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세계일보] 새 문화로 탄생한 막걸리 양조장 추억[명욱의 술 인문학]

조회 수 1039 추천 수 0 2023.03.08 17:31:26

입력 : 2023-02-25 19:00:00 수정 2023-02-24 18:44:13


30대 이상의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아마 막걸리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름에 바짝 구운 해물 파전과 즐기는 것부터 시작으로 더운 여름날에 시원하게 즐기는 막걸리에 대한 추억까지 아마 각양각색일 것이다.


알고 보면 막걸리는 '국민의 술' 이라고 불릴 만큼 어마어마하게 팔렸다. 1974년 막걸리 판매수량은 최정점을 찍는데, 이때 막걸리는 국내 주류 출고량의 74.2%를 점유했다. 국민 모두가 막걸리를 즐기고 있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때 사람들은 막걸리를 지금의 대폿집이나 주점에서 마시기도 했지만, 양조장에서 직접 사기도 했다. 주전자를 가지고 가면 그곳에 막걸리를 듬뿍 넣어 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말통'이라 불리는 20ℓ 플라스틱 사각통에 팔기도 했다.


20230224514928.jpg

▲ 서울 동대문구의 유일한 양조장인 '장안양조장'은 세련된 공간에서 시음까지 가능한 막걸리 양조장으로, 이러한 양조장 문화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를 알려준다. 사진은 왼쪽부터 장안양조장의 손병기 이사, 정인희 대표, 이광서 이사. 장안양조장 제공


더불어 막걸리 심부름을 하게 되면 달달한 막걸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주전자에 입을 대고 마시기도 했다. 그러다가 막걸리 양이 줄게 되면 이내 물을 타서 메꿨던 것이 당시의 추억. 양조장 사장은 이렇게 막걸리가 도중에 사라질 것을 알고 있었는지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짜고 남은 술지게미를 같이 줬다. 물을 넣어 맛이 희석된 주전자 속 막걸리에 술지게미를 넣고 한 번 더 짜서 몰래 마신 티를 내지 말라는 의미였다.


이러한 양조장이 최근 들어와서 더욱 성장ㆍ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막걸리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제품 각각의 맛을 설명해주고, 시음까지 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장소 또한 단순히 예전의 낡고 깨끗하지 못한 허름한 스타일이 아닌 세련되고 멋진 바(Bar)나 레스토랑 등 시음 공간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다.


서울 동대문구의 유일한 양조장인 '장안양조장'은 이러한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불과 15평(49.6㎡) 남짓의 작은 공간이지만, 맛과 멋으로 가득하다. 더욱이 장안양조장에서 빚은 막걸리를 맛볼 수 있는 시음 행사와 막걸리를 사기 위한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찾아오는 고객들이 대부분 MZ세대(1980~2000년생)들이라는 것. '막걸리'라고 하면 '5060세대'가 주요 소비처일 듯하지만, 지금은 다른 상황이 되었다. 좋은 쌀과 오랜 숙성, 그리고 무감미료 등을 통해 프리이엄화(고급화)가 된 막걸리는 어느덧 MZ세대가 추구하는 '개성 있는 술'로 변모하고 있다.


20230224517049.jpg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현재 장안양조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총 3명. 어반업사이클링(도시재상) 협동조합이사장 정인희 대표를 필두로 아이부키 주식회사 대표인 이광서 이사, 그리고 술을 직접 빚는 역할을 담당하는 손병기 이사다. 장안양조장의 독특한 막걸리처럼 이들의 경력도 특별하다. 정인희 대표는 디자인 박사과정까지 수료했으며, 이광서 이사는 서울대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손병기 이사는 대기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다. 각각 다른 영역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만나 새로운 막걸리 문화를 만들고 있다. 


단순히 우리 것(막걸리)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장안양조장이 위치한 '동대문구'라는 지역적 가치, 그리고 발효라는 자연의 가치, 숙성을 통한 세월의 가치, 그리고 다양한 맛을 가진 막걸리와 멋진 공간이라는 양조장의 가치 등. 결국 우리 막걸리가 가진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주는 곳, '양조장'이란 문화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새 문화로 탄생한 막걸리 양조장 추억 [명욱의 술 인문학] | 세계일보 (segye.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감성으로 빚어낸 경북의 전통주 한눈에

경북도가 '한권에 담은 경상북도 우리술'(사진) 책자를 제작했다. 이 책자는 신라 천년왕국의 전통과 경북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특산물을 소재로 특유한 맛뿐만 아니라 경북만의 고유한 전통주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됐다. 선조들이 즐겼던 전통 ...

  • 누룩
  • 2015-02-25
  • 조회 수 973

브릿지경제 대구한의대 김용운 대학원생, ‘연근막걸리 제조 키트’ 개발

2017년도 대학 창업교육 우수사례 선정 2017년도 경산시 청년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된 김용운 대학원생. (사진 = 대구한의대)대구한의대 한약개발학전공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한약개발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김용운 대학원생이 ‘연근막걸리 제조 키트’로...

  • 누룩
  • 2018-05-15
  • 조회 수 974

머니투데이 정부, 막걸리 등 전통주 온라인 판매 허용추진

정부, 막걸리 등 전통주 온라인 판매 허용추진정부, 규제개혁 국민토론회 개최… 중소상공인 100여명 참석해 규제 어려움 호소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입력 : 2017.02.22 19:46 닫기 ...

  • 누룩
  • 2017-03-03
  • 조회 수 975

매일경제 전통주·전통음식의 만남…18일 남산 한옥마을 축제

전통주·전통음식의 만남…18일 남산 한옥마을 축제 서울 남산의 봄날이 고소한 진달래전과 달큼한 전통주에 익어간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가 주최하는 제10회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 축제가 18~19일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 주제는 '...

  • 누룩
  • 2017-05-18
  • 조회 수 977

한식재단, 민간단체와 한식협의회 구성한다.

민간단체 한식협의회 MOU 체결식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민간단체 한식협의회 구성 업무협약식'에서 한식 관련 민간단체 대표들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간단체 한식협의회는 한식 진흥 사업을 통합하고 그...

  • 누룩
  • 2015-01-19
  • 조회 수 977

[오마이뉴스] 구한말 15만 개의 양조장은 어디로 사라졌나

1914년 인구 2.3% 참여, 주세법 이후 변화 겪어... 전통주 시장에 더 많은 관심 필요23.01.04 11:08l최종 업데이트 23.01.04 11:08l 이대형(koreasool) 몇 년 전부터 전통주(민속주+지역특산주) 양조장의 창업이 많아지고 있다. 정확한 통계가 없기에 연...

  • 누룩
  • 2023-01-11
  • 조회 수 978

재외동포신문 세계한식총연합회, 한국전통주수출협의회와 업무협약 체결

한식 문화 발전과 전통주 수출 장려 위해 함께 힘쓰기로 ▲ 세계한식총연합회는 1월 3일 한국전통주수출협의회와 ‘한식 및 전통주 진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서에 서명한 뒤 협약서를 펴 보이는 김영길 세계한식총연합회 총회장(왼쪽)과 한임섭 한...

  • 누룩
  • 2018-01-04
  • 조회 수 986

‘전통주 산업’ 활성화 추진

농식품부 “주세 50% 감면 물량 확대” 탁주·약주 용기 제한 2→10ℓ로 완화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해 주세 감면, 유통제도 개선 등이 추진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소비 확대 등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해 주세 경감 물량 확대, 통신 판매처 및 용기 제한 등...

  • 누룩
  • 2014-05-19
  • 조회 수 986

“전통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체계 마련 절실”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다만 전통주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체계가 아직 안 잡혀 있다는 점이 아쉽죠.” 전통주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사진) 소장...

  • 누룩
  • 2021-05-24
  • 조회 수 986

news1 우리 전통주도 홈술·혼술족 추세 맞춰 슬림해진다

우리 전통주도 홈술·혼술족 추세 맞춰 슬림해진다 (서울=뉴스1) 김지석 기자 | 2017-11-20 10:51 송고 © News1우리 전통주도 최근 늘어나는 집에서 가볍게 술을 즐기는 ‘홈술족’과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의 니즈에 맞춰 몸집 ...

  • 누룩
  • 2017-11-20
  • 조회 수 988

서울파이낸스 G마켓·11번가·티몬·위메프, 추석 대목 '전통주' 판촉전

생활경제 G마켓·11번가·티몬·위메프, 추석 대목 '전통주' 판촉전 데스크승인 2017.09.14 16:23:41 김태희 기자 | alttab@seoulfn.com ▲ G마켓에서 이번 추석을 겨냥해 준비한 '명가원 솔송주' 선물세트. (사진=G마켓)7월부터 판매 허용돼 앞 다퉈 선물세트 준...

  • 누룩
  • 2017-09-20
  • 조회 수 993

뉴스메이커 순창군 분말형태 블루베리막걸리 개발 성공

향토건강식품명품화사업 통해 개발,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 호평 ▲ 향토건강식품명품화사업 통해 개발,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 호평/최창윤 기자(사진=순창군) (뉴스메이커=최창윤 기자) 순창군이 분말형태의 새로운 블루베리 막걸리를 개발해 상품화에 ...

  • 누룩
  • 2018-05-21
  • 조회 수 993

한국일보 나무망치로 수도꼭지 쾅쾅 “맥주통이 열렸다” file

 나무망치로 수도꼭지 쾅쾅 “맥주통이 열렸다”  독일 옥토버페스트 열기 1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184주년 옥토버페스트 맥주 축제 개막식에 한 여성이 맥주잔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오차프트이스(O’zapft is)” 디터 라이더 뮌헨 시장이 ...

  • 누룩
  • 2017-09-26
  • 조회 수 994

전통주 시장, 막걸리 필두로 전성기 되찾을까?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막걸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하기로 하면서 침체에 빠진 전통주 시장이 활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2일 업계와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대한탁약주제조중앙회, 한국막걸리협회와 국순당(043650), 롯...

  • 누룩
  • 2015-01-13
  • 조회 수 994

[충청투데이] 태안군, 제1회 태안명주 경연대회 개최 file

▲ 태안군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전통주를 발굴 계승하고 이를 지역 특화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태안명주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태안군 제공[충청투데이 박기명 기자] 태안군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전통주를 발굴 계승하고 이를 지역 특화상품으로 개발...

  • 누룩
  • 2020-03-06
  • 조회 수 99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