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대한금융신문 [응답하라,우리술69]좋은 술 찾아내는 소비자 안목이 우리술 살리는 길

조회 수 992 추천 수 0 2018.02.26 17:40:05


대한금융신문 [응답하라,우리술69]좋은 술 찾아내는 소비자 안목이 우리술 살리는 길
가양주로 빚는 전통 막걸리 원료는 ‘지역 쌀, 전통 누룩, 물’

대도시 공장 막걸리 원료는 ‘수입 쌀, 일본식 입국, 아스파탐’
    

71806_22235_383.jpg
▲ 지난해 한미정상회담 만찬주로 주목을 받았던 풍정사계의 향온곡. 보통의 누룩은 밀로 만들지만 풍정사계의 누룩은 녹두를 추가해 독특한 풍미를 이끌어낸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막걸러서 싱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해서 ‘막걸리’라고 불렸단다. 막소주마냥 거칠게 설렁설렁 걸렸다고 해서 ‘막’이라는 단어가 태생적으로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연이 어떻게 됐든 막걸리는 쌀농사를 주로 짓는 우리 민족 고유의 술이다. 동계올림픽이 평창에서 한창 진행 중인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서울에서 하계올림픽이 한창 진행될 즈음까지 가장 많이 팔려나간 술이기도 하다. 그 때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은 맥주가 됐지만, 막걸리를 민족 고유의 음료로 보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마시고 있는 막걸리를 우리 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렇게 당돌한 질문을 하는 까닭은 우리 술의 정체성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 지 자문하기 위해서다. 우선 4가지 문제제기를 통해 우리가 막걸리에 대해 얼마나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지 확인하고자 한다.

입국 대 누룩
우리 술을 만드는 발효제는 누룩이다. 포도로 빚는 와인은 포도 표면에 붙어 있는 천연 효모를 사용해서 술을 발효시키지만, 전분질로 구성된 곡물을 발효시키기 위해선 천연 효모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통밀을 잘게 부숴, 습도와 온도가 높은 6월 말 장마철 동안 한 해 동안 사용할 누룩을 빚어 연중 사용했던 것이다. 누룩에는 다채로운 술맛을 내는 다양한 효모와 효소가 들어 있다. 효소는 전분질을 당분으로 전환시키고 효모가 당분을 섭취한 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술을 만드는 원리다.

그런데 현재 시판되는 막걸리는 거의가 누룩이 아닌 입국(粒麴)을 사용하고 있다. 입국은 일제시대에 들어온 일본식 흩임 누룩을 말한다. 쌀에 특정 효모(백국, 황국 등)만을 입혀 짧은 기간 동안 만들어낸 발효제다. 따라서 발효제를 만드는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특정 효모만을 기능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맛의 균질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도 이런 특징들은 대량생산에도 도움을 줬다.

하지만 입국은 우리 술의 장점인 다채로운 향미를 주지 못한다. 집에서 빚어 소비했던 가양주 전통 아래선 다양한 술맛을 낼 수 있었지만, 입국을 사용하면서 전국의 술맛이 비슷해진 까닭이 여기에 있다.
 
     71806_22234_3751.jpg
▲ 시큼한 맛이 특징인 부산 금정산성막걸리의 누룩. 남쪽으로 갈수록 온도와 습도가 높아 누룩을 얇게 빚는 것이 보통의 누룩과 차이점이다.

아스파탐 문제
우리 술은 물과 쌀과 누룩으로만 빚는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고조리서에 등장하는 우리 술은 모두 이 재료들로 빚고 있다. 이 재료로 빚은 술이 익으면 대략 알코올 도수 15% 안팎의 술이 된다. 술을 빚어 맑은 부분은 청주로 내서 사용하고 뿌연 지게미 부분(섬유질)은 물로 희석시켜 막걸리로 음용했던 것이다. 물로 희석하면서 대략 8% 이하의 술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물로 희석해 알코올 도수를 낮추다보면 술에 담긴 곡물 자체의 단맛을 엷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일정한 단맛을 주기 위해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막걸리에는 하나같이 아스파탐 등의 인공감미료가 첨가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지점은 인공감미료의 유해성 여부가 아니다. 원래 우리 민족이 즐긴 막걸리에는 이러한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대량생산해야 하는 막걸리의 맛의 균질성과 당을 분해해 알코올을 생산하는 효모의 특징상 후발효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인공감미료를 넣는다는 업계의 고민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원료의 양을 늘려 곡물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유지시키면서 후발효를 막아내는 기술 개발을 뒤로 미룬 채 값싼 미봉책을 유지한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연간 5000억원 가량의 막걸리 시장, 그 중 90% 이상을 대도시 막걸리들이 차지하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국내산 쌀과 수입산 쌀
1992년 쌀이 남아돌게 되자 정부는 쌀을 이용한 막걸리 제조를 허용한다. 1966년 양곡관리법에 의거, 쌀을 이용한 막걸리 생산이 전면 중단돼 밀가루 막걸리만 마셔야 했던 애주가들에겐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천상병 시인의 시처럼 ‘천원의 행복’을 주던 막걸리는 1천원의 함정에 빠져 국내산 쌀을 외면하게 된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들은 모두 외국산 쌀로 빚은 막걸리들이다. 서울과 부산의 경우 국내산 쌀을 이용한 막걸리를 일부 생산하고 있는데, 수입산 쌀과 구분하기 위해 병의 뚜껑 색을 하얀색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수입산 쌀과 입국, 인공감미료로 만들어지는 막걸리들이 지천인 세상이 된 것이다.

프랑스의 포도주와 일본의 사케, 그리고 중국의 바이주(백주). 이 술은 각각 프랑스산 포도와 일본산 쌀, 그리고 중국산 수수로 만들어진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고유의 생산방법을 활용해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명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막걸리는 어떠한가. 우리 술의 정체성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술은 문화다. 막걸리는 이 땅에서 가장 오래도록 즐겨온 술이자, 음식문화의 한 축이다. 대도시 막걸리는 제품으로서의 술을 만들고 있고, 소비자들은 기계로 찍어내듯 생산하는 막걸리를 습관적으로 소비해왔다. 이젠 소비자가 우리 농산물과 전통의 제조방법으로 빚는 술을 찾아 문화를 복원해나가야 할 때가 된 듯하다.

<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원문보기: http://www.kbank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806
김승호 편집위원  |  skylink999@gmail.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연합뉴스 막걸리 우수성 日서 입증…"구연산·유산 등 니혼슈보다 많아"

막걸리 우수성 日서 입증…"구연산·유산 등 니혼슈보다 많아" 송고시간 | 2017/11/16 15:06 도쿄농대 가즈오카 교수팀…"효모·유산균 모두 함유해 니혼슈·와인과 차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한국의 막걸리가 맛과 영양 면에서 일본...

  • 누룩
  • 2017-11-21
  • 조회 수 1013

[해럴드경제] “송편 칵테일, 들어는 봤나” ‘K-힙’ 만난 하이볼, 대세가 되다 [언박싱]

SSG닷컴이 술 전문 유튜버인 ‘술익는집’과 협업해 만든 전통주 하이볼 세트 [SSG닷컴 제공] 서울 종로구 서촌 지역에 위치한 한옥 칵테일 바 ‘바 참’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15일 서울 종로구 서촌 지역의 고즈넉한 골목에서 만난 한옥....

  • 누룩
  • 2023-05-18
  • 조회 수 1010

대구신문 막걸리 만들며 발효과학 체험 ‘호응’

대구과학관 특강 마련, 성인층 참여도 높아 국립대구과학관(관장 김덕규)이 지난 11월부터 진행한 전통주 속 과학체험 교육인 ‘발효, 그리고 막걸리’특강과 ‘전통주 빚기’ 체험활동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체험활동은 전통주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

  • 누룩
  • 2017-12-28
  • 조회 수 1010

[한겨레] [ESC] 핫 칵테일, 한국식 뱅쇼…겨울밤, 한잔 합시다 file

등록 :2022-12-09 07:00수정 :2022-12-09 18:11 체온 높이는 핫 칵테일부터 대추·꿀 넣은 한국식 뱅쇼까지 왼쪽부터 서울 논현동 칵테일바 ‘이더웨이’의 임지혜 바텐더가 만든 위스키 아인슈페너, 핫 버터드 럼, 코냑 애플 핫 토디. 윤동길 스튜디오어댑...

  • 누룩
  • 2022-12-12
  • 조회 수 1010

2016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와 함께하는 '우리술 투게더 위크' 실시

2016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와 함께하는 '우리술 투게더 위크' 실시입력 2016-12-08 11:13:29 | 수정 2016-12-08 11:13:29 돋움 굴림 바탕 한경고딕 나눔고딕 맑은고딕 기사 이미지 보기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12월 17일부터 30일까지 국내 대표 전통주점 ...

  • 누룩
  • 2016-12-08
  • 조회 수 1008

[이데일리] 국순당, ‘정월 대보름 달맞이 행사’ 귀밝이술 지원 file

등록 2023-02-03 오전 9:25:06 수정 2023-02-03 오전 9:25:06 윤정훈 기자 정월 대보름 귀밝이술은 온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세시풍속 국순당(043650)이 새해 첫 보름날인 ‘정월 대보름’인 5일을 맞아 우리 민족의 세시 풍속인 귀밝이술을 알리기 위해 우리...

  • 누룩
  • 2023-02-03
  • 조회 수 1007

연합뉴스 '세계 와인 한자리에' 대전국제와인페어 9월 1∼3일 열려

'세계 와인 한자리에' 대전국제와인페어 9월 1∼3일 열려 송고시간 | 2017/07/20 09:55 2017 대전 국제 와인 페어 포스터[대전마케팅공사 제공=연합뉴스] (대전=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 대전마케팅공사는 오는 9월 1∼3일 대전무역전시관과 엑...

  • 누룩
  • 2017-07-20
  • 조회 수 1007

조선닷컴 색다른 맛을 느끼고 싶다면, 우리나라 전통술에 대해 알아볼까?

2018 대한민국 와인 페스티벌 사진=2018 대한민국 와인 페스티벌 포스터 한국와인과 한국음식의 환상적인 앙상블이 기대되는 ‘2018 광명동굴 대한민국 와인 페스티벌’이 10월 26일부터 사흘 동안 대한민국 최고의 동굴테마파크인 광명동굴에서 개최된다. 2018 ...

  • 누룩
  • 2018-10-26
  • 조회 수 1007

서울경제 [오늘밤 酒인공은 나야나] ② ‘술 익는 향기’ 사라진 한국

[오늘밤 酒인공은 나야나] ② ‘술 익는 향기’ 사라진 한국-전통주와 절기주 김민혁 기자 2017-10-27 13:51:39 술을 밥 먹듯이 마시던 대학 새내기 시절…. 1차가 끝나고 한 잔 더 마시자는 선배를 따라 학교 앞 전통 술집에 들어섰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옛 음악...

  • 누룩
  • 2017-10-30
  • 조회 수 1005

[국민일보] 고흥유자주, ‘K-디자인 어워드 2021’ 위너 수상 file

기사입력 2021.08.10. 오전 11:46 K-디자인 어워드는 아시아 3대 디자인 콘테스트 고흥군, 도농업기술원 유자수출사업단, 중국 JHE글로벌 기업과 공동 협력 결과 고흥유자주 아시아 3대 디자인상, K-디자인 어워드 2021 위너 수...

  • 누룩
  • 2021-08-17
  • 조회 수 1003

내년부터 '하우스 막걸리' 쉽게 맛볼 수 있다

내년부터 '하우스 막걸리' 쉽게 맛볼 수 있다양모듬 기자 입력 : 2015.12.26 03:04 맥주 외 탁주·약주·청주도 소규모 주류 면허 대상 추가 최근에 인기를 끈 '하우스 맥주'에 이어 내년부터는 '하우스 막걸리'를 쉽게 맛볼 수 있다. 또 '하우스 맥주'를 병...

  • 누룩
  • 2015-12-28
  • 조회 수 1003

소통·나눔 그리고 자연을 맛보다.

본보 후원 ‘슬로푸드’ 잊혀진 맛 재발견 올바른 먹을거리로 소통과 나눔을 체험할 수 있는 따뜻한 밥상 나눔바자 ‘2014 슬로푸드 위크’가 12~14일 사흘간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회장 김종덕)가 주최하고...

  • 누룩
  • 2014-12-15
  • 조회 수 1002

[뉴시스][세법시행령]전통주 싸지나…온라인판매 과세표준 소매→도매가로 file

기획재정부, '2019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 발표 기재부 관계자 "이번 개정으로 전통주 세부담 50% 감소 예상" 中企 손금산입 확대…해외법인 파견 주재원 인건비 비용처리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앞으로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격이 낮아질...

  • 누룩
  • 2020-01-08
  • 조회 수 1001

백세주 절치부심, 백수오 뺀 새 모습으로 돌아왔다

백세주 절치부심, 백수오 뺀 새 모습으로 돌아왔다 ‘가짜 백수오’ 사태로 건강 식품들이 된서리를 맞을 때 뜻하지 않게 불똥이 튄 업체가 국순당이다. 대표 주류인 백세주에 가짜 백수오 원료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길을 피해갈 수 없었다. 졸지에 ‘...

  • 누룩
  • 2015-06-25
  • 조회 수 1000

오비맥주, 24일 '카스 할로윈 파티' 개최

"대한민국 넘버원 맥주 브랜드 '카스'가 할로윈 파티에 초대합니다." 오비맥주(대표 장인수)는 대한민국 넘버원 맥주 브랜드 '카스 후레쉬(Cass Fresh)'가 24일 홍대 클럽 엠투(M2)에서 할로윈을 주제로 '카스 할로윈 파티(Cass Halloween Party)'를 연다고 밝...

  • 누룩
  • 2014-10-22
  • 조회 수 99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