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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2019 주류 트렌드]① 희석 소주 안 마셔요, ‘증류식 소주’ 주세요

조회 수 1785 추천 수 0 2019.03.15 18:40:16
"온더락으로… 적게 마시는 대신, 좋은 술 먹겠다"

‘일품진로 18년산’ 품절… 온라인서 20만원에 거래

증류식 소주, 주류시장에서 ‘나홀로 고공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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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한식 레스토랑’에서는 증류식 소주를 비롯 다양한 전통주를 요리와 곁들여 내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전통주에 대한 이미지가 젊어지고 있다./조선일보DB

개인사업을 하는 손관형(43)씨는 지난주 지인들과의 술자리에 어렵게 구한 ‘일품진로 18년산’을 들고 나갔다. 술이라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지인들은 "이걸 어디서 구했느냐"며 환호했다.

일품진로 18년산은 돈 주고도 사 마시기 힘든 술이다. 주정(酒精)에 물과 인공감미료를 섞어 만드는 일반 희석식 소주와 달리, 쌀로 빚고 증류해 18년 동안 참나무통에 숙성한 고급 증류식 소주다. 지난해 11월 하이트진로에서 6000병 한정 출시하자마자 품절됐다. 소매가 6만5000원이지만 인터넷에선 약 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고급 위스키와 비슷한 가격이다.

손씨는 "요즘 주변 주당(酒黨)들은 증류식 소주만 마시는 것같다"며 "희석식 소주보다 비싸지만 어차피 예전처럼 퍼마시지 않는 분위기인데다, 맛이나 건강을 따졌을 때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고 했다.

◇온더락·칵테일 등 요즘 음주문화와 딱 맞아 

일품진로 18년산./하이트진로

한국인이 갈수록 술을 덜 마시고 있다. 국세청은 2017년 국내 주류 전체 출고량이 355만1405kL로 전년대비 3.5%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4년 380만8167kL, 2015년 380만4100kL, 2016년 367만9829kL로 4년 연속 감소세다. 하지만 증류식 소주를 마시는 이들은 급격하게 증가 추세다. 증류식 소주는 2017년 출고량이 1857kL로 전년대비 54.4%나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증가율은 29.6%이다. 희석식 소주 성장세가 1% 전후로 정체 상태인 것과 대비된다.

증류식 소주는 우리 조상들이 마시던 전통 소주이다. 쌀로 빚은 밑술을 증류해 만든다. 요즘 대중적으로 마시는 희석식 소주는 고구마나 타피오카 같은 값싼 농산물에서 뽑은 저렴한 주정에 인공감미료를 더해 맛을 내고 물로 희석해 도수를 조절해 만든다. 저렴하지만 맛과 향이 떨어지고 개성이 없다. 전통 소주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양곡관리법으로 쌀로 술 빚기가 금지되면서 사라지다시피했다. 이 빈틈을 희석식 소주가 파고들어 차지하면서 ‘국민술’의 지위를 꿰찼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싼 증류식 소주를 마시는 이들이 드물었다. 하지만 희석식에서 증류식 소주로 바꾸는 경우가 최근 늘었다. "소주 마니아"라는 대기업 과장 최기욱(42)씨가 그렇다. "(희석식) 소주 도수가 낮아지면서 옛날처럼 ‘카’하고 쏘는 맛 없이 밍밍해요. 와인은 한식과 잘 맞지 않는 듯하고, 막걸리는 너무 배부르고요. 그럴거면 정통 소주인 증류식을 마시자 싶었죠. 어차피 집에서 저녁에 기껏해야 두세 잔 마시니 좀 비싸도 부담이 크지 않아요."

한국술산업연구소 류인수 소장은 "2016년을 기점으로 술 소비 트렌드가 바뀌었다"며 "술을 취하려고 마시기보다 맛과 향을 즐기려고 마시는 소비자가 늘었습니다. 건강·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정과 인공감미료가 들어가는 희석식 소주보다 천연재료로 만드는 증류식 소주가 낫다는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증류식 소주는 25~40도로 알코올 도수가 높지만 최근 저도주 트렌드에도 의외로 어울린다. 얼음에 부어 마시는 ‘온더락(on the rock)’이나,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위스키를 토닉워터와 섞어 마시는 일본 ‘하이볼’처럼 칵테일로 즐기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물을 섞어 알코올 도수를 취향에 맞게 조절해가며 마실 수도 있다.

◇증류식 소주 부활 기반 닦은 ‘화요’... ‘문배주’ 등 전통 소주 디자인 혁신하며 이미지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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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디자인을 혁신하며 젊어진 평양 지역의 전통 소주 ‘문배술’과 오미자 증류주 ‘고운달, 서울에서 마셔온 ‘삼해소주’, 지난해 우리술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소주 ‘미르’.(왼쪽부터)/대동여주도

최근 증류식 소주의 부활의 기반을 닦은 건 ‘화요’다. 도자기사업을 모태로 미쉐린가이드로부터 별 3개와 1개를 각각 획득한 고급 한식당 ‘가온’과 ‘비채나’를 운영하는 등 외식사업도 하는 광주요에서 2005년 선보였다. 쌀 원액을 증류해 옹기에 3~6개월 숙성시켜 만든다. 출시 이후 10년간 적자를 보다가 2015년 흑자로 돌아섰다.

일품진로는 2007년 출시됐다. 1996년 옛 진로는 증류식 소주 ‘참나무통 맑은 소주’를 내놨다. 하지만 같은 해 터진 IMF 금융위기로 부도가 나면서 판매를 중단했다. 팔 수 없게된 남은 원액은 하는 수 없이 참나무통에 담겨진 채 10년 넘게 숙성됐다. 이 우연히 남겨진 원액으로 만든 제품이 일품진로다.

주당들 사이에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 결국 원액이 다 떨어져 일시 단종됐다. 요즘 판매되는 일품진로 1924는 6개월 이상 숙성한 제품이다. ‘대장부’는 희석식 소주 ‘처음처럼’을 생산·판매하는 롯데주류가 2016년 선보였다. ‘참소주’와 ‘경주법주’를 생산하는 금복주는 2017년 증류식 소주 ‘제왕’를 내놨다.

전통 소주도 디자인·패키지 혁신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다. 원래 평양 술이지만 계승자가 경기도 김포에서 생산하고 있는 ‘문배주’와 전북 전주를 대표하는 명주(名酒)인 ‘이강주’가 대표적이다. 기존 전통 도자기 호리병에서 직선적이고 투명한 유리병으로 교체하면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배와 생강으로 맛을 낸 이강주는 주류구분법상으로는 리큐르에 속하지만 시장에선 전통 소주로 인식되고 있다.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됐던 ‘풍정사계 춘(春)’의 자매술로 2015년 탄생한 ‘풍정사계 동(冬)’도 인기다.

증류식 소주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전체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중이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출고량 기준 희석식 소주의 50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주세(酒稅) 제도가 바뀐다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게 주류업계의 전망이다. 기존 ‘종가세’는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주류업체 입장에선 고급 제품 개발하려면 부담이 크지만, 다른 나라처럼 알코올 용량에 주세를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한다면 고가 제품의 경우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증류식 소주 생산업체 입장에선 도전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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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르챔버’ 바에서 증류식 소주 화요로 만든 칵테일./광주요그룹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gourme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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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43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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