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서울경제 [오늘밤 酒인공은 나야나] ② ‘술 익는 향기’ 사라진 한국

조회 수 982 추천 수 0 2017.10.30 20:06:38

[오늘밤 酒인공은 나야나] ② ‘술 익는 향기’ 사라진 한국

-전통주와 절기주


김민혁 기자

2017-10-27 13:51:39

[오늘밤 酒인공은 나야나] ② ‘술 익는 향기’ 사라진 한국



[오늘밤 酒인공은 나야나] ② ‘술 익는 향기’ 사라진 한국


술을 밥 먹듯이 마시던 대학 새내기 시절…. 1차가 끝나고 한 잔 더 마시자는 선배를 따라 학교 앞 전통 술집에 들어섰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옛 음악이 흐르는 전통 술집은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소주나 먹자던 나의 의견을 묵살하며 선배는 맑은 동동주를 시켰다. 일반 탁주와 달리 투명한 빛깔에 첫맛은 달고 깔끔한 목 넘김에 연거푸 술잔을 비워냈다. ‘우리 술’의 향과 맛에 처음으로 취한 날이었다. 

차례를 모시기 위한 ‘세주’부터 

향기가 매혹적인 ‘매화주’까지 

계절 변화따라 다양한 술 발달 

◇계절마다 달랐던 ‘우리 술의 향’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계절 변화에 따라 세시풍속이 형성되었다. 이에 계절에 맞는 재료를 이용하거나 자연 변화에 따른 술빚기가 발달했다.  

한 해가 시작되는 설날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마셨던 계절주는 ‘세주’부터 시작된다. 차례를 모시기 위한 술인 만큼 선조들은 정성을 다해 술을 빚었다. ‘세주’는 차례상을 물리고 나서 온 가족이 한 잔씩 술을 나눠 마셨다. 정월의 또 다른 절기주로는 ‘귀밝이술(이명주)’이 있다. 대보름날 가족 모두가 한 잔씩 마시면 1년 내내 귓병이 없고 귀가 밝아진다고 한다. 강남에 간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짇날이 되면 진달래를 따다 화전도 빚고 두견주를 빚었다. 청명, 한식일에는 찹쌀로 빚은 청명주로 조상의 묘를 찾았다. 봄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단오날에는 잘 익은 ‘부의주’에 창포뿌리를 넣어 숙성시킨 ‘창포주’로 하루를 즐겼다.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 6일은 유두일로 이날 마시는 절기주는 ‘농주’다. 전국적으로 빚어 마시는 ‘동동주’와 ‘막걸리’가 대부분으로 단오날 마시고 남은 창포주를 걸러 만든 막걸리를 즐기기도 했다. 

무더위가 한풀 꺾여 서늘해질 무렵이면 가장 큰 명절인 한가위가 돌아온다. 한가위에는 차례상에 올릴 술이며 떡을 빚는데 햅쌀로 빚은 술을 ‘신도주’ 또는 ‘햅쌀술’이라고 한다. 또 가을이 깊어지는 9월 중앙절에는 야생 황국을 넣어 만든 국화주를 즐겼다. 

겨울에는 매화주를 즐겼다. 엄동설한의 고난을 이기고 만개한 매화는 향기가 매혹적이다. 잘 빚어 빛깔이 밝고 맑은 술에 매화가 동동 떠 있는 매화주는 선비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고의 술이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절기주들은 특별한 목적으로 빚은 술 아니면 대개가 가향주 성격이 강하다.  

일제강점기 조선주세령 발표로 

허가받은 양조장 외 술 못 빚어 

탁주·희석식 소주가 시장 점령 



◇잃어버린 ‘우리 술의 향’ 

반만년 역사 동안 찬란하게 발전해온 우리 술. 우리나라 술은 크게 나누어 탁주, 약주, 소주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금주정책으로 술에 대한 과세나 전매 제도가 없었다. 따라서 집에서 술을 빚어 마시는 가양주 문화가 번성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로 넘어오면서 조선주세령이 발표되었다. 이에 양조면허를 받은 양조장을 제외한 술을 빚는 것이 금지되고 주세를 부과했다. 이 때문에 우리 민족의 감칠맛을 돋워줬던 ‘우리만의 누룩’은 사라지고 말았다. 또한 왜식청주(정종), 맥주, 양주 등 외래주가 대거 유입되었다.

1945년 광복을 맞았지만 우리 술은 더욱 피폐해졌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곤궁, 청산되지 못한 일본식 제도의 잔재의 여파 때문이다. 탁주가 양적 팽창을 했고 희석식 소주가 시장을 점령했다. 질적 성장보단 외형만 커진 셈이다. 그로 인해 우리의 진정한 전통술은 거의 명맥이 끊어져 버렸다. 다행히 1980년대 이후부터 불합리한 규제와 제약이 조금씩 해소되어 전통술 50여종이 재현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이 영세하고 전문 양조기술과 영업력 부재로 찬란했던 전통 가양주 문화가 복원되기에는 힘든 실정이다. 그나마 1995년부터 술을 개인이 빚어 마시는 것이 허용된 점이 위안이 된다. 

이강주·소곡주·안동소주 등 

지역별로 명맥 이어온 술 많아 

양조장서 다양한 체험행사도 



◇명맥을 이어온 전통술 

이강주, 한산소곡주, 안동소주, 오메기술… 아직 우리 주변에 많은 전통주들이 지역별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술로는 ‘군포당정옥로주’와 ‘남한산성소주’다. ‘군포당정옥로주’는 찹쌀과 율무로 빚은 경기도 지방의 전통술로 술을 빚을 때 증기가 액화되는 과정에서 옥구슬 같은 이슬방울이 떨어진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군포당정옥로주’는 유씨 가문에서 1880년경부터 만들어 먹던 가양주라고 한다. 역사가 무려 400년이 넘는다고 알려진 ‘남한산성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40도에 달하지만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선조 때 전쟁에 대비해 남한산성을 축조하면서 이때부터 빚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옥선주’는 강원도 지역에서 만들어진 전통주로 옥수수와 쌀로 발효하여 칡으로 숙성시킨 술이다. 알코올 농도 40%의 증류식 순곡주로 술 특유의 쓴 맛은 없고 그윽한 곡향이 입안 가득 감돌면서 시원하고 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충청도를 대표하는 ‘한산소곡주’는 삼국시대 백제의 궁중 술로 1,50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술을 빚던 며느리가 확인 차 젓가락으로 찍어 먹었는데 그 맛이 좋아 계속 먹다 취해 일어나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 하여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불린다. 찹쌀과 누룩을 주원료로 들국화, 메주콩, 생강, 홍고추 등을 넣고 100일간 숙성을 하여 빚는다. 

경상도에는 널리 알려진 ‘안동소주’가 있다. ‘안동소주’는 접객용뿐 아니라 상처, 배앓이,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에 좋아 약용으로 쓰였다. 고유의 곡향과 깔끔한 뒷맛이 외국 사람의 입맛에도 좋아 널리 사랑받는다. 

조선 3대 명주로 유명한 ‘이강주’는 전라도를 대표한다. 전주의 ‘이강주’는 6대를 이어온 전통 가양주로 토종 소주에 배, 생강, 강황, 계피를 넣고 꿀을 가미해 만드는 전통주다. 조선 중기부터 전라도와 황해도에서 제조되었고 오래 묵힐수록 맛과 향이 좋아진다.

논이 흔하지 않은 제주도에서는 쌀이 귀했기 때문에 차조를 이용해서 술을 만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제주 지역의 전통주가 시도무형문화재 제주도 제3호로 지정된 ‘오메기술’로 차조로 만드는 오메기 떡에서 유래하였다. 일명 강술이라고도 불린다. 

그 외에도 문배술, 죽력고 등 다양한 전통술들이 우리 곁에 남아있다.

[오늘밤 酒인공은 나야나] ② ‘술 익는 향기’ 사라진 한국
전통주갤러리 강남점 전경. /사진출처=전통주갤러리 강남점 홈페이지



현재 전국의 양조장들은 대개 전통술갤러리나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 곳에서 다양한 시음 및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전통술을 빚어보고 ‘우리 술’의 향과 맛에 취해보면 어떨까. 

/김은강·김민혁기자 kawa02@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보기:   http://www.sedaily.com/NewsView/1OMGSWY2CB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아시아 술 대탐험] 조선 3대명주 ‘감홍로’ 이기숙 명인 “‘선친의 유산’ 대 이어 물려줄 것”

[아시아 술 대탐험] 조선 3대명주 ‘감홍로’ 이기숙 명인 “‘선친의 유산’ 대 이어 물려줄 것” 作者: 최정아 on August 3, 2015. 类别: 1. 한반도, 4. 문화, ALL 무더운 여름, 갈증을 해소시키는데 한 잔의 술보다 더 좋은 벗이 있을까? 소주, 맥주, 위스키, 보...

  • 누룩
  • 2015-08-03
  • 조회 수 2089

[TOPCLASS] 무료 시음 가능한 우리 술 전시 공간 file

글 : 최선희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전통주 갤러리에서는 매달 주제별로 10종의 전통주를 무료 시음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4면으로 만들어진 시음 카운터에 각 한 명...

  • 누룩
  • 2020-10-13
  • 조회 수 2088

높은 세율에 고사위기 ‘토종 와인’...막걸리의 6배

높은 세율에 고사위기 ‘토종 와인’...막걸리의 6배1만원 와인에 세금만 2200원...지역의회 세율 인하 건의유재형 기자poem@ekn.kr 2015.09.15 13:06:51 ▲국내 유일 ‘포도·와인산업특구’으로 지정된 충북 영동은 한해 200톤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에너지경...

  • 누룩
  • 2015-09-16
  • 조회 수 2078

소규모 지역 막걸리 양조장이 대기업과 경쟁해 살아남는 방법은?

최근 들어 서점가에서 다시 읽기 열풍이 부는 고전 경제학 서적이 있다. 약 150년 전의 자본주의 모순을 담은 내용. 잉여가치란 재화가 소수에게 과도하게 쏠리면 빈부 격차가 일어나고, 빈부격차를 이겨내지 못하는 다수는 혁명을 일으킨다는 내용, 세계적인...

  • 누룩
  • 2013-10-24
  • 조회 수 2078

2015년 최고의 막걸리와 전통주는?

2015년 최고의 막걸리와 전통주는?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mw0422@chosun.com입력 : 2015.11.26 09:00 2015년 우리술 품평회 대상 수상작 소개. 제1부 느린마을 라이트 막걸리 다사다난했...

  • 누룩
  • 2015-11-30
  • 조회 수 2072

향긋한 제주 감귤 맥주, 위하여 ~

- 고교 동창 강규언·문성혁씨 개발 "사회적 기업으로 맥주사 세울 것" “제주 감귤을 넣은 맥주랍니다. 시원하게 한잔 어때요.” 제주 출신 대학생 2명이 감귤 성분을 넣어 만든 ‘베타맥주’를 개발, 시판을 준비 중이다. 제주 오현고 동창인 제주대 ...

  • 누룩
  • 2014-02-06
  • 조회 수 2064

[대구경북] 기차타고, 경주 명품 축제 보러가자!

▲ 지난해 경주 떡과 술잔치를 찾은 관광객들이 부대행사인 골든벨 퀴즈에 참여하고 있다. ⓒ2012 CNB뉴스▲ CNB뉴스, CNBNEWS, 씨앤비뉴스 (재)경주문화재단이 추석 명절을 맞아 축제와 연계한 기차여행 상품을 선보이는 등 대대적인 축제 홍보에 나선다. 그 첫 ...

  • 약손
  • 2012-10-02
  • 조회 수 2059

[프레시안] 양양 양지술곳간, 지역 대표 전통주 제조업체 도전 file

고급 디자인으로 전통주 가치 높여 전형준 기자(=양양) | 기사입력 2020.11.17. 16:19:37 강원 양양군 강현면에 소재한 농업회사법인 ㈜양지술곳간(대표 김정녀)이 신제품으로 약주와 탁주를 선보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주 제조업체에 도전한다...

  • 누룩
  • 2020-11-19
  • 조회 수 2053

전통주 술병 안에 문화가 있고 경제가 있다

전통주 술병 안에 문화가 있고 경제가 있다 권순창 기자 | ychabj@hanmail.net 승인 2016.03.06 00:04:43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통주 산업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가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농식품 6차산업이라는 농식품부 ...

  • 누룩
  • 2016-03-08
  • 조회 수 2053

장아찌와 막걸리, 전통내림 솜씨 무료강좌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전통 요리법 전수 장아찌와 막걸리, 전통내림 솜씨 무료강좌 우리 고유 전통음식인 장아찌와 막걸리를 집에서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시식해보는 무료강좌가 열린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건강한 식생활문화 보급을 위해 전통음...

  • 누룩
  • 2012-10-30
  • 조회 수 2052

WSJ 유럽판 1면 막걸리광고, 서경덕-송일국 ‘한국의 전통주’ 자랑

월스트리트 저널 유럽판 1면에 막걸리 광고가 떴다. 지난 1월6일 월스트리트 저널 유럽판 1면에는 백의민족의 상징인 흰색 한복을 차려입은 송일국이 막걸리 한잔을 건네며 웃고있는 사진이 커다랗게 걸렸다. 그의 머리 위에는 ‘MAKGEOLLI?’(막걸...

  • 누룩
  • 2014-01-07
  • 조회 수 2048

농식품부, 조은술 세종 등 ‘찾아가는 양조장’8개 신규 선정

농식품부, 조은술 세종 등 ‘찾아가는 양조장’8개 신규 선정 [헤럴드경제=배문숙기자]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찾아가는 양조장’ 8개소를 신규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찾아가는 양조장은 지역 양조장에 환경개선, 품질관리, 체험프로그램 개선, 홍보 등...

  • 누룩
  • 2015-07-20
  • 조회 수 2048

맥주병은 왜 대부분 '갈색'일까?

[몰라도 되는 식품 이야기]맥주병은 왜 대부분 '갈색'일까?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십수 년 전 맥주업계에 일대 파란이 일었다. 맥주병은 ‘갈색’이어야만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깬 맥주가 나와서다. ‘눈으로 마시는 맥주’라는 카피가 붙은 이 맥주는 젊...

  • 누룩
  • 2013-02-03
  • 조회 수 2032

제주 전통주, 세계시장에 우뚝 서기를… [5]

[기고] 제주 전통주의 활성화를 바라며 / 현명헌 제주주류도매업협회장 ▲ 현명헌 제주주류도매업협회장 원래 주류(술)는 인터넷으로 판매할 수 없도록 원칙을 정하고 있다. 때문에 소주, 맥주, 위스키, 와인 등은 인터넷을 통해 판매할 수 없고 이...

  • 누룩
  • 2013-01-22
  • 조회 수 2031

[맛있는 월요일] 알싸한 문배술엔 스파게티 … 청량한 솔송주엔 뭘 먹을까?

우리 술·음식 궁합 맞추기 향 강한 추성주엔 디저트 톡 쏘는 매실원주엔 회 어울려 달콤한 허니와인, 카나페와 딱 (왼쪽부터) 이승훈 전통주 잡지 기획자, 이지민 페이스북 ‘대동여주도’ ...

  • 누룩
  • 2015-05-04
  • 조회 수 202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