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기사에서........

조회 수 2392 추천 수 48 2006.02.16 14:49:21

사랑방 아랫목에 담요로 둘둘 말아 놓은 술독. 거품이 뽀글뽀글 커지면,하늘의 달도 차올랐다. 술독 위에 뜨는 맑은 술을 걷어내 대병 한 병 가득 채울 무렵,대보름이 되었다. 어른 아이 없이 겨울 냉기로 쟁인 차가운 술에 귀밑이 벌개졌다.
귀병을 낫게 하고 액을 막는 귀밝이술로 옛날에는 민가에서 담근 전통 가양주를 썼다. 약술 또는 약주(藥酒)는 귀밝이술로 으뜸이었다. 전통 가양주를 빼고 귀밝이술을 논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 그래서 부산에 남아 있는 가양주(家釀酒) 기능인들을 수소문 해보았다.

부산시는 '관련 자료가 없다'고 하고,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문장원 이사장은 '술 분야는 맥이 끊긴 지 오래'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가까운 경남이나 경주 전라도 지방엔 기능인들이 즐비한데 부산은 아쉽게도 전통주에 관한한 족보가 없었다.

공식적인 명장 칭호는 없지만 술 잘 담근다는 입소문이 난 집을 찾아갔다. 찾아간 집은 부산 동래의 한정식집 '정림'. 주인 정영숙(51)씨가 맞이했다. 향토사학자 솔뫼 최해군(81) 선생도 함께 모셨다. 살아있는 족보책이라 할 수 있는 솔뫼 선생이기에.

"이곳 동래는 옛날 부산에서 내로라하는 술도가들이 즐비한 곳이었지. 부산 중구 대청동의 지명은 일본 사신들을 맞이하던 연향대청에서 유래했는데 연회에 쓰인 술은 30리 떨어진 동래지역 술도가에서 구해갈 정도로 가양주가 넘쳐나던 곳이었지. 그 술을 복원한 기능인 한 명 정도는 있어야 손님맞이하기에 덜 부끄러울텐데 말이야."

주인 정영숙씨가 술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한 상 차렸다. 솔뫼 선생의 탄식을 듣자니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는 그는 익숙한 솜씨로 누룩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전통주 담그기는 의외로 간단했다.

먼저 누룩(250g)을 조청과 버무린다. 조청은 누룩이 꼬실꼬실해질 정도의 양이면 족하다. 잘 버무려진 누룩은 한지로 덮은 항아리에 담아 실온에서 6일 정도 두면 누룩띄우기가 완성된다. 다음은 식혜만들기. 옥수수 현미 수수를 8대3대2의 비율로 섞어 고두밥을 찐다. 고두밥과 엿기름(질금),물을 넣고 보온밥통에 넣어 4시간 가량 발효시킨다. 마지막으로 띄운 누룩과 식혜,솔잎을 독에 넣고 10일 가량 25도 정도에서 발효시키면 술이 완성된다. 걸러낸 술은 찬 온도에 열흘 가량 두면 맛이 한결 좋은 약주가 된다. 술의 도수는 11도 안팎.

정영숙씨는 식혜를 만들 때 자신만의 독특한 비법을 소개했다. 감초 계피 오가피 생강 칡 다섯 가지의 약초를 넣어 식혜를 우려낸다. 감초는 신맛을 부드럽게,칡은 위장을 다스리게,계피 생강 솔잎은 기를 소통시키게 만든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손맛입니다. 가령 술단지의 온도,질금의 양,언제 걷어내는가 등에 따라 술맛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나 자신도 어떤 술맛이 우러나올지 알 수 없어요. 그렇게 경험이 쌓이고 쌓여 자신도 모르게 독특한 맛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지요."

솔뫼 선생이 먼저 한 모금 맛보았다.

"크으,맛 좋다."

그리고 한참 뜸을 들이고 나서는,

"전통주는 말이야,맛 좋다고 하거든. 소주나 맥주 양주 마시고 맛 좋다고 하면 웃음거리 되지. 그런데 전통주는 몸에 좋은 음식으로 취급됐지. 그래서 맛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어 있어."

두어 잔을 들이켠 솔뫼선생의 얼굴이 술 색깔처럼 붉어졌다. 동래의 옛술이 복원돼야 하는 이유를 솔뫼 선생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다.

글=이상민기자 yeyun@busanilbo.com

사진=정대현기자 j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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