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전통주 소비, 젊은 호기심과 만나다: 술담화 인터뷰

조회 수 2292 추천 수 0 2019.04.05 10:50:45

[이정윤의 미식탐구-3] 꽃, 화장품, 미술작품, 잡지, 전통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정기구독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5년간 온라인 커머스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인 분야가 바로 큐레이션 기반의 정기구독 서비스다. 소비자가 구체적인 상품에 대한 정보 없이, 매월 일정 금액을 결제하면 전문가가 선정한 상품이 원하는 장소로 배송되는 형태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 젊은 소비인구의 핵심 가치가 된 요즈음, 가치 있는 일상을 위해 즐길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즐길 것인가'의 고민은 덜어주고 만족도 높은 상품을 새롭게 소개하는 서비스가 사랑을 받고 있다.

◆잠재력을 품은 전통주 시장

다양한 전통주 브랜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류시장 규모는 약 9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며 2010년 이후 연평균 3.3%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83.8%는 희석식 소주와 맥주다. 전통주는 소비자들에게 대중적이지 않은 분야로, 매출액이 10년간 500억원 내외에 정체되어 있다. 성장은커녕 시장 규모가 감소하는 해도 빈번하다.

그럼에도 전통주 생산 업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주세법에 따르면 전통주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나 주류부문 식품명인이 제조한 경우와 더불어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해 제조한 주류를 모두 포괄한다. 이 중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이 크게 높지 않아 전통주 생산의 진입장벽이 낮고, 연구개발과 생산·유통 역량 부족으로 저품질 제품이 난립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와 동시에 기존 업체에 젊은 경영 감각을 지닌 세대가 영입되고, 양조에 뜻을 품은 소위 '덕후'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세련되고 감각적인 제품을 선보이며 전통주 시장을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생산과 소비 양 측면에서 고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전통주 시장에서 기회를 본 신생 스타트업이 있다. 지난 1월부터 전통주 큐레이션 서비스를 시작한 술담화 이재욱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림1.jpeg술담화 창업 멤버 (좌측부터 김영석, 이재욱, 김태영) 
이재욱 대표가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홍콩에서 대학을 졸업하기 전 겨울, 한국에 잠시 방문했다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최하는 '우리술 대축제'에 우연히 방문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국내 전통주 카테고리에 있는 브랜드와 제품의 방대함에 깊은 인상을 받고, 동시에 이 많은 상품이 본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젊은 세대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라는 것에서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7년 7월,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허가되며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통주를 사업 분야로 선정하게 된 계기는.

이=2017년 온라인 주류판매가 허가되고 전통주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지켜보았는데, 반년이 지나도 시장의 반응이 크지 않았다. 온라인 판매 추이에서 전통주 분야의 성장률이 미미했다. 소비자로서 직접 전통주 구매 프로세스를 체험해 보니 시장이 정체되는 이유가 실감났다. 사실 '전통주'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도 드문데, 오픈마켓 등의 플랫폼에서도 전통주 카테고리가 잘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제품에 대한 설명도 불친절했다. 단순히 제품명을 검색해야 구매가 가능한 구조였다. 전통주에 관심 있는 잠재 소비자에게도 불친절한 시장인 셈이다. 여기서 출발하니 길이 보였다. 수많은 전통주 중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진 술을 잘 골라 소개하고,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전달해줄 수 있다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전통주 정기배송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술담화 박스

◆제공하는 서비스를 설명해달라.

이=올해 1월부터 정기구독 방식으로 매월 자체적으로 선정한 전통주를 설명 카드와 함께 2종씩 배송한다. 전통주 제품이 워낙 방대해서 매월 한 가지 테마를 잡아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약 2만원 선의 제품을 2종 선정한다. 2만원 내외면 전통주에서 가격이 중간보다 조금 높은 정도로, 좋은 제품이 굉장히 많다. 향후에는 소비자가 매월 받을 수 있는 상품 수나 제품 가격에 따라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도록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현재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주차이고, 250여 명의 구독자가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신청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타깃 고객은 2030 Z세대

이=인구학적인 오류가 상당히 많을 수 있는 가설이겠지만(웃음)….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세대와 온라인으로 상품 구매가 일상화된 e커머스 세대의 교집합이 26세부터 43세라고 자체 조사했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75% 정도에 해당한다. 그뿐 아니라 이 세대가 프리미엄 소비에 대한 지불 의사가 높은 층이고, 우리 서비스 타깃층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판단에서 이들을 공략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다소 가격이 비싸도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기호제품에 대해 기꺼이 소비하고 이 경험을 SNS를 통해 지인과 공유하는 성향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또 전통주 생산자도 우리 고객이다. 좋은 양조장을 많이 방문해 보니 현재 기반시설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돼도 홍보와 유통에 어려움이 있어 생산시설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역할은 생산자가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채널이 되는 것이다. 술은 처음 자리 잡기까지 비용이 크게 소모되고, 시장에서 제품력을 인정받고 안정적인 규모의 매출이 나오면 유지하는 것은 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전통주를 콘텐츠로 하는 다양한 사업

이=시작은 전통주 구독 서비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통주를 콘텐츠로 삼아 다양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싶다. 이를 위해 '커뮤니티'에 주목했다. 사실 구독 서비스도 일반 e커머스에 비해서는 커뮤니티 성향이 강하다. 우리가 매월 보내는 뉴스레터를 통해 함께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SNS 채널을 운영하며 고객들과 서로 의견을 나누며 서비스를 정비하고 있다. 다양한 취미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의 관점에서 전통주가 하나의 매개체가 되는 셈이다. 오프라인에서도 이 커뮤니티를 장려하기 위해 정기적인 워크숍과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구독자들 간의 교류도 기대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하고 찾아간 양조장이 많지만 그중에 5년간 숙성된 막걸리를 맛본 기억이 아직도 일하는 데 원동력이 된다. 대부분의 생막걸리는 유통기한이 2주 이내로 짧은 편이다. 그런데 이 5년 숙성 막걸리는 지게미가 모두 가라앉아 맑은 빛이 났는데, 외국의 어느 명주에 비해 손색이 없을 만큼 좋았다. 전통주는 아직 발전하고 발굴될 잠재력이 아주 크다. 국가 정책 차원에서도 유럽의 와인 관리 체계처럼 전통주 등급제나 전문인 육성 등을 지원해 시장의 고도화를 이룰 수 있다. 우리도 좋은 술을 발굴하고 소비자에게 흥미롭게 전달함으로써 생산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정윤 콘텐츠디렉터·다이닝미디어아시아 대표(julialee@diningmediaasia.com)]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9&aid=0004333060&sid1=00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서울 4대 명주 - 삼해약주·향온주·송절주·삼해소주

서울 4대 명주를 만드는 명인들이 술과 어울리는 안주를 함께 냈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사람들에게 '서울의 술이 있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을 못합니다. 하지만 서울에는 훌륭한 술이 네 가지나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가회동 북촌민예...

  • 누룩
  • 2013-12-26
  • 조회 수 4073

"분명 막걸린데… 맥주맛이 나네"

이범구기자 ebk@hk.co.kr <경기농업기술원 개발> 전통주인 막걸리와 맥주를 접목시킨 '맥주맛 막걸리'가 개발돼 내년 시판에 들어간다. 경기도농업기술원(원장 임재욱)은 23일 화성시 농업기술원 상황실에서 가평군에 위치한 ㈜우리술(대표 박...

  • 누룩
  • 2013-12-30
  • 조회 수 1203

[이 캠핑요리 어때?] 추위 녹여줄 따뜻한 와인 한잔

와인을 덥혀서 먹는다?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한겨울 캠핑장에서 몸을 따뜻하게 해줄 뿐 아니라, 감기에도 효과가 그만이다. 와인에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과 톡 쏘는 향의 향신료를 함께 넣어 끓여 만드는 글루바인(Gluhwein)은 추운 ...

  • 누룩
  • 2014-01-02
  • 조회 수 1403

WSJ 유럽판 1면 막걸리광고, 서경덕-송일국 ‘한국의 전통주’ 자랑

월스트리트 저널 유럽판 1면에 막걸리 광고가 떴다. 지난 1월6일 월스트리트 저널 유럽판 1면에는 백의민족의 상징인 흰색 한복을 차려입은 송일국이 막걸리 한잔을 건네며 웃고있는 사진이 커다랗게 걸렸다. 그의 머리 위에는 ‘MAKGEOLLI?’(막걸...

  • 누룩
  • 2014-01-07
  • 조회 수 2098

와인, 맥주, 사케, 보드카부터 우리 전통주까지 '서울국제와인&주류박람회'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와인 수입량은 29,191톤으로 2012년 같은 기간의 25,102톤보다 16.3% 증가했다. 이는 와인을 소재로 한 일본만화 ‘신의 물방울’의 인기로 인해 황금기...

  • 누룩
  • 2014-01-09
  • 조회 수 1527

국내 와인시장, 신·구대륙 다양한 포도주 선보여

신년을 맞아 칠레, 프랑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다양한 와인들이 잇따라 국내 포도주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주요 와인생산국 칠레, 프랑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세 곳의 와인 3종인 프랑스 바롱 필립 드 로칠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가의...

  • 누룩
  • 2014-01-14
  • 조회 수 1673

[밀물 썰물] 막걸리 도시

남들은 막걸리를 술이라지만 내게는 밥이나 마찬가지다. 막걸리를 마시면 배가 불러지니 말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다. 옥수수로 만드는 막걸리는 영양분이 많다. 그러니 어찌 술이랴. … 천상병의 '막걸리' 못살고 배고팠던 시절 시인의 시처...

  • 누룩
  • 2014-01-16
  • 조회 수 1276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전통주 한사발… 옛 선비들 풍류 물씬>

▲예산사과와인 와이너리에서 실시되고 있는 사과잼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 모습. 사진=예산군 제공 '술'은 인류문명과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국민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술은 대부분 공장에서 대규모로 생산되는 소주...

  • 누룩
  • 2014-01-17
  • 조회 수 1495

설 맞아 향기로운 우리술 ‘벽향주’ 담가보세요.

농촌진흥청, 고문헌 수록 옛술 ‘벽향주’ 제조법 소개 <수원/아시아투데이 김주홍 기자>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20일 민속 명절 설을 맞아 가정에서 손쉽게 담가 마실 수 있는 우리 옛술 ‘벽향주(碧香酒)’ 제조법을 소개했다. 벽향주는 우리...

  • 누룩
  • 2014-01-20
  • 조회 수 1272

기다림으로 만들어지는 발효 미학 자연식초

우리나라의 전통식초는 유럽의 발사믹식초나 일본의 흑초에 버금가는 다양한 유기산과 영양소를 품고 있는 식품이다. 발효에서 숙성까지 잊힌 전통식초 제조법을 바탕으로 식초를 만들고 있는 ‘초산정’ 한상준 대표가 처음 식초를 만난 때는 12년 전이다. ...

  • 누룩
  • 2014-01-22
  • 조회 수 4299

[SPECIAL REPORT] ‘맛·향·스토리’ 多 있다…르네상스 꿈꾸는 전통주들

‘이건희 만찬주’ 계기로 시장 들썩…현대화·산업화 통해 재탄생 음주 문화는 트렌드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즐기는 주종도 유행에 따라 열풍처럼 급속도로 변화하곤 한다. 과거 몇 년 동안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와인 붐이 불더니 일본 사케를 즐...

  • 누룩
  • 2014-01-24
  • 조회 수 2790

주당들은 ‘술맛’ 다시세요, 전통주들이 ‘설빔’ 입고 온대요.

ㆍ‘값싼 술’·‘케케묵은 술’ 편견 넘어 고급·대중화 두 토끼 몰이…잊혀진 문화 복원 더불어 최근 주류 소비 경향도 반영 한국인에게 첫 술잔의 기억은 대부분 명절 음복례에서 시작된다. 차례상을 물리고 가족이 모여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시간. 어른들도 이날...

  • 누룩
  • 2014-01-27
  • 조회 수 1629

다시마식초 효능 '지방 분해에 탁월'‥ 만드는 법 의외로 간단

▲ 사진=조선일보 DB 지난 26일 방송된 TV조선 '살림 9단의 만물상'에 다시마식초가 등장하면서 다시마식초 효능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방송에 따르면 다시마식초 효능은 지방 분해로, 다이어트와 미용에 탁월한 음식이다. 인터넷 ...

  • 누룩
  • 2014-02-03
  • 조회 수 6176

밥에서 얻는 열량 비중, 30%로 급감.. 소주 맥주 막걸리 상승.. "밥심 대신 술심"

▲ 밥에서 얻는 열량 비중(사진=질병관리본부) 밥에서 얻는 열량 비중이 갈수록 주는 대신 소주, 맥주에서 얻는 열량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한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

  • 누룩
  • 2014-02-05
  • 조회 수 2461

향긋한 제주 감귤 맥주, 위하여 ~

- 고교 동창 강규언·문성혁씨 개발 "사회적 기업으로 맥주사 세울 것" “제주 감귤을 넣은 맥주랍니다. 시원하게 한잔 어때요.” 제주 출신 대학생 2명이 감귤 성분을 넣어 만든 ‘베타맥주’를 개발, 시판을 준비 중이다. 제주 오현고 동창인 제주대 ...

  • 누룩
  • 2014-02-06
  • 조회 수 211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