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캬아~ 막걸리 감칠맛 비결은 ‘유기산-글루탐산 황금비율’

조회 수 4287 추천 수 0 2013.08.14 09:58:50

56925229_1.jpg

하루 종일 지루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 생각나는 것은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 긴 장마가 끝나고 작열하는 태양 밑에서 종일 땀을 흘리고 나면 적당한 거품이 올라와 잔 밖으로 넘치는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렇듯 막걸리와 맥주는 그야말로 ‘여름’을 대표하는 술이다. 와인과 양주는 따로 공부해 배워야 하는 맛이지만, 텁텁하면서도 시큼하고 달짝지근한 막걸리와 씁쓸하며 톡 쏘는 맥주의 맛은 본능에 충실하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 맛의 비밀은 뭘까.

○ 막걸리 맛 좌우하는 유기산·글루탐산

막걸리의 맛은 ‘유기산’과 ‘글루탐산’에 좌우된다. 유기산이 많을수록 신맛이 강해지고, 글루탐산이 많을수록 입에 착 붙는 감칠맛이 강해진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많아지면 너무 시큼하거나 텁텁하고 느끼해져 잔을 내려놓게 되는 만큼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기산은 구연산, 사과산, 호박산, 포름산 등 산성을 띠는 유기화합물이다. 과일이나 개미, 벌 등 곤충에게서 얻거나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든다. 다시마나 표고버섯, 멸치 등에서 얻을 수 있는 글루탐산은 아미노산 중 하나로 혀의 미각 수용체를 자극해 감칠맛을 내는 역할을 한다. MSG의 원료로도 유명한데, 막걸리에 글루탐산이 적으면 막걸리 고유의 맛과 냄새가 없어져 풍미가 떨어진다.

막걸리의 유기산과 글루탐산은 누룩이 만들어 낸다.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넣고 3∼5일 두면 누룩 속 여러 종류의 미생물과 프로테아제 같은 효소가 ‘막걸리 발효’를 일으켜 유기산과 아미노산을 만든다.

누룩 속 유산균은 쌀의 당분을 유기산으로 발효하고, 효소인 프로테아제는 쌀의 단백질을 글루탐산으로 분해한다. 그야말로 누룩은 막걸리 맛을 결정하는 공장인 셈이다.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이용과 정석태 박사는 “누룩이 달라지면 유기산의 종류나 글루탐산 함량이 달라져 막걸리 맛이 달라진다”며 “누룩 속 효모가 백국균이면 구연산이, 황국균이면 호박산이 많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구연산은 청량음료나 캔디의 맛을, 호박산은 청주나 된장, 간장의 맛을 내는 성분. 누룩에 따라 막걸리의 맛도 달라지는 것이다.

○ 쓸수록 당기는 맥주 맛은 이소알파산 때문

맥주 맛을 좌우하는 것은 뽕나뭇과 식물인 ‘홉’ 열매의 ‘알파산’ 성분이다. 맥주의 원료인 맥아즙을 끓이면서 홉 열매를 첨가하면 알파산이 ‘이소알파산’으로 변하는데, 이것이 맥주 특유의 향과 쓴맛을 내는 핵심 성분이다. 맥주 맛이 천차만별인 것도 이 성분의 함량 때문이다.

또 맥주의 쓴맛은 맥주 효모에 의한 ‘알코올 발효’ 과정에서 더해진다. 주 원료인 맥아에는 당분과 아밀라아제가 포함돼 있는데, 녹말 같은 다당류를 가수분해하는 아밀라아제는 64도에서 가장 활성화된다. 맥아를 이 온도에서 장시간 유지하면 아밀라아제가 맥아의 당분을 더 작게 분해한다. 이렇게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 당분이 잘게 쪼개지면 단맛이 줄고 상대적으로 쓴맛이 강해진다. 잘게 쪼개진 당분은 다시 알코올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알코올과 탄산을 만들어 톡 쏘는 독특한 쓴맛을 내는 맥주가 완성된다.

분해 능력이 강한 ‘드라이 효모’를 사용하면 맥주의 단맛은 최소화되고 쓴맛이 더해진다. 하이트진로연구소 서민교 책임연구원은 “맥주 효모에 따라 맥주의 맛이 좌우되는 만큼 주류업계에서는 맥주 효모는 핵심 비법으로 취급해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맥주의 쓴맛은 숫자로 표시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쓴맛이 강하다. 보통 국내 맥주는 9∼12, 일본 맥주는 15∼18, 독일 맥주는 15∼25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산 맥주 맛을 접하고 ‘더 맛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맹맹한 맛의 우리나라 맥주보다 쓴맛이 강한 색다른 맛이라 느끼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최용운 과장은 “국내 맥주 시장의 90%를 라거가 차지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맛의 맥주를 선택하기 어려웠다”며 “소비자들이 점점 쓴맛이 강한 드라이 맥주를 선호함에 따라 국내 맥주도 그에 맞춰 개발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새미·이윤선 동아사이언스 기자 saemi@donga.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막걸리 산행] 발효하면 순창…술이 맛있을 수밖에요

글 손수원 기자 사진 한준호 차장 다정한 부부가 빚는 술은 향기롭다. 도시 생활을 하던 임숙주&김수산나 부부는 순창으로 내려와 좋은 술을 빚으며 ‘인생 제2막’을 살고 있다. 전북 순창은 고추장의 고장이다. 고추하면 청양도 있고 영양도 있고 괴...

  • 누룩
  • 2021-08-19
  • 조회 수 1134

전통주 양조를 꿈꾸는 당신이 꼭 기억해야 할 것들

최근 전통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전통주 교육기관의 교육 대기 기간이 1년이라는 소식을 들으면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할 수 있다.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나 구독 서비스 이용자 증가, 신규 바틀샵 증가 등 시장의 확대 ...

  • 누룩
  • 2021-08-24
  • 조회 수 1875

국순당, 쌍계명차와 ‘증류소주 려驪Ⅹ쌍계명차 선물팩’ 출시

전형준 기자 | 기사입력 2021.08.25. 12:02:17 증류소주 려驪 , 올해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최우수상’ 고구마증류소주에 차를 우려서 마시는 독특한 ‘티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명주X명차’ 선물팩이 출시됐다. 국순당은 전...

  • 누룩
  • 2021-08-25
  • 조회 수 1401

경남농업기술원 '고로쇠 수액 이용 전통주 제조방법 특허'

기사내용 요약 고로쇠 수액 활용 전통주 고급화, 차별화로 새로운 소비시장 확대 [진주=뉴시스] 고로쇠 수액을 이용한 청주. *재판매 및 DB 금지 [진주=뉴시스] 정경규 기자 = 경남도농업기술원은 ‘고로쇠 수액을 이용한 전통주 제조방법’ 을 특...

  • 누룩
  • 2021-08-27
  • 조회 수 1068

가양주 연구소, 무감미료 스파클링 막걸리 '서울’ 출시

우진영 기자 승인 2021.08.27 11:53 서울의 한강주조, 용인의 술샘 등 수많은 스타 전통주 양조장을 배출한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서울 양조장’이 무감미료 스파클링 막걸리 ‘스파클링 막걸리 서울’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 2월 ...

  • 누룩
  • 2021-08-27
  • 조회 수 2025

'백스피릿' 이준기→나영석PD 스틸 공개..전통주에 취하다

안윤지 기자 / 입력 : 2021.09.23 11:24 /사진제공=넷플릭스 '백스피릿'/사진제공=넷플릭스 '백스피릿''백스피릿'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한다. 23일 넷플릭스 시리즈 '백스피릿' 측은 3화 게스트 배우 이준기, 4화 게스트 나영석 PD가 함께한 스...

  • 누룩
  • 2021-09-23
  • 조회 수 1437

막걸리를 만드는 쌀은 왜 수입쌀이 많은가?

21.09.27 09:59l최종 업데이트 21.09.27 10:01l 이대형(koreasool) 가을은 누구나 아는 수확의 계절이다. 가을의 풍요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벼가 익어가는 황금 들판의 모습일 것이다. 익어가는 벼를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움과 행복감을 느...

  • 누룩
  • 2021-09-28
  • 조회 수 1098

“삼해소주 생산은 앞으로도 문제없습니다”

박순욱의 술기행│제조 명인(故 김택상) 잃은 삼해소주 김현종 대표 인터뷰 414호 2021년 10월 04일 김현종 삼해소주 대표 2017년 삼해소주 법인 설립 / 김현종 삼해소주 대표는 2016년 삼해소주 아카데미 회원으로 술 빚기를 배우다가 2017년 김택상 명인과 함...

  • 누룩
  • 2021-10-05
  • 조회 수 1520

[헤럴드경제] 도깨비술·술 취한 원숭이...막걸리의 이유 있는 변신 file

2021.10.07 13:19 이색상품, 젊은층 선호도 높아져 프리미엄막걸리 성장성 기대 막사유리컵에 막걸리 쉐이크, 걍즐겨 막걸리, 술 취한 원숭이 막걸리....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막걸리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와인 등에 밀려 별다른 ...

  • 누룩
  • 2021-10-12
  • 조회 수 1696

[시민일보] 강진'병영설성사또주'로 조선의 술을 맛보세요 file

우리 쌀, 복분자, 오디 등 발효, 국내 및 세계주류품평회에서도 인정 ▲ 강진군의 대표 명주 병영 소주 및 청세주 / 강진군 제공 [강진=정찬남 기자] 전남 강진군의 명품주인 병영설성사또주가 목 넘김이 부드럽고 깔끔한 뒷맛으로 숙취...

  • 누룩
  • 2021-10-14
  • 조회 수 1476

[NEWSIS] '곰표' 뒤집으면? …품절템 '표문' 막걸리 GS25에 뜬다 file

등록 2021.10.24 17:16:19 막걸리 매출 40.1% 신장…MZ세대 매출 26.7%→35.6%↑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편의점 GS25에서 MZ세대 인증 아이템 '곰표' 협업 막걸리가 나온다. GS25는 올해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표문' 막...

  • 누룩
  • 2021-11-04
  • 조회 수 1327

[경남신문] [주말 ON- 트렌드] 전통酒가 젊어졌酒! file

2030 사로잡는 전통주 전통酒가 젊어졌酒!... 겉은 예쁘酒! 속은 색다르酒! 아재만 마신다는 편견 깨도 젊은 층에 인기 기사입력 : 2021-11-18 22:09:02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 골목 안쪽의 주택 1층. 알록달록한 스티커가 붙은 큰 창 너머로 아...

  • 누룩
  • 2021-11-24
  • 조회 수 1318

[중앙SUNDAY] 500년 전 조리서 속 ‘진맥소주’ 농사지은 밀로 되살려 file

중앙선데이 입력 2021.12.04 00:02 업데이트 2021.12.04 00:15 지난 5월 샌프란시스코 세계증류주대회(SFWSC) 소주 부문에서 베스트 소주 타이틀과 더블골드 메달을 획득한 진맥소주 53도(가운데)와 골드메달을 딴 40도(왼쪽). [사진 이택희,...

  • 누룩
  • 2021-12-07
  • 조회 수 1617

[TW News] 2021 궁중술빚기 대회 '강혁'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수상 file

2021.12.07 16:52:28 ▲ (사진=한국가양주연구소 제공) [제주교통복지신문 신혜정 기자] 한국가양주연구소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하는 2021 궁중술빚기 대회는 강혁(46)씨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궁중술빚...

  • 누룩
  • 2021-12-08
  • 조회 수 1422

[조선] [막걸리 산행] 연잎 섞어 만든 술, 대통령·회장님도 마신 술 file

글 손수원 기자 사진 김종연 기자 취재협조 대동여주도 입력 2021.12.31 10:08 | 수정 2022.01.01 10:53 백련막걸리 + 당진 바다사랑길 1933년 양조장 세운 후 3대째 가업 이어…체험관광형 양조장으로 발돋움 현재도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옛 양조장 건...

  • 누룩
  • 2022-01-04
  • 조회 수 156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