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응답하라 우리술 I] 일제 주세령 이후 장인의 손 떠난 우리술

조회 수 1558 추천 수 0 2016.10.10 15:30:52

̂[응답하라 우리술 I] 일제 주세령 이후 장인의 손 떠난 우리술
승인 2016.09.25  18:48:20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통주를 홍보하기 위해 인사동에 만들어진 전통주갤러리는 매월 그 달의 우리술을 지정해 시음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전통주갤러리 내부모습이며, 전통주 소믈리에가 관람객들에게 우리술을 설명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술은 정성과 시간이 빚어내는 예술품이다. 정성의 크기와 깊이만큼, 그리고 발효와 숙성에 들어간 시간만큼 술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해내기 때문이다.
빅토르 위고는 “신은 단지 물을 만들었을 뿐인데 우리 인간은 술을 만들어 마셨다”고 말하지만 사실 술의 시작은 인간의 발명이 아니라 자연에서의 인간의 발견이다. 발효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수만 년 전 자연이 스스로 빚어낸 알코올(포도 등의 과일, 꿀 등에 천연효모가 들어가 만들어진 술)에 취해 춤을 추는 원숭이와 코끼리를 보며 고대 인류는 술이라는 물질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을 흉내 내며 발효주를 만들어 즐겼으며, 이것이 인류 문명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술이 익는 과정에서 부글부글 끓는 모습, 또는 물을 마셨는데 속에서 불이 난다고 하여 수불, 그리고 수블, 수울, 술로의 변화 과정을 거친 우리 말 ‘술’은 화학 법칙을 몰랐던 고대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역사기록에서는 삼국시대 이후 등장하지만, 삼국지 위지 동이전 등의 중국 측 사료를 보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음주가무’를 즐기던 민족이다.
우리 민족이 처음 만든 술은 막걸리와 청주 등의 발효주였으며, 몽골 침략 이후 증류기술이 들어와 소주가 빚어지기 시작한다. 유럽의 나라들도 수천 년 전부터 발효된 술인 포도주와 맥주를 마셨고, 이슬람 과학의 도움을 받아 브랜디(코냑, 알마냑 등)와 위스키를 증류해 내기 시작했다.
이처럼 발효된 술과 증류된 술은 단순히 마시면 취하는 술로서의 목적에 그치지 않고 통치자는 자신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였으며, 문인들은 문예의 연장선에서, 상인들은 원활한 상거래를 위해 기꺼이 술을 마셨으니, 가히 문명의 토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술의 맛은 정성에 비례한다. 그래서 역사 속에서 술은 장인들의 손에서 발전해왔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통치 이래 ‘우리술’의 흑역사를 경험하게 된다. 일본은 자국 예산을 들이지 않고 식민통치를 하기 위해 1905년 주세령을 반포한다. 제사와 잔치 등을 위해 집에서 담가 마시던 가양주를 금지시키고, 허가 받은 양주장에서만 술을 빚게 함으로써 양조장을 통해 손쉽게 세금을 걷고자 한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술 문화는 장인의 손(종가집 며느리 등)을 떠나 일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친일 부일 했던 자본가들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물론 일본에서 건너온 일본 지주들도 이 속에 포함되었다.
당연하게도 이들의 목적은 ‘맛있는 술’이라기보다는 ‘이윤이 많이 나는 술’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관계는 해방공간에서도 그대로 연장돼, 일본이 두고 간 양조시설은 군정청에 줄을 대고 적산불하에 타고난 능력을 발휘하던 자본가들의 손에 상당수 넘어가게 된 것이다.
맥주는 술을 빚는 장인들의 공방에서 시작됐고, 포도주는 중세의 암흑기를 수도원이 지켜내면서 술 빚는 기술이 계승되었다. 이후 권력의 수많은 부침과정이 발생했지만 우리와 같은 흑역사는 발생하지 않았다.술은 국가의 문화수준을 대변한다. 바이주(백주)가 중국을, 사케가 일본을, 포도주가 프랑스를, 스카치위스키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샤토’나 부르고뉴 지방의 ‘도멘’이 적산불하 실력으로 주인이 결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으며, 독일 벨기에의 맥주공장이 장인의 손을 떠나 자본의 손으로 빚어진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이것이 우리 술이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현재 우리 술이 처한 슬픈 현실이다.
<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프레시안] “전통누룩을 살려야 전통주가 살아난다”

▲전통주 풍정사계를 빚는 이한상 농업법인 화양 대표.ⓒ프레시안(김종혁) “전통주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통누룩 제조법을 연구하는 누룩연구소 설립이 꼭 필요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시 한미정상회담 국빈 만찬주로 화제가 된 전통주 ‘풍정사계 춘’을 ...

  • 누룩
  • 2019-06-24
  • 조회 수 1579

전통주갤러리, ‘한국술 도서 기획전 : 술의 기록’ 진행

전통주갤러리에서 6월 30일까지… 50여권 전시 전통주갤러리(관장 이현주)는 한국 술 관련 도서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한국 술 도서 기획전 : 술의 기록’을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50여 권의 도서를 전시하는 이번 기획전은 서울시 강남구 전통주갤러리에서...

  • 누룩
  • 2021-04-30
  • 조회 수 1580

[연합마이더스]‘인생 술’ 찾아드려요… 전통주가 매월 집으로

Midas Interview 2019년 07월호 이재욱·김태영 술담화 공동대표 ※편집자 주(註)=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startup)이 맘 놓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창업 환경 조성은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엔젤투자협...

  • 누룩
  • 2019-07-16
  • 조회 수 1586

3만원짜리 막걸리 과연 팔릴까 했는데…

막걸리 전문 음식점 ‘월향’ 고급 막걸리음식점에선 한 병 8000~3만원에도 큰 인기 ‘싸구려 술 막걸리’ 벗고 분위기·이미지 가미해야 막걸리 산업은 2010년을 전후로 전례 없는 성장을 구가했으나, 아직도 막걸리엔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기도 하다. ...

  • 누룩
  • 2015-04-27
  • 조회 수 1587

[도시와 농촌을 잇는 유쾌한 여행 '해피버스데이'] 함께해서 행복한 백석올미마을

"같이의 가치를 실현하는 백석올미영농조합." 지난 7월 30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6차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충남 당진 백석올미영농조합이 대상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평균연령이 75세인 시골할머니들이 ...

  • 누룩
  • 2014-09-11
  • 조회 수 1587

[서울신문]약주·막걸리·고급 증류주… 추석 차례상 전통주 바람 분다

우리 술 어떤 것이 있나 추석을 앞두고 전통주 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가 허용되고 2030세대를 겨냥한 전통주 전문점 등이 속속 생겨나면서 주 소비자층이 젊어졌고, 일본산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한국 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 또한...

  • 누룩
  • 2019-08-26
  • 조회 수 1587

[중앙SUNDAY] 500년 전 조리서 속 ‘진맥소주’ 농사지은 밀로 되살려 file

중앙선데이 입력 2021.12.04 00:02 업데이트 2021.12.04 00:15 지난 5월 샌프란시스코 세계증류주대회(SFWSC) 소주 부문에서 베스트 소주 타이틀과 더블골드 메달을 획득한 진맥소주 53도(가운데)와 골드메달을 딴 40도(왼쪽). [사진 이택희,...

  • 누룩
  • 2021-12-07
  • 조회 수 1588

[CCTV NEWS] 전통주, 언택트 시대에 맞춘 ‘우리술 지원센터’ 오픈 file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분야별 전문가의 온라인 컨설팅으로 진행되는 ‘우리술 지원센터’를 지난 2일 오픈했다. 우리술 지원센터는 전통주 양조장 운영 전반의 문의사항을 해결할 수 있으며 올해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본 컨설팅...

  • 누룩
  • 2020-07-16
  • 조회 수 1590

주류 고시 개정, '경품 한도 폐지' 현행 유지…업계 "아쉬움"

주류 고시 개정, '경품 한도 폐지' 현행 유지…업계 "아쉬움"발행일 : 2017.06.21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우체국, 농협 등 공적 성격이 있는 기관 홈페이지에서만 가능했던 전통주 통신판매가 일반 온라인쇼핑몰로 확대되고 대형매장용·가...

  • 누룩
  • 2017-06-22
  • 조회 수 1596

술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가 된다, 전북 완주에 있는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

술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가 된다, 전북 완주에 있는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입력 : 2016.08.11 08:00 전주를 품은 완주이야기 서울에서 경부, 논산 천안, 그리고 호남고속도로로 달리기를 약 2시간...

  • 누룩
  • 2016-08-11
  • 조회 수 1596

혀끝 휘감는 이 향…내 고향 전통주 아시나요?

혀끝 휘감는 이 향…내 고향 전통주 아시나요? 등록 :2016-09-14 15:17수정 :2016-09-14 18:03 소주, 막걸리가 우리 대표술? 아니 아니~, 외국인도 반한 기품있는 전통주도 있어요 삼해주, 면천두견주, 호산춘, 송화백일주, 오메기술 우리도 잘 모랐던 ...

  • 누룩
  • 2016-09-22
  • 조회 수 1597

[중앙일보] 이래도 막걸리가 재활용 적? 곰표 막걸리의 '반전 포장법' file

입력 2021.06.28 11:30 수정 2021.06.28 17:49 한강주조가 만든 표문막걸리와 재활용이 잘되는 소재를 활용한 포장재. 한강주조 ‘MZ세대'(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2000년대생 Z세대) 사이에서 '힙'한 막걸리가 있다. 지난 4월 양조장 한강주조가 곰표와 협...

  • 누룩
  • 2021-07-05
  • 조회 수 1597

[경인일보] [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2)]'과거와 현대 잇는 술도가' 용인 (주)술샘 file

전통주에 빠진 청춘…'세련되고 힙하게' 새 이미지 빚어내다 박승용·전상천 기자발행일 2021-04-20 제11면 젊은 직원들 손으로 생산하는 제품·디자인 '고루하다' 선입견 지워 대통령상 '미르'·다이어트술 '이화酒' 등 '인기' 매년 매출 2...

  • 누룩
  • 2021-04-20
  • 조회 수 1599

[대한금융신문] [응답하라 우리술 211] 공동체 정신 지향하는 신생 양조장 ‘과천도가’ file

김승호 편집위원승인 2021.07.30 17:20 남태령 옛길에 담긴 스토리텔링 담아 지역 술로 승부수 걸어 ‘관악산생막걸리’와 ‘과천미주’ 출시, 창업고객도 활발히 모집 서울 사당에서 과천으로 넘어가는 고개의 이름은 남태령이다. 삼남지방으로 넘어가는 ...

  • 누룩
  • 2021-08-11
  • 조회 수 1601

아시아투데이 신세계百, ‘우리술방’ 혼술족 겨냥 한컵 분량 전통주 출시

5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전통주 전문매장 ‘우리술방’에서 모델들이 한잔 용량(187ml)으로 개별 포장한 전통주를 소개하고 있다.혼술족이 늘면서 주류 용량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급기야 한잔 용량의 전통주도 나왔다. 신세계백화점은 전통주 매장인 ‘...

  • 누룩
  • 2018-09-13
  • 조회 수 16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