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6)] 여주쌀과 여강물로 전통주 만드는 추연당

조회 수 1359 추천 수 0 2021.08.18 14:20:37
발행일 2021-08-17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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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한 잔 술을 빚기까지… 40일 발효 60일 숙성
추억처럼 아름답게 취하는 '시간의 향기'

대왕님표 여주쌀과 남한강 물·누룩으로 만든 전통 약주인 '순향주'는 먼저 맑은 황금색 빛깔과 과실, 곡물, 꽃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마셔보면 달지 않으면서 신맛이 조화를 이룬 감칠맛과 깨끗함에 반한다.


여주시 가남읍 금당리에서 순향주, 소여강, 백년향 등 전통술을 만드는 추연당의 이숙(52) 대표는 "전통주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말했다. 추연당은 맛있는 음료 추(䣯), 인연 연(緣), 집 당(堂)자를 써서 '맛있는 술로 인연을 맺은 집'이라는 뜻이다.

 

이 대표는 2016년 여주로 귀촌해 농업회사법인 추연당을 설립하고 2018년 상품을 출시한다. 그리고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우리술 품평회' 약(청)주 부문에서 '순향주'로 우수상을 받고, 지난 4월 제12회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 '평화통일기원 한국전통음식 요리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추연당은 지난 5일 세종대왕 이름인 '이도(李)'로 상표등록을 마쳐 '이도 육포'와 정과류 등을 내놓을 계획이며, 협동조합과 연계해 궁중디저트 카페도 준비하는 등 전통음식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추연당에서 이 대표를 만나 특별한 전통주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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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 가남읍 금당리에 있는 전통술을 만드는 추연당의 이숙 대표(52)는 "전통주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할머니의 전통주는 기다림의 미학

전통주 제조법을 시연하는 이 대표는 멥쌀을 정성스레 씻기를 반복하고, 미리 불린 멥쌀을 찜기에 쪄서 고두밥을 만들고, 차게 식힌 뒤 누룩을 넣고 발효시킨다. 이 밑술과 4번의 덧술을 혼합해 발효는 40일, 숙성은 60일, 그래서 발효와 숙성에 100일 정도 걸려 나온 술이 '순향주'이다.

"큰 양조장에서는 기계로 씻지만 여기서는 직접 손으로 씻어요. 쌀알이 망가지지 않도록 집중하여 씻다 보면 여주 쌀의 향기가 나면서 잡념은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죠. 음식은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면 더 맛있어요." 

이숙 대표 "할머니가 술을 빚던 모습 지금도 경이" 전통방식 살려
17세기 조리서 '음식디미방' 바탕, 5번 담금하는 '순향주' 탄생

 

추연당의 순향주는 1670년경 최초로 여성이 쓴 조리서 '음식디미방'의 순향주법(삼양주)을 바탕으로 다섯 번 담금하는 오양주로 빚은 전통방식의 약주이다. 그리고 이 대표는 발효실에서 거품을 내며 '톡톡톡' 술 익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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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발효되는 술을 보고, 술 익는 소리를 듣고, 술의 향을 맡으면서 그는 "매일 아이를 돌보듯 합니다. 저에게는 굉장히 긴 시간이죠.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함께 가자'고 말을 건네며 기다림 속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에서 천연비누를 수입해 백화점에 납품하며 꽤 여유로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나이 40이 넘어서면서 할머니가 빚은 청주(추연당에서 출시한 순향주), 증류주(소여강), 탁주(백년향)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과거 추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할머니께서 시루에 고두밥을 찌는 날이면 시룻번을 붙이는 일이 소꿉장난하는 것처럼 재밌었고, 고두밥이 다 찌어진 다음에 시루에서 시룻번을 떼어먹으면 정말 고소하고 맛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피자 도우를 구워 먹는 느낌과 비슷하죠."

 

추연당 전통주20000


그는 술광에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나무발판을 딛고 술독 속 술 익는 모습과 향기, 소리를 마음껏 보고 듣고 자랐다.

그는 "겨울엔 할머니께서 술지게미에 신화당(뉴슈가)을 조금 넣어서 화로에다 따뜻하게 끓여 달달하게 만들어 주시면 맛있게 먹었어요"라며 "한복을 입으시고 머리에 작은 은비녀로 쪽을 찌신 할머니의 술을 빚는 모습은 지금도 경이롭다"고 말했다. 

 

제2의 고향 여주에서 쌀과 도자기의 만남

늘 무언가에 목이 말라 있었던 이 대표는 우연히 정월 특집방송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윤숙자 교수가 한국전통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애쓰는 모습에 감동해서 바로 종로에 있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를 찾았다.

"항상 '꿈은 이루어진다!'라며 '호랑이를 그려보세요. 잘 그리면 호랑이를 그릴 수 있고, 못 그려도 고양이를 그릴 수 있다'고 하는 윤 교수님 말씀에 롤 모델로 삼고 전통음식 연구가를 꿈꾸며 그동안 살아가면서 무언가 채워지지 않던 공간을 채우기 위해 매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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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 대표는 강천면에서 '흙내가마'라는 작업실과 갤러리를 운영하는 도예가 박재국 작가와 만남을 통해 '전용 잔'과 '자기접시'를 제작했다. /추연당 제공


일련의 수련과정을 거친 그는 작업실을 내기 위해서 고민하던 중 여주에 왔다가 물 좋은 남한강, 임금님께 진상했던 여주 쌀, 도자기, 각종 농축특산물 등 여주가 술 빚기에 최적지임을 깨닫고 귀촌을 결심했다.

이 대표의 여주예찬은 강천면에서 '흙내가마'라는 작업실과 갤러리를 운영하는 도예가 박재국 작가를 만나며 백자로 된 '전용 잔'과 '자기 접시'를 제작하게 됐고 또한 남한강변 둘레길인 '여강길'을 소재로 1년간의 숙성을 거쳐 만든 증류주 '소여강'(25도, 42도, 50도) 출시로 빛을 발한다.

 

"술은 유형의 자연과 무형의 지역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종합예술이며 융복합 문화라고 생각해요. 여주에 와서 '여강'이 남한강을 뜻하고 '여강'은 여주사람들의 꿈이 자라고 추억이 흐르는 강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여주의 혼을 담고자 '여강'이라는 이름과 소주를 뜻하는 '불사를 소(燒)'자를 붙여 '소여강'이 세상에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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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 대표는 강천면에서 '흙내가마'라는 작업실과 갤러리를 운영하는 도예가 박재국 작가와 만남을 통해 '전용 잔'과 '자기접시'를 제작했다. /추연당 제공

 

MZ세대 웹툰과 막걸리, '이도 육포·정과'

전통주라고 하면 '아재' 술로 인식되기 마련인데 추연당은 젊은 MZ세대를 위한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 SNS에는 다수의 웹툰이 게재돼 있다.

전통주를 마시고 입에서 느낀 오감을 명쾌하고 발랄하게 표현한 박백형 웹툰 작가와의 인연으로 '전통주를 빚는 방법', '소여강의 스토리', '추연당 전통주 탄생 배경' 등 예쁜 그림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역작가와 전용잔·자기접시 제작… 증류주 '소여강' 출시도
SNS에 웹툰 게재… '아재술' 이미지 탈피 MZ세대와 소통 힘쏟아

이 대표는 "지금은 웹툰 시대잖아요. 실패했던 경험이나 술을 빚는 방법 등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또 양조장이 크지는 않지만 소신껏하면서 우리의 전통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도록 지역민과 청년들을 위한 사업으로도 연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추연당 여강길 웹툰
추연당의 SNS에는 다수의 웹툰이 게재돼 있다. 박백형 웹툰작가의 '소여강의 스토리'. /추연당 제공


이 밖에도 추연당에서는 여주쌀로 백설기를 찌고 전통 누룩과 물로만 빚은 탁주 '백년향'이 생산되고 있으며 술로 고기의 핏물을 빼고 맛간장으로 달인 '이도 육포', 쌀 조청으로 도라지를 여러 번 끓였다가 식혔다가를 반복해 생강설탕가루에 찍어 먹는 '생강백당도라지정과', 무를 꿀에 조린 '무정과'는 아토피성 피부염과 기관지에 좋은 건강 간식이다.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사용한다는 이 대표. 내년이면 여주 월송동에 궁중 디저트 카페도 준비하는 추연당이 전통주와 더불어 여주의 다양한 농축산물로 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어 지역과 세대를 뛰어넘는 로컬음식문화를 실현하길 기대해 본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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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1081601000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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