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술에도 성별이? 한일 대표 술, 막걸리와 사케의 역사

조회 수 2862 추천 수 0 2013.01.25 13:02:23
최근 수년간 막걸리는 수출량의 급진적인 증가로 세계화에 성공했다는 사케(일본식 청주)와 자주 비교를 해 왔다. 2011년도에는 한국의 사케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많았다는 이유로 ‘막걸리 사케에 압승’이란 표현도 했으며, 2012년도에는 ‘사케 웃고, 막걸리 울고’등의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비교대상이 되는 사케와 막걸리의 차이는 무엇일까? 막걸리의 윗술은 사케와 비슷할까? 오늘은 막걸리를 포함한 가양주와 사케의 차이를 알아보는 막걸리 여행이다.

여성이 이끈 조선시대 가양주 문화, 남성이 이끈 에도시대 주조장의 사케 문화

막걸리를 포함한 한국 가양주의 문화는 누구보다도 여성이 이끈 문화라고 볼 수 있다. 1670년대 경북안동의 안동장씨가 집안의 딸과 며느리를 위해 기술하여 한국 최고의 식경이라 불리는 음식디미방은 서술된 146가지의 음식 중에 가양주에 대한 내용이 54가지나 나오는 대표적인 가양주 문헌이다. 쓰여진 연도와 작자는 알려졌지 않지만 어떠한 음식 중에서 술빚기가 가장 어렵다고 기술되어 있는 주방문(酒方文) 역시 50조목의 음식에 이르는 내용을 볼 때 여성이 집필했다고 생각된다. 사케의 경우는 1600년대 에도막부시대 접어들면서 당시 집권층인 에도막부에 철저한 관리하에 본격적인 양조장이 탄생하였다. 대규모 술 제조라 육체노동이 많았던 관계로 술 제조의 영역은 여성에서 서서히 멀어져 가고, 토우지라는 사케제조 책임제도가 등장, 기술 및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 되다 보니 외적의 침입을 받지 않은 일본 사케 주조장은 자연스럽게 몇 백 년을 이어온 역사를 가지게 된 것이다.

막걸리와 사케의 원료는 다 같은 쌀?

우리나라의 가양주와 사케를 비교할 때, 가장 다르다고 평가받는 부분은 주원료인 쌀이 아니다. 바로 발효제인 누룩. 가양주는 주로 밀을 원료로 한 누룩을 사용하는 반면, 사케는 쌀을 사용한 누룩이 대표적이다.

누룩방에서 발효되고 있는 전통 누룩의 모습
또한 전통누룩은 통밀을 빻아 메주와 같이 큰 덩어리로 발효시킨 것에 반하여 사케는 흩임누룩이라하여, 고두밥에 직접 배양균을 뿌려 발효를 시킨 입국이란 발효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전통의 가양주가 밀을 원료로 누룩을 사용한 이유는 밀이 가지고 있는 유기산을 활용, 가양주 발효시의 잡균번식을 억제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막걸리에도 쌀입국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원료로만 따진다면 사케와 비슷한 막걸리 역시 많이 출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식 흩임누룩(입국)방에서 배양중인 모습
다채로운 맛을 가진 가양주, 심플의 미학을 가진 사케

그렇다면 원료는 어떻게 다른가? 한국의 전통주는 4계절이란 뚜렷한 계절변화를 가진 한국은 봄에는 봄에 피는 진달래를, 여름에는 알코올도수가 높은 과하주를 빚는 등 계절성이 강한 절기주(節期酒)이다. 허균의 ‘한정록’ 에는 술을 마시는 데 있어 다섯 가지 합(合)이 있다고 했는데 그 중 하나가 ‘꽃이 피자 술이 익은 때’라고 말했다. 꽃이 피는 봄이야 말로 술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꽃놀이는 한시나 시조 가사 등에도 많이 응용되었으며, 각 계절에 나오는 과실 및 꽃, 곡물들로 사시사철 다양하게 가양주를 빚어 마셨다.

다양한 꽃으로 빚어지는 백화주(百花酒)시연 모습 자료제공 사단법인 한국전통주연구소
사케의 경우, 겨울을 중심으로 빚어진다. 수확이라는 면도 있고, 농번기가 끝난 농민들의 부업수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저온숙성이 가능한 시기였다는 것. 습기가 많은 일본의 경우 봄, 여름에는 부패로 인한 술빚는 환경이 여의치 않았던 만큼 겨울에 집중해서 빚은 것이다. 동시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한국과는 달리 오직 쌀, 누룩만 가지고 청주를 빚으며 그 속에서 다양성을 찾은 것도 사케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어느 것이 더 좋은 술이냐는 빚는 이의 철학이 좌우

앞에서 설명했듯이 막걸리가 더 좋으냐, 사케가 더 좋으냐라는 질문은 어색한 내용이다. 각각의 환경 및 분위기에서 활약하며 빚는이의 정성을 느끼며 마실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명주라는 판단이다. 즉 명주라는 판단은 빚는 이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정성을 들였느냐란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 시장에서는 아직 만든 이의 정성을 아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다. 어떠한 재료를 얼마에 걸쳐서 어떻게 빚었는지 큰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

와인, 사케에 관하여는 실컷 이야기를 하지만,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 이야기가 나오면 조용해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케를 국주(國酒)라고 부르며 나라의 술이라는 이름으로 승격시키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일본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이제는 대한민국 전통주 문화를 국민 모두가 알 시기가 왔다. 대한민국 영화도, 전자제품도, 자동차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지만, 정작 조상들이 아끼던 우리의 전통주 문화는 이제 발걸음을 띈 상황이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우리의 전통주 문화에 관심을 가진다면, 작년에 그렇게 떠들었던 주폭과의 전쟁도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을까? 무리하게 과음하는 음주 문화가 아닌 만든 이의 노력과 철학을 느끼고 대화하는 모습으로 더욱 성숙된 음주문화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제공 / 주류문화 컬럼니스트 명욱 <mw@jurojuro.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서울경제] "K술로 밀어준다지만 필요한 지원은…" 전통주 업계 깊어지는 고민

입력2023-04-16 18:09:36 수정 2023.04.16 19:13:28 강동헌 기자 "표준화·대규모 설비 필요한데…투자 미비" "'반짝'인기면 어쩌나" 수억 빚내기도 주저 “좋은 제조법을 찾아내 시험 삼아 술을 만들었어요. 반응이 좋았고, 주문이 폭발했죠. 그런데 생산량이 따...

  • 누룩
  • 2023-04-21
  • 조회 수 1086

[헤럴드경제] “1병에 19만원, 아재술 맞아?” 호텔도, 광고회사도 뛰어든 ‘막걸리 대전’ [언박싱]

2023.04.13 18:54 파라다이스호텔앤리조트가 출시한 얼그레이향의 프리미엄 막걸리 ‘미심’ [파라다이스호텔앤리조트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주인 막걸리가 값싸고 마시면 머리가 아픈 이른바 ‘아저씨 술’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

  • 누룩
  • 2023-04-13
  • 조회 수 1126

[비즈워치] 'K-팝'처럼 'K-술'? 전통주 브랜드화 한다

이상원 기자 lsw@bizwatch.co.kr 2023.04.11(화) 15:00 국세청-주류업계와 손잡고 전통주 수출 지원 제 1회 K-리큐르 수출지원협의회 모습 /사진=국세청 국세청이 민간 전문가들과 손잡고 전통주 해외수출지원에 나선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의 브랜드를 만...

  • 누룩
  • 2023-04-11
  • 조회 수 980

[서울신문] 폐막걸리로 농작물 병해충 없애는 방법 아시나요? file

입력 : 2023-03-30 11:35 | 수정 : 2023-03-30 11:35 광양시 폐막걸리 10t 이상 농민들에게 무상 배포 성충 신속히 제거···해충 방제에 큰 효과 광양시가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되는 막걸리를 광양주조공사에서 가져온 후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

  • 누룩
  • 2023-03-30
  • 조회 수 1156

[서울경제] 'K 인증' 없는 막걸리, 10년새 수출 반토막 file

입력2023-03-26 17:14:48 수정 2023.03.26 17:49:52 신미진 기자 대형사 제품은 전통주 인정 안돼 해외서 홍보·영업 어려움 겪어 주류업계 "전통주 개념 넓혀야"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표 우리 술인 막걸리는 힘을...

  • 누룩
  • 2023-03-28
  • 조회 수 1027

[조선비즈][박순운의 술기행](91) "가족들과 함께 마실 술 만든다는 마음으로 술 빚어요." file

경기도 여주의 지역특산주 양조장 '술아원' 강진희 대표 과하주, 고구마소주, 복분자 약주. 막걸리 등 제품 라인업 풍성 술지게미 처리 고민하다가 '복분자 그라빠'도 만들어 여주산 수수로 만든 '한국형 고량주' 증류주 개발도 막바지 술아원...

  • 누룩
  • 2023-03-16
  • 조회 수 975

[세계일보] 새 문화로 탄생한 막걸리 양조장 추억[명욱의 술 인문학] file

입력 : 2023-02-25 19:00:00 수정 2023-02-24 18:44:13 30대 이상의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아마 막걸리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름에 바짝 구운 해물 파전과 즐기는 것부터 시작으로 더운 여름날에 시원하게 즐기는 막걸리에 대한 추...

  • 누룩
  • 2023-03-08
  • 조회 수 972

[조선비즈] [박순욱의 술기행](90) “주점과 식당의 심야 영업, 눈에 띄게 줄어들어”

전통주점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 2022년 전통주점 영업분석 코로나로 오랜 영업시간 제한 탓에 ‘술은 늦게까지 마시지 말자’ 분위기 정착 막걸리 판매 1위 복순도가 손막걸리, 약주는 명인 오메기맑은술 “2022년, 소규모 양조장 막걸리 출시 그 어느 해보다 ...

  • 누룩
  • 2023-02-27
  • 조회 수 699

[문화경제] [인터뷰] 한강주조 고성용 대표 "‘막걸리 바보에서 막걸리 천재로" file

‘경복궁쌀’, 한강, 나루터, 서울양조장… 한강주조의 정체성으로 만들어… 효도상품 ‘나루생막걸리’, ‘표문막걸리’ 이어 최근엔 ‘나루약주’도 내놔 김응구⁄ 2023.02.22 15:12:48 고성용 대표는 “한강주조의 목표와 비전은 과거에 화려했던 우리 문화를 현재로...

  • 누룩
  • 2023-02-24
  • 조회 수 1412

[파주시대] 농업회사법인(주) 도반주조 방정빈 대표 file

3rd 써드 막걸리 ... 막걸리의 고급화 선언 입력 : 2023-02-22 20:31:18 수정 : 2023-02-22 22:43:19 도반주조 방정빈 대표 3rd 써드 막걸리···이양주로 제조, 풍미가 좋고 밀도가 높은 것과 탄산이 없는 것이 특징 산미나 당도가 과...

  • 누룩
  • 2023-02-23
  • 조회 수 956

[머니투데이] '특화주' 술술…술 대결 빠진 편의점 file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2023.02.17 05:10 주류 구매 주요 채널로 편의점 업계가 떠오르면서 업체 간 주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단독·이색·협업 주류는 편의점의 대세가 됐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

  • 누룩
  • 2023-02-18
  • 조회 수 1007

[MBN뉴스] [Liquor News] 2023년, 지금 어울리는 술은? file

2023-02-16 16:07 검은 토끼의 해에 마시는 블랙 보틀 위스키 2023년에 마시는 글렌피딕 23년 그랑크루 계묘년, 검은 토끼 해를 맞아 지인들과의 프라이빗한 홈 파티에 어울리는 위스키로 글렌피딕 23년 그랑크루는 어떨까. 날렵한 검은색 보틀에 반짝이는 황...

  • 누룩
  • 2023-02-17
  • 조회 수 999

[헤럴드 경제] “잔 따라 술 맛 달라요” 위스키·전통주 인기에 술잔 매출도 쑥쑥 file

2023-02-08 16:46 글라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홈술(집에서 술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30대 고모씨의 집에는 위스키를 위한 유리잔이 10개가 넘는다. 고씨는 “사람마다 즐겨쓰는 볼펜이 있는 거랑 같다”면서 “잔 따라 맛도 다르...

  • 누룩
  • 2023-02-14
  • 조회 수 1157

[DAILY POP] 주류 열량 자율표시제, 와인까지 '저칼로리' 경쟁에 합세할까? file

이수현 승인 2023.02.10 17:49 2025년까지 주류 열량 자율표시제 단계적으로 확대 소주ㆍ맥주, 저칼로리 제품 출시 및 리뉴얼 왼쪽부터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새로.'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 식음료 시장에서 설탕 없는 '제로 음...

  • 누룩
  • 2023-02-10
  • 조회 수 1055

[국제신문] 애주가들 '한숨'...맥주ㆍ소주ㆍ막걸리도 줄줄이 오른다. file

맥주ㆍ막걸리 세율 4월부터 최대 30원 인상 소비자 판매가에 반영...소주도 인상 예고 주류 물가 이미 고공행진...부산 8% 급등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입력 : 2023-02-04 09:04:12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국제신...

  • 누룩
  • 2023-02-08
  • 조회 수 9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