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한국에서 수제 맥주 만들고 있는 미국인 삼총사

조회 수 4010 추천 수 0 2013.05.28 09:56:01

	한국에서 수제 맥주 만들고 있는 미국인 삼총사

그는 배가 들어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물건은 이미 선적이 됐으니 한창 태평양을 건너고 있을 것이다. 이르면 6월 초, 늦어도 중순이면 물건이 도착할 것이다. 몇 달간 밤을 새워 가며 준비한 일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계획대로 사업이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 새로 마련한 사무실로 향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맞은편 골목의 사무실. 미첼 데이비드 니콜스(36)와 사업 파트너인 조너선 윌슨, 조너선 스콧 애디가 50㎡(15평) 남짓한 사무실의 인테리어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이들 삼총사는 미국 위스콘신대 출신들로 친구다. 미첼과 두 조너선이 머리를 맞대고 사업을 모의한 것은 올 초, 3~4주 후 빈 사무실을 채울 물건은 수제 맥주를 만들 재료들이다. 용산구청에서 ‘서울 홈브루’란 이름으로 영업신고를 하고 사업자등록증명도 받았고 식약처에서 허가도 받았다. ‘서울 홈브루’는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 호프, 효모, 맥아원액 등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회사이다.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 시장까지 잡겠다.”

삼총사의 꿈은 의외로 크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들이 큰소리를 치는 것은 나름대로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사업 구상은 먼저 미첼의 머리에서 나왔다. 미첼도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던 홈브로잉(home-brewing)족. 4년 전부터 맥주를 만들다 보니 재료 구입하는 것이 영 불편했다. 재료를 파는 곳도 몇 없는 데다 인터넷으로 수입대행을 하기 때문에 가격이 너무 비쌌다. 캔으로 된 맥주 원액이 대부분이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다. 포장 단위도 20L가 넘는 대용량이다 보니 한번 만들 때마다 미처 소화하지 못한 맥주가 좁은 집안에 쌓여 갔다. 원하는 맥주를 만들어 보고 싶은데 그 맛을 내는 맥주보리를 구하기도 힘들었다. 차라리 내가 수입해 볼까? 시장이 보였다. 마침 한국에도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벌써 20여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미첼을 지난 5월 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식당에서 만났다. 집에서 만든 맥주라면서 ‘다크 에일’ 맥주를 가져왔다. 가져오는 동안 병이 흔들렸는지 뚜껑을 따자 거품이 끊임없이 흘러넘쳤다. 목넘김 뒤에 초콜릿향이 나는 것이 단맛과 쓴맛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면서 신선했다. 맥주 만드는 이야기가 나오자 미첼이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은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다음엔 “베이스 역할을 하는 맥아를 더 넣어야겠다”면서 신이 나서 설명을 했다.

미첼의 본업은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조교수이다. 한국에 온 것은 2006년이다. 위스콘신주 애플턴 출신으로 대학에서 세라믹을 전공했다. 도예를 하다 보니 전통 장작가마에 대해 알게 되고 한국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미국에서 교사를 하다 아시아 여행도 하고 한국 도예도 배울 겸 서울대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영어강사 자리를 구했는데 한국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도예보다 재미있었다. 아예 언어학으로 전공을 바꿔 온라인으로 영국 버밍엄대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서강대, 안산1대학 어학원 등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그때만 해도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2009년 서강대 어학원에서 만난 부인이 그를 한국에 정착하게 만들었다. 작년 9월 김은록(소펙사·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씨와 결혼하고 홍익대 교수임용도 됐다. 인터뷰 장소에 같이 나온 김은록씨가 “좁은 신혼집 방 하나를 맥주 만드는 기구들이 차지하고 있고 현관에는 미첼표 수제 맥주들이 계속 쌓여가고 있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 음식은 안 가리고 먹는 미첼이 “한국에 와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맥주였다”고 말했다. “맥주가 다양하지 않았어요. 미국에는 마이크로브루어리(소형양조장·home-brewry)가 많아서 가게마다 다른 맥주를 맛볼 수 있어요. 한국은 그런 가게를 찾기도 어렵고 가격이 너무 비쌌어요. 미국에서 한두 번 만들어본 경험이 있어서 직접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했죠.”

맥주가 완성되면 친구들을 불러서 파티를 했다. 모이면 만나서 하는 이야기가 사업구상이었다. 미니골프, 레이저총 등 그동안 구상대로라면 몇 번 사업을 벌였다 엎었을 것이다. 한국 물정 잘 모르는 삼총사가 신나서 아이디어를 늘어놓을 때마다 김은록씨의 임무는 말리는 일이었다. 그때마다 포기했던 미첼은 맥주사업만은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삼총사가 의기투합해 본격적으로 사업 준비를 시작한 것은 올 초부터였다. 시장조사, 사업계획서, 영업허가, 통관, 검역 등 사업 준비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한국어 실력은 그나마 한국에 일찍 온 미첼이 조금 낫긴 하지만 대화할 수준은 못 된다. 서툰 한국어로 구청에 쫓아다니며 서류준비를 하려고 하니 구청 직원이 더 답답해했다. 아예 종이에 구비서류와 절차를 적어준 걸 집으로 들고 와 김씨의 도움을 살짝 받았단다.

신규 위생교육도 수료하고 모든 서류는 끝났다. 그가 스마트폰을 내밀더니 영업신고증 사진을 보여줬다. 가장 어려운 것은 통관 문제였다. 물건을 들여오지 못하면 허가증이고 뭐고 무용지물 아닌가. 통관은 강남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서류준비와 별도로 수입선도 뚫었다. 미국에 있는 중개상을 찾다가 보리 제조사인 ‘그리츠’를 알게 됐다. “글로벌 톱5 안에 드는 회사이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는 아직 들어와 있지 않은 회사였어요. 그쪽에 이메일로 사업계획서를 보내고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수출 의사를 타진했어요. ‘한국에서 시작하지만 아시아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설득을 했어요. 개인 거래는 안 하는 회사인데 비전을 본 때문인지 오케이를 했어요. 맥아와 맥아원료가 지금 오고 있는 중입니다.”

역시 정공법으로 미국 회사인 브루크래프트와의 거래도 뚫었다. 미국과 시차가 거꾸로다 보니 미국 회사들 일정에 맞춰서 연락을 주고받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3명이 자본금 1000만원씩을 내고 이태원에 사무실을 얻었다. 바닥 페인트칠부터 전기공사, 가벽 세우는 작업까지 모두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두 달 가까이 수업 없는 시간은 사무실 인테리어 작업하느라 땀을 흘렸다. 물건 도착만 기다리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문이 남아있다. 식약처가 도착한 물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이 맥주 거품처럼 사라지게 된다. 미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기다리는 것밖에는 없으니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잠 안 자고 몇 달 동안 정말 열심히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따라할까 봐 걱정이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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