 기관인 브라...

  • 누룩
  • 2013-03-27
  • 조회 수 3898

왕의 술, 아황주의 맥을 잇는 최행숙전통주가 file

왕의 술, 아황주의 맥을 잇는 최행숙전통주가 '최행숙전통주가' 최행숙 대표 막걸리를 중심으로 우리 전통주의 매력에 빠지는 세계인들이 늘고 있다. 이에 공장에서 대량 생산도 진행되고 있지만 전통주조방식을 고집하는 전통주가들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 약손
  • 2012-09-27
  • 조회 수 3862

[4월29일] 막걸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찾아

대한민국 막걸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막걸리수을길 이번에는 우리술의 대표코드인 막걸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해 보는 수을길로 과거 막걸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했던 포천 일동, 이동 막걸리를 찾아 양조장...

국세청...주류 통신판매자, 주류 통신판매 수단, 주류 통신판매자 준수사항 등 발표

국세청...주류 통신판매자, 주류 통신판매 수단, 주류 통신판매자 준수사항 등 발표국세청,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최경민 기자l -->승인2016.07.30 12:59:42 트위터 페이스북 --> ...

  • 누룩
  • 2016-08-04
  • 조회 수 3788

[설 선물 / 주류] 전통주, 차례용·선물용으로 ‘딱’

71년 전통 차례주 - 백화수복 저온발효 수제 청주 - 설화 차례음식과 찰떡궁합 - 예담 국순당 ‘예담’(왼쪽), 롯데주류 ‘백화수복’ 설 같은 명절에는 차례상에 오르는 전통주가 선물세트용으로 가장 각광 받는다. 전통주는 차례 후 음복(...

  • 누룩
  • 2015-02-05
  • 조회 수 3787

대한민국 최대 전통주 품평회 '2012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대한민국 주류 품평회 중, 최고의 권위와 규모를 자랑하는 품평회가 있다. 바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최하고, ‘한국전통주진흥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가 그것이다. 2007년부터 이름을 달리하여 시작한 이 품평회는 2010년 ‘우리술 품평회’...

  • 누룩
  • 2012-10-16
  • 조회 수 3742

올 추석엔 名人 전통주 어때요?

작년부터 선물용으로 큰 인기… 백화점 선물 안내책 표지 장식 ▲ 왼쪽부터 '타미앙스', '감홍로주', '하향주'. 다음 달 8일 추석을 앞두고 국내 백화점 3사(社)의 '추석 선물 세트' 마케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빅3' 백화점의 선물 세트 ...

  • 누룩
  • 2014-08-20
  • 조회 수 37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