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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나는 지방 소주…생산설비 늘리고 수도권 공략 시동

조회 수 5391 추천 수 0 2013.11.06 11: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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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지방 소주가 진열된 모습.

 

 

한때 ‘고사’ 위기에 빠졌던 지방 소주 업체들이 반격에 나섰다.

지금까지 지방 소주 업체들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 대기업 물량 공세에 밀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충북, 전북, 충남·대전 등 일부 지역은 제 앞마당도 지키지 못하고 대기업에 밀려 지역 1위 자리를 뺏겼다.

이에 지방에서 지위를 공고히 했던 일부 업체들은 전력을 가다듬고 수도권 공략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전국 소주 소비량의 40%를 책임지는 수도권 시장을 놓치면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들이 지방 공략을 강화해 더 이상 지방 시장만 유지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점도 지방 소주 업체들이 반격하기 시작한 원인 중 하나.

광주·전남 기반 보해양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살아남은 업체들은 탄탄한 지역 브랜드로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성장했다. 지방 소주 기업들의 수도권 공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형 유통 업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국 이마트에서 팔리는 지방 소주 판매량은 올해 들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만 해도 이마트 지방 소주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했지만, 3월부터 9월까지 매월 4~9%까지 판매량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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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2중 2약 3최약 구도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공략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소주에 대한 인식 변화의 영향이 크다. 또, 영남과 호남권 인구가 수도권에 유입되는 것도 호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취하는 술’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좋은 술자리’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목넘김이 좋거나, 향이 좋은 소주, 도수 낮은 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이에 적극 대응했던 일부 지방 업체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경남에 기반을 둔 무학은 지방 소주 업체들 중 소위 가장 잘나가는 곳이다.

알코올 도수가 16.9도인 저도주 ‘좋은데이’를 2006년 출시한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전국 소주 시장에서 무학의 점유율은 7%에 불과했으나, 2010년 10%를 넘어선 뒤, 지난해 14.2%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2월엔 2위 롯데칠성마저 제치기도 했다.

무학 관계자는 “부산 70%, 경남·울산 90%, 전국 시장 15%대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실제 소비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 중심 판촉 활동을 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무학은 올해부터 수도권 공략을 시작해 생산설비 확충이 완료되는 2015년 본격적으로 수도권 공략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무학은 창원 2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11월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준공식 이후엔 창원 1공장 설비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이 공사도 완료되는 2015년이 되면 무학은 전국 소주 소비량의 30%를 감당할 수 있어 생산성 측면에서 수도권 공략이 가능해진다. 이에 맞춰 마케팅을 강화하고 유통망도 확충하고 있다.

‘보해’도 수도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보해는 2011년 목넘김이 좋은 단일주정소주(한 가지 곡물만 사용해 만든 주정) ‘월’을 선보였다. 특히 배우 한가인을 모델로 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광고를 제작해서 소비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월’은 전국 모든 이마트와 홈플러스, 뉴코아 킴스클럽 몇 개 지점과 수도권 내 농협 하나로마트 지점에 입점해 있다. 그뿐 아니라 보해는 소주 외에도 값싼 매실주 ‘매이(MAY)’를 통해 수도권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구·경북 기반 금복주, 대전·충남의 더맥키스컴퍼니(옛 선양) 등도 탄탄한 지역 유통망을 바탕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 중이다.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수도권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입장. 다만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대기업들이 강한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어 다소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일부 업체는 수도권 타진을 은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지금까지 소주 시장은 지역 색깔이 강했다. 지역별 할당제를 의미하는 ‘자도주’ 개념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자도주 구입제도’는 소주 시장 과다 경쟁과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1973년 정부에서 시행한 것으로 한 개 도에 하나의 소주 업체만 허용한 정책이다. 이 법은 1996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면서 전국 소주 시장은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서로의 지역을 공략하며, 먹고 먹히는 ‘치킨 게임’이 시작된 것.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하이트진로와 강원도를 기반으로 수도권까지 확장한 롯데칠성 등 대기업들은 점점 지방으로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북 기반 보배는 하이트진로, 충북 기반 충북소주는 롯데칠성에 인수됐다.

지역 패권자가 바뀐 곳도 있다. 대전·충남은 하이트진로가 지역 소주 업체를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무학은 오랜 기간 부산을 지배했던 C1 소주로 한때 부산 지역 점유율 98%를 차지했던 대선주조를 왕좌에서 끌어내렸다.

반면, 대구·경북, 광주·전남, 제주, 울산·경남 등에서는 자도주 업체들의 영향력이 여전하다. 한번 길들여진 입맛과 함께 지역 주민들의 애향심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구조 개편을 거치며 현재 국내 소주 시장은 ‘1강 2중 2약 3최약’이란 다소 복잡한 구도를 띠고 있다. 40%대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하이트진로가 1강이며, 15%대 점유율로 2위 싸움을 하고 있는 롯데칠성과 무학이 2중으로 분류된다. 5%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지방의 명맥을 지키고 있는 보해와 금복주는 2약을 형성하고 있으며, 1~3% 점유율 수준의 제주 한라산, 더맥키스컴퍼니, 대선주조는 최하위권이다.

김일규 대선주조 상무는 “지방 소주는 지역민의 애향심에 기대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소주 판매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으나 갈수록 그 의미가 줄고 있다. 소주 시장 주 고객인 젊은 층에게는 더 이상 애향심이 먹히지 않으면서 품질과 마케팅, 영업전략, 사회공헌 활동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주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일부 지방 소주 업체들 또한 반격의 채비를 마치면서 향후 시장 구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소주 시장은 지역 고유의 색깔이 점점 줄고 있다. 게다가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는 점점 늘어나면서 수도권은 앞으로 전국 소주 업체들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하면 ‘전국구’ 업체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어 향후 마케팅에도 유리하다.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안착에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기반이 되는 지역 시장을 안정적으로 지키면서 수도권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점유율 차이에 민감한 소주 업체 간 분위기로 인해 지역별 점유율은 물론 올해 3월부터는 전체 시장점유율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지방 소주 업체들이 대구·경북, 광주·전남에서는 7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부산은 95% 이상(무학+대선주조)을 지방 소주 업체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이 지방 시장으로 점점 손을 뻗치는 상황에서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공략만 신경 쓰다 보면 자칫 기반을 놓칠 수도 있다.

유통망 확보는 지방 소주 업체들의 수도권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국내 주류 산업 유통망은 도매상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영업망과 소매상을 상대로 하는 2차 영업망으로 구분된다. 각종 광고와 판촉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인다 해도 1차 영업망인 도매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매출 신장에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공략에 실패했던 것도 도매상들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무학처럼 일반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수도권 도매상들도 지방 소주 업체들에 관심 갖기 시작한 점은 긍정적이다.

서영화 LIG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을 공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력이다. 새로운 유통 경로 확보는 물론 마케팅과 판촉 활동을 위한 일정 자금 소요는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기존 수도권을 지배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의 19도짜리 소주와 어떤 차별화 포인트를 갖고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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