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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100년 전통 '대구 하향주' 해외매각 위기

조회 수 1106 추천 수 0 2021.04.26 15:46:07

대구 `하향주`. [사진 제공 = 한국전통주백과]


대구시 무형문화재 11호 보유자가 빚고 있는 1100년 역사의 전통주 `하향주(荷香酒)`가 해외 자본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위치한 하향주 제조 공장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자 중국인과 일본인 등이 거액의 인수 의사를 전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향주`는 대구 달성군 유가면에 거주했던 밀양 박씨 종가에서 전승된 술로서 그 유래가 신라 흥덕왕(826∼836년) 때로 알려져 있다. 술이 연꽃 향기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향주가영농조합은 현재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2013년 대출금 15억원을 포함해 18억여 원을 투자해 990㎡ 규모의 제조공장과 창고 등을 신규로 지었지만 판매 부진 등으로 인해 자산 매각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하향주는 2013년 이전만 하더라도 하루 200병 정도 생산됐지만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조합측은 전통 제조 방법을 유지하면서 공정을 현대화하고 안정적인 품질을 갖춘 대량 생산 기반을 갖추기 위해 이같은 투자를 했다.


이런 투자에 불구하고 `하향주`가 수년 간 경영 위기를 겪게 되자 이 소식을 접한 해외 사업가들이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이다. 평소 `하향주`를 한국의 전통주로 선물받고 술을 맛 본 해외 투자자들이 `하향주`의 시장 확대 가능성을 내다 본 것이다. 중국인 한 사업가는 구체적으로 67억원의 인수 금액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일본의 한 사업가도 "일본에 가서 하향주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대구시 무형문화재 11호 보유자인 박환희(72) 하양주가영농조합 대표도 고민에 빠졌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주를 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평생을 살아왔다"며 "자금 압박이 계속 이어지는 만큼 이제는 모든 것을 접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박 대표는 1979년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가 살았지만 할머니의 `하향주`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1994년 영주권까지 포기한 채 유가읍에 정착해 술을 빚어왔고 대구시무형문화재 11호 보유자가 됐다. 그는 "인생의 남은 날들이 얼마인지 몰라도 무형문화재라는 틀에서 벗어 나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편 하향주는 신라 흥덕왕 때 도성국사가 수도한 비슬산 유가사 도성암이 불에 탄 후 중수를 할 때 인부들이 먹을 토주를 빚었는데 이 토주가 비슬산 일대 민가에 전승된 것이 유래다. 조선 광해군 때는 비슬산에 주둔하던 군사들이 유가사에서 빚은 하향주를 즐겨 먹었고 당시 대장이 진상한 하향주를 맛본 광해군이 천하 명주라고 칭송해 그 후 해마다 10월이 되면 하향주를 조정에 진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도 하향주는 `독이 없으며 열과 풍을 제거하고 두통을 치료하고 눈에 핏줄을 없애고 눈물 나는 것을 멈추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출처 : [단독] 1100년 전통 `대구 하향주` 해외매각 위기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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