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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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6.06.06 09:00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인터내셔널 테이스트 인슈티튜트 주관의 ‘수퍼리어 테이스트 어워드 2026‘에서 7종의 지역특산주가 쓰리 스타와 투 스타를 받았다. 다음은 수상작들이며, 왼쪽부터 미로 약주, 모곡 53, 미고리79Au, 농담 815, 전스스피릿 55, 올벼품은섬, 분자(Boonza) 순이다.
브뤼셀에서 온 메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된 국제주류품평회의 심사 결과지를 지난달 중순 받았다. 최종 발표까지 보름쯤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한국 양조장들이 출품한 술 중 수상작이 있어서 이를 알리기 위한 연락이었다. 대회 이름은 국제 미각 심사기구에서 주관하는 ‘수퍼리어 테이스트 어워드’이다. 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와 음료들을 평가하는 대회라고 한다.
유럽과 미주대륙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주류품평회가 있지만, 이 대회는 심사위원들이 미식 전문가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미슐랭 가이드 인정 셰프와 소믈리에 협회 회원 등 20여 개국에서 온 200여 명의 전문가가 블라인드로 품평회를 진행했다고 한다. 심사 기준은 오직 ‘맛’. 대회 주최 측은 제품의 카테고리 외에는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시각·후각·맛·여운 등의 감각 지표를 기준으로 심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사 방식은 브랜드의 인지도나 마케팅 요소를 배제하고 진행하므로 제품이 가진 향미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2026년 대회에서 수상한 국내 양조장은 모두 7곳이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제품은 술빚는 전가네의 ‘전스 스피릿 55’이다. 시각적 완성도와 첫인상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점수는 93.4점. 다음은 금박이 들어있는 우아한 외관과 곡물 발효 향의 조화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헤리테크스피리츠의 ‘미고리 79Au’(92점). 황금색과 초록색이 잘 어우러진 시각적 매력과 풍부한 과일 향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삼척 미로의 ‘미로 약주’(90.8점), 투명하고 맑은 액체와 인상적인 보태니컬과 시트러스 향미를 지닌 농담브루어리의 ‘농담 815’(90.2점)도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 4개 제품이 쓰리 스타를 수상했다. 도술가(분자), 마마스팜(모곡 53), 향기품은수울섬(올벼품은섬)은 투 스타를 받았다.

수상작의 공통점
수상한 7개 제품의 특징을 살펴봤다. 심사평이 담긴 자료에 공통으로 등장한 단어는 ‘시각적 완성도’였다. 제품 대부분이 투명도와 광택 항목에서 뛰어난 점수를 받았다. 이는 제조 과정에서의 정제 기술이 매우 정교함을 의미한다.
‘전스 스피릿 55’과 ‘모곡 53’, ‘농담 815’는 수정 같은 투명함에서, 금박이 흩날리는 ‘미고리 79Au’는 장인의 솜씨가 느껴지는 화려하고 우아한 외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로 약주’는 매혹적인 황금빛이 전문가들의 시각적 만족도를 높였다. 즉 이 술들은 단순히 마시는 액체를 넘어 잔에 담긴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과 같은 첫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향의 복합성’이다. 쌀이나 곡물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발효 향을 바탕에 두되, 그 위에 바나나 리치 사과 등의 과일, 혹은 주니퍼 베리와 허브와 같은 식물성 아로마가 층층이 쌓여 있어 세련된 향미 프로필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농담 815’는 곡물의 구수함에 주니퍼와 시트러스, 허브 향을 정교하게 결합하여 수정처럼 맑은 액체 속에 다채로운 식물성 아로마를 녹여냈다고 품평했고, ‘분자’는 산딸기와 사과의 신선한 풍미를 바탕으로 체리와 장미 향이 조화로워 풍부한 향미를 맡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발효향에 과실과 꽃의 향기를 덧입힌 이러한 시도들은 한국 술이 가진 세련미로 평가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맛의 균형과 깊이 있는 여운’이다. 미로 약주는 과실 향과 발효된 쌀의 감칠맛의 균형, ‘올벼품은섬’은 첫인상부터 마지막 목 넘김까지 고른 점수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품질을 보여준 점을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증류주의 경우 높은 알코올 도수임에도 불구하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질감과 따뜻한 여운이 주요한 특징으로 꼽혔다. 알코올의 풍미와 잘 통합되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긴 마무리를 제공한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다.

경기도 포천의 술빚는 전가네에서 생산하는 ’전스 스피릿 55‘. 술빚는 전가네 ‘전스 스피릿 55’
경기도 포천의 술빚는 전가네에서 지난 2025년 출시한 증류식 소주다. 알코올 도수는 55%. 높은 도수임에도 알코올 타격감이 없다. 주재료는 쌀과 누룩, 물이다. 지역성을 반영하기 위해 양조장이 위치한 명성산의 어린 억새 순이 들어갔다. 이양주로 빚은 ‘궁예의 눈물’이 전스 스피릿 55의 원주다. 상압식 동증류기에서 알코올 도수 50%에서 본류를 끊은 후 특수 제작한 숙성 탱크에서 2개월간 숙성했다.
‘전스 스피릿 55’의 대표적 특징은 향기에 있다. 출시 때부터 달콤한 초콜릿과 바닐라 향기로 주목받은 술이다. 이번 품평회에서도 투명하고 맑은 첫인상이 술의 순수함을 강조하며 시음 전부터 기대감을 높였다고 평가받았다. 그리고 긴 여운에서 바닐라 계열의 향기가 남아 주목받은 술이다.
전기보 대표는 오래 숙성한 위스키와 같은 향미를 쌀 증류소주에서 내고 싶어서 만든 제품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특수 제작한 숙성 탱크(특허 출원)를 사용했다. 상압 증류한 소주를 2개월의 짧은 숙성 기간 동안 안정화시키고 새로운 향미를 생성한 것 자체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경북 안동의 헤리테크스피리츠에서 생산하는 ’미고리 79Au’. 헤리테크스피리츠 ‘미고리 79Au’
안동에서 소줏고리로 내린 증류식 소주다. 갓 지은 밥과 곡물의 농익은 향, 꽃과 견과류의 향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준다는 평가와 함께, 금박을 넣어 화려한 외관을 담은 것을 두고 심사위원단은 높은 점수를 줬다.
‘미고리 79Au’의 생산자 이력이 화려하다. 현직 국립경국대학교(안동대) 교수(응용화학과)이자 민속주안동소주의 기원인 고 조옥화 씨의 외손자인 유호연 씨다. 전통의 재현과 현대적 재해석을 동시에 추구해 만든 술이다. 이름에 있는 ‘79’와 ‘Au’는 모두 금의 원자번호이자 원소기호다. 술 이름을 통해 금박을 넣은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술은 계절에 따라 최소 8~10주 정도 발효(삼양주)하고 소줏고리로 증류한 뒤 유약을 바르지 않은 항아리에서 최소 1년을 숙성한다고 유호연 교수는 말한다. 집안의 내림 음식처럼 증류식 소주를 내려온 유 교수는 소줏고리와 관련 “동 증류기와 달리 쌀과 누룩이 만들어낸 풍미를 적절히 남겨줘 술에 개성과 깊이를 부여한다”며 “불편해도 수 백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을 고수한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 삼척에 있는 삼척미로에서 생산하는 ‘미로 약주’. 삼척미로 ‘미로 약주’
녹두를 넣어 만든 ‘백수환동곡’을 직접 띄워 이양주 방식으로 약주를 빚었다. 발효에 20일, 숙성에 최소 50일이 걸린 술이다. 이 술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바나나, 리치, 사과, 서양배의 달콤한 과일 향과 꿀의 아로마’를 느꼈다고 답했다. 발효된 쌀의 풍미와 산미의 균형이 뛰어나 오감이 조화롭게 만족할 수 있는 술이라고 평가했다.
삼척미로의 장경순 대표가 고문헌 속에 있는 누룩(백수환동곡) 기법을 지역의 이름과 결합시켜 스토리로 완성한 제품이다. 백수환동곡은 단백질 성분이 많은 녹두를 사용하고 있어서, 빚기가 까다롭다. 그럼에도 늙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동네 이름 ‘미로(未老)’와 뜻이 닿아 있어 선택한 것이다. 잘 빚은 백수환동주는 산미와 감미 발란스가 화이트와인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품평회에서 ‘미로 약주’는 정확한 주품 평가를 받은 듯하다. 과일과 꽃향, 그리고 당산미의 균형감, 감칠맛의 여운까지 주는 술이라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다. 이 술은 지난 2023년 출시됐으며, 같은 방식으로 빚은 탁주와 소줏고리로 내린 증류식 소주를 같이 판매하고 있다.

강원도 홍천 농담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농담 815‘. 농담브루어리 ‘농담 815’
맥주를 빚는 권용인 농담브루어리 대표가 지역의 옥수수를 가지고 야심 차게 증류주를 만들었다. 그것도 알코올 도수 75%까지만 증류 원주를 받았다. 증류주에서 가장 맛있는 구간의 술만 모아서 알코올 도수 81.5%로 완성한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농담 815’를 곡물과 보태니컬(주니퍼와 허브) 향이 잘 어우러졌으며, 수정처럼 맑은 빛깔과 시트러스 향이 잘 조화돼 시각적, 후각적 매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2024년 처음 출시된 이 제품의 주요 재료는 직접 재배한 옥수수와 보리다. 이와 함께 당귀 천궁 솔잎 홉 등을 사용해 향미의 층위가 두텁다. 삼양주 방식으로 빚은 발효 원주의 향기를 최대한 포집하기 위해 동증류기로 증류했다. 알코올 도수가 81.5%에 달하지만, 알코올의 자극은 강하지 않아 향미 발란스는 물론 부드러운 여운을 맛볼 수 있다.
증류한 술은 1년 동안 숙성한 후 병입한다. 권용인 대표는 81.5%의 알코올 도수를 선택한 것과 관련 “홍천의 주요 상징 중에 무궁화가 있다”며 “민족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815 이미지를 술에 담았다”고 말한다.

전북 고창 도술가에서 생산하는 과실주 ‘분자(Boonza)’. 도술가의 ‘분자(Boonza)’
다이나믹 듀오의 멤버 ‘최자’의 기획작이다. 래퍼 최자는 고등어 김치찜처럼 맛이 강한 한식과도 잘 어울리는 과일주를 생각하면서 양조장을 준비했다. 그리고 만든 술이 설탕과 인공감미료, 주정, 색소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복분자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술 ‘분자’이다.
‘분자’는 전통주 장인, 유명 셰프, 양조학 교수 등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2년간 레시피를 연구한 끝에 나온 술이다. 주재료는 복분자와 사과다. 당도가 낮은 복분자(8브릭스)의 단맛은 저온 농축(감압 농축) 공정을 거쳐 72브릭스로 높였다. 설탕과 같은 감미료를 넣지 않고도 과실 고유의 단맛으로 술을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발효는 3~4개월 정도 하며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말로락틱 발효 공정을 거치면서 높은 산도를 조율했다. 숙성도 대략 3~4개월 진행한다.
이 술은 풍부한 과실의 맛을 지닌 술이다. 살짝 단맛과 함께 드라이한 여운으로 마감하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이 대회의 심사위원들은 밝은 루비 색상이 시각적으로 식욕을 자극하고 산딸기와 사과, 블랙베리 향이 잘 어우러진 향미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강원도 홍천의 마마스팜에서 생산하는 보리소주 ‘모곡 53’. 마마스팜 ‘모곡 53’
강원도 홍천에 있는 마마스팜에서 지난 2024년 연말 출시한 증류식 소주다. 양조장이 위치한 지명을 따서 ‘모곡 53’으로 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술의 투명하고 깨끗한 외관에 높은 점수를 줬다. 증류주 본연의 깔끔함과 전통적인 소주의 미학을 충실히 담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품질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모곡 53에 사용한 누룩은 마용옥 공장장이 직접 만든 누룩(향온곡, 밀누룩)과 입국을 같이 사용했다. 입국의 비율은 40% 정도. 입국을 넣어 증류주를 만드는 국내 양조장 중 가장 많은 입국을 넣은 곳이다. 마 공장장은 입국 사용과 관련, 발효시 젖산 발효를 유도해 꽃과 과일 풍미를 더 북돋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입국은 제조 가격이 높아 일반적으로 20%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하지만 마 공장장은 맛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모곡 53은 대략 3주 동안 발효한 술덧을 다단식 증류기에서 두 차례 증류한 후 항아리에서 최소 12개월을 숙성한다. 제품으로 병입할 때는 2~3도의 저온에서 숙성한 뒤 거칠게 필터링한다. 따라서 증류주 고유의 풍미가 최대한 보존됐다고 평가받는 소주다.

전남 보성 향기품은수울섬에서 생산하고 있는 ‘올벼품은섬’. 향기품은수울섬 ‘올벼품은섬’
전남 보성의 신생 양조장 ‘향기품은수울섬’의 쌀소주다. ‘올벼’는 보성산 조생종 벼 품종이다. 가을 추수 전 보릿고개 시절, 이 쌀은 귀한 식량이 되어줬다고 한다. 올벼는 수확 후 한 번 쪄서 말린 후 사용한다. 이 스토리를 담기 위해 박아영 대표는 올벼와 멥쌀로 술을 빚은 뒤 증류해서 ‘올벼품은섬’을 만들었다.
박 대표는 어머니로부터 배운 이양주 제조법으로 술덧을 빚은 후 단식증류기로 증류했다. 증류 원주는 옹기에서 12~18개월가량 숙성한 후 병입했다. 한가지 특징은 증류하기 전의 술덧도 항아리에서 3~4개월 숙성한다는 점이다. 원하는 향미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방법이다. 술이 지닌 노란빛은 ‘치자’를 넣어서 보탠 천연의 색이다.
증류기는 소형 단식 동증류기를 사용했다. 대형 증류기는 열과 압력 제어에서 불안정해 원료 고유의 미세한 향을 가둘 수 없다고 판단, 재료 본연의 향을 최대한 담고자 소형 증류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올벼품은섬은 모든 지표에서 안정적인 품질로 평가받았다. 특히 맛과 여운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전문가들에게 편안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술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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