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살아나는 지방 소주…생산설비 늘리고 수도권 공략 시동

조회 수 5613 추천 수 0 2013.11.06 11:01:4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각종 지방 소주가 진열된 모습.

 

 

한때 ‘고사’ 위기에 빠졌던 지방 소주 업체들이 반격에 나섰다.

지금까지 지방 소주 업체들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 대기업 물량 공세에 밀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충북, 전북, 충남·대전 등 일부 지역은 제 앞마당도 지키지 못하고 대기업에 밀려 지역 1위 자리를 뺏겼다.

이에 지방에서 지위를 공고히 했던 일부 업체들은 전력을 가다듬고 수도권 공략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전국 소주 소비량의 40%를 책임지는 수도권 시장을 놓치면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들이 지방 공략을 강화해 더 이상 지방 시장만 유지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점도 지방 소주 업체들이 반격하기 시작한 원인 중 하나.

광주·전남 기반 보해양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살아남은 업체들은 탄탄한 지역 브랜드로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성장했다. 지방 소주 기업들의 수도권 공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형 유통 업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국 이마트에서 팔리는 지방 소주 판매량은 올해 들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만 해도 이마트 지방 소주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했지만, 3월부터 9월까지 매월 4~9%까지 판매량이 증가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1강 2중 2약 3최약 구도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공략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소주에 대한 인식 변화의 영향이 크다. 또, 영남과 호남권 인구가 수도권에 유입되는 것도 호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취하는 술’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좋은 술자리’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목넘김이 좋거나, 향이 좋은 소주, 도수 낮은 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이에 적극 대응했던 일부 지방 업체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경남에 기반을 둔 무학은 지방 소주 업체들 중 소위 가장 잘나가는 곳이다.

알코올 도수가 16.9도인 저도주 ‘좋은데이’를 2006년 출시한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전국 소주 시장에서 무학의 점유율은 7%에 불과했으나, 2010년 10%를 넘어선 뒤, 지난해 14.2%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2월엔 2위 롯데칠성마저 제치기도 했다.

무학 관계자는 “부산 70%, 경남·울산 90%, 전국 시장 15%대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실제 소비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 중심 판촉 활동을 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무학은 올해부터 수도권 공략을 시작해 생산설비 확충이 완료되는 2015년 본격적으로 수도권 공략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무학은 창원 2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11월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준공식 이후엔 창원 1공장 설비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이 공사도 완료되는 2015년이 되면 무학은 전국 소주 소비량의 30%를 감당할 수 있어 생산성 측면에서 수도권 공략이 가능해진다. 이에 맞춰 마케팅을 강화하고 유통망도 확충하고 있다.

‘보해’도 수도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보해는 2011년 목넘김이 좋은 단일주정소주(한 가지 곡물만 사용해 만든 주정) ‘월’을 선보였다. 특히 배우 한가인을 모델로 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광고를 제작해서 소비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월’은 전국 모든 이마트와 홈플러스, 뉴코아 킴스클럽 몇 개 지점과 수도권 내 농협 하나로마트 지점에 입점해 있다. 그뿐 아니라 보해는 소주 외에도 값싼 매실주 ‘매이(MAY)’를 통해 수도권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구·경북 기반 금복주, 대전·충남의 더맥키스컴퍼니(옛 선양) 등도 탄탄한 지역 유통망을 바탕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 중이다.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수도권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입장. 다만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대기업들이 강한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어 다소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일부 업체는 수도권 타진을 은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지금까지 소주 시장은 지역 색깔이 강했다. 지역별 할당제를 의미하는 ‘자도주’ 개념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자도주 구입제도’는 소주 시장 과다 경쟁과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1973년 정부에서 시행한 것으로 한 개 도에 하나의 소주 업체만 허용한 정책이다. 이 법은 1996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면서 전국 소주 시장은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서로의 지역을 공략하며, 먹고 먹히는 ‘치킨 게임’이 시작된 것.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하이트진로와 강원도를 기반으로 수도권까지 확장한 롯데칠성 등 대기업들은 점점 지방으로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북 기반 보배는 하이트진로, 충북 기반 충북소주는 롯데칠성에 인수됐다.

지역 패권자가 바뀐 곳도 있다. 대전·충남은 하이트진로가 지역 소주 업체를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무학은 오랜 기간 부산을 지배했던 C1 소주로 한때 부산 지역 점유율 98%를 차지했던 대선주조를 왕좌에서 끌어내렸다.

반면, 대구·경북, 광주·전남, 제주, 울산·경남 등에서는 자도주 업체들의 영향력이 여전하다. 한번 길들여진 입맛과 함께 지역 주민들의 애향심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구조 개편을 거치며 현재 국내 소주 시장은 ‘1강 2중 2약 3최약’이란 다소 복잡한 구도를 띠고 있다. 40%대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하이트진로가 1강이며, 15%대 점유율로 2위 싸움을 하고 있는 롯데칠성과 무학이 2중으로 분류된다. 5%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지방의 명맥을 지키고 있는 보해와 금복주는 2약을 형성하고 있으며, 1~3% 점유율 수준의 제주 한라산, 더맥키스컴퍼니, 대선주조는 최하위권이다.

김일규 대선주조 상무는 “지방 소주는 지역민의 애향심에 기대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소주 판매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으나 갈수록 그 의미가 줄고 있다. 소주 시장 주 고객인 젊은 층에게는 더 이상 애향심이 먹히지 않으면서 품질과 마케팅, 영업전략, 사회공헌 활동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주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일부 지방 소주 업체들 또한 반격의 채비를 마치면서 향후 시장 구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소주 시장은 지역 고유의 색깔이 점점 줄고 있다. 게다가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는 점점 늘어나면서 수도권은 앞으로 전국 소주 업체들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하면 ‘전국구’ 업체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어 향후 마케팅에도 유리하다.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안착에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기반이 되는 지역 시장을 안정적으로 지키면서 수도권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점유율 차이에 민감한 소주 업체 간 분위기로 인해 지역별 점유율은 물론 올해 3월부터는 전체 시장점유율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지방 소주 업체들이 대구·경북, 광주·전남에서는 7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부산은 95% 이상(무학+대선주조)을 지방 소주 업체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이 지방 시장으로 점점 손을 뻗치는 상황에서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공략만 신경 쓰다 보면 자칫 기반을 놓칠 수도 있다.

유통망 확보는 지방 소주 업체들의 수도권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국내 주류 산업 유통망은 도매상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영업망과 소매상을 상대로 하는 2차 영업망으로 구분된다. 각종 광고와 판촉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인다 해도 1차 영업망인 도매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매출 신장에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공략에 실패했던 것도 도매상들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무학처럼 일반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수도권 도매상들도 지방 소주 업체들에 관심 갖기 시작한 점은 긍정적이다.

서영화 LIG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을 공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력이다. 새로운 유통 경로 확보는 물론 마케팅과 판촉 활동을 위한 일정 자금 소요는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기존 수도권을 지배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의 19도짜리 소주와 어떤 차별화 포인트를 갖고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백스피릿' 이준기→나영석PD 스틸 공개..전통주에 취하다

안윤지 기자 / 입력 : 2021.09.23 11:24 /사진제공=넷플릭스 '백스피릿'/사진제공=넷플릭스 '백스피릿''백스피릿'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한다. 23일 넷플릭스 시리즈 '백스피릿' 측은 3화 게스트 배우 이준기, 4화 게스트 나영석 PD가 함께한 스...

  • 누룩
  • 2021-09-23
  • 조회 수 1390

가양주 연구소, 무감미료 스파클링 막걸리 '서울’ 출시

우진영 기자 승인 2021.08.27 11:53 서울의 한강주조, 용인의 술샘 등 수많은 스타 전통주 양조장을 배출한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서울 양조장’이 무감미료 스파클링 막걸리 ‘스파클링 막걸리 서울’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 2월 ...

  • 누룩
  • 2021-08-27
  • 조회 수 1980

경남농업기술원 '고로쇠 수액 이용 전통주 제조방법 특허'

기사내용 요약 고로쇠 수액 활용 전통주 고급화, 차별화로 새로운 소비시장 확대 [진주=뉴시스] 고로쇠 수액을 이용한 청주. *재판매 및 DB 금지 [진주=뉴시스] 정경규 기자 = 경남도농업기술원은 ‘고로쇠 수액을 이용한 전통주 제조방법’ 을 특...

  • 누룩
  • 2021-08-27
  • 조회 수 1023

국순당, 쌍계명차와 ‘증류소주 려驪Ⅹ쌍계명차 선물팩’ 출시

전형준 기자 | 기사입력 2021.08.25. 12:02:17 증류소주 려驪 , 올해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최우수상’ 고구마증류소주에 차를 우려서 마시는 독특한 ‘티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명주X명차’ 선물팩이 출시됐다. 국순당은 전...

  • 누룩
  • 2021-08-25
  • 조회 수 1374

전통주 양조를 꿈꾸는 당신이 꼭 기억해야 할 것들

최근 전통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전통주 교육기관의 교육 대기 기간이 1년이라는 소식을 들으면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할 수 있다.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나 구독 서비스 이용자 증가, 신규 바틀샵 증가 등 시장의 확대 ...

  • 누룩
  • 2021-08-24
  • 조회 수 1826

[막걸리 산행] 발효하면 순창…술이 맛있을 수밖에요

글 손수원 기자 사진 한준호 차장 다정한 부부가 빚는 술은 향기롭다. 도시 생활을 하던 임숙주&김수산나 부부는 순창으로 내려와 좋은 술을 빚으며 ‘인생 제2막’을 살고 있다. 전북 순창은 고추장의 고장이다. 고추하면 청양도 있고 영양도 있고 괴...

  • 누룩
  • 2021-08-19
  • 조회 수 1104

[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6)] 여주쌀과 여강물로 전통주 만드는 추연당

발행일 2021-08-17 제11면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한 잔 술을 빚기까지… 40일 발효 60일 숙성 추억처럼 아름답게 취하는 '시간의 향기' 대왕님표 여주쌀과 남한강 물·누룩으로 만든 전통 약주인 '순향주'는 먼저 맑은 황금색 빛깔과 ...

  • 누룩
  • 2021-08-18
  • 조회 수 1460

[국민일보] 고흥유자주, ‘K-디자인 어워드 2021’ 위너 수상 file

기사입력 2021.08.10. 오전 11:46 K-디자인 어워드는 아시아 3대 디자인 콘테스트 고흥군, 도농업기술원 유자수출사업단, 중국 JHE글로벌 기업과 공동 협력 결과 고흥유자주 아시아 3대 디자인상, K-디자인 어워드 2021 위너 수...

  • 누룩
  • 2021-08-17
  • 조회 수 1046

[세계일보] 전통주 지침서 '전통주 비법과 명인의 술' 다온북스 통해 출간

입력 : 2021-08-12 16:09:54 수정 : 2021-08-12 16:09:52 조정형 식품명인-식품명인체험홍보관 조윤주 관장 집필, 전통주 후학에게 전하는 마음 대한민국식품명인 제9호 조정형 명인과 식품명인체험홍보관 조윤주 관장이 후학에게 전하고자 하는 전통주...

  • 누룩
  • 2021-08-13
  • 조회 수 882

[고양신문] 고양 첫 프리미엄 지역특산주 ‘냥이탁주’ 드셔보셨나요? file

이옥석 기자 입력 2021.07.27 08:07 수정 2021.07.27 19:45 인생 2막을 지역특산주와 함께하는 농업회사법인 행주산성주가(주) 이광희 대표 농업회사법인 행주산성주가(주)에서 생산하는 냥이탁주 3가지 고양시 최초 ...

  • 누룩
  • 2021-08-12
  • 조회 수 1336

[대한금융신문] [응답하라 우리술 211] 공동체 정신 지향하는 신생 양조장 ‘과천도가’ file

김승호 편집위원승인 2021.07.30 17:20 남태령 옛길에 담긴 스토리텔링 담아 지역 술로 승부수 걸어 ‘관악산생막걸리’와 ‘과천미주’ 출시, 창업고객도 활발히 모집 서울 사당에서 과천으로 넘어가는 고개의 이름은 남태령이다. 삼남지방으로 넘어가는 ...

  • 누룩
  • 2021-08-11
  • 조회 수 1587

전통주갤러리, ‘대한민국 전통주 소믈리에’들의 성지로 급부상

뉴스듣기 뉴스듣는 중--> 가 가나다라마바사 가나다라마바사 가나다라마바사 가나다라마바사 가나다라마바사 기사저장 저장된기사목록 기사프린트 사진: 전통주갤러리 3인방, 좌측부터 김영우 국가대표 전통주소믈리에, 이성국 전통주소믈리에, 김민현 전통...

  • 누룩
  • 2021-07-29
  • 조회 수 1154

[한경비즈니스] [막걸리 열전] ‘로컬’의 가치 담은 팔팔막걸리 file

기사입력 2021.07.25. 오전 6:33 김포 특등급 쌀이 만들어 낸 산뜻한 맛 특등급의 김포금쌀을 원료로 만드는 팔팔막걸리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의 특징은 ‘로컬’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획일적인 스펙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중...

  • 누룩
  • 2021-07-28
  • 조회 수 1082

막걸리업계 '올드한 이미지 싹 바꾼다"

젊은층 겨냥 디자인·독특한 광고영상 등 선보여 배상면주가는 3D 캐릭터를 활용해 제작한 느린마을막걸리 광고 영상을 선보였다. [사진=배상면주가] 최근 막걸리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막걸리 업체들은 올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펼치며 소비...

  • 누룩
  • 2021-07-26
  • 조회 수 936

[국제뉴스] '서민갑부 전통주' 구독서비스로 27세에 연매출 4억 file

김영규 기자 입력 2021.07.20 20:10 '서민갑부 전통주' 구독서비스로 27세에 연매출 4억(사진=채널A) '서민갑부 전통주' 갑부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일 방송되는 채널A ‘서민갑부’에서는 전통주에 구독서비스를 접목...

  • 누룩
  • 2021-07-23
  • 조회 수 102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