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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을 보면 막걸리가 보인다! 문화적 가치를 담은 막걸리 라벨 3선

조회 수 1766 추천 수 0 2016.07.14 11:46:21

라벨을 보면 막걸리가 보인다! 문화적 가치를 담은 막걸리 라벨 3선

  •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 입력 : 2016.07.14 08:00   

식음료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며 종이컵으로 자판기 커피를 마시던 시대에서 이제는 자판기 커피 값의 수십 배를 주고 전문점 커피를 편하게 즐기는 것도 어언 옛말. 천원이면 사먹던 김밥 한 줄이 이제는 5배에 달하는 가격이라 하더라도 가치가 인정되면 팔리는 시대이다. 케이크, 빵, 과자 등 팬시한 외식품목은 저마다의 차별화된 원료와 디자인으로 고객에게 먹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을 마케팅 용어로 작은 사치라는 뜻의 ‘스몰 력셔리(Small Luxury)’라 한다. 그리고 접근할만한 럭셔리라는 ‘어포더블 럭셔리(Affordable Luxury)’로 설명을 한다. 조금 더 높은 가격이지만 기성제품과 차별화되고, 나은 제품을 골라서 가치를 즐긴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접근성이 있을만한 가격대로, 최고급 사치품과는 또 다른 일종의 편안함도 공존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단순히 맛과 재료뿐만이 아니라 모던함과 트랜디함, 거기에 클래식까지 갖춘 디자인까지 소비자는 바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외국의 것만 적용되던 이런 시장 안에 늘 서민적이기만 했던 막걸리까지 적즉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배부르고 취하기만 했던 막걸리 시장에서 가치를 느끼는 시장으로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은 이러한 가치와 문화를 디자인과 라벨로 잘 표현한 막걸리 3선을 소개해 본다.

디자인에서 향이 피어나는 탁주, 자희향

자희향은 전통주 마니아라면 웬만하면 다 아는 전남 함평의 유명한 술이다. 이 술이 유명한 것은 과실향이 풍부하게 많이 나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름도 스스로 기뻐하며 향을 낸다는 자희향(自熹香)이다. 과실향이 풍부한 이유는 일반적인 고두밥이 아닌 죽으로 1차발효를 하는데, 이 방식은 향이 너무 좋아 마시기 아까워 애석할 석(惜)에 넘길 탄(呑)이란 이름을 가진 조선시대 석탄주(惜呑酒)를 재현해 낸 것이다. 단순한 막걸리 향이 아닌 잘 익은 포도와 사과, 살구와 같은 과실 향이다.

자희향
이것을 나타내기 위해 라벨의 ‘향’이란 단어를 보면 향이 위로 피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탁주지만 맑은 술을 떠서 마시면 라떼와 같은 부드러움으로 잘 익은 포도향이 많이 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전체적인 배경은 포도색이 들어갔다. 전통주가 가진 계절성을 나타내고, 함평의 국화도 소개하고자 가을의 꽃인 국화도 포함되어 있다. 하단의 산맥은 함평군을 지나가는 부드러운 능선의 곤봉산(190m)를 표현했고, 마지막 상단의 흰 여백은 이 지역의 달을 상징하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성미가 물씬한 디자인. 그래서인지 이 술은 남성이 빚지 않고, 여성이 빚는다.

연꽃피는 소리를 디자인으로, 하얀연꽃 백련 막걸리

80년 역사의 충남 당진을 대표하는 막걸리 명가, 신평 양조장에서 빚어지는 술이다. 독실한 불교신자이기도 한 2대 김용세 대표가 정화(淨化)의 의미가 있는 연 잎과 당진의 해나루 쌀로 발효하여 만든 술이다.

백력막걸리
사찰의 곡차문화를 복원했다고도 할 수 있다. 디자인을 보면 오직 쌀로만 빚는 술인 만큼 흰색이 돋보이는데, 왼쪽에 연꽃 속의 사람 모습이 독특하다. 이는 연꽃의 풍류를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연꽃이 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새벽녘에 나온 선비의 모습을 형상화 시킨 것이다. 실질적으로 연꽃은 천천히 피는 것이 아닌 한 순간에 피며 소리도 나는 것으로 알려져, 지금도 그 꽃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연꽃 밭으로 숨죽이며 찾아가는 사람도 있다. 전체적인 기획은 신평 양조장 3대 김동교 씨가 진행하였으며, 디자인은 디자이너 출신의 그의 누나가, 전체적인 감수는 화가 출신인 어머니가 진행한 것으로 가족 모두의 생각과 철학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천천히 가는 시간을 표현해, 느린마을

크리미한 맛으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느린 마을 막걸리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산과, 개울 그리고 마을을 형상화 시킨 이 디자인은 자연 자체의 단순함이 지닌 건강함을 표현한다. 산과 들이 있는 고향을 상기시켜주는 클래식한 모습도 있다.

느린마을
100년 전, 술이 산업화 되기 전에는 모두 집에서 술을 빚었고, 그 술을 빚은 집이란 공간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인간에게 알맞은 공간이었다. 그것을 느린 마을은 휴먼 스케일이라 표현하는데, 그 휴먼 스케일(Human Scale)에 맞게 끔 각각의 작은 도심의 양조장에서 빚어지는 것이 느린 마을 막걸리이다. 느린 마을이란 글자 디자인은 디지털적인 모습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글의 초성, 중성, 종성을 위치 별로 표현한 디자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소비자와의 첫 만남, 그것은 디자인

앞서 설명한 듯이 스몰 럭셔리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막걸리와 전통주가 출시되고 있다. 이전에는 지역에 ‘막걸리’ 정도 붙이는 것이 네이밍이었고 공용 디자인을 사용하는 등, 양조장만의 특성을 간직한 디자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전통주는 너무 클래식하거나 무겁고, 다가가기 힘든 디자인이 많다. 막걸리는 너무 저렴해 보여 부가가치가 떨어지고, 전통적인 도자기술은 너무 문화재 같은 나머지 소비자가 쉽게 다가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면에서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고, 소통한다는 의미에서는 디자인의 능력이 무척 중요하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이 반을 차지한다고 말을 할 정도로 첫 느낌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것은 디자인이고, 그 디자인 안에 본질도 내포되어 있다. 다행히 이러한 디자인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디자인과 더욱 발전해서 앞으로 전통주와 한국의 술에 다양한 지역문화와 사람의 생각이 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라벨을 보고 지역과 원료, 그리고 문화적 가치를 보며 구입한다면, 부가가치를 담은 문화 시장은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고, 술로 인한 과음이나 주폭 같은 나쁜 문화도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우리 술 산업의 부가가치를 키워나가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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