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삼해소주 생산은 앞으로도 문제없습니다”

조회 수 1472 추천 수 0 2021.10.05 14:55:18
박순욱의 술기행│제조 명인(故 김택상) 잃은 삼해소주 김현종 대표 인터뷰
414호 2021년 10월 04일


김현종 삼해소주 대표 2017년 삼해소주 법인 설립 / 김현종 삼해소주 대표는 2016년 삼해소주 아카데미 회원으로 술 빚기를 배우다가 2017년 김택상 명인과 함께 삼해소주 법인을 설립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김현종 삼해소주 대표
2017년 삼해소주 법인 설립 / 김현종 삼해소주 대표는 2016년 삼해소주 아카데미 회원으로 술 빚기를 배우다가 2017년 김택상 명인과 함께 삼해소주 법인을 설립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삼해소주를 계속 만들 수 있느냐.”


“삼해소주를 빚던 명인이 돌아가셨으니, 삼해소주가 시장에서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니냐.”


김현종 삼해소주 대표가 최근 자주 듣는 문의 내용이다. ‘전통주 소믈리에’이기도 한 방송인 정준하씨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라고 소개한 서울 전통주 ‘삼해소주’의 앞날을 걱정하는 전통주 애주가가 많다. 대를 이어 삼해소주를 만들어온 김택상(69세) 명인이 올해 8월 지병으로 작고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삼해소주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삼해소주 제조)인 김택상 명인이 만든 ‘민속주’였다. 그러나 명인이 작고했기 때문에 더는 주세법상 민속주인 삼해소주는 만들 수 없다. 유예기간 6개월 동안에만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삼해소주의 명맥은 이제 끊어지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삼해소주는 시장에서 앞으로도 존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누구든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아 ‘서울 지역특산주’ 삼해소주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삼해소주 대표를 맡아온 김현종 대표는 최근 기자를 만나 “지역특산주 면허를 취득하는 절차를 밟아 삼해소주를 계속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해주는 서울이 원산지다. 한양의 이름난 문인들이 사랑했던 술이다. 고려 시대 이규보의 글에도 나오고, ̒조선왕조실록̓에도 삼해주 이야기가 언급될 정도로 역사가 오랜 술이다. 정월 첫 돼지일(해일) 해시에 밑술을 빚기 시작해 다음 해일마다 두 번 더 덧술을 해 빚는다고 해서 삼해주라는 이름을 얻었다. 발효에만 거의 108일이 걸리며, 술(탁주 형태) 위에 뜨는 약주만 떠서 증류를 거쳐 삼해소주가 완성된다.


9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술이지만, 삼해소주를 복원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고인이 된 김택상 명인의 어머니 이동복 여사가 1993년 삼해소주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데 이어 김택상 명인도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전통식품명인, 2018년에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각각 지정됐다. 고인은 서울 삼청동에서 삼해소주 공방을 운영하며, 삼해소주를 빚는 틈틈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술 빚기 아카데미를 운영해왔다. 삼해소주 공방은 한국 술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도 즐겨 찾는 삼청동 명소로 잘 알려져 왔다.


삼해소주는 삼해소주 아카데미 회원이었던 김현종 대표가 합류하면서 2017년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외부에는 고인과 김현종 대표가 공동대표인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실제 서류상 대표는 고 김택상 명인 혼자였다. 주세법상 민속주인 삼해소주를 만들 수 있는 이가 명인 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김택상 명인 작고 이후 삼청동 삼해소주 공방을 혼자 지키고 있는 김현종 대표를 인터뷰했다. 김 대표는 중국에서 무역업을 하다가 삼해소주 맛에 반해 아카데미에서 술 빚기를 배웠고, 2017년 명인과 함께 삼해소주 법인을 설립했다. 김 명인은 술 제조에 주력했고, 판매를 비롯한 회사 운영은 김 대표가 맡아왔다.


삼해소주 제품들. 맨 오른쪽의 삼해귀주는 알코올 도수가 72.1도다. 사진 삼해소주
삼해소주 제품들. 맨 오른쪽의 삼해귀주는 알코올 도수가 72.1도다. 사진 삼해소주


삼해소주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
“삼해소주를 유일하게 빚을 수 있는 명인이 돌아가셔서 더는 민속주 삼해소주는 만들 수 없게 됐다. 다만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그동안 밑술을 해놓은 술이라든지 생산 도중에 있는 술은 마무리할 수 있다. 일부에서 사재기하지 않는다면 내년 초까지는 종전대로 도매상이나 전통주점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다음부턴 삼해소주를 만들 수 없지 않나.
“그렇지는 않다. ‘민속주 삼해소주’는 당분간 만들 수 없게 되지만, 누구든 지역특산주 면허 취득 절차를 밟아 ‘지역특산주 삼해소주’는 만들 수 있다.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는데 짧으면 4개월, 길면 6개월 정도 걸리는데 민속주 삼해소주가 거의 동이 나는 시점에는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곧 면허 취득 절차를 밟을 작정이다.”


삼해소주라는 이름은 계속 쓸 수 있는지.
“안동에 ‘안동소주’란 이름의 술을 빚는 양조장이 여럿이듯, 삼해소주도 누구나 그 이름을 쓸 수 있다. 특정인이 독점할 수는 없다. 상표등록을 할 수가 없으니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역특산주 면허로 새로 만든 술도 삼해소주란 이름을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삼해소주를 사랑하는 소비자에게는 ‘삼해소주는 계속 만들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명인이 만든 삼해소주 맛을 낼 수 있겠나.
“그 부분은 100% 장담할 수 없다. 다만 5년여 동안 명인 밑에서 술 빚는 것을 배워왔고, 또 실제로 같이 술을 빚어왔기 때문에 맛을 재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앞으로 민속주 삼해소주는 영영 없어지는 건지.
“그렇지 않다.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지정 권한이 있는 서울시가 위원회를 구성해 조만간 삼해소주 기능보유자를 선발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는 명인의 유가족을 비롯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나도 응모할 생각이다. 실제 시연 등의 절차를 거쳐 기능보유자가 선정될 것이다. 선정된 사람은 ‘민속주 삼해소주’를 만들 수 있다. 내가 최종 선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역특산주 삼해소주’는 내가 계속 만들 생각이다.”


새로 양조장을 만드나.
“그동안 파주·안양 등으로 옮겨가면서 양조장을 운영해왔다. 공방이 있는 삼청동은 제조 허가가 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으려면 당연히 서울 안에 양조장을 지어야 한다. 서울 마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인근 고양시에서 생산한 쌀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포로 정한 이유는.
“삼해주가 대량으로 생산된 것은 고려를 거쳐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였다. 지금의 서울 대흥동 일대는 옹기막들이 몰려 있어서 독막골이란 옛 지명을 갖고 있다. 마포나루를 거쳐 거래되는 새우젓을 담아 유통하거나 옹기 자체를 전국에 파는 옹기장이들의 마을이라 옹기 굽는 가마 규모가 거대했다고 한다. 겨울이면 그 가마를 쓸 일이 없어 가마 속에 독을 쌓아 넣고 술을 빚어 익히는 대규모 양조장들이 들어섰다. 삼해소주 전성시대가 마포에서 시작된 역사가 있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조선비즈] [박순욱의 술기행]증류주 주세, 종량세로 바뀜에 따라 주류업계 논의 활발

현행 종가세는 72% 고세율, 종량세 전환되면 주세 4분의 1까지 떨어져 세금 인하는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질 듯…전통주 고급화에도 큰 도움 원료의 국적’ 언급없는 개정안 신설조항은 문제…지역특산주 사문화 우려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3.10.20...

  • 누룩
  • 2023-10-20
  • 조회 수 893

연합뉴스 기상악화로 포도 흉작…와인 생산량 56년 만에 최저

기상악화로 포도 흉작…와인 생산량 56년 만에 최저 송고시간 | 2017/10/25 16:27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올해 유럽 포도밭을 덮친 기상 악화 탓에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이 56년 만에 최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프랑스 파리에 있...

  • 누룩
  • 2017-10-26
  • 조회 수 897

[2018 국정감사]“모든 술에 종량세 기재부와 협의” file

[2018 국정감사]“모든 술에 종량세 기재부와 협의” (그림출처:pixabay.com ) 한승희 국세청장 국감 답변 술에 부과되는 세금의 기준을 '가격'인 종가세에서 '용량' 또는 '도수'인 종량세로 바꾸는 것과 관련, 한승희 국세청장이 맥주만이 아닌 모든 술에 형...

  • 누룩
  • 2018-10-11
  • 조회 수 902

농관원, 전통주를 살리고 건전한 소비문화 조성 앞장!

“교육기관”13개소 활용, 전문인력 양성과 소비자 소양교육 실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김대근, 이하 농관원)은 전통주 등의 산업 활성화를 위해 우리 술 관련 전문 교육기관(13개소)을 통해 전문인력 양성 및 소비자 교육사업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 누룩
  • 2014-06-02
  • 조회 수 904

메트로서울 '한 차량엔 1社 주류만…' 30년 넘은 주류법에 물류 효율성은 '뒷전'

'한 차량엔 1社 주류만…' 30년 넘은 주류법에 물류 효율성은 '뒷전' 최종수정 : 2017-09-05 06:17:00 ...

  • 누룩
  • 2017-09-07
  • 조회 수 906

이투데이 [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2017년은 우리술 산업도 바꿔야 할 때 file

[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2017년은 우리술 산업도 바꿔야 할 때 기사입력 : 2017-02-09 11:05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2017년 정유년은 박근혜·최순실 사태로 인해 한국의 정치·사회·경제 모든 부문에서 큰 변혁이 예상된다. 우리 술 산업도 대대적인 변...

  • 누룩
  • 2017-02-22
  • 조회 수 906

한국농업신문 대통령상에 ‘호담산양산삼생막걸리’

대통령상에 ‘호담산양산삼생막걸리’aT, '2017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24일 시상식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등록 2017.11.14 11:19:27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오는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우리술 대축제'가 열린다. 농림축산식품...

  • 누룩
  • 2017-11-14
  • 조회 수 909

소믈리에타임즈 '제8회 한국 국가대표 전통주소믈리에 경기대회' 개최!

참가신청 : 12월 12일(화), 예선 : 12월 16일(토), 결선 : 12월30일(토)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진행 ▲ 작년에 진행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 국가대표 부문 결선 모습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가 주최하는 2017 제 8회 한국 ...

  • 누룩
  • 2017-12-04
  • 조회 수 911

전통주 갤러리 6월 테마주는 '2015년 우리 술 품평회 수상작'

전통주 갤러리 6월 테마주는 '2015년 우리 술 품평회 수상작'조선닷컴 장희주 기자 입력 : 2016.06.07 18:25 인사동에 위치한 '전통주 갤러리(관장 이현주)'가 6월 말까지 '2015년 우리 술 품평회 수상작'을 주제로 시음 및 전시 행사를 진행한다. '우리 ...

  • 누룩
  • 2016-06-13
  • 조회 수 917

공유경제 전통주 갤러리, 선데이토즈와 협업… 전통주 강연 및 시음회 진행

카카오스토리 [공유경제신문 박현진 기자] 강남역에 위치한 전통주 갤러리는 대한민국 대표 모바일 게임 중 하나인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와 협업을 통해 전통주 강연 및 시음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음행사에서 역사와 인문학으로 연결되는 전통...

  • 누룩
  • 2018-08-02
  • 조회 수 919

전통주 갤러리, ‘5년 이하 신생 양조장 대표들과의 만남’ 행사 진행

전통주갤러리에서 진행한 양조인과의 만남 행사 자료.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가 설립한 전통주 홍보공간인 전통주갤러리는 지난 4월 개최한 ‘젊은 양조인과의 만남’에 이어 6월 5일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창업 5...

  • 누룩
  • 2021-06-04
  • 조회 수 921

에그리테그브리핑 저온피해 농가 지원, 전통주산업 내실화, 도시농업 참여자 400만명

[이코노믹리뷰=최재필 기자] 농림축산업계는 11일 저온피해 농가에 대한 정부의 지원 대책, 10일 발표된 제2차 전통주산업 발전 계획, 충분한 강수량 탓에 농업용수 부족 우려가 없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 농식품부는 지난 7~8일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 누룩
  • 2018-04-18
  • 조회 수 926

경향신문 [오래전 ‘이날’]11월9일 ‘쌀막걸리’를 허하라

[오래전 ‘이날’]11월9일 ‘쌀막걸리’를 허하라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수정2017-11-09 14:04:48입력시간 보기 입력2017-11-09 00:04:00 [오래전‘이날’]은 1957년부터 2007년까지 매 10년마다의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

  • 누룩
  • 2017-11-13
  • 조회 수 928

[세계일보] 콜라보로 이어지는 전통주 시장 [명욱의 술 인문학] file

입력 : 2022-12-31 19:00:00 수정 : 2022-12-30 20:09:22 지난 15일, 서울의 한 공간에서 열린 흥미로운 행사에 참여했다. 바로 소맥바라는 이름의 믹솔로지 팝업 스토어. 소맥바라고 한다면 소주와 맥주를 섞는 폭탄주가 생각되지만 기존의 스타일과는 ...

  • 누룩
  • 2023-01-05
  • 조회 수 931

“기내에서 전통주 즐긴다”

아시아나항공 기내 서비스에 한산 소곡주 제공 농림축산식품부는 아시아나항공과 협력해 아시아나항공 탑승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전통주를 제공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제공 대상은 아시아나항공 미주, 구주, 대양주 장거리 전 노선의 퍼스트· 비지니스 ...

  • 누룩
  • 2015-03-20
  • 조회 수 93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