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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기행]520년 이어온 지공다스의 명가 ‘샤토 드 생콤’

조회 수 1830 추천 수 0 2014.05.07 11:41:37


일반인에게는 샤토네프 뒤 파프의 명성이 더 알려져 있지만, 지공다스야말로 남부 론 계곡의 기후와 테루아를 가장 잘 표현한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론 계곡(Vallee du Rhone)은 보르도, 부르고뉴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다. 리옹 남쪽 인근 로마의 고도 비엔느에서부터 론강을 따라 교황의 마을 아비뇽을 거쳐 삼각지를 형성하고 있는 마르세유 서쪽 지중해 연안까지 250㎞에 걸쳐 이어진 가장 긴 포도 생산 지역이다.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있어 기후와 토양의 특성에 따라 북부 론과 남부 론으로 구분한다. 북부 론은 비엔느와 발랑스 사이의 론강 협곡의 매우 가파른 언덕 위 좁은 테라스에서 재배되고 있는 시라를 주품종으로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

둥근자갈(갈레)로 뒤덮혀 있는 샤토네프-뒤-파프의 포도밭. 포도나무는남부론의 대표품종인 그르나쉬다


남부 론은 몽텔리마르에서 남쪽으로 아비뇽과 님 지역까지 다소 완만한 계곡의 언덕과 무더운 지중해성 기후에서 자라는 그르나쉬 품종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개성 있는 와인들을 생산한다.

론강 유역의 와인 문화는 로마가 정복하기 오래 전, 소아시아나 그리스인이 지중해를 통해 진출했던 2500년 전부터 시작되었으나 기원전 1세기 무렵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통치시대에 본격적으로 발달하였다고 볼 수 있다.

14세기 7대의 교황이 머무른 아비뇽
지금도 론 지역을 여행하면 고대 로마 도시 비엔느와 오랑주에 잘 보존되어 있는 신전과 고대 극장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풍부한 로마의 유적에 매료된다. 또한 14세기 아비뇽 유수 시절 교황이 머물렀던 아비뇽은 프로방스 지방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로 사시사철 방문객으로 넘쳐흐른다.

멀리 산정에 병풍처럼 석회암벽이 펼쳐져있는 지공다스의 상징 당텔드몽미레일 산맥. 아래가 지공다스 분지다.


론 지방 와이너리를 방문할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다. 우선 파리에서 TGV를 이용하여 비엔느에서 론 계곡을 따라 남쪽으로 아비뇽까지 가거나, 비행기를 이용하여 마르세유까지 간 후 북쪽의 비엔느를 향해 가는 방법이다. 필자는 파리에서 비행기로 마르세유 공항에 도착, 북쪽으로 60㎞ 떨어진 아비뇽에서 여장을 풀었다.

연극 애호가들은 매년 7월 4일부터 열리는 세계적인 ‘아비뇽 연극 축제’를, 미술 애호가들은 현대 큐비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피카소의 작품 <아비뇽의 여인들>을, 와인 애호가들은 교황의 와인 ‘샤토네프 뒤 파프’를 먼저 떠올리는 곳이다. 그러나 이 고색창연한 고도가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교회에 대한 과세로 인해 야기된 아비뇽의 유수(1309~1377년까지 로마의 교황청이 이곳으로 옮긴 사건)로 14세기에 세워진 교황청이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약 70년 동안 7대의 교황이 머무른 구도시 안에 있는 교황청은 하나의 거대한 성벽 건물이었다. 필자는 요새 같은 교황궁전과 석조길을 산책하면서 유럽 역사에서 차지한 종교의 역할과 그것이 남긴 문화적 유산이 어쩌면 삭막할 수 있었던 고도를 지금처럼 윤택하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저녁에 론 지방의 와인 비즈니스를 대행하는 기구인 인터론(Inter Rhone)의 초청으로 미슐랭 가이드 별 한 개의 유명한 레스토랑 ‘크리스티앙 에티엔느’에서 저녁을 대접받았다. 레스토랑은 14세기에 세워진 교황궁전 건물에 붙어 있었는데, 론이 자랑하는 타벨 로제와 디저트로 뱅 두 나튀렐을 마시고 오너 셰프인 에티엔느와 기념촬영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벽체만 남아있는 샤토네프-뒤-파프언덕에 있는 교황의 여름별궁


다음날 아침 호텔까지 친절하게 마중 나온 세계적인 와인메이커 메종 부아숑의 안내로 곧장 아비뇽 북쪽 언덕 위 교황의 여름별궁이 있었던 샤토네프 뒤 파프의 포도원으로 향했다. 샤토네프 뒤 파프라는 이름이 말하듯이 교황의 와인이다. 한창 수확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잎은 여전히 짙푸르고,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하얀 석회암 자갈과 적색 찰흙의 토양
이곳 포도원은 매끄럽고 둥근 자갈(갈레)이 어디를 가나 포도밭의 표면을 뒤덮고 있는 게 특이했다. 자갈은 태양의 온도를 쉽게 전달받아 이곳 와인을 강건하게 만든다. 거대한 벽체만 남아 페허가 된 교황의 여름별궁터에 앉아 필자는 잠시 상념에 빠졌다. 비록 궁전의 주인공들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와인으로 그들의 이름을 남겼다고…. 샤토네프 뒤 파프는 1991년, 2002년, 2007년 세 번에 걸쳐 세계의 유수한 와인들을 제치고 와인스펙테이터가 평가한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와이너리로 돌아와 메종 부아숑이 준비한 시음 와인 중 톱 브랜드인 2005년산 ‘Dedication’은 샤토네프 뒤 파프의 모범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른 과일, 후추, 가죽, 민트의 복합적인 향기와 함께 벨벳 같은 부드러움이 입안에 오래 지속되었다.

메종 부아숑에서 시음을 마친 후 다시 북동쪽으로 15분을 달려, 샤토네프 뒤 파프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남부 론 지방의 최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지공다스로 향했다. 일반인에게는 샤토네프 뒤 파프의 명성이 더 알려져 있지만, 지공다스야말로 남부 론 계곡의 기후와 테루아를 가장 잘 표현한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지공다스를 대표하는 520년 역사의 와인명가 샤토 드 생콤 와이너리의 오너 루이 바롤이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지하셀러에서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이곳 생산자 연합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셀러도어에 초청되어 간단한 점심을 하였는데, 마치 오-되브르(전채)처럼 작은 유리잔에 담아 서빙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점심을 마치고 1490년부터 14대에 걸쳐 이곳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와인 명가 샤토 드 생콤을 찾았다. 오너이면서 와인메이커인 루이 바롤이 바쁜 수확일인데도 포도원을 직접 안내하며 양조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Maison Bouachon에서 시음한 와인들, 오른쪽 세 번째가 톱 브랜드 샤토네프-뒤-파프 Dedication 2005이다.


생콤이 보석처럼 아끼는 와이너리 뒤쪽 언덕 위에 있는 생콤성당 주변은 현재 네덜란드 여왕의 선조인 오렌지공이 한때 소유했던, 5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포도밭이다. 이곳에서는 지공다스의 상징인 당텔 드 몽미레일 산정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거대한 화강암 아래 전개된 지공다스의 뜨거운 분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로마시대 때부터 있었다는 어두운 지하 동굴에서 필자는 잠시 로마인이라도 된 것처럼 생콤의 와인들을 시음하였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이 현재까지 프랑스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로마시대의 와이너리다.

시음 와인 중 그르나쉬 60%, 시라 20%와 기타 무르베드르와 생소를 배합하여 만든 2007년산 지공다스가 이곳의 테루아를 가장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강렬한 와인이었다. 이곳의 토양은 하얀 석회암 자갈과 적색 찰흙이 섞여 있어서 언제나 신선하고 파워풀하다. 야성적인 품종인 그르나쉬가 풍부한 과일향에 붉은 육질감, 딸기·라스베리·제비꽃의 복합적이고 섬세한 풍미를 어떻게 발현시킬 수 있는지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샤토 드 생콤의 지하 와인셀러로 사용 중인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와이너리. 건너편 오크통 위에 시음할 와인이 보인다.



느리게 침용하기, 천연효모를 이용한 배럴 발효와 섬세한 여과과정, 새 오크통을 이용한 새로운 숙성방법의 실험 등 오랜 가문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끝없이 진화를 추구하는 루이 바롤을 와인스펙테이터는 “진정한 지공다스 와인의 전도사”라고 격찬한 바 있다. 그가 만든 지공다스 2010년 빈티지는 와인스펙테이터가 선정한 2012 세계 100대 와인에서 당당히 2위에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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