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술박물관 박영덕 관장

조회 수 3720 추천 수 54 2006.02.07 01:32:55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덧 시름 잊을 일 의논코자 하노라.’


경기 안성에 위치한 술박물관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시조이다. 한잔 두잔 오가다보면 슬픔을 지워주고 기쁨을 더해주는 술. 낯선 사람과는 소주 같은 친밀감을, 친한 사람과는 와인 같은 깊이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술의 힘이다. 박영덕 관장(50)은 술이 좋고 사람이 좋아 박물관을 열었다.


#술에 미친 인생

박관장이 술과 인연을 맺은 건 25년 전. 원체 애주가인 터에 1980년부터 슈퍼마켓과 주류대리점, 도매상을 운영하며 술에 매료됐다. “유전자 속에 술을 좋아하는 인자가 있나봐요. 주량은 세지 않았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시면 술술 들어가요. 형제들도 다 좋아하죠. 건축을 전공하고 유학가겠다는 막내동생을 나랑 같이 술장사하자고 붙잡았죠.”

동생 영국씨(44)가 함께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넓혀갔다. 91년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술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 모으기 시작했다. 중요한 자료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 전남 순천, 경북 울진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버려진 양조장 쓰레기통이나 고물상 한편을 닥치는 대로 뒤져가며 자료를 찾았죠. 고물상 같은 데서는 일을 도와줘가며 친분을 쌓은 뒤 얻어내기도 했고. 1,000원도 안 되는 병따개를 얻으러 시골 촌구석까지 가느라 10만원이 들어도 내가 원하는 걸 가지게 되면 그냥 마냥 좋았어요. 술에 미친 거지요. 허허허.”

그렇게 모은 자료가 1만5천여점. 자료가 너무 많아 컨테이너에서 빛 바래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지난해 고향 안성에 술박물관을 지었다. 주류사업은 동생에게 맡기고 그는 박물관에 정열을 쏟고 있다. 대신 그의 파트너가 된 사람은 부인 이선희씨(48). “남편이 워낙 좋아하는 일이니까 한번도 반대해본 적이 없다”는 부인은 박관장의 가장 든든한 힘이다.

#없는 게 없는 박물관

1차로 개관한 전시실에는 5,000여점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술박물관이라고 해서 술병 종류만 늘어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손색없을 만큼 술에 관한 자료가 망라되어 있다.

주류회사에서 홍보용으로 만든 공중전화카드, 우표, 병따개부터 포스터, 신문·TV광고, 숙취해소 음료까지 볼 수 있다. 아직 피부가 탱탱한 영화배우 엄앵란, 태현실은 광고용 달력에서 활짝 미소를 보인다. 깔끔한 외모가 요즘 꽃미남 못지않은 탤런트 이정길은 보해 전속모델로 흑백부터 컬러까지 TV광고에 등장했다. 1950~60년대에 나온 소주와 맥주는 물론 일본, 미국, 중국, 유럽, 북한의 술까지 전시돼 있어 술꾼들의 추억과 흥미를 자극한다. 지금은 전통이 끊긴 지역 민속주 기록이 빼곡한 ‘조선주조사(朝鮮酒造史)’, 조선시대 술에 관한 예법을 그린 ‘향례합편(鄕禮合編)’은 희귀본이다.

박관장은 “장소가 좁아서 이렇지, 카드나 우표까지 표구해서 본격적인 전시관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63빌딩도 채울 수 있다”며 자랑이다. 부인 이씨는 “지금 언덕 위쪽으로 허가를 얻어 제2전시실을 짓고 있다”며 “아직 전시하지 못한 1만여점을 전시하면 대단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박관장은 민속주의 전통이 끊어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요즘에는 제대로 된 민속주를 찾기 힘들어요. 각종 첨가제를 넣다보니 머리가 아픈 거지. 누룩으로 만든 술은 아무리 마셔도 머리 안 아파요. 민속주를 제대로 만들면 외국의 어떤 술보다 더 좋을 것을….”

국가대표 민속주의 탄생을 위해 봄에는 전국 명주들을 한자리에 모아 시음도 하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술도 음식처럼 문화의 하나”라며 “‘독(毒)’이 되는 술이 아닌 진정한 ‘약(藥)’이 되는 술을 나누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찾아가는 길

안성시청 앞 로터리에서 진천 쪽으로 313번 지방도를 따라 3㎞ 정도 올라가면 길 오른쪽 언덕에 위치해 있다.

〈글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List of Articles
제목 조회 수sort 날짜
2018 대한민국 우리술 주안상 대회 Real영상 3262 2018-12-17

감미료 무첨가 이천쌀 막걸리 생산 file

-> 이천시가 합성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이천쌀 막걸리 제조 표준화를 완성하고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이천시청 구내식당에서 열린 이천쌀 막걸리 시제품 시음 모습. 감미료 무첨가 이천쌀 막걸리 생산 市, 발효과정서 단맛내는 공정 표...

  • 조회 수 2691
  • 2010-09-10

한경 독서리더클럽 강연 지상중계 -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

막 거른 막걸리 한 잔 하실래요? 한경 독서리더클럽 강연 지상중계 -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 2011년 7월호, 제77호 [조회수 : 46] 인재경영 기자 press@eduwill.net ◆ 독하지 않으면서도 술의 풍미를 간직했고, 인류 최고의 발견이라...

  • 조회 수 2727
  • 2011-08-31

우리 떡과 우리 술 최고 가린다 file

우리 떡과 우리 술 최고 가린다 2010 대한민국 떡명장·가양주 酒人 선발대회 열려 [아시아투데이=김주홍 기자] 경기도는 오는 20일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우수한 우리 쌀을 널리 알리고,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우리 쌀로 떡과 술을 빚는 '2010 대한민국...

  • 조회 수 2754
  • 2010-11-18

[전통주, 세계화의 길을 묻다] ⑧ 달성 하향주 file

-> 비슬산 맑은 물로 빚어 낸 달성 하향주는 비슬산 계곡수로 지은 유가찹쌀을 100일 동안 발효시켜 만든 주도 17도의 우리 전통 약주다. [전통주, 세계화의 길을 묻다] ⑧ 달성 하향주 비슬산 맑은 물에 100일 발효 유가찹쌀로 빚어…숙취 아예 없어 비슬산을 ...

  • 조회 수 2958
  • 2010-09-03

떡명장·가양주 酒人 선발

떡명장·가양주 酒人 선발 오는 20일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우수한 우리 쌀을 널리 알리고,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우리 쌀로 떡과 술을 빚는 “2010 대한민국 떡명장·가양주 酒人 선발대회”가 열린다. 경기도가 마련한 대회의 ‘떡 명장 선발’은 전국 떡 기...

  • 조회 수 3051
  • 2010-11-18

[뉴스테이션/뉴스데이트]핀란드인 따루 “주모라고 불러줘”

박제균 앵커) '미녀들의 수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 씨를 아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모습으로 인기를 얻었죠. (구가인 앵커) 따루 씨는 스스로를 자칭 막걸리 홍보대사라고 소개...

  • 조회 수 3087
  • 2010-11-04

경기도, '집에서 빚은 술' 전국 최고 뽑는다 [71]

경기도, '집에서 빚은 술' 전국 최고 뽑는다 | 기사입력 2011-08-09 15:13 광고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가양주(家釀酒)는 말 그대로 '집에서 빚은 술'로, 우리 조상은 가정에서 술을 빚어 제사나 집안 행사에 사용했다. 집집이 술 ...

  • 조회 수 3091
  • 2011-08-28

獨맥주·佛와인 무관세되면 국내 주류시장 잠식할 우려 [1]

한·EU FTA, 피해 산업은 獨맥주·佛와인 무관세되면 국내 주류시장 잠식할 우려 BMW 등 자동차도 가격 13% 하락 예상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수석대표인 김한수(왼쪽) 통상교섭본부 FTA 추진단장과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집행위 통...

  • 조회 수 3105
  • 2007-05-07

집에서 담근 술 ‘가양주’빚는 사람들

최근 들어 ‘별’ ‘아침이슬’ 등 소주의 이름이 다양해지고 있다. 오십세주, 레몬주, 오이주를 즐기던 젊은이들이 자신의 개성을 술에서도 찾기 시작했다. 우리술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술 만들기 강좌의 증가, 술 동호회의 활성화 등과 맞물려 가양...

  • 조회 수 3146
  • 2006-07-28

쑥고개엔 쑥이 없다

[심상덕의 서울야화 (3)] 쑥고개엔 쑥이 없다 [서울신문 2006-04-21 09:00] [서울신문]절기의 변화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길을 지나다가 잘 한번 보세요, 양지바른 쪽으로는 벌써 풀잎들이 파릇파릇 돋아나 있고, 또 들판에 나가 보면 그 왜 쑥 있잖아요, 이...

  • 조회 수 3178
  • 2006-05-02

경기도, 전국 떡.막걸리 명인 선발대회

경기도, 전국 떡.막걸리 명인 선발대회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경기도가 전국 최고의 떡 및 가양주(막걸리) 명인을 선발한다. 도는 11일 "오는 2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우리 쌀을 널리 알리고, 갈수록 줄어드는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쌀로 떡과 술...

  • 조회 수 3187
  • 2010-11-18

한국관광공사 추천 11월의 가볼만한 곳②

한국관광공사 추천 11월의 가볼만한 곳② 물맛 따라, 술맛 따라, 한국의 전통주를 찾아서 3대째 가업으로 막걸리맛 이어간다 한국관광공사는 “물맛 따라, 술맛 따라, 한국의 전통주를 찾아서”라는 테마 하에 2010년 11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270년을 이어온 양...

  • 조회 수 3198
  • 2010-11-04

주류관련 학과가 새로 생겨 알려드립니다 [1]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http://www.suv.ac.kr)라는 곳인데요. 2006년3월부터 발효식품과학과가 신설되었습니다. 이 과를 소개하는 내용을 조금 옮겨 보면 <주류산업의 리더, 건강 기능성식품의 미래를 개척하는 첨단 발효식품과학과 우리나라의 주류산업 및...

  • 조회 수 3229
  • 2006-02-09

경기도, 전국 최고 떡-가양주 명인 선발

경기도, 전국 최고 떡-가양주 명인 선발 (수원=송동근기자) 경기도가 전국 최고의 떡 및 가양주(家釀酒-집에서 빚은 술) 명인을 선발한다. 도는 오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우리 쌀을 널리 알리고, 갈수록 줄어드는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떡과 술을 ...

  • 조회 수 3319
  • 2010-11-18

식음료, 산소 사냥 나섰다 file [88]

-> 밀폐캡으로 산소를 차단한다=밀러브루잉코리아의 ‘그롤쉬’는 맥주병 입구에 산소를 차단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스윙탑’ 병마개를 장착했다. 스윙탑은 오프너로 병 뚜껑을 따거나 손으로 돌려 따는 트위스트 오픈캡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타입...

  • 조회 수 3595
  • 2010-09-03

안성 술박물관 박영덕 관장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덧 시름 잊을 일 의논코자 하노라.’ 경기 안성에 위치한 술박물관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시조이다. 한잔 두잔 오가다보면 슬픔을 지워주고 기쁨을 더해주는 술. 낯선 사람...

  • 조회 수 3720
  • 2006-02-07

경기도, ‘2010 대한민국 떡명장·가양주 酒人 선발대회’ 개최

경기도, ‘2010 대한민국 떡명장·가양주 酒人 선발대회’ 개최 경기도는 오는 11월 20일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우수한 우리 쌀을 널리 알리고,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우리 쌀로 떡과 술을 빚는 “2010 대한민국 떡명장·가양주 酒人 선발대회”를 개최한다. ...

  • 조회 수 3724
  • 2010-11-18

전국 최고 떡·가양주 명인 뽑는다

전국 최고 떡·가양주 명인 뽑는다 경기, 우리쌀 소비촉진 위해 … 20일 코엑스서 경기도가 오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우수한 우리쌀을 널리 알리고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우리쌀로 떡과 술을 빚는 ‘2010 대한민국 떡 명장·가양주 주인(酒人) ...

  • 조회 수 3892
  • 2010-11-18

와인 이어 사케(일본 청주) 공습

와인 이어 사케(일본 청주) 공습… 전통주 울상 20~30대 젊은층 '사케바' 발길 북적… 수입량 5년 만에 7배, 창업 열풍도 와인 열풍에 이어 이번엔 '사케(일본 청주)'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수입주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와인의 아성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

  • 조회 수 3929
  • 2007-12-0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