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농민신문] [우리 술 답사기] 술 빚어 마을 살리기…못해낼 줄 알았다면 ‘오산’입니다

조회 수 615 추천 수 0 2023.12.06 13:15:52
입력 : 2023-12-04 18:22 수정 : 2023-12-06 05:00

경기 오산 ‘오산양조’ 
지역쌀 비중 큰 ‘순곡주’ 위주 상품 출시 
체험·문화행사로 골목상권 활성화 기여 
대중적 막걸리·애주가 겨냥 증류주 다양

Second alt text
경기 오산의 오산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 ‘하얀까마귀(왼쪽부터)’ ‘경기쌀 막걸리’ ‘오산막걸리’와 증류주 ‘독산’. 오산=김병진 기자


우리술의 발전이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 지역에서 자라는 농산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식량안보를 지키고 탄소발자국을 줄임과 동시에 잊혀가는 공동체의 가치를 찾는 데 의미가 있다. 경기 오산에 있는 오산양조는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마을기업’으로서 술을 빚으며 지역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11월 어느 주말, 오산오색시장에서 ‘오픈주막’ 행사에 여념이 없는 오서윤 이사(44)를 만나봤다.

“올해만 해도 벌써 다섯번째 오픈주막을 열었어요. 오픈주막이 열리는 날이면 오색시장도 덩달아 북적거리죠.”

오색시장 초입에 있는 오산양조는 김유훈 대표(58)가 운영하던 식품업체인 오산식품 자리에 세워졌다.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던 오산식품은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다음 사업을 고민하다 2016년 막걸리학교에서 술 빚기 과정을 수료한 오 이사를 만나 같은 해 오산양조의 문을 열게 됐다. 오픈주막은 지역민과 상생하는 오산양조의 대표적인 행사다. 오픈주막에선 오산양조에서 만든 막걸리와 안주를 먹고, 막걸리 빚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오산지역 청년 연주자들이 하는 공연도 볼 수 있다.

“골목상권을 살리려면 지역문화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해요. 지역민도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지금은 오산양조 덕분에 상권이 살아났다고 호응이 좋아요.”

오산양조는 곡식으로만 술을 만드는 ‘순곡주’ 위주로 술을 내고 있다. 올해 새로 출시한 ‘경기쌀 막걸리’(7.7도)도 순곡주다. 부재료를 넣은 막걸리가 주목받는 요즘 오산양조의 결정은 고집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양조장의 철학이다. 최대한 지역 쌀을 많이 소비하는 게 술을 만드는 목적이다. 오산양조는 오산 특산품인 고품질 ‘세마쌀’을 사용한다.

Second alt text
오서윤 이사(왼쪽)가 오픈주막을 맞아 양조장 앞에서 막걸리 안주인 전을 굽고 있다.


이 양조장이 처음 낸 술은 요리에 쓰는 맛술인 ‘요리술’(14도)이다. 요리술은 양조장이 문을 열고 소득이 안정화될 때까지 오산양조를 견인하는 효도상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지역민도 부담 없이 사 마실 수 있는 ‘오산막걸리’(6도)를 출시했다. 오산막걸리는 밑술과 덧술로 두번 담금한 이양주다.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가볍고 목넘김이 좋은 대중적인 막걸리 맛을 풀어냈다. 오산양조는 오산의 시조(市鳥)인 ‘까마귀’에서 따온 캐릭터 ‘까미’가 그려진 삼양주 ‘하얀까마귀’(8도) 등도 연이어 선보였다. ‘하얀까마귀’는 ‘오산막걸리’보다 질감이 묵직하고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맛이다. ‘경기쌀 막걸리’는 단맛이 강하고 부드럽다. 특히 오산양조는 지역의 작은 양조장이 경기쌀로 술을 빚으면 ‘경기쌀 막걸리’ 레시피를 공유해주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작은 양조장은 성장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업계 종사자들과 상생을 통해 산업 성장을 도모하고, 쌀 소비를 늘려 농가와 지역경제에 기여하고자 했어요.”

이곳 마니아라면 막걸리도 좋아하지만, 증류주인 ‘독산’(30도·53도)에 엄지를 치켜올린다. ‘독산’은 은은한 곡물의 단맛이 느껴지고 목넘김이 깔끔한 쌀소주다. 오산양조 스마트스토어의 한 구매자는 “내 고향 오산을 무시한 사람에게 선물하는 술, 오산을 맹물로 보면 ‘경기도 오산’이다”라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한때 ‘독산’은 ‘독’과 ‘산’이라는 부정적인 글자가 들어간다고 상품명 허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민신문고에 올려 현재 이름을 지켜낸 ‘웃픈’ 에피소드가 있다. ‘독산’은 오산시에 있는 전승 유적지인 독산성 세마대지에서 따온 이름이다.

앞으로도 오산양조는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다.

“마을을 바꾸는 건 혼자 힘으로는 어려워요. 주민과 방문객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죠. 오산양조가 중심축이 돼서 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오산시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오산=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기다림으로 만들어지는 발효 미학 자연식초

우리나라의 전통식초는 유럽의 발사믹식초나 일본의 흑초에 버금가는 다양한 유기산과 영양소를 품고 있는 식품이다. 발효에서 숙성까지 잊힌 전통식초 제조법을 바탕으로 식초를 만들고 있는 ‘초산정’ 한상준 대표가 처음 식초를 만난 때는 12년 전이다. ...

  • 누룩
  • 2014-01-22
  • 조회 수 4314

[조선비즈] [박순욱의 술기행](73) “좋은 누룩이 좋은 술 만든다.” 입증한 한영석 청명주 file

입력2022.04.27. 오전 11:21 수정2022.04.27. 오후 12:47 전북 정읍,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한영석 대표, 신제품 청명주 출시 60일 자연발효 누룩에 60일 저온발효, 30일 술 숙성한 덕분에 ‘맑은 산미’가 일품 가벼운 단맛, 푹 익은 사과즙 마시는 느낌…쌀 침...

  • 누룩
  • 2022-04-29
  • 조회 수 4305

캬아~ 막걸리 감칠맛 비결은 ‘유기산-글루탐산 황금비율’ file

하루 종일 지루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 생각나는 것은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 긴 장마가 끝나고 작열하는 태양 밑에서 종일 땀을 흘리고 나면 적당한 거품이 올라와 잔 밖으로 넘치는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렇듯 막걸리와 맥주는 그야말로 ‘...

  • 누룩
  • 2013-08-14
  • 조회 수 4229

[세계일보] 주류전문가 명욱이 내다본 2021 술 트렌드…“홈술 강세에 전통주 날아오를 듯” file

입력 : 2021-01-01 03:00:00 수정 : 2020-12-31 12:48:42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는 2021년에도 이어지고, 더 성장할 거 같습니다. 단순히 많이 마신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술을 마시는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류 문화 칼럼...

  • 누룩
  • 2021-01-04
  • 조회 수 4124

맥주가 없었으면 피라미드도 없었다? [1]

많은 이들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우리는 맥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프레시안>은 맥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맥주에 대해 몰랐던 사실, 한국 맥주 산업의 현주소, 맥주가 갖는 다양한 의미들을 짚는 기획이다. 시쳇말로...

  • 누룩
  • 2013-04-24
  • 조회 수 4117

서울 4대 명주 - 삼해약주·향온주·송절주·삼해소주

서울 4대 명주를 만드는 명인들이 술과 어울리는 안주를 함께 냈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사람들에게 '서울의 술이 있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을 못합니다. 하지만 서울에는 훌륭한 술이 네 가지나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가회동 북촌민예...

  • 누룩
  • 2013-12-26
  • 조회 수 4093

(위기의 막걸리산업①)올해 수출 8천만달러?..10년來 최저치 전망

일본 의존도 지나치게 높아..정부, 수출다변화 대책 사실상 '전무' 입력 : 2012-09-11 오후 4:51:00 [뉴스토마토 오세호기자] 정부가 올해 막걸리 수출액 8000만달러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막걸리 수출은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

  • 누룩
  • 2012-09-12
  • 조회 수 4028

한국에서 수제 맥주 만들고 있는 미국인 삼총사

/*기사 본문 유형별 포토 팝업 탭 div*/ a.pop_btn_mov { width:90px; height:90px; display:block; position:absolute; top:50%; left:50%; margin-top:-45px; margin-left:-45px; background: url(http://image.chosun.com/cs/article/2012/type_mov_onoff...

  • 누룩
  • 2013-05-28
  • 조회 수 3997

경고 받은 브라질 맥주맛 아이스크림 광고 [2]

브라질 맥주맛 아이스크림 광고가 경고 조치를 받았다고 27일 호주 매체 뉴스닷컴 등 외신들이 전했다. 브라질 광고 감독 기관이 양조사의 맥주맛 아이스크림 광고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했다. 비정부 기관인 브라...

  • 누룩
  • 2013-03-27
  • 조회 수 3976

[4월29일] 막걸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찾아

대한민국 막걸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막걸리수을길 이번에는 우리술의 대표코드인 막걸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해 보는 수을길로 과거 막걸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했던 포천 일동, 이동 막걸리를 찾아 양조장...

왕의 술, 아황주의 맥을 잇는 최행숙전통주가 file

왕의 술, 아황주의 맥을 잇는 최행숙전통주가 '최행숙전통주가' 최행숙 대표 막걸리를 중심으로 우리 전통주의 매력에 빠지는 세계인들이 늘고 있다. 이에 공장에서 대량 생산도 진행되고 있지만 전통주조방식을 고집하는 전통주가들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 약손
  • 2012-09-27
  • 조회 수 3931

[설 선물 / 주류] 전통주, 차례용·선물용으로 ‘딱’

71년 전통 차례주 - 백화수복 저온발효 수제 청주 - 설화 차례음식과 찰떡궁합 - 예담 국순당 ‘예담’(왼쪽), 롯데주류 ‘백화수복’ 설 같은 명절에는 차례상에 오르는 전통주가 선물세트용으로 가장 각광 받는다. 전통주는 차례 후 음복(...

  • 누룩
  • 2015-02-05
  • 조회 수 3853

대한민국 최대 전통주 품평회 '2012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대한민국 주류 품평회 중, 최고의 권위와 규모를 자랑하는 품평회가 있다. 바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최하고, ‘한국전통주진흥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가 그것이다. 2007년부터 이름을 달리하여 시작한 이 품평회는 2010년 ‘우리술 품평회’...

  • 누룩
  • 2012-10-16
  • 조회 수 3850

국세청...주류 통신판매자, 주류 통신판매 수단, 주류 통신판매자 준수사항 등 발표

국세청...주류 통신판매자, 주류 통신판매 수단, 주류 통신판매자 준수사항 등 발표국세청,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최경민 기자l -->승인2016.07.30 12:59:42 트위터 페이스북 --> ...

  • 누룩
  • 2016-08-04
  • 조회 수 3832

<사람들> 1세대 전통주 소믈리에 전진아씨

1세대 전통주 소믈리에 전진아씨 (수원=연합뉴스) 농촌진흥청 소속 연구원 전진아(27·여)씨는 지난 2011년 제2회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에 출전, 국가대표부문 금상을 받고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씨는 지난 2년간 대학 특강 등 활...

  • 누룩
  • 2013-02-21
  • 조회 수 378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