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Chosun]<박순욱의 술기행> [Interview] 류인수 서울양조장 대표 “막걸리에 열대과일 향 나는 비결은 직접 만든 누룩”

조회 수 1359 추천 수 0 2021.04.20 11:31:58

388호 2021년 0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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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수
                   서울양조장 대표 경기대 외식경영학 박사, 현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 / 류인수 서울양조장 대표가 대표 제품인 막걸리 ‘서울’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은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과 더불어 ‘한국 최고의 전통주 전문가’로 불린다. 2010년 설립된 한국가양주연구소는 전통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다 이곳에서 교육 과정을 이수했을 정도로 ‘전통주 교육의 메카’로 통한다. 이곳 교육생 출신으로 양조장을 차린 사례가 수십 곳이 넘는다.


그가 최근 ‘외도(?)’를 했다. 교육기관 대표답지 않게 상업용 술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연구소 한쪽에 2017년에 교육용으로 설립한 서울양조장이 ‘서울’이란 브랜드의 막걸리를 2021년 1월 말 출시했다. 서울양조장 대표가 류 소장이다.


그를 거쳐 간 수많은 제자가 그가 준 레시피(술 제조 방법)로 다양한 술을 내놓은 지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제자들이 만드는 술과 치열한 경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상업용 술을 출시하다니, 대박을 터뜨리면 양조장 하는 제자들에게 욕먹을 수 있고, 반대로 시장 진입에 실패하면 얼마나 망신인가. 이를 뻔히 알면서도 술 제품을 출시한 그의 사연이 궁금했다.


서울양조장 류인수 대표가 출시한 막걸리 서울은 직접 만든 누룩으로 오양주(한 번의 밑술과 네 번의 덧담금을 한 고급술)처럼 만들었다. 술 색상이 우유처럼 하얀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패키지는 투명 우유병 비슷한 모양으로 정했다. 그 위에 빨간색 ‘크라운 캡’ 뚜껑을 덮었다. 500mL 한 병당 소비자가격이 1만2000원 선. 한 달에 3000병을 생산하고 있으며, 최대 6000병까지 생산 가능하다고 한다.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다. 전통주점에서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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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수 서울양조장 대표 경기대 외식경영학 박사, 현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 / 류인수 서울양조장 대표가 대표 제품인 막걸리 ‘서울’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류인수 대표는 막걸리 ‘서울’을 마실 때 가급적 디캔터(가운데)를 사용해 마시라고 권한다. 사진 서울양조장


상업용 술을 출시한 계기는.


“전통주 교육기관인 한국가양주연구소는 2010년에 설립돼 2019년 10주년을 맞았다. 교육기관인 만큼 양조장 설비가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양조장을 차렸다. 2017년에 양조장을 만들었지만, 술을 출시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양조장 허가를 받고 나서 2년 이내에 술을 출시하지 않으면 양조장 면허가 취소된다는 걸 알게 됐다. 술을 출시하지 않으면 양조장이 문 닫을 형편이고, 술을 출시하자니 제자들이 눈에 밟혔다. 그런데도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고 해서 만든 게 이번에 나온 ‘서울’이란 막걸리다.”



누룩을 직접 만들어 쓰는 이유는.


“내 책 ‘한국 전통주 교과서’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자기 누룩을 쓰지 않을 거면 양조장도 만들지 말라’고 했다. 술은 미생물(누룩)이 만드는 것인데, 양조장만의 미생물을 갖고 있지 않으면 그 양조장은 특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시중에서 파는 누룩을 사서 술을 빚으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거의 없다고 본다. 술은 미생물에 따라 술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나만의 미생물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나만의 누룩’을 고집하게 됐다. ‘설화곡’은 내가 만든 누룩이고 서울은 설화곡을 사용한 유일무이한 막걸리다.”



막걸리 서울은 어떻게 만드나.


“쌀, 누룩, 물을 섞어 한 달 정도 지나면 발효가 마무리된다. 그 후 안정화에 일주일이 더 걸린다. 병에 넣은 후 일주일이 지나면 술의 맑은 층(맑은술)과 탁한 층(침전물)이 분리된다.”



술병 속 맑은 술과 아래 침전물의 이상적인 비율은.


“5(맑은 술) 대 1(침전물) 정도가 가장 바람직하다. 서울은 가급적 디캔터를 사용해서 마시라고 권한다. 디캔터에 술을 따르면 먼저 윗부분의 맑은술이 흘러나오고 그다음에 침전물이 나와 디캔터에서 자연스럽게 고루 섞이게 된다. 흔들 필요가 없다. 알코올 도수를 7.5도로 맞춘 이유도 이 비율(5 대 1)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디캔터를 활용하기 위해 최적의 맑은술과 침전물 비율을 맞추다 보니 도수가 7.5도가 됐다.”



디캔터를 사용하는 것과 흔히 막걸릿병을 따기 전 흔드는 것에 차이가 있나.


“차이가 꽤 크다. 첫 번째, 디캔팅을 하면 공기와 접촉이 많아져 술 자체의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번에 출시한 막걸리 서울은 디캔팅을 하면 곡물 향은 물론 과일 향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과일 향은 공기와 접촉을 통해 깨워야 나는 습성이 있어 디캔터 사용을 권한다. 두 번째 이점은 막걸리의 깔끔하거나 묵직한 맛을 취향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캔터를 이용할 경우 술병 밑에 있는 침전물을 다 따르느냐, 약간 남기느냐에 따라 술맛을 깔끔하게도 할 수 있고 진하게 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시각적인 맛, 즉 멋이다. 디캔터에 따랐을 때 하얀 구름 같은 것이 피어나는 걸 볼 수 있다. 식욕을 돋운다.”



핵심 원료인 쌀은 지방 것(보은 멥쌀과 김제 찹쌀)을 쓰는데, 서울이란 이름이 맞나.


“우린 쌀보다 더 중요한 걸 서울에서 만들어 쓴다. 누룩을 서울에서 만들고, 균이 서울 균이다. 프랑스 와인 업계에서 말하는 ‘테루아(포도 재배 환경)’가 바로 서울이다. 술 만드는 데 쌀보다 누룩이 더 중요하다. 누룩에 따라 술맛이 달라진다. 누룩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술이 만들어지는 건데, 우리는 서울 방배동에서 누룩을 만들고, 서울에 있는 자연 균이 누룩에 달라붙는다. 누룩을 이곳에서 만든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막걸리 향에서 열대과일 향이 나는 까닭은.


“100% 누룩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쌀이 아니라 누룩에 있는 미생물 덕분에 열대과일 향이 나는 것이다. 설화곡이라는 누룩 자체도 시트러스한 과일 향이 난다. 누룩이 가진 유기산이 풍부한 과일 향을 느끼게 한다. 쌀의 잔당과 유기산이 합쳐져 약간 열대과일 향을 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하다. 전통주 업계의 미래는.


“전통주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은 아주 비관적이다. 온라인 판매 허용, 종량세 전환 등 전통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건이 하나하나 마련돼 가고 있는 시점에 터진 코로나19 사태는 작지 않은 걸림돌이다. 특히 주점의 위축이 아쉽다. 전통술 업계가 발전하려면, 양조장만 잘해서는 안 된다. 전통술 붐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전통주점이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출처 :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5&t_num=13610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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