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술에도 성별이? 한일 대표 술, 막걸리와 사케의 역사

조회 수 2885 추천 수 0 2013.01.25 13:02:23
최근 수년간 막걸리는 수출량의 급진적인 증가로 세계화에 성공했다는 사케(일본식 청주)와 자주 비교를 해 왔다. 2011년도에는 한국의 사케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많았다는 이유로 ‘막걸리 사케에 압승’이란 표현도 했으며, 2012년도에는 ‘사케 웃고, 막걸리 울고’등의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비교대상이 되는 사케와 막걸리의 차이는 무엇일까? 막걸리의 윗술은 사케와 비슷할까? 오늘은 막걸리를 포함한 가양주와 사케의 차이를 알아보는 막걸리 여행이다.

여성이 이끈 조선시대 가양주 문화, 남성이 이끈 에도시대 주조장의 사케 문화

막걸리를 포함한 한국 가양주의 문화는 누구보다도 여성이 이끈 문화라고 볼 수 있다. 1670년대 경북안동의 안동장씨가 집안의 딸과 며느리를 위해 기술하여 한국 최고의 식경이라 불리는 음식디미방은 서술된 146가지의 음식 중에 가양주에 대한 내용이 54가지나 나오는 대표적인 가양주 문헌이다. 쓰여진 연도와 작자는 알려졌지 않지만 어떠한 음식 중에서 술빚기가 가장 어렵다고 기술되어 있는 주방문(酒方文) 역시 50조목의 음식에 이르는 내용을 볼 때 여성이 집필했다고 생각된다. 사케의 경우는 1600년대 에도막부시대 접어들면서 당시 집권층인 에도막부에 철저한 관리하에 본격적인 양조장이 탄생하였다. 대규모 술 제조라 육체노동이 많았던 관계로 술 제조의 영역은 여성에서 서서히 멀어져 가고, 토우지라는 사케제조 책임제도가 등장, 기술 및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 되다 보니 외적의 침입을 받지 않은 일본 사케 주조장은 자연스럽게 몇 백 년을 이어온 역사를 가지게 된 것이다.

막걸리와 사케의 원료는 다 같은 쌀?

우리나라의 가양주와 사케를 비교할 때, 가장 다르다고 평가받는 부분은 주원료인 쌀이 아니다. 바로 발효제인 누룩. 가양주는 주로 밀을 원료로 한 누룩을 사용하는 반면, 사케는 쌀을 사용한 누룩이 대표적이다.

누룩방에서 발효되고 있는 전통 누룩의 모습
또한 전통누룩은 통밀을 빻아 메주와 같이 큰 덩어리로 발효시킨 것에 반하여 사케는 흩임누룩이라하여, 고두밥에 직접 배양균을 뿌려 발효를 시킨 입국이란 발효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전통의 가양주가 밀을 원료로 누룩을 사용한 이유는 밀이 가지고 있는 유기산을 활용, 가양주 발효시의 잡균번식을 억제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막걸리에도 쌀입국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원료로만 따진다면 사케와 비슷한 막걸리 역시 많이 출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식 흩임누룩(입국)방에서 배양중인 모습
다채로운 맛을 가진 가양주, 심플의 미학을 가진 사케

그렇다면 원료는 어떻게 다른가? 한국의 전통주는 4계절이란 뚜렷한 계절변화를 가진 한국은 봄에는 봄에 피는 진달래를, 여름에는 알코올도수가 높은 과하주를 빚는 등 계절성이 강한 절기주(節期酒)이다. 허균의 ‘한정록’ 에는 술을 마시는 데 있어 다섯 가지 합(合)이 있다고 했는데 그 중 하나가 ‘꽃이 피자 술이 익은 때’라고 말했다. 꽃이 피는 봄이야 말로 술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꽃놀이는 한시나 시조 가사 등에도 많이 응용되었으며, 각 계절에 나오는 과실 및 꽃, 곡물들로 사시사철 다양하게 가양주를 빚어 마셨다.

다양한 꽃으로 빚어지는 백화주(百花酒)시연 모습 자료제공 사단법인 한국전통주연구소
사케의 경우, 겨울을 중심으로 빚어진다. 수확이라는 면도 있고, 농번기가 끝난 농민들의 부업수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저온숙성이 가능한 시기였다는 것. 습기가 많은 일본의 경우 봄, 여름에는 부패로 인한 술빚는 환경이 여의치 않았던 만큼 겨울에 집중해서 빚은 것이다. 동시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한국과는 달리 오직 쌀, 누룩만 가지고 청주를 빚으며 그 속에서 다양성을 찾은 것도 사케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어느 것이 더 좋은 술이냐는 빚는 이의 철학이 좌우

앞에서 설명했듯이 막걸리가 더 좋으냐, 사케가 더 좋으냐라는 질문은 어색한 내용이다. 각각의 환경 및 분위기에서 활약하며 빚는이의 정성을 느끼며 마실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명주라는 판단이다. 즉 명주라는 판단은 빚는 이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정성을 들였느냐란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 시장에서는 아직 만든 이의 정성을 아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다. 어떠한 재료를 얼마에 걸쳐서 어떻게 빚었는지 큰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

와인, 사케에 관하여는 실컷 이야기를 하지만,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 이야기가 나오면 조용해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케를 국주(國酒)라고 부르며 나라의 술이라는 이름으로 승격시키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일본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이제는 대한민국 전통주 문화를 국민 모두가 알 시기가 왔다. 대한민국 영화도, 전자제품도, 자동차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지만, 정작 조상들이 아끼던 우리의 전통주 문화는 이제 발걸음을 띈 상황이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우리의 전통주 문화에 관심을 가진다면, 작년에 그렇게 떠들었던 주폭과의 전쟁도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을까? 무리하게 과음하는 음주 문화가 아닌 만든 이의 노력과 철학을 느끼고 대화하는 모습으로 더욱 성숙된 음주문화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제공 / 주류문화 컬럼니스트 명욱 <mw@jurojuro.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웰빙 다이어트 음료로 각광받는 식초음료 X파일 [2]

100% 과일 발효초 vs 옥수수로 만든 무늬만 과일식초 요리에 신맛을 더해 식욕을 돋우고 감칠맛을 배가시키는 식초. 이런 식초에 체내 pH 정상화, 피로해소, 신진대사 촉진, 노폐물 배출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어느 새 식초가 명실공히 건...

  • 누룩
  • 2013-03-13
  • 조회 수 3180

[끌어올림]술독회원님께 찹쌀, 엿기름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대흥쌀유통"입니다.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처음 전화가 와서 전통주에 찹쌀이 많이 들어가는줄 알았어요. ㅠ 많은 가양주연구소 여러분들의 주문에 택배발송을 해드렸네요. 술독회원님들께는 기장을 써비스로 드리고 있습니다. 좋은 ...

[알면 더 맛있는 식품] 식초 상식② 산성이냐 알칼리냐

[쿠키 생활] 식초 상식 대방출 2탄. 오늘은 식초의 영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식초가 몸에 좋다고 하는데, 대 체 왜 좋은지, 어떻게 좋은지 잘 모르는 경우 많다. 식초는 총 60여 종의 유기산이 들어 있는 항산화제로 노화와 질병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파괴해...

  • 누룩
  • 2013-04-09
  • 조회 수 3194

‘막걸리’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인포그래픽]

직장인·학생 등 모두 매주 금요일, 숨 가빴던 한 주를 마무리한다. 음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통곡주 ‘막걸리’의 효능 및 더 맛있게 먹는 방법 등을 준비했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막걸리, 인포그래픽으로 살펴보자. 인포그래픽 기획 ...

  • 누룩
  • 2015-08-26
  • 조회 수 3220

[주간동아]전통주, 밀레니얼 세대의 인기 얻고 구독자 3배 증가 [명욱의 술기로운 생활] file

6월 12~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주류 전시회인 ‘2020 서울국제주류박람회’가 열렸다. 매해 열리는 행사지만, 올해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전통주 부스에 적잖은 인파가 몰렸다. 특히 사단법인 한국전통민속주협회가 운영한 ‘한국 전...

  • 누룩
  • 2020-06-23
  • 조회 수 3256

술의 마을, 전북 정읍으로 떠나는 막걸리 여행 [1]

무형문화재 및 전통식품 명인인 죽력고의 송명섭 명인을 찾아서 서울 양재나들목에서 천안 논산 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까지 약 240km를 달리다 보면 전라북도 남서부에 있는 역사 깊은 도시를 만난다. 동쪽은 임실군, 완주군과 접하고 있으며, 서쪽은 부안과 ...

  • 누룩
  • 2013-04-22
  • 조회 수 3287

증류주, 진·보드카·브랜디 외에… 인기 증류주는?

증류주 종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증류주는 만들어진 술을 다시 증류해 알코올 성분의 비율을 높인 술이다. 칵테일, 와인의 주재료로 잘 쓰인다. 진·보드카·럼·테킬라·브랜디·위스키가 가장 인기 좋은 6대 증류주다. ▲ 사진=조선일보 DB 증류...

  • 누룩
  • 2014-05-09
  • 조회 수 3319

[김현주의 일상 톡톡] 막걸리시장 헤쳐갈 '설국열차'는 어디에

<편집자주> 막걸리시장이 주춤하며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말이 숨 고르기지 ‘추락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합니다.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과거 막걸리 열풍을 되살리려면 품...

  • 누룩
  • 2015-02-03
  • 조회 수 3407

한국식품연구원 우리술 전문가 양성과정 교육생 모집

2012년 우리술 전문가 양성 과정 교육생 모집 한국식품연구원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술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 받아 2012년 우리술 전문가 양성 과정 교육을 실시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교육개요 ○ 교육목적 : ...

[SPECIAL REPORT] ‘폭탄주’ 가고 ‘칵테일’ 문화 퍼진다.

국내 주류 시장 휩쓴 수입 술로 취향 다변화 ‘소주에 삼겹살’, ‘맥주와 치킨’, ‘막걸리에 파전’, ‘위스키 폭탄주와 과일’ 등은 가장 대중적인 한국의 음주 문화다. 하지만 즐기는 주종이 외국에 비해 다양하지 못하고 술의 맛과 향을 음미하기보다 단지 취...

  • 누룩
  • 2014-04-11
  • 조회 수 3479

인제 이명희씨 ‘산야초 막걸리’ 대상

지역강릉 전통酒 발굴·육성 새 이정표 세웠다[대한민국 전통주 선발대회] 입상자 11명… 명품 술 전승 의지 다져 //--> 승인 2013.05.15 ▲ ‘2013 강릉단오제 대한민국 전통주(막걸리) 선발대회’ 시상...

  • 누룩
  • 2013-05-16
  • 조회 수 3509

< 막걸리 만들기 >

어릴 적 어머니가 술을 담그신다고 하실 때마다 늘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술이란 알코올이 어떻게 생길까란 것이었다. 뱀술을 만들든 인삼술을 만들든 인삼이 술을 만드는 것인지, 뱀이 술과 함께 화학작용을 일으켜 술을 만드는 것인지, 당시...

  • 누룩
  • 2013-11-20
  • 조회 수 3509

세계전통주페스티벌(2012.5.3(목)~5.5(토)

이번 전시회에서는 경기도,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전라남도, 전라북도, 제주도, 충청남도에서 약 70여개 업체의 전통주가 참여하고, 32개의 2011년도 우리술 품평회 입상작의 홍보 시음회가 함께 진행된다. 전시기간 중에 전통주 관련 유통 및 ...

  • 누룩
  • 2012-04-25
  • 조회 수 3542

[연합뉴스] 국내 주류시장 부진에도 전통주는 성장세…궁합음식 관심도 커져 file

송고시간2020-11-23 05:55 고은지 기자 계절별로 즐기는 우리 전통주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시내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2020 우리 술 칵테일 경연대회' 에 계절별로 즐길 수 있는 전통주를 안내하는...

  • 누룩
  • 2020-12-04
  • 조회 수 3615

[수원사람들 -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한영석]천연식초로 찾은 몸의 밸런스, 발효의 세계에 빠지다

[수원사람들 -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한영석]천연식초로 찾은 몸의 밸런스, 발효의 세계에 빠지다 2015-06-29 22:18:19 게재 전통주에 입문한 지 3~4년 만에 2014 궁중술빚기대회에서 대상(농림식품부장관상)을 거머쥐었다. “때마침 좋은 누룩을 만난 게 행운...

  • 누룩
  • 2015-07-21
  • 조회 수 361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