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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비건빵 굽고, 전통술 빚고… 청년 창업가의 꿈이 맛있게 익어간다

조회 수 2561 추천 수 0 2022.01.13 19:42:36
임재영 기자
입력 2022-01-05 03:00 업데이트 2022-01-05 03:09

'새해를 여는 사람들' <2>
제주 청년 창업가 2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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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정 씨는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빵과 과자 등 건강한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베이커리 가게를 창업했다(위쪽 사진). 어릴 적 증조할머니가 술을 빚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부경철 씨는 좁쌀로 만든 제주 전통주인 강술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만들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좋은 마음, 좋은 재료, 좋은 맛으로 만든 빵과 과자로 많은 이들의 건강을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2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주상복합건물 1층의 귀퉁이에 자리한 베이커리 매장 ‘나우로우 베이크숍’. 이 업소의 대표인 청년창업가 구미정 씨(30·여)가 새해 당찬 포부를 밝혔다. 구 씨의 창업 아이템은 ‘비건’ ‘글루텐 프리’를 모토로 설탕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빵과 과자를 만드는 베이커리다. 지난해 12월 2일 개업해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비건은 고기,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를 뜻한다. 구 씨는 동물성 재료 대신 두유, 두부, 콩비지, 코코넛 크림, 현미유 등 식물성 재료를 사용한다. 곡류에 있는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도 쓰지 않는다. 설탕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당 함량이 없는 알룰로오스(건포도, 무화과 등 일부 식물에 존재하는 단당류의 일종), 치아에 좋은 자일리톨, 코코넛 꽃의 수액에서 나온 코코넛 설탕 등을 사용해 속이 편한 식사 대용 제품을 만들고 있다.

매장에 있는 제품 가운데 하나인 ‘콩비지 단호박 머핀’을 입에 넣어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느낌이었다. 콩비지 느낌은 없고 단호박을 씹는 식감이 좋았다. 일반 머핀에 비해 부드러움은 덜했지만 뒷맛이 깔끔했다. 매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10∼15종. 구 씨는 계속 공부하면서 레시피를 수정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베이커리에서 일하면서 빵에 상당한 양의 버터와 설탕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몸에 좋은 식재료만으로 빵을 만들 수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 빵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구 씨는 “실제 비건 식단을 짜본 결과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경험하고 몸에 좋은 빵과 과자를 만들고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창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구 씨는 제주도가 지원하는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 꿈을 키웠다. 2019년 출범한 이 센터는 월 150만 원가량의 생활비를 지원하면서 청년들의 교육 훈련과 취업 및 창업을 돕고 있다. 매년 150명이 선발돼 1단계(6개월)로 팀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훈련을 받고 2, 3단계(18개월)에는 제주 도내외 기업에서 주 3일제 실습 및 주 5일제 인턴십을 수행한다. 그동안 1∼3기 1단계 수료자 203명 가운데 119명이 취업하고 33명은 창업하는 등 74.9%가 사회로 진출했다.

구 씨는 “팀 프로젝트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하는데 기업문화, 재무분석, 마케팅, 기업공헌 등 기업과 관련한 주제를 놓고 동료들과 치열하게 공부하고 분석한 게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구 씨처럼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부경철 씨(29)는 주류면허를 취득하고 지난해 11월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에 ‘이시보 양조장’을 창업했다. 부 씨는 사라져 버린 제주의 전통주인 ‘강술’을 시대에 맞게 복원하는 양조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술은 과거 목장에 가거나 밭에 일을 나갈 때 싸가서 먹던 범벅 형태의 술인데, 물만 부으면 일반 액체 술처럼 변한다.

부 씨는 “육지에도 ‘이화주’라는 떠먹는 막걸리가 있는데 쌀로 만드는 이화주와 달리 강술은 좁쌀로 만들기 때문에 맛과 향이 다르다”며 “전통 방식으로 만들면 식감과 맛이 너무 강해서 순한 맛을 선호하는 요즘 취향에 맞게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출시 예정인 강술은 알코올 도수 8도가량으로, 걸쭉한 요구르트처럼 떠서 먹도록 만들어졌다.

부 씨는 증조할머니가 오랜 기간 제주 전통주인 ‘고소리술’ ‘오메기술’ 등을 빚어서 귀한 손님에게 내어줬던 모습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그는 “술은 단순히 마시고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 이어주는 윤활유 같기도 하고, 시대를 살아가는 문화양식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며 “우리 전통주들이 와인이나 맥주 같은 외국 주류에 비해 못한 대우를 받는 현실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열정만큼은 넘친다. 서울을 오가면서 좋은 술을 만드는 과정을 연구하고 양조장 운영을 위해 사업 노하우를 배우기도 한다. 부 씨는 “첫 번째 제품인 강술을 알리는 데 집중하면서 올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려고 한다”며 “단순히 술을 생산하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음과 투어, 공연이 가능한 양조장으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창업가들은 올해도 새롭게 도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김종현 제주더큰내일센터 센터장은 “좌절과 실의를 새로운 희망으로 바꾸려는 청년들의 열기가 가득하고 눈빛도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이들이 정착하고 도약할 수 있도록 지역공동체의 지원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출처 : 비건빵 굽고, 전통술 빚고… 청년 창업가의 꿈이 맛있게 익어간다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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