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주(千金酒)"

조회 수 2463 추천 수 0 2011.01.29 13:27:46
"천금주(千金酒)"
세종대왕께서 흉년이 들어 기근에 허덕이는 백성들의 먹을 거리를 위해 만든 <구황벽곡방>에 기록된 천금주(千金酒)에 대하여..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술은 “천금주(千金酒)”입니다. 천금주라는 술 이름을 듣는 순간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왠지 값 비싼 술로, 또는 술의 향이나 색이 아름다운 술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천금주는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 세대에 흉년이 들어 사람을 구하는 술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고 문헌에서 “천금주”를 기록하고 있는 책은 1691<치생요람>, 1766<증보산림경제(보)>, 1827<임원십육지>, 1837<양주방>, 1800년대 <주찬>을 통해 우리는 천금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1800년대 <주찬>에 기록된 술빚기는 이유야 어떻든 잘못 기록되었지만 그 이외의 문헌속에서 천금주의 제조법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천금주의 제조법을 살펴보기로 하죠.

[ 찰볏집을 가마솥에 넣고 달인 후에 짚을 걸러내고 붉나무 껍질을 넣고 다시 1-2번 달인다. 그것이 식으면 항아리에 넣고 누룩가루를 적당하게 넣은 뒤, 다음날 물 두 말에 쌀 한 되로 멀건 죽을 만들어 독에 넣고 익히는데 맑아지면 맛이 달다. 이것을 마시면 부기가 없어지는데 신기한 효과가 있다. ]고 1691 <치생요람>에 기록되어 있으며 1800년대 <양주방>에 기록된 내용에도 <치생요람>과 별 차이는 없습니다.

천금주를 빚는데 사용하는 붉나무는 천금목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술의 이름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 보여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붉나무를 천금목으로 달리 부른다 하여 이것으로 빚은 술을 천금주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천금주는 천금(千金)처럼 귀한 것으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술"이었습니다.

1400년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종대왕은 흉년에 백성들이 먹을 것이 없어 죽음에 이르는 것을 염려하여 <구황벽곡방(救荒僻穀方)>을 편찬합니다. <구황벽곡방>에는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이용하여 곡식을 얻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이것들을 이용하여 굶어 죽지 않도록 여러 가지 먹을 수 있는 음식 제조법이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에 지금 우리가 논하고 있는 <천금주(千金酒)>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구황벽곡방>은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어 많은 백성들에게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1554년 명종때 영남과 호남에 큰 가뭄이 들어 이를 구제하기 위하여 세종이 지은 <구황벽곡방>에서 요긴한 것을 뽑아 출판한 것이 바로 <구황촬요(救荒撮要)>입니다.

<구황촬요>에는 영양 실조로 중태에 빠진 사람들의 구급법과 대용식품을 만드는 방법 등 그에 필요한 조미료와 환자의 소생에 필요한 비상용 술을 빚는 방법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구황촬요>에 기록되어 있는 술은 <천금주>와 <적선소주>가 있습니다. <적선소주>는 지금까지 <김승지댁 주방문(1860)>에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책에 기록되어 있으나 이는 잘 못 된 것입이다. 보시다시피 그보다 훨씬 앞선 1400년대에 <적선소주>의 제조법이 문헌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적선소주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구황촬요>가 세종이 지은 <구황벽곡방>에서 요긴한 것을 한문과 한글로 번역하여 출판한 것으로 <천금주>와 <적선소주>는 세종때인 1418-1450년대에 기록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1450년대 <산가요록>보다 앞선 술의 제조법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구황촬요>에 기록된 천금주의 제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먼저 찰볏짚을 가마솥에 넣고 물을 붓고 푹 무르도록 끓인 후, 지푸라기는 건져내고 그 물에 붉나무 껍질을 넣고 다시 1~2차례 끓인 후에 식기를 기다려서 항아리에 담고 누룩가루를 적당하게 넣고 섞어서 두었다가 다음날 쌀로 죽을 쑤어서 넣는데 물 2말에 쌀 1되 정도로 하여 술을 빚어 놓았다가 술이 익어서 맑게 고인 후, 먹으면 맛이 달다. 이것을 복용하면 부종을 치료하는데 신기한 효능이 있다. ]

위에서 천금주의 제조법을 보면 알겠지만 물 2말에 쌀 1되를 사용하고 있어 흉년이 들어 쌀을 구하기 쉽지 않아 사용하는 곡물의 양이 적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부분 가양주를 빚는 이유가 집을 방문하는 손님을 위해서, 조상 숭배를 위해서, 풍류를 즐기는데, 힘든 농삿일의 피로를 푸는 데 사용하기 위해 가양주를 빚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황촬요>에 기록된 수 많은 조리법은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여기에 <천금주>와 <적선소주>는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먹을 음식이 없을 때 중요한 약이 되었으며 식량이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즐기기 위해 술을 만들지만 600년 전에는 먹을 것이 없어, 먹지 못해서 병이 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것으로 술을 빚었던 것입니다. 제가 <천금주>를 처음 접했을때는 값진 술, 금(金)과 같은 색을 가진 술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몇 날 몇 일을 여기저기에 있는 도서관을 전전하면서 <구황촬요>를 발견하고 그 안에 기록된 <천금주>와 <적선소주>를 발견했을 때, 그리고 <구황촬요>가 어떤 책인지 알았을 때야 비로소 <천금주>가 꽤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 초기에 “천금(千金)보다 값진 사람을 구하는 술이라 하여 천금주(千金酒)”라 기록한 것입니다. 먹을 것이 없어 기근에 허덕일 때 <천금주> 한 모금을 먹는 것은, 그 상황은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저려오는 것도 같습니다. 그 사람이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일테니 말입니다.




<저 작 권 자(c)술 독 .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www.suldoc.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100가지 꽃이 들어간 백화주 file

백화(百花)주는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100가지 꽃이 들어간 술을 뜻합니다 백화는 '많다', '완성'이라는 뜻의 온갖 꽃을 가리키는 표현이기도 하여 많은 꽃이 들어가 완성된 술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꽃을 법제하는 것부터 술을 빚는 과정까지 많은 공이 들...

  • 2019-02-21
  • 조회 수 4019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술 '도소주(屠蘇酒)' file

<도소주>는 명의(名醫) 화타에 의해서 만들어진 처방이라 알려져 있다. 도소주는 ‘사악한 기운을 잡는 술’ 또는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옛날에는 병에 걸리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 2019-01-28
  • 조회 수 3948

아카시아꽃술

아카시아꽃술 "아카시아술이 완성되었습니다."술 빚은지 18일 만에 술이 완성되었네요. 달콤한 향기가 좋습니다. 아카시아 꽃을 말려 6월 7일 밑술을 빚어 6월 24일 용수를 박았습니다. 약 18일 정도 걸렸는데요. 날씨가 따뜻해...

  • 2011-01-29
  • 조회 수 3795

달달하고 진한 복분자주 file

달달하고 진득한 복분자주 완성 은은하고 향긋하게 나는 복분자 향에 와인이라고해도 모를만큼 진한 다크레드컬러의 색상이 매력적인 복분자주입니다. 복분자는 고창의 토종복분자를 사용하시는게 맛이나 향이나 월등해요^^(가격은 조금 비쌉니다) 밑을 가라앉...

  • 2019-03-11
  • 조회 수 3767

도토리술 [1]

도토리술 힘들게 얻은 도토리를 손질하여 도토리술(橡實酒)을 빚었습니다. 도토리는 장과 위를 든든하게 한다고 합니다. 도토리 술은 지금으로 부터 약 400-500년 전 고문헌 <산가요록>과 <수운잡방>에 상실주(橡實酒)로 기록되...

  • 2011-01-29
  • 조회 수 366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